적색경고(赤色警告) 부제:잔혹하게사랑하라<
쿵쿵, 쿵쿵쿵, 쿵
한경의 심장이 주체하지 못할만큼 빠르게 뛰었다.
“………”
“………”
별 커다란 움직임없이 편안하게 앞으로 굴러가는 차 안에 몸을 실은것은 불과 몇 분 전이였다.
갑자기 방으로 들어온 그는 말없이 한경을 이끌어 차에 반 강제적으로 태웠다.
처음엔 막연한 불안감에 한경은 아무말도 못하고 몸이 그대로 굳은듯 싶었지만,
그가 나즈막하게 내뱉은 말로 하여금 온 몸의 긴장감들이 사르르 녹아들었다.
“…도망가게 해준다고 했잖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
문득 기별없이 찾아와 놀라긴 했지만 미치도록 그리웠단 날.
유난히도 햇빛이 빛나게 내려쬐는 오늘이었다.
한경은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주체할수 없었다.
기쁨인지, 아님 또 다른 알수없는 감정으로 인한 요동인지.
흔들림없이 편안하게 나아가는 차 안에는 그와 한경의 숨소리만 잔잔히 흘렀다.
“미리 일러두는데 권인우를 조심해.”
“………”
“그리고 다시는 내 눈에 보이지마. 부탁이다. 정말 두가지만 기억해둬.”
“………”
꽤나 애처롭고 간절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한경은 살짝 고개를 돌려
운전에 열중해 앞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았다.
햇빛에 반사되어 비치는 유난히도 새카만 머리카락에
그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더욱이 부각시켜주는 무테안경.
무테안경의 끝을 따라 곧게 뻗은 코, 그리고 남자치곤 유독 붉은 입술.
한경은 오늘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볼수 있었다.
항상 어두컴컴한 곳에서 대충 새어들어오는 빛으로 그를 보곤했지만,
오늘은 밝은 빛 아래에서 그를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뜯어보았다.
“………”
어쩌면 이런 인연이 아니었다면 그는 참 멋진 남자라 한경은 생각했다.
비록 어떻게 이렇게 만났는지 몰라도, 만약 이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한번쯤은 자신의 분수를 못 본채 넘보고 싶을만큼 멋있는 남자였다.
한경은 씁쓸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다시 창가로 돌렸다.
차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어느새 한경의 눈에 익숙한 곳으로 다달았다.
그는 차를 끼익 세우고선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뒤이어 떨림을 잔뜩 품은 한경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곤 차에서 내렸다.
“그 동안에 무례함에 대해서 우선 용서를 구해. 진심이 아니었어.
동생 때문에 다른것들 따윈 눈에 보이지가 않았거든.”
“………”
“들어가봐. 오고 싶어 했던 곳이잖아.”
“…고…마워요!”
허공을 바라보던 시선을 한경에게 옮겨 그가 진정 미안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리고 살짝 입꼬리를 말아올려 애써 웃어보이곤 그는 뒤돌아섰다.
웬지 모르게 자신보다 한없이 작아보이는 어깨의 그를 차마 그대로 돌려보낼순 없었다.
한경은 급한김에 얼른 손을 뻗어 그의 양복 상의 뒷자락을 부여잡았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살짝 뒤를 돌아보았고, 한경은 고개를 푹 숙이고 고맙단 말을 전했다.
고마워요. 뭐가 고마운지 구체적으로 말할순 없지만 고마워요.
그냥, 그냥 다…
“고맙단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은 것 같군.”
“…아니예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자조섞인 그의 말에 한경은 고개를 들며 손사레까지 쳐가며 아니라고 적극 부정했다.
분명 그를 나쁘게 보긴 했으나 그건 그냥 색안경으로 인한 그의 모습이었다.
웃음이 메말랐으나 따뜻했고 그는 배려가 깊었다.
사실 도망치게 해준다는 말에 한경은 그가 이렇게 집앞까지 차로 안전하게 데려다 줄은 꿈도 꾸지 않았다.
알게모르게 그는 평소 무척이나 배려가 깊었다.
그동안은 증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니 사실 보지 않으려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말이다.
“행운을 빌어.”
그는 어느새 한경쪽으로 몸을 완전히 다 돌리곤
그 전의 거짓웃음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포근해보이는 따뜻한 웃음을 내보였다.
그리곤 한경의 왼쪽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
“………”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겨 차에 몸을 싣고
뿌연 매연을 토해내곤 점점 희미하게 도로 끝으로 검은 점이 되어사라졌다.
다음에 당신과 좋은 인연으로 만나고 싶어요.
…저도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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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별 (d_dmino_o@hanmail.net)
비오는날의고양이 (cafe.daum.net/rainN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