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주 남산에 가기로 한 날이라
새벽 일찍 깨어 준비를 할려는데 빗님이 오신다.
이렇게 날이 새초롬하고,
봄비가 촐촐이 내리는 날에 어머니가 해 주시던
요리 하나가 생각났다.
엊그제 시장에서 사 온 싱싱한 부추를 씻었다.
부추는 금세 상하기도 하지만,
어릴 적부터 즐겨 먹어서 인지 때와 장소 없이 욕심을 낸다.
일명, 경상도 말로...정구지를...
어릴적 우리집 텃밭에는 널찍한 정구지밭이 있었다.
겨울 동안 어머니는 아궁이에서 나온 재를
부추밭에다 이불 삼아 덮어 주면,
아버지는 그에 뒤질세라 해우소를 퍼다가 또 그 위에 덮었다.
봄에 땅을 박차고 쏙쏙 올라온 부추를
끝이 뭉툭한 낮으로 설겅설겅 베어서,
흐르는 물에 훌훌 씻고는
씬 배추 김치나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부침을 자주 해주셨던 어머니.
그 중에서도 부추찜이 제일 맛있었다.
서당 멍순이 삼년에 풍월이라는데
특별히 어머니 옆에서 전수 받은 것 없지만,
요즘은 이상하리만큼 내가 어머니의 손맛을 흉내 낸다.
예전에 먹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자꾸자꾸 그런 맛들이 생각나서....
하우스에서 히멀겋게 키만 우뚝 자란 싱거운 놈 말고,
추위와 싸우며 눈매 우리부리한 부추에,
밀가루를 툴툴 털어 하이얗게 옷을 입힌다.
다시마와 멸치를 우려낸 물에 된장을 빡빡하게 푼 양념을
밀가루 입힌 부추가 상하지 않게 손으로 잘 버무린다.
찜 솥에 부추를 얹고 살짝 찌면 된다.
뜨거운 김을 보내고 난 뒤에
칼로 네모지게 쓸어서 싱거우면 간장에 찍어 먹으면
반찬이나 간식으로도 제 몫을 충분히 한다.
딸아이도 처음엔 고소한 부침 보다는 싫어하는 눈치더니,
이젠 제법 맛이 들어서 꿀떡꿀떡 잘도 먹는다.
자꾸만 잃어버릴것 같은 어머니의 음식들,
그 맛을 더 오래전부터 눈여겨 두지 않은 것이....
또한, 못내 아쉽다.
날씨가 꿀꿀할 땐
내손으로 만든 음식 푸짐하면 바로 웰빙족(?) 아니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