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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소설 [나는 퇴마사다!] - #14 운 명 (3부)

원 일 |2005.04.15 17:53
조회 721 |추천 0

< 운명 (3부) >


드디어 오늘이 새로 얻은 사무실에서의 첫날밤이다.

낮에 청소와 정리를 하느라 많이 피곤했다.

낯선 동내에 낯선 사무실........

모든 것이 그저 낯설 뿐이다.

잠을 청하려 누워있지만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도무지 막막하기만 하다.

철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골프만을 알았다.

골프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그 흔한 잡지책 한권도 읽지 않고 살았으니

그런 내가 무엇을 알겠으며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 주인님 인사 받으시지요! ”

 -“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요! ”

 “ 저희는 주인님의 명을 받아 전하는 전령입니다.”

 -“ 전령이요? 그리고 주인님이라니...... 

     누가 당신들의 주인이란 말이오? ”

 “ 당신께서는 저희들의 주인이십니다.

   주인님의 명을 받들기 위해 저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에 와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오래전이라고!

    그렇다면 내가 이곳에 올 것을  당신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오? “

 “ 예!  제 옆에 서있는 령은 흑령(黑靈)이라하고, 저는 백령(白靈)이라 합니다.

   저희는 주인님의 명을 신께 전하는 전령들 입니다.”

 -“ 흑백 령이라........ ”

 “ 저희는 주인님이 명을 내려주시면 그 명을

   곧 바로 흑령은 땅의 신께,  저 백령은 하늘의 신께 명을 전합죠.

   뿐만 아니라 늘 주인님 곁에서 주인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 날 지켜주신다니 고맙긴 합니다만, 대체 내가 무슨 명을 내린다는 건지...”

 “ 띠 띠~~ 따라라 랄라~ ”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


꿈 이었다 !

나는 어젯밤 잠들기 전 맞춰놓은 핸드폰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꿈 내용도 생생했지만 무엇보다도 깨질 듯 한 두통에 너무나 괴로웠다.

마치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두통이었다.


아침 내내 나를 괴롭히던 두통은

나에게 놀라운 일을 가져다준 두통이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사실이었다.

두통이 끝난 후 나는

마치 내 머릿속에 메모리칩을 끼워 놓은 것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지식을 습득하게 된 것이다.

  ‘부적은 경면주사(鏡面朱砂)로 써야하고, 시간은 자(子)시를 택해야 하며..........’

생전 처음 듣는 내용들이 내 머릿속에서 정리되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우선 부적을 쓸 수 있는 재료부터 구해야 했다.

이미 나는 모든 방법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단 하룻밤 만에 실로 놀라운 발전이었다.


지난 밤 꿈에 흑백령을 만났고, 또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얼굴에는 어느새 밝은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답답했던 일들이 한번에 다 해결되자,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제까지의 답답함도 두려움도 더 이상 내겐 없었다.

이제 남은 건 내게 주어진 능력을 시험하는 일 뿐이었다.


- 그날 밤 -


나는 시계가 오후 11시 반을 가리키자 곧 부적을 쓸 준비를 하였다.

곱게 갈아 기름에 타놓은 경면주사와 붓을 준비하고

부적을 쓸 종이로는 누런 황지를 준비했다.

그리고는 귀신을 볼 수 있게 된다는 부적을 쓰기 시작했다.

역시나 오늘도 내가 쓰고 있음에도 내가 쓰지 않는 것처럼

붓이 움직여 갔다.

마치 고대 상형문자 같기도 하고 암호 같기도 한

신비한 문양이 만들어져 갔다.

처음에는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하더니

이내 등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어느덧 부적이 완성되었다.

언 듯 보기에도 신비한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는 잠시 부적을 손에서 내려놓고 붓을 정리했다.

그때였다!

무언가 내 등 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내 등 뒤에는 어젯밤 꿈에 나타났던 그 흑백령이

턱하니 자리를 잡고 서있는 게 아닌가!

나는 순간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흑백령은 나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서는 방금 내가 써놓은 부적의

붉은 글씨를 뽑아들고 이내 사라지는 것이었다.

조금 놀라기는 하였으나 무섭진 않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얼이 빠진 나는

흑백령이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잠시 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나는

내가 써 놓은 부적을 곱게 접어 몸에 지녔다.

시계는 자정을 지나 새벽 1시를 향하고 있었다.

순간 내 마음 속에는 야릇한 흥분이 맴 돌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만약 누군가에게 지금 이 일을 말한다면

나는 바로 정신병자나 몽상가가 되는 것이다.

나 역시 누군가가 이런 얘기를 나에게 했다면

그 사람을 정상으로 보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나는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누워 그렇게 웃고 있었다.

한참을 웃고 난 뒤 나는 생각했다.

‘ 혹시 내가 정말 미친 게 아닐까? ’

그렇다!  내가 미친 것일 수도 있다.

나만의 세계에 갇혀 환각을 일으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진실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 능력으로 인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서

누군가가 나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내가 필요로 해진다면

나는 미친 사람이 아닐 것이고,

만약 아무도 나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나 홀로 이 짓을 계속 고집하게 된다면

나는 미친 사람임이 분명해 지는 것이다.


밖으로 나오니 한결 기분이 좋았다.

점차 기분은 나아졌지만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잠이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부적을 쓰고 난 후

급격히 체력이 저하됨을 느꼈다.

부적을 쓴다는 것이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내 기(氣)가 소모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만약 내 기력을 소모하여 만들어지는 부적이라면

정말이지 다시는 쓰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내 소모된 기력은 금방 회복될 것 같지 않았다.

이거야 말로  큰일이었다.

앞으로 부적을 써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을 텐데

그렇다면 이 일을 어쩌면 좋을 것인가!

 

그때였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내 쪽으로 걸어오는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여인을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을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여인이 나에게로 가까이 오자

갑자기 내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주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간 내 눈에는 그 여인의 모습 뒤로

또 하나의 사람형상이 보이는 것이었다.

흐릿한 형상이라 얼른 어떤 형상이라고 판단 할 순 없었으나

어쨌든 귀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을 한 것이었다.

여인의 뒤를 따르던 귀신은 얼핏 보기에 열 살 남짓 보이는

앳된 모습의 여자귀신이었다.

   ‘드디어 귀신이 보인다!’

나는 큰 횡재라도 한 사람처럼 좋아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또 한가지 놀라운 일은

전에 흑백령을 보았을 때도 그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귀신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물론 귀신의 존재는 부정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무서움을 많이 타는 편이었다.

대게의 사람들은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

귀신의 등장보다 사람의 등장이 더 무서운 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귀신보다 사람을 더 무서워한 적은 없다.

오히려 남보다 큰 체격과 강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귀신을 무서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바로 내 눈앞에서 귀신을 봤음에도

무섭다는 생각은커녕

이렇게 여유 있게 웃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갑자기 지난 번 흑백령이 내게 해준 말들이 떠올랐다.

나를 지켜주겠다던 얘기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새로운 나의 운명은

그렇게 나를 이끌었고 나는 이끌려갔다.

모든 게 미리 준비되어있던 각본대로 움직이듯이 말이다.


건물 사이로 사라지는 여인의 모습 뒤로

귀신도 함께 사라졌다.

마치 앞으로 다가올 나의 시련처럼

어두운 뒷모습만을 남긴 채..........


이어서 <시 련 (1부)>를 기대해 주세요.

글쓴이 :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장(퇴마사) :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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