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한국드라마 애타는 ‘러브콜’
[뉴스메이커 2005-04-29 09:27]

각국 관광청, 드라마 촬영 유치 총력전… 국가 이미지 제고·관광객 증가 ‘OK’
“한국드라마, 우리나라에 와서 촬영하세요” 세계 각국 관광청이 한국드라마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의 인기 드라마에 노출되면 국가 이미지 제고와 함께 관광객 증가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계속되고 있는 한류열풍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드라마가 일본·중국·대만·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 드라마를 잡으면 아시아 인구를 잡을 수 있다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동남아국가 관광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드라마 PPL(간접광고)에 소극적이던 호주나 뉴질랜드, 유럽 국가 관광청들의 움직임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빅히트를 기록한 SBS TV ‘파리의 연인’으로 인해 파리 관광객이 급증하고, 지난해 11월과 12월 KBS 2TV를 통해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방송된 후 호주 멜버른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이들의 시선도 변했다.
방송 후 촬영지 ‘즐거운 비명’
‘파리의 연인’은 제작 당시 프랑스 관광청의 도움을 받았다. 프랑스 관광청은 드라마 제작팀이 프랑스 파리지역 로케시 장소를 협찬하고 촬영허가서를 받아주었으며 항공료와 호텔 숙박 할인혜택을 알선했다. 극중 기주(박신양)와 태영(김정은)이 춤을 춘 호텔은 프랑스 교외의 샤토 드 몽빌라르젠느. 프랑스 관광청 이명완소장은 “프랑스 관광객 수가 감소하다가 드라마 방송 후 개별 여행자가 28%나 급증했다”며 “특히 샤토 드 몽빌라르젠느가 ‘파리의 연인’ 후광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이소장에 따르면 수십명에 달하는 드라마 제작팀이 호텔에서 이틀간 촬영할 당시, 시중 들기가 번거롭다며 직원들 사이에 불평이 쏟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방송 직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인관광객은 물론 일본인관광객까지 이곳을 많이 찾자 “앞으로 한국 드라마라면 협찬을 얼마든지 환영한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
‘파리의 연인’으로 효과를 본 프랑스 관광청은 현재 제작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MBC TV ‘못된 사랑’의 협찬도 폭넓게 진행해왔다. 비와 고소영이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진 이 드라마는 프랑스 남부의 니스·빌프랑슈쉬르메르, 모나코 등에서 촬영할 예정이며 제작진은 이미 1~2차 프랑스 헌팅을 마친 상태다. 항공, 호텔, 가이드 등 헌팅에 소요된 비용은 모두 관광청에서 지불했다. 프랑스 관광청 홍보를 대행하는 월드컴의 이정현대표는 “‘파리의 연인’ 이후 프랑스 본청에서 드라마 제작 협찬의 효과를 인정해 한국드라마 지원에 종전보다 훨씬 더 후한 예산을 편성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못된 사랑’의 제작사인 DNT웍스는 MBC쪽과 편성과 관련, 현재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상태. DNT웍스 이정훈 제작이사는 “제작사로서는 제작을 계속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MBC와 편성에 대해 계속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관광청은 이 드라마가 본 촬영에 들어갈 경우 배우들의 항공료 지원과 기타 전체 경비의 할인혜택, 촬영이 불가능한 지역의 섭외 및 허가, 장소 협찬 등을 알선할 계획이다. 올겨울 방송 예정으로 DNT웍스가 기획중인 스키 드라마도 프랑스 관광청의 협찬으로 프랑스의 대표적 스키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호주 관광청은 아무 협찬도 하지 않고 한국드라마의 후광을 톡톡히 입은 경우에 해당한다. 애초 호주 관광청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지원을 하기로 하고 시나리오 구성에까지 참여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남자주인공 차무혁(소지섭)이 어린시절 호주에 입양돼 고생하는 설정이어서 막판에 지원을 포기했다. 자칫 호주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관광청의 우려와 달리 ‘미사폐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마니아가 생긴 이 드라마로 인해 호주 특히 멜버른 지역은 관광특수를 누렸다. 극중 차무혁과 은채(임수정)가 처음 만난 곳이고 엔딩에서 차무혁과 은채가 같이 묻힌 곳이기 때문이다. 또 드라마 방영 내내 주인공들의 대사와 회상장면에서 호주가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보이면서 광고효과가 증폭됐다. 호주 관광청 강인주대리는 “멜버른을 10년간 계속 홍보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드라마 한편의 효과는 놀라웠다”며 “그동안 한국인들 중에는 호주의 수도를 시드니로 잘못 알고 있는 이가 많았는데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의 대사 두 마디로 캔버라가 호주의 수도임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영국, 스위스 등 유럽 각국 관광청도 프랑스와 호주의 뒤를 이어 한국드라마나 한국연예인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 협찬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드라마 PPL에 유럽이나 호주보다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동남아국가 관광청들이다.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SBS TV ‘발리에서 생긴 일’이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협찬 붐이 일었다. 제목에 ‘발리’라는 지명이 나오고 1, 2부와 최종 20부에서 발리의 관광 명소를 집중 조명한 이 드라마가 뜨면서 발리를 찾는 한국관광객의 수가 급증했던 것이다. 이후 MBC TV ‘황태자의 첫사랑’, KBS2 TV ‘풀하우스’가 각각 인도네시아와 태국 관광청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해외 촬영은 국내 시청자용
얼마전 종영한 SBS TV ‘홍콩 익스프레스’는 아예 홍콩 관광청이 3개 공중파 방송사의 차기 드라마를 샅샅이 물색한 후 가장 적합한 드라마에 PPL을 제안한 경우. 항공, 숙식 등 홍콩 로케에 드는 비용을 종합적으로 협찬하는 대신 제목에 ‘홍콩’이 들어갈 것과 홍콩에서의 촬영지, 전체 방송횟수에서 홍콩촬영분량 등을 관광청측이 원하는 만큼 얻어냈다. 홍콩 관광청 유지향대리는 “시청률은 높지 않았으나 여러모로 홍콩의 이미지 제고에 성과를 얻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방송중인 드라마 중에는 MBC TV ‘원더풀 라이프’가 싱가포르 관광청의 지원을 받았고 김지호 주연으로 오는 6월 방송 예정인 SBS TV ‘돌아온 싱글’은 말레이시아 관광청의 협찬을 받는다.
각국 관광청은 대부분 한국드라마에 등장한 자국의 관광지를 방송 후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주인공들이 거쳐간 곳을 따라가는 상품이 많으며 상품명에 아예 드라마 제목을 넣는 경우가 상당수다.
흥미로운 사실은 해외 촬영이 많은 것은 한국 시청자를 위한 것이지, 한류열풍이 부는 아시아지역 수출을 염두에 둔 전략은 아니라는 점이다. SBS프로덕션 권호진 영상사업팀장은 “국내 시청자들은 이국적 풍광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일본이나 대만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에 자국의 풍광보다는 한국의 비경이 나오는 것을 더 좋아한다”며 “한국에서 시청률이 높으면 해외 판매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수출에 해외 로케가 도움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