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어느 여름이었을거라고 생각이 된다.
나는 친구들 3~4명과 함께 설악산으로 여행을 갔었다.
우리는 소주와 맥주를 챙기고 돈도 두둑히 넣고서는 설악산으로 향했다.
설악산에 도착하여 우리는 비선대를 가기로 했다.
비선대를 가다보면 건물이 2~3채 정도 있고, 그 앞에 노점상 아저씨들이 진을 치고 있다,
노점상 아저씨들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서 그리 짜증나는 편은 아니다.
마악 어느 허름한 아저씨의 상점을 지나가던 도중,.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아, 이번 여름에도 이 여관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구나."
참 이상한 소리였다. 이 산중에 있는 여관에 그리 많은 사람이 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소리를 일부러 꺼내 할 이유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 친구는 막 호기심이 들었나보다.
"아저씨,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저씨는 내 친구를 담배연기와 함께 힐끗 보더니 눈을 돌린다.
"아무것도 아녀, 갈길이나 가."
"에이, 아저씨 아까 무슨 말 하셨잖아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냥 가래도."
내친구도 한번 앵겨 붙어서 낑낑거리기 시작하면 꽤 오래가는 심줄이라서.
결국에는 아저씨와 협상을 시작했다. 우리는 소주를 좀 드리고...아저씨는 그 말에 대한 이야기를 주시기로.
소주를 한잔 넘기신 아저씨는 말을 시작하셨다.
"예전에....한 3년 전 쯤인가. 어느 남자하고..여자하고 같이 요 뒤에..여관에 왔었어.
꽤 젊은 사람들이었는데...이 여관에다가 방을 잡더라구....그런데 말이제..."
아저씨는 침을 꿀떡 넘기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그날 밤에 이 여관 근처에 강도가 들은거여. 아무래도 휴가철이고 그랬으니...돈많은 사람들도 꽤나
왔겠지 생각하고...그러고 온거겠지. 그리고 그 피해자들 중에는 그 남자하고 여자도 있었는데...
여자가 굉장히 몹쓸짓을 당했제."
아저씨는 혀를 끌끌 차면서 담배를 하나 무셨다. 나와 친구들은 그 '몹쓸'짓이 무엇인지 대충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정신적으로 타격이 컸으리라....남자도 그렇고..
"그 여자가 수치심 때문에.... 저쪽에...비선대 가는길에 저기 계곡 근처에 커다란 바위 보이지?"
아저씨가 손으로 가린 킨 곳에는 커다란 계곡이 흘럿고...뾰족둥글한 잿빛 바위들도 큼지막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생각햇다. '다리위에서 뛰어내리면 자살하기 참 좋겠네'라고.
"그 여자가 다리에서 바위로 떨어져서는 자살을 했지....그때 일이 그렇게 크게 퍼지지는 않았어...
잘 찾아보면 바위에 핏자국이 좀 남아있지...머리부터 떨어졌으니...쯔쯔쯧..."
나는 아저씨게 잔을 드리면서 이야기를 재촉했다.
"젊은 사람이 예의도 바르구만..끌끌...어쩃든...남자는 비탄에 빠지고...1년전에는 어느 유명한 스님하고는
같이 와서....위령제를 올리고 가더군. 그런데 말이제...그 여자가 여관에 구신이 됬다는 소문이 많어..
실제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말이제."
"그게 뭔데요? 무서운 일이라도 일어나나요?"
"응...긍께...사람들이 그 여관에 들어가서 그 여자가...해꼬지를 당했던 방에서 자면....그 다음날 얼굴하고...
손부터 팔목까지...피로 물들어 있다는 거지..피범벅이 되는거여...그리고...사람들은 기절해 나자빠지고..."
'피범벅'이라는 소리에 우리는 약간 소름이 끼쳤다.
듣는 소리를 바로 뇌로 옮겨 우리 머리에 그 그림을 띄어놓는 훌룡한 우리의 신체덕분이리라.
아침에 거울을 보면 무슨일이 일어날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무섭겠군.
그것으로 아저씨의 이야기는 끝이였다. 소주 1병을 드린것 치고는 여름날의 좋은 이야기 거리였다.
그날 밤. 나와 친구들은 술을 마시고는 논쟁을 벌였다.
그 이야기를 진짜로 믿느냐고......아니라고..귀신이 있을수가 있다고.
욱신각신하다가 내가 말을 꺼냈다.
"야, 야, 싸우지 말고. 그러면 이렇게하지..내가 가마."
남자답께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내가 내 무덤을 파버렸다. ㅆ ㅂ.....
나는 가끔씩 미친소리를 할때가 있는 것 같다. 녀석들은 니가 가서 확인할수 있으면 하라며 나를 떠밀듯이 했고,
그렇게 해서 나는 여관 앞까지 오게 되었다.
여관에 한발짝을 들여놓았다. 주인은 없었다. 그저 텔레비전에서 누군가를 향해 애국가를 연주하고 있을뿐.
"춥다.."
내가 들어와서 스스로 한 이야기 치고는 굉장히 짧았다.
"사~람, 없어요?"
아무도 안 나온다. 어.
저 위쪽으로 무언가가 지나간듯 했다. 헛것일까?
헛것을 보고서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존내' 쫄았다. 내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술기운이 나를 울린다.
이대로 돌아가면 개쪽이겟지? 진짜...그래, 좋아.
한번죽지 두번죽냐...후회는 없다.
끼기긱 거리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한기가 더욱 짙어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고...
어느 방문을 여는것과 동시에 나는 공포의 카타르시스에 빠졌다.
머리는 핑핑 돌고 있었고...입에서는 히죽거리는 시니컬한 웃음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리는 떨렸지만....이미 무서움이라는 최면에 빠진나는 침대에 누웠다.
아...내가 왜 그랬을까...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여름인데도 매섭게 추웠다.
다음 날 아침.
햇살이 눈을 찌른다. 어. 나 살아있는건가. 몸이 햇빛을 받으니 이상하게 뜨거웠지만..상관 없었다.
하하하....뭐야, 뭐. 역시 세상에는 귀신 같은것이 있을리가 없잖아.
아마도 그 피범벅 여자귀신이야기는 그 노점상 아저씨가 지어낸 헛소문이 틀림없다. 하하하.
아저씨...거짓말을 리얼하게 하시는군요.
시간은 오후 12시 반. 이런....늦잠을 잔건가..근데..왜 이 친구녀석들은 나를 보러도 안 오지?
나는 문을 열고서는 다시 헌 계단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밖에서 누군가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녀석들이 짐도 안 들고 뛰어오고 있다. 왜 그러지?
"야야, 진짜 무슨일 있는거 아니야?"
"웃기지마, 그새끼가 그렇게 죽을 새끼가 아니잖아..우리 친군데."
"설마 거기서 필름 끊긴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네."
녀석들은 여관 입구까지 왔다. 모두들 지쳐 보인다. 급히 뛰어왔나 보다. 짜식들.
이렇게 나를 걱정해 주다니. 친구로서 기쁘구나. 하하.
'야, 나 여기 이렇게 멀쩡히 있단다. 짜식들, 걱정했냐?'
녀석들이 나를 지나쳐서 위로 올라간다. 어? 왜 이러지? 눈이 안보이나.
'야, 왜그래?'
"야, 뭔가 있는것 같지 않냐?"
"별로..그렇지는 않는데."
녀석들은 멈칫멈칫 거리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그러고는 여관의 방문을 모두 열었다 닫았다,..방을
확인하기 시작하고...
나도 녀석들을 따라서 다녔다. 곧 내가 지난 밤을 보냈던 방이 나오고....녀석들은 침대 곁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야, 왜 그래? 무슨 일인데?'
녀석들이 털썩 주저 앉자 나는...나는....무슨일이 있는지 흐린 눈으로 확인 할수 있었다.
침대 위에는 피범벅이 된 내가 눈을 희게 뜬체로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