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말 안하는 스타일인 것 아시죠?"
'올드보이'와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 연극 '해일'에서 자신의 단편 연출작들까지 지난 몇년간 연기자 유지태(29)의 걸음걸이는 또래의 다른 배우들과 뭔가 달랐다. 그는 자기확신을 갖고 나름의 계획에 따라 연기와 연출분야에서 차근차근 자기세계를 만들어왔다.
그런 그가 지난해 9월 이후 반년이상 온몸을 던져왔던 영화 '남극일기'가 오는 19일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신인 임필성 감독의 데뷔작 '남극일기'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 남극 탐험대가 의문의 질병과 예기치 않는 사고를 겪으며 집단광기 상태에 빠져든다는 내용을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개봉을 앞두고 최근 삼청동의 한 미술관에서 만난 유지태는 "빈 말 아니다. 영화가 정말 괜찮을 것이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극중 유지태는 동료들의 사랑과 걱정을 동시에 받는 막내 대원 역을 연기한다. 영화의 관찰자가 되는 인물이다. 그는 "대원 중에서 제일 어리고 처음 원정에 나서는 인물이며 영화의 POV(Point of View)가 되는 역할"이라며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제로도 출연 배우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고 소개했다.
송강호도 그렇지만 김경익, 박희순, 윤제문 등 다른 배우들도 이미 연극계에서 뼈가 굵은 배우들이다. "워낙 베테랑들이라 함께 연기하는 것 자체가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촬영장에서는 커피 당번을 도맡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중 송강호에 대해 유지태는 "흔들리지 않는 소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절대 흔들리지 않는 소나무 같아요. 작품에 대해 일단 믿음을 주면 절대 흔들리지 않아요. '우리가 출연하는 것은 남극일기고, 남극일기는 좋은 영화다. 그래서영화가 잘 돼야 한다'는 소나무 같은 믿음이 영화를 이끄는 주연배우의 미덕임을 송강호를 통해 깨달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영화는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 뉴질랜드 남섬에서 대부분 촬영됐다. 당연히 추위는 촬영 팀에게 가장 큰 적이었을 듯. 그는 "오히려 조금씩 광기에 휩쓸리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웠다"고 말했는데, 뉴질랜드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면서 뭔가를 배운 눈치다.
"그쪽이나 우리나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작업이라는 게 한국 스태프들은 꿈이 70이면 생활이 30정도 되는데, 그쪽은 반반쯤 되는 것 같더군요. 어떻게 보면 참 부러운 일이지만 열정 면에서는 그쪽 스태프들이 한국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올해 초 촬영을 끝낸 뒤 최근 새롭게 촬영에 들어간 차기작 '야수'에 몰입하기 전까지 그는 잠깐 휴식시간을 가졌다. 한동안 못했던 자전거 타기를 다시 시작했고 자신이 연출한 단편을 DVD로 묶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차기작 '야수' 이후의 일들까지 구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유지태는 연말에는 자신이 원안을 써놓은 연극에 출연할 예정이며 내년쯤에는 첫 번째 장편영화도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바쁜데 장가는 언제 가겠느냐"는 질문을 던져봤더니 "한동안 결혼 생각은 없다"는 대답이 수줍은 웃음과 함께 돌아왔다.
"혼자 생활하는 게 익숙해졌나 봐요. 예전에는 외로움을 타기도 했는데 이젠 그렇지도 않아요. 결혼은 더 많은 작품을 해본 뒤 생각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