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진공청소기 같은 것으로 심장을 잡아당겨지는 기분이었고
숨을 쉴 때마다 가슴속에 박힌 대못이 더 깊히 박혀오는 기분이었고, 울컥거리는 가슴은 금방이
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는 분명 이러면 안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깨끗히 '여자'를 보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같은 교실에서 맴도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릴 때나 , '여자'가 말을 걸어 올 때면 젠가의 블록을
뽑는 것처럼 나의 결심은 송두리째 무너지고 만다.
그는 또한 '친구'에 대한 자신의 우정이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언제나 '여자'
에 대한 조언이나 수많은 도움들을 해 주고서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왜 이럴까.."하며 후회를 하고
만다. 그러면서도 '친구'가 도움을 청해 올 때면 가장 솔선해서 어려움을 해결해주곤 한다.
여자는 남자를 언제나처럼 가장 좋은 사람으로.. 언제나처럼 가장 도움을 주는 우정으로 대한다.
그러기에 언제나처럼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고, 어떻게 할까 조언을 구한다.
남자는 여자 앞에서 숨을 내 쉴 때마다 "헤어지고 여길 봐줘."라는 말을 간신히 가라앉힌다.
삐에로처럼 이를 악물고 미소를 짓고서 여자를 안심시킨다. 눈물이 치받아 오를까 숨을 고르는
걸 멈추지 못한다.
친구는 남자를 언제나처럼 좋은 녀석으로 ... 언제나 도움을 줄 태세가 되어 있는 녀석으로 대한다.
그가 여자에 대하여 질문을 해 올 때면, 조언을 구해올 때면, 남자의 질투심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좋은 친구를 위해 수 많은 조언과 도움들을 베풀어준다. 하지만 뒤돌아서서 집에 올 때 쯤에는
다시금 쥐어져 있던 가슴이 저리기 시작한다. 그가 정말로 잘 되었으면 하지만 자꾸 생각할 수록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남자는 자신이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는 것에서 위로를 찾으려 한다.
남자는 자신이 친구가 행복하게 지내는 것에 대해서 뿌듯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이 모질지 못한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 차라리 미워하거나
질투하거나 시기하거나 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여자와 친구의 모습을 보면 차마 그럴 수
없다. 그리고 혼자있을 때가 와서야 괴로워하고 고통속에 몸부림친다.
남자는 여자를 잊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그러나 한 반에서.. 같은 교회에서 수없이 마주치며
도움을 청해오는 그녀를 잊는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여자나 친구가 부탁을
하기 보다는 남자가 먼저 나서서 도움을 준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거리를 두고 싶지만 죽어도 그럴 수가 없다. 매일 마주쳐야 하는 한 교실의 요건도 있지만
자석으로 붙들어 놓은 듯이 여자의 모습은 다시금 남자의 눈길을 돌리게 만든다. 어쩌면 남자가
도저히 놓을 수 없을 만치 미련이 강한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가슴이 미어지는 기분이었다. 남자는 밤마다 괴로워하며 이를 악물었고, 남자의 가슴은
하루 종일 주리에 틀어진 듯 으깨지고 조여져 왔다. 숨을 쉬는 게 가슴에 말뚝을 박는 기분이었고,
머리는 수없는 번뇌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과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나날을 견뎌야 할 지 남자는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에게 눈을 돌릴 자신도 없었다.
그저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게 싫어 자신의 가슴속에 차곡 차곡 고통을 쌓아간다.
다시 돌아온 봄날은 그에게 있어 보색대비일 뿐이었다.
제발 누구든 좋으니 조언을 해주세요.
어떤 말이든 좋으니.. 제발..
욕을 하셔도 좋고 다 좋으니 .. 제발 아무 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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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3일 이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