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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소리의 비밀

정호준 |2005.05.06 15:15
조회 839 |추천 0

내가 무척 어렸던 시절 기억은 나지 않아 잘 모르겠으나 6살 때부터인가 그때부터는 나의 귀속에서 알 수 없는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잘못 들은 것 인줄 알고 지냈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내 귓속의 파도소리는 점점 커져 만 갔다. 아름답고 순수하게만 내 귓가에 들려왔던 파도소리는 이젠 소음이 되어 갔다. 하지만 하루종일 그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었다. 어쩔 땐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엔 파도소리가 들려 내일을 망쳐 버리곤 했다. 내가 23살을 먹은 지금도 내 귓속의 파도소리가 들려 온다. 나에게 있어서 그 시간은 지옥이다.



떨고 있는 건가? 풋, 이제껏 잘 버텨 왔으면서 왜이래? 내앞의 사내가 이런말들을 해대며 나에게 나무를 꺽어 만든듯한 몽둥이를 들고는 다가왔다. 분명 나를 공격 할것이다. 난 방어를 해야 한다. 이데로 있으면 나만 당하는 꼴이 되고 말것이다. 난 옆에 흘려져 있는 몽둥이를 꺼내 잡았다. 가시가 있는듯 손끝을 찌르는 따끔함이 나의 뇌속까지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여기서 놓으면 안된다. 난 죽고만다. 이 몽둥이로 그 사내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살기를 뛰며 나에게 다가오던 그는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채 쓰러져 버렸다. 넙적한 돌위에 쓰러진 그의 머리에서 깨어진 병조각 마냥 피가 흘러 나왔다. 그것도 잠시 '쩌어억' 소리를 내며 수박이 갈라지는것 마냥 그의 머리가 벌어져 버렸다. 순간 물풍선이 터진듯이 피가 사방으로 퍼지며 넙적한 바위위는 피로 물들어 갔다. 난 그모습이 너무나 끔찍해 입을 막으며 애써 보지 않을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바다가..그것도 엄청나게 넓은 바다가..



"이봐 학생 계산 해야지?"

"아, 네"

난 아침에 집에서 나오며 주머니에 구겨 넣었던 만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분식집의 주인 아주머니는 깨서는 별로 좋지 않은 표정을 하고는 잔돈을 거슬러 주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의 귓가에서 자꾸 파도소리가 들려 오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의문을 뒤로하며, 집으로 걸음을 옮기며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굳이 담배를 피지 않더라도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습관, 난 그래서 이빨로 필터를 지근지근 씹어 보곤 한다. 혹시 내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소리도 아주 오래 된 습관이 아닐까? 습관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끔찍하게 자주 들려오는 파도소리...문득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칠 무렵 내 발걸음은
어느새 집 앞에 와 있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아니 이제 온 거지.. ? 참 민지한테 3번이나 전화 왔었다."

"네, 제가 전화 해 볼께요"

민지는 3년이란 시간을 함께 한 여자 친구였다. 그리고 그 3년 동안 민지는 나의 시간표를 하나하나 머리 속에 기억해 나갔고 내가 잠시라도 다른 곳에 있을 때면 항상 집으로 찾는 전화를 하곤 했다. 내가 핸드폰이 없는 것도 그런 민지의 구속에서 벗어나 보기 위해서이다. 1년 전 그녀가 나에게 바다에 놀러 가자고 한적이 있다. 난 그 때 귓가의 파도소리가 들리는 증세에 히스테리로 민지에 제안을 짜증내며 거절했었다. 그리하여 누군가에게 밝히지도 않았던 내 귓가에 파도소리를 얘기 하게 된 것은 민지 단 한 사람 뿐이었다. 난 내방으로 들어가 전화기를 잡았다.

뚜~

늘 상 수화기를 들 때 마다 들려오는 통화 음.. 난 이런 것들을 파도소리와 비교해보곤 한다. 언제나 소리에 민감한 나.. 사람들이 낭만의 소리라 부르는 파도소리가 나에겐 왜 이리도 지옥 같은지..

"여보세요? 민지야?"

-어, 하루종일 어디 있었던 거야? 한참 찾았잖아

"아, 그냥 좀 여기저기 둘러 본다고"

-또 귀에서 그 소리 들린거야?

"아냐, 오늘은 괜찮았어"

-그럼 지금 우리집 근처에 있는 그 호프집 알지? 거기로 나와?

"지금? 늦었는데"

-왜? 싫어?, 싫은거야? 앙?

"아니야, 아냐 지금 갈께"

안간다고 하면 민지가 무슨말을 할지도 모르기에 난 그 호프집으로 갔다. 나무로 된 정문을 열자 '삐걱' 소리를 내며 힘없이 활짝 열렸다.

"여기야~ 빨리 왔네?"

민지가 날보고는 반갑다는듯 손을 흔들며 웃음을 지었다. 난 아무말없이 민지의 앞자리로 가서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맥주 5병이 올려져 있었다.

"야, 너 나보니까 안 반가워?"

"아니.. 반가워"

내가 민지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조금 삐진듯 윗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민지의 습관 이었다. 난 그것을 보고는 민지의 기분을 맞춰 주곤 한다. 하지만 그 모습이 더 귀여워 보인다. 민지가 맥주병을 집어 들더니 내앞에 놓여진 컵으로 가져왔다.

"마셔, 남자가 그게 뭐야? 마셔, 마셔"

"어, 너도 마셔"

성격이 활발한 민지는 맥주를 들이 붙는 수준으로 마셧다. 물론나도 그녀의 주량에 맞춰서 마셔야만 했다. 옛날 이야기가 나오고 기분이 좋아지자 우린 맥주를 술에 실컷 취하게 되었다.

"그때 너 나 좋아했었지? 그치?"

"응, 그래서 일부로 니 옷에 커피 쏟았잖아."

"미워, 차라리 좋아 한다고 하지 자, 마셔마셔"

민지는 맥주를 나의 컵에 부어주기 위해 맥주병을 들어 올리다. 너무 과음을 한탓에 손에서 병을 떨으 트려 버리고 말았다. 맥주병은 테이블에서 떼굴떼굴 굴러서는 바닦으로 떨어 졌다. '퍽' 맥주병은 산산조각이 나고 파편이 옆으로 튀었는지 옆 테이블 사람의 다리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의 다리를 타고 얼굴까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난 곧 그 행동을 후회 하고 말았다. 조폭 저리가라 하는 인상의 소유자 였다. 그역시도 몹시 취한듯 욕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씨팔 어떤 자식이야?"

그녀와 난 가만히 있었다. 쥐죽은듯이 안주를 먹는척 했다. 그는 우리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 왔다.

"이 씨팔년아 너지?"

"잘못했어요, 실수 였어요"

"이년이"

그의 손이 민지를 향해 날아가고 난 그녀가 그냥 맞도록 둘수 없었기에 그의 손을 낚아 챗다. [탁]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그의 얼굴은 나를 향해 돌아 왔다.

"넌 뭐야?"

"저기 제가 치료비 하고 드릴테니 그만하시죠"

"이새끼가"

내가 그의 손을 잡고 있어서 안전할거라 했던 생각을 착각이었다. 잡고 있는 반대쪽 손으로 맥주병을 들고는 나의 머리를 내려 찍었다. '쨍그랑' 눈앞이 순간 컴컴 해졌다.엎친데 던친격으로 귓가의 파도소리가 들려 왔다. 머리가 아파왔다. 난 두손으로 귀를 트어 막으며 땅에 머리를 박아다.

"꺄아아~ 도와 줘요"

민지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난후 더이상 내귀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파도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

내가 문득 눈을 뜬곳은 병원 이었다. 오른손에서 누군가가 느껴졌다. 난 살짝 고개를 들어 누구인지 확인했다. 민지가 밤새 나의 간호를 했는지 나의 손을 잡고는 잠이 들어 있었다. 민지가 깨어 날까봐 조심스럽게 나의 머리를 다시 배개로 내려 놓았다.


"어디 아픈데는 없으 십니까?"

인상의 좋은 의사 한명이 나에게 물어 왔다. 민지는 그때까지도 자고 있었다.

"네, 괜찮습니다."

"근데 평소에 몸이 많이 약하셧던 모양이죠? 원래 그정도로 그렇게 기절 까지는 하지 않는데 아무튼 몸조리좀 잘하세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신거 같습니다."

"의사선생님, 사실은 제 귀에...."

난 그동안 있었던 모든 사실을 의사에게 털어 놓았다. 처음에는 이빈후과에 가서 귀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 다른 의사들은 맥주병이 나의 머리를 강타 할때의 충격으로 정신이 이상한건 아닌지 하는 의심을 하곤했다. 난 그런 의사들을 돌파리로 무시하고 여기 저기 찾아 다닌 끝에 최면술사를 찾아가게 되었다. 최면술사는 나를 보고는 놀란듯 했다. 아마 머리에 붕대를 감고 찾아와서 그랬을것이다.

"그러니까 어릴적부터 파도소리가 들려 왔나요?"

"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 5살 때쯤 부터 인거 같아요"

"그런데 왜 여기를 찾아 온거죠? 이빈후과를 가지 않고? 아니면 정신과 라도?"

"모두다 가봤습니다. 하지만, 모두 정상이라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tv에서 전생 때문에 이런것일수도 있다는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길을 지날때 난생 처음 가는 길인데도 가본거 같고 그런거 있지 않습니까? 그런게 다 전생과 관련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게 아닐까 해서.."

"네, 그럴수도 있곘죠 그럼 전생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네,"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최면술사는 나를 푹신한 의자로 안내했다. 나는 거기에 반이상 누운 자세로 앉았다. 차라리 누웠다는 표현이 더 확실하다. 최면술사는 줄이 길게 달린 시계를 나의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게 만들었다. 시계를 좌우로 흐들리며 나의 눈을 자극 해왔다. 그걸 따라 다니던 눈은 피곤해서인지 스르르 감겨 왔다. 어둠이 깔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떠보려 했으나 그것조차 마음데로 되지 않았다. 잠시후 신의 말처럼 내 귀속에 무언가가 울려 퍼졌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말이 메아리 처럼 한동안 울려 퍼지는 듯 했다. 그리고 캄캄했던 어둠이 조금씩 사라지고 희미하게 무엇인가 들어나고 있었다. 푸른하늘이 보였다. 구름한점없이 맑은 하늘..

"하늘이 보여요 푸른하늘이"

난 그에게 대답을 하고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흠칫 놀랐다. 넓은 바다가 보이고 있었다. 파도소리가 잔잔하게 들려 왔다. 나 귓가의 파도소리와 확실히 달랐다. 그소리는 은은하고 낭만적이었다. 바다에서 눈을 때고 옆으로 눈을 돌렸을때.. 누군가 나에게 몽둥이를 가지고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난 놀란나머지 옆에 있는 나무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손끝에 뾰족한 무언가가 찔린듯 했다. 난 나무 몽둥이에 가시가 있는지 하고 살펴 보려했다. 하지만 그걸 확인 하는 순간 나는 저 앞에 몽둥이를 들고 오는 사나이에게 죽을수도 있다. 그때 잠시 주위가 어두워 졌다. 난 어둠속에서 잠시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다시 앞이 좀 보이기 시작 했다. 내앞에는 형체를 알아 볼수 없을정도로 머리가 수박갈라지듯 갈라져 있는 사람이 넙적한 돌위에 쓰러져 있었다. 넙적 바위는 언제부터인가 검붉은 색이 되어 있었다.

"사..사람이 죽어 있어요"

-그 사람은 누가 죽였나요?

난 무위식적으로 나의 몽둥이로 고개를 돌렸다. 피가 흥건히 묻어 있었다.

"저, 제가 한것 같은데.. 아니에요 제가 아니에요"

-당신은 이제 최면에서 깨어 납니다.

"정말 제가 아닌거 같아요 잠깐만요"

난 최면에서 깨어 난다는 말에 급하게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러나 푸른바다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살인자가 아니다. 정말 내가 살인을 한것이 아닐것이다.

-하나 둘 셋 하고 세면 당신은 최면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하나, 둘, 셋

다시 어둠이 깔리고 짧은 시간만에 눈꺼풀 천천히 위로 올라 갔다. 아까 최면이 걸린 장소 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인이라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 파도소리도 이제 이해가 되고 잠시 괴로움에 빠졌을때.. 난 무언가를 잊고 있었다 그 사나이의 얼굴, 난 최면술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최면술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 몽둥이를 들고 서있었다. 피가 묻어 있는 나무 몽둥이를...

"왜? 왜 이러세요?"

"난 그냥 비슷하게 생긴 사람인줄 알았어 난내 전생의 기억을 알고 있었지 그래서 그놈을 죽여 버리겠다고 생각 했는데 그게 바로 너야, 이제서야 복수를 하게 됬군 개자식 죽어라"

최면술사의 몽둥이가 나에게 날아 왔다. 나는 뒤늦게서야 최면술사의 얼굴과 내가 죽인 사람의 얼굴이 비슷 하다는걸 느낄수가 있었다. 아마 이젠 내 머리가 그때 처럼 수박 갈라지듯 갈라 질것이다. 난 다시 다음세상에서 복수를 준비 해야 할테고 저자는 고통 받으며 살아 가겠지..

-전생을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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