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는 반 호수와 악다마르 섬, 유명한 호삽성과 반 성이 있다고들 하는데, 반 성은
시내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거리(란 말에 걸어 갔다간 다리 부러진다) 에 있고,
호삽성은 좀 멀지만 그래도 가 볼 만 하다고 해서 호텔 로비에서 손짓 발짓 해 가며
호삽성가는 길을 물으니, 이런... 내 말을 알아 듣긴 한건가 ? 뭔 소리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사실 별로 비싸지 않고 깨끗한 로컬 호텔이 많아도 외국인들에겐 그림의 떡인 이유가
바로 이거다. 내가 묵었던 호텔은 현지인들이 주로 묵는, 그래도 엘리베이터 씩이나
있는 꽤 큰 호텔 임에도 불구하고 비수기라 그런지 무척 저렴했다. 이렇게 싸고
깨끗하고 좋은 호텔을 두고 왜 돈 더내고 외국 여행자들은 외국인들이 바글대고
시설도 이만 못한 곳에 묵는걸까 ??? 이유는 한가지, 내가 묵은 호텔엔 영어를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당근, 나 같은 외국 여행자들은 터키말을 못 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 가서 물어 보려고 길을 나섰는데, 내가 물어보면
다들 뭐라고 뭐라고 너무나 열심히 터키어로 설명은 해주는데, 미치겠다... 내가 뭘
알아 들어야지... 호삽성은 둘째치고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찾다가 죽겠다...
한 10명은 더 물어 간신히 관광안내소를 찾긴 했는데, 이번엔 거기 계시는 분이
영어를 못 한다…
터키는 외국 여행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광 도시엔 관광안내소가 있고,
일단 거기만 찾아가면 영어를 할 줄 아는 안내원이 있고 영어로 된 지도나 안내서를
얻을 수 있으니 혼자 여행하기 그리 나쁜편은 아니다. 그르나... 믿는 도끼가 발등을
찍어도 분수지, 어렵게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말이 안 통하면 어쩌냐고요...
내 짧은 터키어 실력으론 대화가 불 가능… 손짓 발짓에 지친 그 아저씬 결국 밖으로
횡~ 나가시고, 날 버리고 볼일을 보러 가 버린건가 ? 설마.. 누구 데릴거 간 거 겠지,
혼자 몹시 고민하며 그냥 가, 말어를 수십 번 하고 있는데 그 아저씨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 오신다 ! 친절하게도 그 아저씨는 날 위해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 데려
온 것이었다…
살았다 싶어 호삽성 뿐만 아니라 반성과 악다마르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다른 아저씨가
가르쳐 준 대로 가서 호삽성 가는 작은 버스를 찾아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 언제가여 ? 하고 손짓 발짓 하고 버스 기사에게 물으니 옆에 앉았던 까다롭게
생긴 영국인 할아버지가 버스 좌석이 모두 차야 출발한다고 하신다. 에궁... 이래서
아까 그 아저씨가 버스가 얼마나 자주 있냐고 하니 가 보면 안다고 했구나...
버스는 이란 국경을 향해 몇번의 검문을 거쳐 (터키 군인들은 외국인 여권을 몹시
좋아하나부다.. 검문 할 때마다 여권 걷어가서는 차 출발하게 빨랑 달라고 할 때까지
안 준다...) 한 40-50분 갔나 ? 갑자기 눈앞에 놀라운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반지의 제왕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건가 ????
내가 중얼거리는 소릴 들었는지 옆에 앉았던 할아버지가 창 밖을 보더니 잽싸게
카메라를 꺼내신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호삽성은 마치 우리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뾰족한 산 정상을 차지하고 앉은 중세의 성 이었다 !!! 멀리 보이는, 마치 핑킹
가위로 잘라 놓은 듯 삐죽 삐죽한 성벽과 다양한 색의 흙으로 뒤 덮인 주변 풍경은
정말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그 영국 할아버지는 자기가 저널리스트라고 하던데, 터키 동부 이란 국경지대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사진을 찍고 있다고 했다. 할아버지랑
같이 차에서 내려 산 꼭대기의 성에 올라가니, 매표원인지, 아님 잡상인인지 구분 안
가는 사람이 성 문을 열고 갑자기 나타나 표를 팔고 성 안으로 들여 보내 준다.
사진 찍는거 쫒아 다니며 성 구경을 하다 할아버지와 헤어져 호삽 성의 사진을 찍기
위해 맞은편 망루로 가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눈을 가진 좀 지저분한 어떤 터키
여자아이가 핼로 핼로 하며 따라온다. 와서 뭐라고 뭐라고 계속 얘기하면서 끈질기게
따라 붙는데, 하는 짓이 귀엽긴 하지만 이럴 땐 정말 난감하다.
자기집을 가리키며 가자는 거 같은데, 아마도 그 아이는 관광객을 집으로 끌어들여
엄마와 함께 차 한잔이나 조잡한 기념품을 파는 아이 같았다. 할 수 없이 짧은 터키어
실력으로 “투룩체 빌리요름(터키 말 할 줄 몰라요)” 하고 한마디 하니까 아이가 활짝
웃으며 “빌리요름 ? #$%^&*(*()(&%$##~~~~” 이렇게 더 많은 터키어를 쏟아낸다.
내 터키어 실력은 형편 없지만 터키 말 못 한다는 말은 완벽하게 했는지, 다들 내가
"투룩체 빌리요름" 그러면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는 내가 터키 말을 할 줄 알 거라고
생각 하니 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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