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6일자 조선일보 A2면의 하단에 보면 리비어 부차관보라는 미국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한국은 미국과 강력한 동맹과 동반자 관계를 갖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보증이다)
워낙 믿을 수 없으리만치 편향성이 강한 신문이다 보니 정말 그 미국 친구가 그렇게 말한 것인지 아니면 노 대통령의 균형자 역활론을 우회적으로 깍아 내리기 위한 조선일보의 술수인지, 또는 그런 기사로 미국 아니면 죽고 못산다는 골수 친미주의자들의 관심을 자극하여 그들의 균형자 역할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술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침부터 기분을 망치게 하는 기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기분을 상하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가 그렇게 독립보증이라고 하는 끈을 개처럼 목에 걸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친미니 반미니 해도 우리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그렇게까지 심한 줄은 몰랐다.
더욱이 이것을 무슨 자랑거리나 된다고 한마디 비평도 없이 버젓이 기사화해 놓은 조선일보의 행태 역시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는 우리를 먹을 것만(미국시장) 주면 좋아서 꿀꿀거리고 잡아먹히지만 않으면(한미군사동맹) 그로서 만족하는 돼지 새끼 취급을 해놓은 것이다.
물론 미국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살아가야 안심이 되는 그런 사고방식 속에도 상당부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친미주의자가 아닌 각도에서 보아도 거기에는 상당히 인정해야 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인정이 되는 부분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힘에 의하여 스스로 독립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길로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필요로 해야 하는 것일 뿐, 쓸개까지 빼놓고 덤비는 친미주의자들처럼 개 끈을 목에 걸자고 하는 짓은 아니다. 그런 것도 없이 남에게 의지해서 삶을 도모하려고 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노예근성일 뿐이다.
해방이후 처음으로 균형자론을 접하면서 민족자존의 백년대계가 여기에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우리에게도 뼈대가 있음을 자각할 수가 있었는데 이 뼈대를 부러트리려고 하는 자들이 너무 많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문제의 기사를 당연한 것처럼 보도해 놓는 조선일보와 같은, 맹목적이고 비굴한 생존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에게 의존하여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민족 자존의 미래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미래에 있어서 우리의 자유와 독립의 동맹이라고 하는 것은 외국에 대한 완벽한 개방이며 이 개방을 기초로 하는 외교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독립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오직 이 한길뿐이다. 어느 특정국가와 밀착된 동맹은 우리의 지형적 위치로 보거나 우리를 둘러싼 사강(四强)의 구도로 보거나, 언제든지 주변국으로부터 견제 당하거나 분쟁에 말려들 소지가 있어 위험하다.
현재까지 미국에 대한 의존적 외교가 먹혀들고 있는 것은 미국의 힘이 부동의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지금 숨가쁘게 달려오고 있다. 그들이 큰 소리를 낼 때쯤이면 6.25 당시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전쟁까지야 안 간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상당히 긴장된 상황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국익에도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제 이 위험에 대비할 준비를 진행 시켜야 할 때가 왔다. 급격한 변화로 문제를 일으켜서도 안되겠지만 더 이상 미래에 대한 새로운 구도를 그리는 일을 늦추어서도 안 된다. 그래야 만이 우리의 목에 걸려 있는 개 끈을 별 무리 없이 벗어 던지고도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