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몇 년간 내가 직접 겪었던 일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겨울에 나는 한시적으로 찹쌀떡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누구나 한번은 거쳐 봤을 아르바이트 찹쌀떡 장사! 그러나 떡장사를 직업으로 삼고, 전문적으로 장사꾼이 되어 활동한 사람은 희귀할 것이다.주위 사람들 중에도 찹쌀떡 장사를 해보았다는 경우를 본 적이 없기에 말이다.
장사를 하러 처음 오는 사람들도, 하루를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고는 했다.
2000년은 내가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한 때이고, 동시에 넓은 세상에 눈뜨게 되었던 때이다.지루하고 힘든 재수 생활을 끝마치고, 이것 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지금의 신림동 떡공장이다. 공장이라고는 하지만 쌀 빻는 기계와, 떡 만드는 기계 두 대를 합쳐 세 대가 달랑 있고, 하루에 만드는 떡도 그렇게 많지 않다. 그 곳에서 한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저녁 6~7시면 나와 잠시 애기꽃을 피우다, 한 명씩 장사를 나가기 시작한다.
한 겨울에 전화 한통으로 처음 그 곳을 찾아 갔을 때도, 그렇게 난로를 가운데 두고, 적어도 나보다는 형 또래로 보이는 열 댓명의 사람들이 애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은 없지만 예전에는 떡공장에 낡은 봉고차 한대가 있어, 하루 4000원 내고,차를 얻어타고, 떡을 팔러가기도 했다. 나는 멋모르고 차에 타 , 한 시간이 좀 넘게 걸려 도착한 곳은불빛 찬란한 유흥단지였다. 당시 차를 몰던 진우형에게 “찹쌀떡~,메밀묵~” 외치는 소리를 사사받고(?), 가게에 들어가 판매하는 법(이걸 우리끼리 ‘방문’이라 부른다)을 배웠다. 직접 소리도 외쳐보고, 가게도 들어가 보는 가운데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진우형은 어느새 차를 타고 사라졌고, 30분 동안 배운 데로, 나 혼자 장사를 시작해야 했다.
춥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나 혼자 버려진 기분. 그러나 큼지막한 떡통을 멘 나는 여기서 이 떡통을 놓아버릴 수는 없다는 걸 직감했다. 그러면 결국 난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쪽팔리다는 생각도 없이 열심히 팔았고, 한 두개씩 팔리기 시작하며, 난 뿌듯한 마음과 마음 속 잠재되 있던 열정이 살아나는 걸 동시에 느꼈다. 순간 고3과 재수를 거치며 고단하고 정체된 내 삶은 이렇게 힘들게 외치고, 걷는 동안 성과를 낼 수 있는 뿌듯한(?) 것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어디 장사가 쉽기만 하랴. 1년이 지나고, 사장님이 봉고차도 폐차시키고, 나는 내 목적지를 향해, 지하철을 탔고, 조금씩 때맞추어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주는 봉고차 대신, 힘들게 걸어서 한 구간씩 이동해야 했다. 강남역에 갔다 두시간 정도 장사를 하다, 다시 역삼역,논현동 이런 식으로 계속 걸어야 했다. 사람이 붐비는 화려한 유흥 단지 대신, 그 곳을 지나고, 다른 곳을 향할 때는 불꺼진 커다란 빌딩 숲을 외롭게 지나치며, 뻥 뚫린 도로를 옆으로 하고, 휑하니 맞는 바람을 뚫고, 그렇게 전진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찹쌀떡~,메밀묵~” 외치는 것이 내 존재를 보여주며, 일종의 의사소통을 청하는 것이라면,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걷는 것은 고독과 추위에서 다만 생존키 위해 힘든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가끔 한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잘 안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과정을 반복하다,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새벽 5시쯤 되어 목표지점을 향해 무거운 떡통의 무게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발걸음을 옮길 때는 스르르 눈이 감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것도 잠시 새벽 5시는 한 겨울에 새벽 내내 추위를 맞닥뜨려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지만, 정말 극한의 시간이다. 해 뜨기 직전 5시에서 6시 사이가 춥다는 것 말이다. 오들오들 이가 떨리며, 어느새 마비된 다리를 천근만근 수레를 끌 듯 힘겹게 옮기며, 떡통의 무게는 동시에 마음의 짐이 되어, 나를 억누른다.
곧 날이 밝아 오고, 해가 뜨려할 테지만 이제 장사를 마치고, 돌아가야 할 시간임을 알게 된다. 힘차게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서 더 이상 찹쌀떡, 메밀묵 외쳐봐야 소용 없는 것이기에.
해는 추위에 찌든 내게 고마움의 빛을 주면서, 동시에 무거운 떡통을 멘 초라한 모습을 비추는 얄미운 존재이기도 했던 것!
이제 지하철을 타고 다시 떡공장으로 돌아간다. 새벽 첫차에는 앉을 수 있어 좋다. 맨 끝쪽 자리에 앉아 등을 기대고, 따뜻한 히터 바람이 다리 밑에서 뿜어져 나오고 ,동시에 온갖 피로가 몰려 오며,스르르 절로 눈이 감겨 온다!. 다행히(?)근 2년 동안 군대에 가 있어서,떡장사를 하지 못했다.다음 겨울은 오랜만에 다시 떡장사나 해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