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원나잇 스탠드[39], [40]

크레이지쑥e |2005.05.27 07:13
조회 3,746 |추천 0

 

원나잇 스탠드.[제39화]


준희를 못살게 괴롭히는 반 아이들의 그 수위는 점점 더해만 갔다.

오늘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준희를 향해 구정물을 한 바가지 퍼 부었다.

정면으로 다 맞아버린 준희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축축한 물기를 그대로 떠안았다.


“하하하하……”


“웩, 이게 무슨 구린 냄새냐?”


“구린 년이 들어오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 쿡쿡”


반 아이들은 합창이라도 하듯 날 향해 단체로 비웃음을 흘렸다.

대게 이런 경우… 선생과 제자의 로맨스가 터진 후에는 온갖 질타의 대상은 학생보다는 선생 이었는데, 지금 준희는 그 반대였다.

반 아이들은 승하를 향한 분노보다 준희에 대한 분노를 더 높이 샀고, 그녀를 괴롭히는 짓을 그만두지 않았다.


“네가 그렇게 째려보면 어쩔 건데?

왜, 또 때리게? 그럼 치든가? 자! 자.”


준희의 얼굴 가까이 머리를 들이 밀고 치졸하게 구는 그 아인 예전에 옥상에서 혜미와 함께 그녀에게 덤벼들었었던 덩치 큰 혜미 패거리 중 한 명 이었다.


“선생이랑 연애질 하더니 내숭도 떠니?”


알량한 소리로 준희를 조롱하는 그 아인 매우 신이 난 듯 이젠 준희의 머리를 툭툭 쳐 대더니 갑자기 그녀의 뺨을 한대 후려 쳤다.

그 소리에 모두 놀란 눈으로 일제히 시선을 집중했고, 준희가 손을 쓰기도 전에

때 마침 태후가 들어 왔다.


“너……”


자신이 잘못 본건 아닌지 눈을 비벼가며 다시 보고 또 보던 태후는 그 아일 죽일 듯이 노려보았고, 기세 등등 하던 그 아인 태후의 강렬한 눈빛에 주눅이 들어 당황한 표정을 그대로 들어냈다.


“누굴 믿고 이렇게 깝쳐? 누가 내 여자친구 몸에

함부로 손대래? 빌어! 무릎 꿇고 당장 빌어!”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한 태후의 목소린 웅장하게 내리치는 천둥번개 와도 같았다.


“서 태후! 네 여자친구라니? 준희 권 승하 선생

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거 넌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니?”


“무릎 끓고 빌라고 했어!”


“무릎 끓고 빌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준희야!”


“씨발, 말 존나 안 듣네”


태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그 아이 목을 조름과 동시에 한쪽 벽으로 밀쳤다.

그리고 긴 다리를 뻗어 그 아이 배에 가격 했다.


“윽…”


“다시 한번 지껄여봐! 또 한번 입 놀려 보라고!”


태후의 다리가 연속적으로 그 아이 배를 강타했고, 돌발적인 태후의 행동을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준희 또한 지켜만 보았고, 결국 그 아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나서야

태후는 그 아이 몸에서 손을 떼고 돌아서 반 아이들을 향해 경고의 눈초리를 보냈다.

얼마 전 준희와 빗속에서 만남 뒤로 태후는 학교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준희를 향한 마음을 접는 다는 건 태후에게 있어 처참한 처벌과도 같았기에 당분간은 그녀를 태후의 눈에, 머리에, 가슴에 담아두지 않기 위해서 고의적인 회피를 강행 했었다.

하지만, 어제의 사건을 경호에게 전해들은 태후는 고초를 겪을 준희가 걱정이 되어 잠 한숨 못 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등교를 했다.

태후의 손이 준희의 어깨를 자연스레 감싸 안더니 곧 그녀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아 준희의 젖은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기고,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 냈다.

그윽한 시선으로 준희를 바라보던 태후의 눈이 준희의 입술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조속히 준희의 입술에 키스를 퍼 부었다.


“꺄아악.”


태후의 행동에 반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소리를 질렀고, 거센 반항을 하는 준희를 태후가 힘으로 제압하고 그녀의 턱을 한 손으로 치켜들었다.

하. 지 . 만,

감흥이 다르다!

준희는 오늘 에서야, 지금 에서야 느꼈다.

승하와 태후의 입술은 확실히 틀렸다.


“잘 들어, 준희는 내 여자야!

권 승하 선생께 아닌 나 서 태후꺼라고!”


가벼운 키스를 마친 태후는 반 아이들을 향해 지금 그가 던진 말과 행동을 각인 시키듯 강경한 어투로 말하고는 내 어깨를 잡고 자리로 가 앉았다.


“날 돕기 위한 거라면 사절이야!”


“전혀, 내 여자를 지키는 것뿐 이야”


준희가 반박한 틈을 주지 않고, 승하가 조회시간에 맞춰 교실에 들어섰다.

반장은 인사조차 하지 않았고, 그와 눈길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책상 밑으로 두었다.


“오셨어요?”


승하를 외면하는 반장을 대신해 태후가 대신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이 어찌나 거만하고, 또 껄렁한지 말투부터 심상치가 않았고 숨 막히는 접전이

벌어졌다.


“똑바로 앉아,”


교만 방자한 모습으로 승하의 비위를 건드리는 태후의 모습에 그는 썩 내키지는 않지만 조용히 입을 열어 태후의 자세를 바로 갖추게 만들었다.

교단에 서서 반 아이들을 훑어보던 승하는 준희와 눈이 마주치자 희미한 미소를 어렴풋이 보내왔다.


“너희들은 내가 없어도 될지 몰라도,

선생님은 너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반 아이들을 향해 승하가 내 던진 말은 과연 몇 명이나 이해를 했을까?

하루 사이에 수척해진 그는 고뇌에 잠식되어 매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안쓰럽다는 마음을 가질 겨를도 없이 반장이 또 일어났다.


“당신은 좋은 사람인지 몰라도,

절대 좋은 선생은 아닙니다.”

공허한 반장의 말이 교실 안의 리듬을 깨고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                    *                    *                    *                   

승하는 학교에 와 계시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이사장 실로 향했다.

어머니의 호출은 뻔히 들여다보였기에 어떤 긴장이나 불안은 없었고, 그저 담담했다.

지금쯤 두 분은 그에 대한 실망감에 전의를 상실 했을 것이라 짐작했다.

승하는 문 앞에서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노크를 두어 번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예상대로 아버지와 그의 어머니가 앉아 계셨고, 그의 아버지는 승하를 보자마자

그에게 달려들어 귀싸대기를 연달아 세대를 후려쳤다.


“여보!”


승하의 어머니가 힘주어 그의 아버지를 불렀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였다.

그의 아버지는 격노를 짓누르는 듯 두 눈에 핏발이 서렸다.


“네 부모를 업신여긴 죄, 학교 명예를 실추한 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한 죄!

더 이상 긴말 않겠다. 그 아이 퇴학 시켜라.”


그의 아버지는 호령을 내리고는 휑하니 밖으로 나가 버렸고, 그의 어머니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승하의 뺨을 어루만지었다.


“엄마가 하는 말 잘 들어. 너희 아버지 고집 너도 알잖니?

그 학생 앞날을 생각해서라도 너 가 이러면 안 되는 거야.

그 애 고등학교 졸업 안 시킬 거야? 대학은 안 보낼 거니?

지금 네 기분대로 감정대로 행동하면 막상 피해를 보는 건

그 아이 야 나중에 그 원망을 네가 어떻게 감당 하려고 그래?

이제 수능도, 또 졸업도 얼마 안 남았잖니? 그때 까지만 참아.

힘들어도 만나지 말고 잠시 떨어져 있어 그래야 그 아이 앞날

에도 지장이 없는 거야 졸업만 하면 그땐 엄마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희 결혼 시켜줄게 그러니까 그때 까지만 참자 응?”


그의 어머니 말은 일리가 있었다.

지금 이대로 승하가 완강하게 밀어붙인다면 그 타격은, 그 악영향은 준희에게 돌아

갈 거란 사실을…… 하지만 어머니 말씀에 온순 히 따르자니, 그의 마음이 쉽게

허락 하지 않았다.

그랬다간 준희를 잃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쳤기 때문 이다.


“뭐가 그 아일 위해서 옳고 그른지 잘 생각해.

너 하나의 욕심으로 인해 그 아이 인생이 성공

하느냐, 실패 하느냐 하는 것 이니까……

계속 네 욕심만 부리면 네 아버지도 더 이상은

참지 않을 분이야 심기 그만 건드리고 이쯤에서

한 발짝 물러 나거라.”


승하는 가슴이 콱 막혀 와 호흡마저 곤란해 졌다.

그는 가슴팍을 움켜쥐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기를 여러 번 반복 했다.


“졸업할 때 까지만 참으면 돼 그러면 너희는

문제될 거 없어. 당장이야 힘들겠지만 미래를

위해 멀리 내다보면 훗날 잘했다 싶을 거다.”


그의 어머닌 말을 마치고 승하만 남겨두고 아버지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겨진 승하는 머리를 쥐어 잡고, 멍하니 넋 나간 사람 꼴로 공중을 응시 했다.


‘준희를 위해서……’


생각만 해도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아찔해 졌다.

헤어진다는 것 자체를 인정 할 수 없었다. 준희의 앞길을 막는다 해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어디 까지나 승하의 욕심 이었다.

그의 가슴이 미친 듯이 고동을 쳐 댔다. 무겁디무거운 난제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생각을 정리 했다.

그리고 그 시각에 준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나야.


[어디 있어?]


“학교야, 너는?”


[옥상.]


“알았다. 곧 갈게.


전화를 끊기 무섭게 승하는 옥상으로 뛰어갔다.

가는 내내 심장이 계속해서 쿵쿵 울려 왔고, 진정이 되지 않았다.

옥상 문을 열고 발을 내 딛는 그 순간 뿌연 담배 연기가 먼저 승하를 맞으며 그의 시야를 가려다. 승하는 손으로 연기를 저으며 준희를 찾았다.

그런데 그녀는 놀랍게도 옥상 문 바로 옆에서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자세로 오른손을 받치고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왔어?”


담배연기를 길게 내 뿜으며 승하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준희가 물었다.

생소한 그녀의 모습에 승하는 잠시 할말을 잃고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았고, 준희는

저주와 독설 이라도 퍼부을 기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매우 차가운 시선과 조소로 승하를 마주 했다.

잠시 아주 잠시 그녀는 생각에 몰두 하더니, 곧 입 밖으로 해일이 밀어 닥치듯

거대한 폭풍을 몰고 왔다.


‘당신 이미 나에게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어…

난 이날만을 기다려 왔고…이제 때가 온거야

아파해, 죽을 만큼 아파해… 미치도록 아파해…나,

당신을 짓 밟고 이 사회에서 매장시켜 버리고 싶었어

그렇다고 당신 에게 빼앗긴 처녀를 돌려 받는 건

아니지만, 당신의 실추 된 명예나 돈 따위는 우습게

언제든 회복이 가능 하더군… 지금껏 당신 뜻대로

맞춰 놀아나 줬으니 이젠 당신이 내 장단에 맞출

차례야.당신이  선택한 여자로 인해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는 자신이 견딜 수 없이 미워지겠지?

그리고 깊어가는 애증은 당신을 시궁창에 몰아 넣을

거야……킥킥, 권 승하 선생 이별은 하지만 나에 대한

당신의 참된 사랑은 잊지 않고 가져갈게……’


“당신 하고 나, 평행선 걷자.”


“?”


“재미없어. 그만 접자고!”

 

 

 

 

원나잇 스탠드.[제40화]


“재미 없어. 그만 접자고!”

.

.

.

.

.

“재미 없어. 그만 접자고!”


순간, 승하는 자신의 귀를 의심 했지만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준희의 마음은

진심 인 것 같았다. 그녀가 내 뱉은 말이 메아리가 되어 여기저기 사방에서 승하의 고막까지 터트릴 듯 거센 고함으로 그의 귓가에 머물렀다.


‘재미없어. 그만 접자고!’


‘재미없어. 그만 접자고!’


‘재미없어. 그만 접자고!’


이유 같은 것 따지고 들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준희의 매몰찬 태도는 승하를 한 순간

지옥으로 끄집어 내렸다.

아주 잠시 그 짧은 시간에 승하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승하의 정리된 생각을 갈구 하 듯 준희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지금 헤어지자고 말 하는 거야”


“그래, 그러자 안 그래도 조금씩

지겨워 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그러는 거니? 네가 날 좀 잡아줄 수

없는 거니? 돌아 서지마 준희야…’


“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고 하는 승하의 대답은 의외였고, 순식간에 준희를 혼란 속에 몰아넣었다.


“할말 끝났으면 먼저 내려갈게”


‘아니라고 해줘, 거짓말 이라고 말해줘’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돌리는 그의 발걸음을 준희의 자극적인 말이 승하를 돌려 세웠다.


“당신 같은 인간 좋아한 적 없어”


예상치 못한 승하의 반응에 준희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 하 듯 그에게 품었었던 마음을 세차게 부정 하며 승하에게 날카로운 칼을 꽂았다.


“피차일반 이야.”


‘사랑해.’



준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 버렸다.

그녀의 생각이, 짐작이 맞는다면 승하의 저런 말이나 행동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이었다. 하지만, 그런 준희의 극단적인 사고를 여실히 비웃듯 그는 예전에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던 승하가 아니라 마치 그녀를 처음 대하는 듯 했다.


“먼저 내려가”


‘가지 마, 옆에 있어줘’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승하는 간단한 고갯짓으로 준희에게 내려 가라고 명했다.

그러나 준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말로 내 뱉는 독설로 감추려 해도,

머리는 거짓 이라고 세차게 도리질을 쳐대도,

마음은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을 해도,

그녀의 심장은 참 솔직했다.

준희는 너무도 간절히 승하를 원하는 자신이 못 견디게 싫었고, 용납 할 수 없었다.

복수를 한답시고, 시작한 가식적인 사랑에 스스로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꼴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당신 데리고 놀기에 쉬운 남자야 훗.”


마음과 달리 내 뱉어지는 말들은 승하에게 충분한 상처지만 준희는 그래야 했다.

말 꼬리를 잡고 늘어지면서 조금 이라도 더 그와의 시간을 공유 하고 싶었다.


“쿡, 모든 여자에게 관대 하지…”


‘그렇게 날 아프게 해서 네가 편해 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한 고통도 감수 할 수 있어…난, 네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미 다 용서 했으니까……’


준희의 어떤 독설이나 냉대도 승하는 덤덤히 다 받아 들였다.

그래서 준희는 더욱 화가 났다. 그를 아프게 짓밟고 싶은데, 승하는 아픔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그녀에게 병을 주고 머리 속을 혼란하게 흔들어 놓았다.


“알던 남자 중에 최악 이었어…

특히 침대 위에선……”


준희는 스스로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녀를 조롱하듯 말끝마다 지지 않고 대꾸하는

승하가 얄미워 미칠 것 같았다.

어떡하든 저 남자의 화를 돋우고 분(憤)에 못 이기게 만들고 싶었기에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을 스스럼없이 툭 뱉어 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적중한 듯 했다. 승하의 얼굴이 어느새 울그락붉그락 한바탕 핏대를 올리며 눈덩이처럼 자리잡은 분(憤)을 삭이지 못해 안절부절 견딜 수 없어 하는 표정 이었다.


“가, 꼴도 보기 싫어”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 외로운 일이구나…’


“원. 한. 다. 면.”


언성을 높이는 승하의 반응에 만족한 준희는 이제야 목표달성 이라도 한 듯 승하를 향해 얄궂은 표정으로 냉소를 머금었다.

계단을 밝고 옥상을 내려오는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서렸지만, 눈가엔 어렴풋이 축축한 물기가 베어났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승하는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지금껏 준희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준 자신이 너무도 못마땅했다.

준희가 다시 저 문을 통해 들어와 준다면 꼭 껴안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랑해’라고……


‘나에게 아픔도, 슬픔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준희 네가 가르쳐 줬어… 너를 사랑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지금은 너 때문에 아프고, 슬프지만…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준희를 사랑하게 된 걸 후회는

하지 않는다. 아니, 너를 사랑하게 된 걸 감사한다.

준희 너는 아프지 않길 바란다.

준희 너는 슬프지 않길 바란다.

준희 너 가 감당해야 몫이 있다면 내가 대신 그만큼 더

아프고, 슬퍼할게…… 준희야, 우린 잠시만 헤어지는 거야…

아주 잠시만…… 그러니까 내 눈 밖으로 벗어나지 말아줘.’


*                    *                    *                    *                   


승하는 침대에 누워 천정을 올려다봤다.

준희도 한번 보았을 그 위를 바라봤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육안으로 보이는 가장 멀리 떨어진 천체였다. 언젠가 우리 은하계가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 우주에 무수히 존재하는 은하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었다.


‘틀려, 은하계(이준희)는 우주(권승하)의 전부야’


승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뭘 해도 준희 생각 이었다. 해갈이 될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온몸이 타 들어 가는 듯 갈증은 더 심해져 갔다.


“젠장”


그는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픈 욕구를, 달려가 만나고픈 욕구를

견뎌 내기란 어마어마한 곤욕 이었다.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은 가끔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고 했었던 양심과 위선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그곳 이었다.

불합리와 거짓, 기만과 가면으로 치장을 한 짐승들의 소돔이 되어버린 그곳 이었다.

출입구를 열고 들어선 승하를 반긴 건 진한 화장품 냄새와 역한 향수 냄새였다.


“어머나, 이게 얼마만 이에요?

그 동안 왜 그렇게 뜸 했어요?”


갖은 호들갑을 떠는 마담 이라는 여자를 무안할 정도로 제치고 늘 애용했던 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민준을 비롯해 여러 명의 친구를 불렀다.

얘기하지 않아도 늘 그가 먹던 술과 안주가 나왔고, 주책 맞은 마담은 그의 옆에 털썩 앉더니 그의 상의 자켓을 벗겨 주었다. 하지만, 승하는 몸서릴 칠 정도로 거세게 거부했다.


“나가.”


강건한 승하의 태도에 마담은 화가 났음을 강조 하듯 ‘딱딱’하이힐 소리를 무겁게 내며 밖으로 나갔고, 때 마침 민준이와 그의 친구가 들어오며 난생처음 먼저 술 한잔 하자는 승하의 행동에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친구지만, 그의 전화를 받는 일은 손에 꼽히는 정도였었다. 그 정도로 친구들의 우정에 인색했던 승하였기에 느닷없는 그의 호출에 친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웬일이야?”


“무슨 인사가 그래? 반갑지 않은 건가?”


“너무 반가워서 눈물나서 그러지.”


“자, 그럼 한잔 해 앉아”


앞에 놓인 잔을 하나 씩 그들 앞으로 밀어 넣으며 승하는 빈 잔에 술을 가득 채워 나갔다. 민준은 술을 따르는 승하를 유심히 살펴보았고, 오랜만에 승하를 만난 형우나 다른 친구들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떠들어 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


웃고, 떠들어 대는 그 상황에서도 민준은 승하의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하고 말 했으나 그는 그저 피식 웃음으로 일관 했다.

민준은 그런 승하의 모습에 속 안에서 꿈틀대는 궁금증을 풀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의문을 참지 못해 툭 내 뱉었다.


“준희씨는 잘 있지? 좀 데리고 오지 그랬냐?”


“아니, 승하 이놈 그새 여자가 바뀐 거야?”


“후후훗.”


민준인 참 예리했다. 그래서 이런 날은 부르고 싶지 않았었다. 순간 승하는 후회도

됐다. 그는 달리 변명 거리가 생각나지 않아 그저 형우의 말에만 가볍게 웃어넘길 뿐 이었다.


“여기가 어디냐?”


황당한 승하의 질문에 입으로 술잔을 가져가던 그의 친구들은 하마터면 그것을 입 밖으로 내 뿜을 뻔 했고, 누구도 그 질문에 답을 하진 않았다.


“죄가 있는 자가 오히려 더욱 큰 돌을 던지는 곳이다.”


“무슨 말이야? 갑자기?”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그들의 반응에 승하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을 했고,

그런 승하를 민준은 그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온갖 신경을 집중하려 애를 썼다.


“여자나 좀 불러봐”


“이야, 권승하 오늘 지대로 놀자 이거냐?”


눈치 없는 형우는 그저 좋아라 하며 박수를 쳐대고 앞에 놓인 술잔을 단번에 털어 넣었다.

반면 민준은 환청을 들은 줄 알았고, 그런 승하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렸다.


“미쳤구나 너, 어디서 한잔 하고 온 거냐?”


“지극히 제정신 이야, 뭐해? 빨리 불러!”


“알았다, 알았어. 큭큭큭…”


“지극히 제정신인 놈이 함부로 지껄여?”


승하의 재촉에 형우는 인터폰을 들고 그의 지시를 잘 이행했고, 민준은 짜증이 나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분명 뭔가 일이 잘못 된 것이 틀림없었다. 물어도 대답할 놈이 아니었기에 민준은 답답함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마침내, 승하가 갈망하던 여자 몇이 화려한 옷차림으로 룸 안에 들어왔다.

형우란 친구는 유부남 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특히 좋아했고, 민준은 승하가 신경 쓰여 그 여자들을 쳐다 도보지 않았다.

그런데, 승하 또한 그랬다. 그렇게 여자를 부르라고 노래를 해놓고 막상 여자들이

들어오자 정작 그는 술잔만 들이키기 바빴다.

한 잔, 두 잔, 세 잔……

그가 들이 마시는 술은 왁자지껄한 즐거움이 아니라 암담한 현실에 대한 반항의 외침 이었다.

그가 들이 마시는 술은 여색을 즐기는 흥이 아니라 아픔을 치유하는 눈물이고, 회한  이었다.

그가 들이 마시는 술은 짙은 안개 뒤에 잔뜩 끼어버린 먹구름 뒤에 내리치는 그의 눈물 섞인 비바람 강한 폭풍우였다.


“아이, 오빠 술은 같이 마시는 거라고…”


어느새 승하 옆에 달라붙어 팔짱을 낀 여자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사색에 빠진 승하를

깨웠다.

환한 미소로 그를 유혹해 오는 그 여자는 그의 빈 잔에 술을 가득 따랐고, 승하는 여자가 따라주는 술을 홀짝홀짝 다 받아 마셨다.

여자가 그리웠다. 뽀얗고 부드러운 여자의 살갗이 미친 듯이 그리웠다. 풍만한 여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저 깊은 잠을 청하고 싶어졌다.

갑자기 승하가 여자의 손목을 잡고 일어섰다.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소곳이 그의 행동에 따랐고, 그런  행동에 민준이 승하의 얼굴에 주먹을 한대 날렸다.


“나 권승하가 한 여자에게 만족 할 거라

생각했나? 훗… 한량이 부활 했더군…축하 할 일이지?”


한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민준을 향해 내 뱉은 그 말은 씁쓸하고, 외로웠다.

승하는 놓쳐버린 여자의 손을 다시 잡고 룸 안의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나쁜 새끼, 너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야?”


그의 뒤로 흥분한 민준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 왔고, 문을 열어젖힌 승하는 잡고 있던

그 여자의 손을 스르륵 놓아 버렸다. 그 문 앞엔 유 가희 그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승하의 머리 속에 뭔가 번뜩하고 스쳐갔다.


.

 

.

 

.

 

.

 

.

 

con.

 

 

안녕하세요. 크레이지쑥e입니다.

 

원나잇이 이제 완결에 치닫고 있습니다. 토,일요일은 쉬겠습니다.^^;;

 

화요일이면 완결이 나겠네요..많은관심과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디 오늘도 즐감하세요! 행복한 주말 맞이하시고요!

 

그럼 전 월요일날 다시 뵙겠습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