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서로 바라보며 웃으며 전원카페로 들어섰다. 전원카페는 버섯 모양을 한 집이었는데,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난쟁이들의 집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여기가 잡지에도 나오고 그랬다던데?
-그래?
여운은 인터넷을 뒤졌을 이현의 노력이 가상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만족스런 드라이브 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다만, 이현이 연하에다 지금은 제자라는 것만 빼면.
곧 주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여운은 핫초코를, 이현은 체리티를 시켰다.
-뭐야, 핫초코가. 애기같이.
이현이 핀잔을 주자 여운은 흥, 하며 카페 안을 둘러 보았다. 유명한 집이라서 그런지, 손님도 많았다. 카페 안을 둘러보던 여운은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석주였다.
석주는 선배처럼 보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카페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여운은 미칠 지경이 되고 말았다. 집에서 쉬겠다고 그랬는데, 이현과 함께 있는 것을 들키다니. 여운의 얼굴빛이 변하는 것을 발견한 이현이 뒤를 돌아봤다.
-어..라..
이현 역시 얼굴이 굳어졌다. 다행히 석주는 이현과 여운을 못 발견했는 지, 정 반대되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왜? 불편해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나랑 있는 게 들킬까봐?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럼 가서 인사해요, 우리.
이현의 말에 여운은 어이가 없어 웃어버렸다.
-뭐라고?
-인사하자구요. 나랑 있는게 불편하지 않다면, 저 사람한테 속일 게 뭔데?
-말이 되니? 인사할 필요가 뭐가 있어?
-나랑 있는 게 챙피해요? 부끄러워요?
이현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려고 했다. 여운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을 입에다 가져다댔다. 그 사이에, 주문한 핫초코와 체리티가 나왔다. 이현은 찬 물을 달라고 했다.
-얼음 가득 넣어서요!
-너하고 같이 있는 게 챙피한 게 아니야. 하지만, 내 입장도 생각을 좀 해줘야지. 저 사람은 내 동료야. 너랑 나랑 이렇게 같이 있는 거, 다른 사람 보기에는 절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해. 안 그래?
주인이 얼음이 가득 든 물 잔을 내려놓았다. 이현은 물을 들이키고는 얼음까지 씹어먹었다. 오도독, 하는 소리가 여운의 귀에까지 들렸다. 이현은 노골적으로 불만이라는 표정을 짓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왜 우리 사이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닌데요?
-넌 학생이고 난 제자니까!
-내가 평생 당신 제자로 살아요? 내가 평생 학생으로 남아있어요?
이현은 빈정대는 말투로 말하고는 여운을 도전적인 눈빛으로 바라봤다.
-제, 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진 여운은 이현을 바라봤다.
-뭐가, 제발이요? 아까 내 품안에서는 좋아했잖아.
-뭐라고?
여운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이현을 바라봤다. 이현도 지지 않고 여운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너 맘대로 생각해.
여운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당황한 이현도 재빨리 여운을 따라 나섰다. 이현은 카운터에 만원짜리 한 장을 던져두고 밖으로 나섰다. 문이 꽝 닫히자, 석주는 문 쪽을 바라봤다.
유리 문 밖으로 걸어가는 여자와, 그 뒤를 쫒아가 여자의 손을 잡는 남자가 보였다. 석주는 어떤 연인이 싸웠나보다 하고는 앞에 앉은 선배를 바라봤다.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
-제발, 용서해줘요.
이현은 차를 출발시킬 생각도 하지않고 여운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운은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이현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요. 한번만 용서해줘.
-내가 니 친구니? 이런 식으로 나 달래서, 또 장난치려고? 이제 그만하자.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
던 거야.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거짓말 하지 마.
이현이 여운에게 말했다. 여운은 마음이 뜨끔해졌다.
-당신, 나 학생으로 생각한다고? 거짓말이잖아. 당신 맘 속에도 내가 있잖아. 그러니까, 안 됀다고 하면서도 나 받아주는 거 아냐?
-..
여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나, 이현이 그 담배를 낚아챘다.
-내 말에 대답해요. 내 말이 틀렸어요? 선생님도.. 나.. 좋아하잖아요.
이현은 곧 울 듯한 표정이었다. 여운은 아주 잠깐 동안, 이현을 바라보고는 눈을 감았다.
-그만 하자.
여운은 짧게 말을 끊고 앞 유리창만 바라봤다. 이현은 입술을 깨물고는 차를 출발 시켰다. 집까지 돌아오는 동안,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간 여운은 이현의 전화도 받지 않았고 문자도 그냥 지워버렸다. 그렇게 하루가 갔고, 다시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여운은 거의 쓰러질 듯했다. 어젯 저녁부터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그나마 박마리 선생이 그만 두는 바람에 보충수업까지 들어가느라 몸은 거의 녹초가 되어 있었다. 칠판을 보니 오늘 이현이 학원에 안 온 것 같았다.
어느 순간, 이현을 걱정하고 있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 여운이었다. 자리에 앉은 여운은 책을 정리하다 이현에게 풀어주다 만 시험지를 발견하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선생님.
이유미 선생이었다.
-네.
-오늘은 이현이 안왔으니까, 그냥 가도 되요. 그동안 너무 피곤했죠?
-아니요.. 근데 이현이 왜 안왔어요?
-잘 모르겠는데.
이 선생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자리에 가 앉았다. 여운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그런 여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석주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여운에게 다가가는 일은 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그였다. 여운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무겁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는 석주였다. 석주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는 지도 모른다. 뒤에서 그저, 지켜보는. 그런 사랑.
아파트 정문에 들어선 여운은 잠시 멈춰섰다. 숨을 고른 여운은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사실, 그 짧은 시간 동안 여운은 이현의 모습을 찾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어디선가 장난스럽게 나타날 것 같은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여운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가 무척이나 느리게 올라갔다. 집으로 들어온 여운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화장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쓰러졌다.
-미안해.
여운은 조용히 속삭였다. 듣지도 않을, 들을 수도 없는 이현에게.
진짜 피곤하네요~ 일주일 마무리 잘하시고요~
전 담주에 더 잼있는 글 올릴게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추천, 댓글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