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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 먹은 사과

푸 른 바 다 |2005.06.19 19:06
조회 1,432 |추천 0

훔쳐 먹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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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조용히 두드리는 소리가 난 것은 자정이 지날 무렵이었다.

기다림은 끝났다.

희고 긴 잠옷을 늘어뜨리고 코냑이 든 술잔을 한 손에 조심스럽게 받쳐든 채 그녀는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면서 살금살금 걸어왔다.

그가 코냑을 받아들 때 손가락이 서로 스쳤다.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가 조금씩 마시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허리까지만 이불을 덮고 있었다.

그의 얼굴과 상체를 유심히 훑어보고 그녀가 손을 내밀어 어깻죽지에 난 흉터를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어올렸다.

그녀는 놀고 있는 그의 한쪽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뺨에 대고 검은 머리카락을 흔들며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그는 침대 옆 탁자 위에 술잔을 놓은 뒤 그녀의 목덜미 쪽으로 손을 뻗어 얼굴을 끌어당겼다.

입맞춤은 서로를 탐색하듯 오래 계속되었다.


그녀가 일어나자 흰 비단 잠옷이 바닥 위에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녀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서서 자신의 알몸을 드러냈다.

자극을 주기 위해서도, 포즈를 취하기 위해서도 아닌 그것은 그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한 번 봐주세요.

이것이 저의 육체랍니다.

이걸 당신에게 바치겠어요.

저만이 드릴 수 있는 선물.

그래요, 선물이에요.

갓을 씌운 스탠드에서 흘러나오는 오직 한 가닥의 불빛이 은근하게 그녀를 비쳐 주고 있었다.

날씬하고 풍만하며 굴곡 있는 몸매였다.

종 모양으로 아래를 향해 늘어뜨려진 머리카락에서부터 아름다운 우수가 도는 눈, 도톰하고 육감적인 입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움푹한 턱에 부드러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목덜미의 형태를 한결 뚜렷하게 했다.

그의 눈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즐기려는 듯 아래쪽을 향해 내려갔다.

높은 젖가슴 밑에 진한 그늘이 있고 젖꼭지는 빳빳하게 서 있었다.

허리는 처녀와도 같았고 거기에서 이어지는 만곡부, 길고 균형이 잡힌 다리 위쪽 삼각 지대는 깊은 그늘에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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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전혀 미동도 없이 오랫동안 서 있었다.

눈은 그녀를 감상하고 있는 그의 얼굴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그는 어떤 남자라도 이런 여자에게는 제정신을 잃고 빨려들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의 시선은 천천히 그녀의 눈으로 돌려졌다.

그 순간 그녀도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와서는 멈추어 섰고 그의 손이 허리에서 무릎 안쪽의 부드러운 살결 쪽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그의 손이 스칠 때마다 그녀의 살결은 가냘프게 떨었다.


그녀는 다시 몸을 움직여 침대에 걸터앉더니 이불을 걷어치웠다.

이번엔 그녀가 감상할 차례였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흉터를 매만졌다.

그것은 무릎에서 사타구니에 이르는 흉터였다.

그리고는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몸을 뒤덮었고 입술과 혀가 손가락 뒤를 따라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왔다.
그녀의 움직임은 돌발적이었다.

촉촉한 온기가 그의 남성을 적시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나직한 신음을 토했다.


차츰 그녀의 손이 가슴에서 얼굴로, 그리고 입으로 올라왔다.

기다란 손가락이 그의 입술에 와 닿고 그 안쪽을 애무했다.

고개를 들고 그녀가 그의 곁으로 기어 올라왔을 때 서늘한 공기가 그의 피부에 느껴졌다.

그녀의 입은 손가락과 합세해 그의 몸을 훑어 나갔다.

이윽고 그녀는 머리카락을 베개 위에 늘어뜨려 자신과 그의 얼굴을 가리면서 그의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몸을 움직여 위치를 정확히 맞추고는 서서히 그의 몸속으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또다시 촉촉한 온기로 감싸였으나 그 느낌은 입과는 다른 것이었다.

극히 느릿한 최초의 접촉이었다.

가만히 결합한 채 멈추는 듯했다가 따뜻함이 아래까지 내려가서 그를 꼬옥 잡았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아랫배가 그에게 밀착되었고, 그녀에게서 쾌락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녀의 유방이 그의 가슴을 스치면서 쾌감이 물밀 듯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그는 수세에 몰렸고 받아들이는 쪽이었다.

이번에는 그가 한쪽 팔을 그녀의 등으로 돌려 세차게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아래쪽에 파도치는 그녀의 엉덩이 쪽을 향해 손바닥으로 그 근처를 가볍게 누르며 만곡부를 감촉하면서 리듬을 조정했다.

그런 뒤에 몸을 뒤틀어 그녀를 안은 채 깔고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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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모든 감각이 몰입되었다.

그녀는 원래 남자를 리드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나 그런 감정까지 오늘은 잃어버렸다.

그의 입술이 얼굴에 느껴졌다.

움직임과 호흡이 빨라졌고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가 정상에 가까이 왔음을 알아차렸다.

정상을 함께 오르고 싶어서 그녀는 밑에서 위로 몸을 바짝 밀쳐 올렸다.

놓칠 것만 같았다.

그의 경련이 감촉되었다.

몸을 활처럼 뒤로 젖히고 그녀는 눈을 떴다.

그녀는 갑자기 절정에 도달했고 그와 함께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 있었다.

단지 장님이 손가락으로 사물을 보듯 감촉으로 형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따금 그가 얼굴에 입을 맞추며 입술로 그녀의 얼굴 윤곽을 그려보기도 했다.


날이 새는 기척을 느끼자 그녀는 일어나 방바닥에 떨어진 비단 잠옷을 집어 들었다.

잠든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가늘게 몸을 떨고 잠옷을 걸쳤다.

두 번 다시 그녀가 그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 밤 그녀는 마치 어린애같이 자기의 의지를 모조리 그에게 바쳤다.

그 사실이 그녀를 무섭게 했다.

그 역시 두 번 다시 요구해오지 않을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요구해올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녀가 방에 들어간 후로 그들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2005  06  19

 

푸 른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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