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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이미은 |2005.06.23 00:26
조회 3,057 |추천 0

 

 

관계,

 

세상이 인간에게 내는 가장 난해한 퍼즐

 

말 걸고 싶은 사람에게일수록

 

발 한쪽을 곁에 두고 싶은 그에게일수록

 

우리는 왜 입술을 잠그고, 발을 미루고,

 

뻔히 마주친 시선 조차도 옮길 곳을 몰라 당황해 하는 걸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나는 네가 좋다고 혹은 이리 와보라고 손짓해야 하는데 

 

아니 이런 오해가 있었다고

 

지금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어제까지도 서로의 입술이 옹알종알 대느라 

 

몇 대나 버스를 보내며 차지하고 있던 정류장 의자를

 

왜 안오나, 언제 오나, 목을 빼며 한 찰나도 견디지 못해

 

어색한 시간을 재촉하고 있어.

 

 

 

누구도 누구를 애초에 사랑하지 않고

 

누구도 누구를 애초에 증오한 적 없고

 

그냥 우리는 길을 가다

 

우연치 않게 몇 마디 말을 섞으며 살고 있을 뿐인데,

 

폐부의 한 켠에 거미줄을 치고 숨쉬기조차 혁혁하게 만드는 

 

끈끈한 이 핏자국은 어느 틈에 고이기 시작했을까.

 

기도를 따라 얽힌 머리카락의 타래는

 

어느 틈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을까.

 

누구나 누구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 끈끈한 거미줄에 걸릴까,

 

엉킨 머리카락의 늪을 헤맬까,

 

제 수족부터 단속해 두느라 선뜻 손을 건네지 못해.

 

먼저 다가서지 못해.

 

오히려 마음이 시키는 반대편 벽만 바라보는 행인들.

 

 

 

서로 앙갚겠다고 이를 물고 있어.

 

혹시 한 치라도 내 마음에 흠이 날까, 지레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달음질쳐 가서 애꿎은 살결을 긁어대고 있어.

 

그만큼 너는 상처받지 않아서,

 

너 대신, 너 아닌 그 애가 몇 날 몇일을 끙끙 앓아주어서

 

정말,

 

행 복 하 니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프고,

 

내 눈두덩이 들썩거리려면, 너의 콧등이 벌써 와서 어루만져주던,

 

기억나지 않는 그 때.

 

너의 손은 이미 나의 손이,

 

너의 핏자국은 이미 나의 멍울이 되어 있던

 

 

너, 

 

 

어디있니.

 

 

나도 너를 보면서 물처럼 물가의 잔돌처럼

 

어떻게 하면 웃을 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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