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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지중해 이야기 1 - 터키 속의 유럽, 지중해의 안탈랴

투덜이 |2005.06.30 16:09
조회 877 |추천 0

울파를 떠난 나는 안탈랴 가는 버스를 탔는데, 이거이거…  밤이니까 뭣 모르고 가지, 낮엔 무서워서

어디 가겠나….

 

터키 남부 지중해변의 아름다운 유럽 도시 안탈랴 가는 길은 해변의 절벽을 따라 나 있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마치 곡예하듯 운전해서 가야 하는 길 이었다….  뭐 전 구간이 그런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운전기사가 혹시라도 졸음 운전을 할까봐 무지 맘 졸렸다...…

 

안턀랴가 아름다운 휴양도시라고 하더니…  과연 뻥은 아니군….  이른 아침 시간인데, 어떤 백인

할아버지 아침 조깅 대신 아침 수영을 한탕 하셨는지, 수영복 팬티 바람에 비치 타올 하나 들고

바닷가 쪽에서 걸어 오시더니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편 주택가로 돌아 가신다.   할머니들은 예쁜

발코니에 나와 앉아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를 바라보며 우아가 뚝뚝 떨어지게 아침식사와 차를

즐기고… 유럽에 잘사는 나라사람들이 은퇴 후 적은 연금으로 기후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풍족하게

살기 위해 이곳 안탈랴로 많이 이주 한다더니 과연, 그 말이 맞나 보다….

 

여긴 휴양지이기 때문인지 터키의 다른 곳 보다 물가가 좀 쎈 편이라고 해서 지레 겁 먹고 호텔 보다는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터키 할머니가 하는 팬션을 찾아 나섰는데,   우찌우찌 팬션을 찾아 들어가니

주인은 없고, 일 하는 아줌마가 윗층에 있는 싱글룸 하나를 보여 주면서 거의 호텔 요금을 부른다… 

 

쫌 깍아 주면 안될까 ? 했더니, 그럼 아래층에 여러명이 같이 자는 방에 가란다.  아런, 야박할때가...

주인도 아닌데 실갱이 하기도 싫고, 호텔은 아니지만 방도 이쁘고, 작지만 욕실도 깨끗해서 그냥

주저 앉기로 했는데, 윗층에서 내려오던 자그마한 동양인 아가씨가 내가 아줌마랑 얘기하는걸 듣더니,

한국인이세요 ?  하고 화들짝 반긴다. 

 

나도 한국사람 만난 게 넘 반가왔지만, 이 아가씨는 너무 좋아 거의 울려고 한다.  으찌나 반가워

하던지 살짝 당황스럽기 까지 하더군...   이 아가씨는 청운의 뜻(?)을 품고 잘 다니던 직장 때려

치고 일년 동안 호주에서 working holiday visa로 일 하다가 한국에 돌아가는 길에 터키 여행을

하는 거 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어린 학생들과는 좀 다르게 심지 깊으면서도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밝은 아가씨였다.

 

그 아가씨(이하 연이씨로 )는 전 직장이 역삼동이라 내 집에서 가까와 서울 와서 한번 우리 집에도

놀러 오기도 했는데….. 암튼, 연이씨는 즉석에서 혼자 돌아다니기 불안해서 같이 다니려고 잡아

놨다는 일본 남자애를 소개 시켜주며 지금 두덴 폭포 구경 갈 건데 같이 가자고 한다.

 

이 일본 아이는 19살이라던가 ?  20살 이라던가 ?  어리긴 했지만 그래도 남자라고, 그 애랑 같이

다니니까 아무도 우리에게 집적대거나 귀찮게 구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내 친구 큰아들이 지금

고등학생이니까...  으... 얘는 거의 내 아들 뻘이구만.... 

 

그런데…  이 일본아이는 과묵한데다 영어를 거의 못 했는데, 신기하게도 연이씨가 해 주는 말은

용케 알아 듣는다.  일 하느라 말은 많이 못 배웠다고 겸손하게 말 하는 그 아가씨를 중간에 통역으로

놓고 우리 셋이 기묘한 대화가 이어졌지만 실은 수다에 굶주린 두 여자의 알아들을 수 없는 수다를

그 일본아이 혼자 묵묵히 듣고 있었던 거지만… 

 

두덴 폭포에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나서 팬션에서 주방을 사용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을 듣고

우린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한번 해 먹자고 의기투합을 해서 수퍼 가서 밀가루, 호박, 오이, 맥주등을

사서 팬션으로 돌아와 어설픈 부침개와 오이무침을 앞에 놓고 늦도록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부침개 냄새가 퍼지자 내 옆방에 묵고 있다는 일본인 자매가 고개를 빠끔히 내민다.  한국 사람들,

또 이럴 때 매정하게 못 지나 가지…  한 두 쪽 부쳐 올려주니 요즘엔 한국 음식이 일본에서 대

유행이라며 이쁜 아가씨 둘이 좋아서 활짝 웃는다.

 

그 일본 남자아이 이름은 코보리란다.  첨엔 말 안 하다가 나중에 한 마디 식 하는 말을 종합해 보니,

코보리의 아버지는 귀화한 재일동포2세인가 3세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인데, 어머니가 워낙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 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말 잘 통하는 다른 일본인 여행객들

보다 말도 잘 안 통하는 나와 한국 아가씨에게 딱 붙어 다니려고 하는 거 같았다.

 

코보리와 헤어질 때 혹시나 싶어 다른 한국사람을 만나면 보여주라고 코보리의 간단한 소개와,

코보리를 잘 보살펴 달라는 짤막한 당부의 글을 한글로 써 주고 왔다.   근데…  참, 이럴 때 진짜

당황스럽다…  난 내가 여행중에 받은 메일 주소는 예의상 이라도 꼭 한번 메일을 띄워 주는데,

이런이런…  코보리한텐 메일이 발송되지 않는다..  실수로 주소를 잘못 준게 아닌거 같아 쫌

찜찜하지만…  설마… 실수 겠지 ????

 

안턀랴에는 에페스 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그만큼 훌륭한 시데, 페르게, 아스펜도르 유적지가 있다. 

모두 고대 그리스/로마시대 유적지로, 기원전엔 지중해 일대가 그리스의 영토였단 것을 감안할 때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우리는 시간상 시데와 페르게만 가 봤는데, 우찌 이렇게 대단한

유적이 터키엔 널려 있는지..  샘 나고 배 아픈 내 심정을 누가 알까???

 

 

 

다른 터키 소 도시의 작은 박물관들은 가끔 부실한 전시물과 허름한 시설때문에 실망스러울 때가

있지만 안탈랴의 아나톨리아 박물관은 시데, 페르게, 아스펜도루에서 발굴한 그리스-로마 유물이

아주 훌륭하게 전시되 있다.   전시물 뿐만 아니라 박물관 설비도 훌륭하고, 솔직히 그리스에서 보다

터키에서 더 다양하고 많은 그리스 유물을 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비용은 쫌 비싸지만 국제

학생증으로 유일하게 할인을 받을 수 있었던 곳 이어서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난 항상 고대 토기 파편을 보면 궁금한게 있었다.  여기에 물도 담고 곡식도 담아 저장 했을텐데

도대체 밑이 저렇게 뾰족하면 어떻게 세워둘까 ?  쓰러져 버릴텐데 말이다...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으찌 저리도 상상력이 부족할까 하고 웃겠지만 난 정말 궁금했었는데, 아나톨리아 박물관의 고대

그리스 토기관을 돌면서 왜 그랬는지 알게 됬다....   나처럼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은 한번

상상력을 동원해 볼것.

 

암튼, 우리가 많이 봐온 검은색 그림이 그려진 붉은 토기, 또는 붉은색 그림의 검은 고대 그리스

토기들은 초기 청동기 시대부터 단순한 형태에서 간단한 문양과 채색방법을 통해 발전해 기원전

7세기에 완성된거 같다.   또하나, 내가 얼마나 무식한지 또  뽀록나는 순간이지만,  난 기하학

패턴이 중세 정도에 나타난 것인줄 알았는데, 기원전 7-9세기경이 그리스 토기의 기하학 시대라고

할 만큼 다양한 기가학 패턴이 토기에 사용 됬다고 한다... 

 

연이씨와 나는 아름다운 안탈랴 비치에 비키니 차림으로 자빠져 계시는백인들 사이를 누비며 엄청난

수다를 떨며 오랬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마침, 둘 다 다음 행선지가 올림포스여서 거기까지

동행 하기로 하고 안턀랴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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