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신의 딸이었다.
7.
혹시 그녀가 알콜중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 이후로 그녀에 대한 탐색은 계속되었다. 일주일간의 혹독한 시간이 지난 후에 며칠 동안 그녀를 데리고 다니며 몸에 좋다는 음식을 사 먹이고, 또한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서 같이 지내는 중에도 그녀의 행동을 세심히 주시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어떤 이상행동을 발견할 수 없었다. 술을 마시라고 일부로 주기도 했지만 오히려 속이 쓰리다고 하면서 전혀 입에 대지도 않았고, 부지런하고 호들갑스럽게 나를 챙길 때는 그저 남편만 알고 사는 가정주부 같았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수원에 있는 자기 엄마의 집에 같이 들리자고 했다. 저녁에 도착한 집에는 그녀의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조카가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가 반색하며 맞아 주었다. 나는 그녀 어머니의 인상에서 뭔가 알 수 없는 괴기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와 다르게 쑥 들어간 옴팍눈과 검은 피부, 약간 낮게 떨리는 듯한 음침한 목소리, 갓 환갑을 지났지만 앞으로 깊숙이 굽은 허리, 이것이 모두 복합된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걸을 때에는 마치 회색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언니도 그녀의 엄마를 쏙 빼어 닮았는데, 나와 그녀와의 관계를 눈치 채고 아주 정중하게 대접했다. 나중에 그녀가 말한 사실이지만 다른 형제들은 모두 엄마를 닮았지만 오직 그녀만 아버지를 쏙 빼어 닮았기에 모르는 사람은 친형제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했다. 하여튼 앞으로는 처가댁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서울로 돌아온 후에 겉으로는 내색을 안 했지만 그녀에 대한 탐색은 용의주도하게 진행되었다. 그녀에게 되풀이되는 정체모를 일주일을 규명해야 했다. 나는 자주 그녀의 방에서 잠을 자고 출근했다. 평소에 그녀는 장사도 아주 잘했고 손님이 주는 술을 적당히 받아 마실 줄도 알았다. 새벽에 퇴근하면 술이 얼큰하더라도 방안을 싹싹 치우고 잠을 잤으며, 아침 열 시경에 일어나서 끼니도 잘 찾아 먹었다. 내가 바쁘면 전화도 자제하였으며, 바쁘지 않을 때에는 나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돌아다니며 옷을 사 입히고, 꼭 자기 손으로 밥을 해서 끼니도 챙겨주려고 했다. 싹싹하고 예쁜 아내, 한때나마 내가 꿈꿀 수 있던 그런 아내의 모습이었다. 남자의 행복이란 여자의 손에서 자라게 되어 있다. 가끔 토라지고, 잔소리 하고, 투정부리며 귀찮게 하지만 다 사랑의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였다.
그러나 꿈결 같은 행복은 보름을 넘기지 못했다. 정확한 시간에 날아오는 그녀의 전화가 없거나,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에 벨소리가 공허하면 여지없이 폭풍이 몰아쳤다. 그녀는 주기적으로 영업하다가 행방불명되기 일쑤였고, 충동적인 외도를 일삼았다. 그리고 술에 젖은 채 방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물가물한 표정으로 자꾸 어깨가 몽둥이로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고 몸이 가라앉는다고 울면서 말했다.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에 따라 나도 역시 흙빛으로 얼굴이 변한 채 심한 조울증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오려고 노력 안 한 것도 아니었다. 술냄새 가득한 방문을 열고 송장처럼 누워있는 그녀를 멍한 시선으로 내려보다가 돌아서 나올 때에는 정말 이제는 모두 끝장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돌아선 내 의식은 여지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치 그녀가 알 수 없는 심연을 헤매듯 나도 저 밑바닥을 더듬고 있었다. 병원에 그녀를 입원시키기도 했지만 의사는 단순한 위염증상이 있을 뿐 그녀의 몸에는 아무 이상도 없다고 말했다.
“자기야, 미안해. 진짜 앞으로는 술 끊을게.”
언젠가 병원을 나서며 그녀는 말했다.
“좆같은 소리 하지 마. 너 같은 새끼는 벌써 발로 차야 했는데, 정말 더러운게 정이다. 그것도 미운정이란 말이야. 씨팔, 고운정보다는 미운정이 더 끊기 어렵다더라.”
나는 그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씨름하고 있었다. 그녀의 충동적이고 알 수 없는 행동에 직면할 때마다 입술을 악물고 포기하거나 모른 척 지나치려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한번의 폭풍이 지나면 곧이어 평화가 찾아 들었다. 마치 그녀는 광풍이고 나는 나뭇가지에 달린 이파리 같았다. 윙윙 소리를 내는 광풍 앞에 여지없이 흔들리고 밤새도록 몸서리치다가 바람이 잦아들고 조용하면 이파리는 햇볕아래서 파란색으로 영롱했다. 조울증 같은 감정의 기복에 나도 점점 황폐해지고 거칠어져 갔다.
“야, 이 새끼야, 너 어디로 멀리 떠나든지 아니면 죽어 버려라.”
어느 날 술에 취한 내가 그녀의 가게를 엎어 버렸다. 처음으로 그녀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난장판이 된 홀 가운데 서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흘린 눈물이었다.
“정이란 무엇일까, 씨팔, 주는 걸까 아니면 받는 걸까, 만날땐 꿈결 같고, 헤어질땐 좆같은 거지? 어떤 가수새끼가 불렀는지 모르지만 웃기는 개소리야. 정이란 만날 때 좆같은 것이고 헤어질 때가 꿈결 같은 거야. 야, 이 새끼야. 어떤 미친 새끼가 지 기집년이 여관방에서 어떤 놈하고 쳐 발라 붙어있는 꼴을 시퍼런 눈을 뜨고 그냥 보고만 있냐?”
팔에 매달리며 잘못했다고 말하는 그녀를 휙 뿌리치며 주방에 들어가서 양주 한 병을 꺼내 나발 불었다. 불길 같은 독주가 식도를 태우듯 찌르르 뱃속으로 흘러들었다.
“내가 사랑을 만난 것이냐, 아니면 웬수를 만난 것이냐? 아마 내가 죽을 자리를 만난 것 같아. 야이, 쌍년아. 너 같은 년이 세상에 어디 있냐? 도대체 너는 어디를 굴러다니다가 여기로 굴러왔냐? 내가 똑똑히 너에게 말해 두는데, 앞으로는 모든 사태에 대하여 모든 책임을 내 스스로 질 것이다. 내 손으로 네 목을 비틀어버리건, 내가 칼을 물고 돼져버리건 다 내가 잘못한 일로 받아들일 것이야. 성질나면 다 죽어. 오래 살려면 당장 내 앞에서 꺼져라. 영원히 말이다. 아주 영원히 사라져 버려.”
나는 절규하다가 쓰러진 것이었다. 초롱초롱한 그녀의 눈빛 앞에서 처절함을 보였다. 갈증에 눈을 떠보니 그녀 옆에 누워있었다. 내가 물을 찾는 기색을 보이자 그녀는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얼른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오더니 내 어깨를 부축해 주며 냉수를 담은 컵을 입술에 갖다대었다. 벌컥벌컥 마시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두덩이 붉은 색을 띤 채로 퉁퉁 부어있었다. 밤새도록 내 곁에 앉아서 운 것이다. 나는 돌아누우며 눈을 감았다. 도대체 저런 년을 어떻게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속으로 찌르르 핏덩이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지다가 얼굴을 가슴에 파묻었다. 오열하는 그녀의 흐느낌이 전달되어왔다.
“자기야, 정말 잘못했어. 흑흑, 정말 앞으로는 자기 속을 안 썩일 거야.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흑흑......”
나는 눈감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단 말이야. 자기 생각하면 술도 안 마시고 다른 남자도 거들떠보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자꾸 허깨비를 보는 것 같아. 엄마가 나를 무당 팔자라고 했거든. 우리 조상은 대대로 신을 내림받았는데, 고모가 지금 포항에서 큰무당이거든. 그런데 고모 아랫대에 또 누가 신을 받아야 하는데, 언니가 아니면 바로 내가 받아야 한대. 나는 말이야...... 흑흑, 꼭 누구에게 끌려 다니는 기분이 들어. 정말 미안해. 자기가 떠나라고 하면 떠날게. 자기 눈에서 사라지라고 하면 오늘 당장이라도 사라질 거야. 흑흑. 그런데...... 나는 말이야. 자기....... 자기 없으면 정말 못 살아. 죽을 것만 같아. 자기야. 나를 지켜 줘. 나를 꼭 붙잡아 줘...... 흑...... 나는 정말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나 어떻게 하면 좋아. 응? ....... 나는 정말 어떻게 하란 말이야.”
8.
나는 무당세계에 대하여 전혀 알지도 못했지만 신내림도 대를 이어간다는 소리는 금시초문이었다. 그 일이 있는 후에 그녀는 나를 매일 자기 방에서 자라고 보챘다. 저녁에 퇴근하여 방에 들어서면 그녀는 밥상을 정성스럽게 차려놓고 가게에 나갔고, 일을 끝내고 새벽 들어오면 약간 술냄새를 풍기기는 했지만 방금 장을 봐가지고 들어온 주부처럼 싱싱했다. 샤워하고 나면 어미 품에 달려드는 새끼처럼 곧바로 나에게 뛰어들었다.
“호호, 우리 서방님 주전자꼭지를 좀 만져 봐야지.”
그녀는 내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엉덩이를 뒤로 쑥 뺐다.
“주전자꼭지라니? 이게 꼭 이상한 말만 배워가지고,”
“호호호, 자기 거기에 붙어있는 주전자꼭지는 내꺼야. 왜 그래?”
매일 눈부신 여자를 끌어안고 잘 수 있다는 만족감, 나는 그녀와 함께 죽을 때까지 동행한다는 상상 하나만으로 행복했다. 아침 일찍 출근할 때면 나는 살금살금 일어나서 그녀의 밥상까지 다 차려주고 나왔다. 늦게 일어난 그녀는 내가 차려준 밥상을 대하며 전화를 걸었다. 어떤 때는 너무도 행복하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그렇게 열흘 정도 지난 어느 날, 나는 건설현장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새벽에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올림픽도로로 달리고 있을 때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 지금 어디야?”
“응, 지금 서울에 들어섰어.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야.”
그녀는 마치 내가 몹시 불안하다는 듯 이것저것 캐묻다가 빨리 오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몹시 염려스럽다는 투로 들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뇌리에 걸렸다. 가속페달을 더 깊게 밟으며 속력을 내는 순간에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자동차의 전조등이 별안간 중앙선을 넘어서면서 내 눈을 덮쳤다. 반사적으로 핸들을 꺾어 돌리며 덮치는 불빛을 피하자마자 차의 뒤꽁무니가 옆으로 휙 돌면서 들이닥친 상대방 차의 앞에 부딪치며 쾅 소리를 내었다. 정신이 아뜩해지는 순간에 안간힘을 쓰면서 브레이크를 밟고는 핸들을 지그재그로 또 틀었다. 휘익 주위의 풍경이 돌면서 다시 쿵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박으며 언덕 아래로 굴렀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차 앞의 본넷트에서 불길이 확확 솟으며 앞유리를 덮쳐왔다. 옆문을 열려고 애썼지만 열리지 않았다. 나는 얼떨결에 뒷좌석으로 얼른 옮겨 앉아서 몸으로 힘껏 밀며 뒷문을 열었다. 맥없이 열리는 문밖으로 몸이 나가떨어져 뒹굴렀다. 순식간에 불길이 차를 휩싸며 타이어가 펑펑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눈앞을 뭐가 자꾸 가렸다. 손으로 눈을 훔치자 끈끈한 액체가 묻어나왔다. 머리가 깨져서 피가 흐르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의식을 잃었다.
그녀가 흐느끼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하얀 페인트칠을 한 천정이 보였다. 팔과 다리를 꼼지락거려 보았다.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허리를 살짝 틀어보고 또 목을 움직여보았다. 머리에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고개를 천천히 돌려서 옆을 내려다보니 그녀가 머리를 푹 숙인 채 훌쩍훌쩍 거렸다.
“지금 초상집에 왔어? 왜 그렇게 울고 난리야?”
내 목소리에 그녀는 어깨를 팔짝 했다. 동그랗게 눈을 뜨면서 후다닥 일어서더니 소리쳤다.
“어머나, 정신 들었어? 많이 아프지?”
다행히 나는 머리만 열 바늘을 꿰맨 채 퇴원했다. 그만한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치고는 기적적으로 덜 다쳤다는 의사의 말을 뒤로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초겨울의 찬바람이 휙 불어왔다. 따듯한 그녀의 손이 내 팔을 꼭 잡아끌었다. 방의 보일러 온도를 높여야 한다는 둥, 가습기를 틀어놓고 습도를 맞추어야 한다는 둥, 하며 그녀는 나를 침대에 눕혀놓고 꼭 어린아이 다루듯 수선을 피웠다. 나는 일부러 더 아픈 척 끙끙대면서 돼지족발이 먹고 싶다는 둥,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다는 둥, 하며 손가락 하나로 그녀를 부려먹었다. 내 생애에 있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은 없었다. 먹을 것을 사들고 분주하게 들락거리는 그녀는 내 아내가 분명해 보였다.
그렇게 보름 정도 지나면서 나는 그녀가 알 듯 모를 듯 이상해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 가끔 불안한 기색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고, 잠자다가 언 듯 눈을 뜨면 그녀는 곁에 앉아서 멍한 시선을 벽에 던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지만 점점 그 이상한 태도는 빈도를 더해갔다. 무슨 일이 있냐고 말을 던지면 그녀는 문득 먼 세계를 다녀온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일을 끝내고 새벽에 들어올 때는 전과는 다르게 술에 취하여 휘청거렸다. 어느 날 그녀는 보통 때보다 서너 시간 늦은 새벽 다섯 시경에 돌아왔다. 잠자는 나를 툭툭 쳐서 깨우더니 파란 광기어린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 말이야. 들이친 것 알지?”
엉뚱한 그녀의 말에 엉거주춤 일어나 앉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어서 잠이나 자.”
그러자 그녀는 셀쭉 토라진 표정으로 머리를 가로젓더니 파란빛이 도는 눈빛으로 나를 한참 째려보다가 물었다.
“너 말이야. 신이 너를 들이친 것을 아냐고? 차가 굴러버리면서 불이 붙은 것도 몰라?”
나는 짜증을 확 냈다.
“뭔 또라이 같은 소리야? 어서 잠이나 퍼질러 자라고.”
그녀는 내 기세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펄펄 뛰듯 눈을 부라리더니 별안간 내 뺨따귀를 갈겼다.
“가여운 자식, 목숨만은 살려주니깐 그 은덕도 모르고.”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왔다.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선 나는 그녀의 면상을 한대 쥐어박았다. 구석에 나가떨어진 그녀는 보통 때하고는 다르게 벌떡 일어섰다. 그러더니 흥 코웃음을 치고는 문을 휙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한참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처음으로 그녀는 신의 가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니깐 방구석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나가떨어지면서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옷을 입고 그녀를 찾아 나섰다. 가게로 달려가니 불은 꺼진 채 문도 잠겨 있었다. 그녀가 아니라 내가 점점 더 미쳐가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갈만한 곳을 도통 종잡을 수 없었다. 포장마차를 다 뒤지고 다니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파랗게 타오르는 광기의 눈빛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불쑥 무당처럼 지껄이며 펄펄 날뛰는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피해가면서 똥 밟는다고 기껏 이 나이에 만난 여자가 신끼에 미친년이란 말인가, 하루 종일 기다렸으나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해가 저물고 밤 열시쯤이 되자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자기야, 나야......”
술에 만취하여 꺼져가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어디야? 도대체 지금 어디 있는 거야?”
그녀가 더듬더듬 대답 하려는 순간에 낮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그만 전화하고 빨리 자자.”
글 / 은하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