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의 끝은 또 다른 사랑이다 **
제8부: 그녀의 남자-I
“이제는 저에게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그때 만난 그 중년의 부인은 누구입니까?”
연락도 없이 갑자가 찾아온 민혁을 보고 윤회장은 세희에게 무슨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강욱모친을 만났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김여사가 아직까지 세희에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줄은.....’
민혁을 만나 한껏 밝아진 세희를 볼때마다 힘든 시간을 보낸 그녀에게 이제 다시 행복해 질수 있겠구나...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던 윤회장이였다.
“윤회장님!!”
잠시 생각에 빠진 윤회장을 부른 민혁의 얼굴에는 오늘은 꼭 알아내야 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세희씨를 도울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한동안 민혁을 슬프게 쳐다보던 윤회장이 입을열었다.
[ 안녕 하세요.실례가 되진 않았다면 반가워요.
햇살은 여전히 따갑고 눈부셨지만 피부에 닿는
바람은 이제 가을이라고 가을이 왔노라구 내귀에 속싹이네요.
가을! 글쎄 그누군가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 이죠?
저 또한 누군가을 만나고 싶고 대화 하구 싶어
무작정 님에게 한통에 마음에 멜을 싣어 보냄니다.
님에 항상 즐겁구 행복한 나날이 되길 바라며~
좋은 만남이 이루어졌음 하네요.
그럼 좋은 인연 있기를~ 김강욱-- ]
학교 후배의 권유로 가입한 펜팔사이트에 가입한 세희는 자신과의 펜팔을 원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다가 이 글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예의가 바른 문장이였고...왠지 글속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오는 것 같았다.
[ 안녕하세요..이렇게 저에게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님의 글을 읽고 조금은 스산하던 가을이 일상에 지쳐가는 저에게 힘을
주는 듯 하네요..
오늘은 기분좋은 마음으로 향기로운 커피한잔과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님의 하루도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랍니다.]
[ 답장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침에 무심코 열어본 멜에 님의 글을 있는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어디선가 님이 마시는 커피향이 바람을 타고 저에게로 날아온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님의 말대로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감사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와의 주고받는 멜속에서 어느덧 세희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몇 개월를 주고받은 멜속에서 그들의 호칭은 어느새 자기야.,.여보야..오빠야..등으로 바뀌고 있었고하루 일상을 연인에게 전하듯 그들은 하루 에도 몇 번씩 그들의 일과를 멜로 알려왔다.
그렇게...오로지 편지로만 주고받던 마음이 이제는 정말 연인이 된것만 같았다.
얼굴한번..목소리한번 들어보지 못한 그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세희는 신기했다.
[자기야...우리 다음주 수요일에 수목원 가자..편지를 찰영한 곳이라는데..이쁜 정원처럼 꾸며놨다고 하다라구...울 자기랑 꼭 가고 싶어..가자..응?]
일년이 지날 무렵....그에게 온 메일에 세희또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어떤사람일까......? 글속에서처럼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까?
[네..^^ 그래요...같이 가요..나두 오빠 보고 싶어..내가 김밥싸갔고 갈께요^^]
드디어 그를 본다는 사실에 세희는 밤잠을 설치고 아침일찍 일어나 한번도 만난적 없던 그를 위해 정성스럽게 김밥을 싸기시작했다..과일과..음료수..간식거리..혹시라도 빠진게 없나 두루 살피던 세희는 자신의 준비한 도시락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다.
세희에게 주소를 묻어 그녀의 집앞에 온 강욱또한 메일속의 그녀를 본다는 사실에 몹시 흥분했다.
잠시후 문을 열고 조용히 나온 그녀의 모습에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환했다.
강욱이 상상했던 그녀의 모습과 너무나 일치했기 때문이다.
“안녕..세희씨!”
처음만나 어색할거라 생각했던 세희는 그의 따뜻한 인사에 마음이 편해졌다
“안녕하세요..”
“자 출발할까? 자기야...!!”
짓궂게 멜속에서 부르던 호칭을 그대로 부르는 강욱의 모습에 세희는 부끄러워 잠시 얼굴이 붉어졌지만...어느새 그들은 마치 오랜연인들처럼 다정한 대화들이 오갔다.
10월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무더운 더위에 그들은 수목원안의 개울가로 자리를 잡았다.
“엄마야..”
개울을 건너던 세희는 발을 잘못 디뎌 물속으로 빠졌다.
덕분에 워커를 신고온 세희의 신발과 양발이 모두 적어버렸다.
“어떻해....”
“기다려봐...”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세희에게 다가온 강욱은 그녀의 적은 신발과 양발을 벗겨 깨끗이 빨아 햇빛 잘드는 바위 위에 올려놨다.
맨발을 강욱에게 보이는 것이 창피했지만...소중한 물건이라도 되듯 조심스럽게 자신의 신발과 양발을 널어놓는 그 모습에 세희는 조금씩 더 그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점심시간에 되서 도착한 그들은 일단 주린배를 채우고 수목원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물이 많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속이 환히 보이는 맑고 깨끗한 물이였다. 물에 잠긴 그녀의 하얀발이 차가운 물속에서 더욱 하얗게 보였다.
세희가 준비해온 도시락을 펼쳐놓자 강욱은 그녀의 이쁜 마음과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그녀의 음식솜씨에 감탄했다. 솔직히 강욱은 그녀가 도시락을 정말 싸올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처음 만나는 자신을 위해서 준비가 그녀가 강욱의 눈에는 그렇게 이쁠수가 없었다.
“와~~너무 맛있다..”
혹시라도 자신이 준비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봐 조심스럽게 강욱을 쳐다보는 세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요? 진짜요?”
“그럼...자~아~해봐...자기도 먹어야지..”
“아이참...강욱씨도....” 그러면서도 그녀는 강욱이 먹여주는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둘러본 수목원은 정말 아기자기한 잘 다듬어진 정원같았다.
영화[편지]의 찰영장소 이기도 한 수목원은 생긴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은 나무들이 커다랗게 자라지는 않았다.
[편지]의 마지막 장면이 언덕위에 소나무를 찾은 세희의 그의 협소한 모습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에서는 높은 언덕에 커다란 나무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약간 경사진 곳에 있는 얼마 크지 않은 나무였다,
“아~이게 다 카메라발이였다니.... 실망이다...”
“하하~원래 다 그런거야..”
“그래도....”
정말 실망한 듯 툴툴거리는 그녀의 입이 얼마나 귀여운지 강욱은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어 주고 싶은걸 간신히 참았다.
그렇게 그들은 매주 함께 여행을 다녔고 이젠 떨어져서는 도저히 살수없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나눴다. 하루 하루가 행복한 세희에게 강욱은 프로포즈를 했고 그녀또한 당연히 받아들었다.
“긴장하지마.....들어가자...”
정식으로 강욱이 모친께 인사를 하기로 한 날 세희는 이유모를 긴장감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네....”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강욱이 그녀에게 힘을 주듯이 꽉잡은 그녀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어머니...저 왔어요..세희와 같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최세희라고 합니다..”
“.......”
쇼파에 앉은채 대꾸도 없이 차갑게 쳐다보는 강욱의 어머니의 모습에 세희는 또 한번 불안감을 느꼈다.
“어머니...!!”
“그래.... 저애가 네가 사랑하는 아이냐?”
“네...”
한치의 주저없이 말하는 자기아들을 쳐다보던 김여사는 그옆에 다소곳이 서있는 세희를 보았다.
작고 가녀린 몸매에 투명하리 만치 하얀 피부..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커다란 눈망울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다..세희는 같은 여자가 보더라도 보호본능을 일으킬만큼 천상여자로 보였다. 그것이 김여사는 싫었다.
일찍 남편을 보내고 외아들인 강욱만을 키우며 다른곳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김여사였다. 때론 남편으로..때론 연인으로..그렇게 기대며 의지해왔던 아들이 언제부터인가 자신에게 소홀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날 강욱의 밤을 청소하다 켜진 모니터에서 세희의 멜을 본 김여사는 알수 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항상 자신과 같이 보내던 주말을 이제 강욱은 더 이상 자신과의 시간을 가지려 하지 않았다.
‘니가 감히 내 아들을 나한테서 뺏어~!!’
자신을 쳐다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 세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바로 이것이였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여사가 자신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눈에 보고도 알수 있었다.
“어머니...!!”
아무말 없이 계속 세희를 살피는 자신의 어머니가 불안했는지 강욱이 김여사를 불렀다.
“그래...어서 와라...이리와 앉아라...”
“네....”
“그래..부모님은 무슨일을 하시는가?”
“아..네...저의 부모님의 제가 어렸을때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래? 그럼 지금은 혼자 있는건가”
“이모님이 계셔요...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지금까지 줄곤 이모님과 살았어요..”
‘거기다 고아란 말이지......하!’
세희를 쳐다보는 김여사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그렇군요.... 세희씨. 내가 좀 많이 피곤해서 그런데...오늘은 그만 가보는게 좋겠어요..”
“네? 아..네..그럴께요..어머니..”
“어머니? 아직 어머니라 부르기엔 넘 이른 것 같지 않아요? 세희씨..!”
“어머니!!”
예상치 못한 김여사의 냉담한 반응에 강욱은 몹시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본 어머니의 모습은 지금까지 같이 살면서 보아온 모습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였다
“네?..네...죄송해요..전 그냥...”
“알았으니 그만 가보도록 해요..”
“네..그럼 안녕히 계세요..”
“세희야..”
어찌할바를 몰라 다급히 문을 나가는 세희를 강욱이 불러세웠다.
“저..먼저 갈께요..”
“같이 가자..”
세희를 혼자 보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강욱이 그녀를 손을 잡고 나갔다.
“넌 여기 있어..!!”
날카로운 목소리가 함께 나가려는 그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머..니..?!"
그소리에 뒤를 돌아본 강욱은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머니의 차가운 목소리에 몸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