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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길들이기 (28부)

베리소다 |2005.07.27 01:36
조회 665 |추천 0

무슨 얘기를 하려고 부른걸까..? 설마, 아직은 나에 대한 감정이 있어서.. 혹시.. 질투하는 건가...?

그렇게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요동을 치고 있을 즈음.. 현욱이가 먼저 강의실로 들어오고..

그 뒤를 따라 광석이와.. 현욱이 친구 무리들이 뒤따라 왔다. 그들은 다 같은 과 친구인 듯 하다.

광석이가 내 옆자리에 와 앉자 무리들 중 남자애 한명이 광석이더러..

" 야.. 여자친구냐..? "

하면서.. 새끼손가락을 살짝 치켜든다. 그러자 현욱이가 그런 우리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고개를

외면해버린다. 여전히 굳어있는 현욱이의 표정에 내 맘도 편하지만은 않다.

" 아니야.. 그냥 까페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야..."

" 에이~ 숨길 거 없어! 너 이 수업도 안 들으면서 따라들어온 이유가 뭐야 그럼?"

" 그냥 친구래도.. 진짜야.."

난 속으로 제발 좀 그냥 다른 자리에 가서 앉길 바랬다. 뭘 자꾸 아니라는데 꼬치꼬치 캐묻는지...

그 친구는 자기친구들 무리쪽으로 가서 앉았고, 나는 재빨리 광석이에게 물어보았다.

" 현욱이가 뭐래..?"

" 아.. 너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묻더라..."

" 그래서..?"

" 그래서.. 그냥 까페모임에서 알게 되었다고 했지.."

" 그러니까 뭐래..?"

" 너.. 예전 여자친구였다고..말하드라..."

" 정말..? 여자친구였다고 그래..?"

" 응.. 그말 밖엔 하지 않았어.."

" 더 이상 아무말도 묻지도 않고..?"

" 응.. 그 말 한게 다야..."

갑자기 머릿속이 또 까맣게 헝클어지는 듯 하다. 어떻게 아는 사인지.. 예전 여자친구였다고 말한건..

무슨 이유에서이지..? 이미 우린 헤어져서 아무사이 아니라고 그렇게 강조를 했으면서 말이다.

 

곧 교수님이 들어오시고, 수업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현욱이가. 오늘은 왠일로..

손을 번쩍 들더니 안하던 질문까지 하고.. 오바한다..싶을 정도로 왠일인지 활달한 척(?)을 한다.

그런 현욱이 모습을 보면서..오히려 맘이 아파오는게.. 왜일까..? 나 때문에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 평소에는 잘 웃던 현욱이가. 아까 강의실을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표정이 계속 굳어져 있다.

" 나 때문에 신경쓰여...?"

옆에서 광석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아니야.. 괜찮아.."

사실은 괜찮지 않다. 광석이를 괜히 데리고 왔나 싶다. 현욱이가 괜한 오해를 할까 싶기도 하고 내 맘이

좀처럼 편하질 않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오전수업을 마치고 우리과 애들이랑 어울려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 때 윤정이에게 전화가 왔다.

" 응..윤정아~"

" 뭐해..? 오후에 약속있어..?"

" 아니.. 약속 없는데 왜..?"

" 그럼 이따 시내나가서 놀자.. 쇼핑도 하고.. 이리저리 놀면서.. 선주랑 은미랑 같이.."

" 알았어.. 그럼 이따 보자..."

 

오후수업을 마치고 윤정이, 선주, 은미 이렇게 시내를 나와서 돌아다니면서 옷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놀고 있었다. 그 쯤.. 광석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 어..광석아..왠일이야..?"

" 너 어디야..?"

" 나..시내.. 친구들이랑 놀고 있어.."

" 그래..? 너 만나서 영화나 같이 보자할랬더니.."

" 어쩌지..? "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선주가..

" 야.. 나오라해.. 같이 놀게! 니 친구면 우리 친구도 될수 있는거지뭐.. "

옆에서 윤정이도 나와서 같이 놀자고 한다.

" 광석아.. 내 친구들이 너만 괜찮다면.. 같이 놀자고 하는데.. 나올래...?"

" 그래..? 내가 가도 괜찮아..? 그럼.. 30분 후쯤 시내 나가서 다시 연락할께.."

그렇게 광석이랑 같이 어울려 놀기로 했다. 밥도 먹고 배도 부르고 해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선주가 호프집 가서 시원한 맥주 마시면서 수다나 떨자고 하기에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 현욱이나 부를까..?"

갑자기 선주가 대뜸 현욱이를 부르자고 한다.  그러자 윤정이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 하은아..괜찮겠어...?"

" 난.. 괜찮아.. 근데.. 현욱이.. 나 있는 자리라면..안나오자나.. 나 있다고 하면 안나올꺼야..."

" 잠깐..내가 전화해볼께..."

그러더니 현욱이에게 전화를 거는 윤정이다. 통화가 연결됬는지...

" 여보세요.. 현욱아~ 여기 선주랑 은미랑 하은이랑 이렇게 맥주 마시고 있는데 너 나올래..? 어...

시내 루키 호프집이야.. 하은이 친구 광석인가..걔도 온대고.. 선주랑 은미는 달싹 붙어있고.. 니가

나와서 내 옆자리 메꿔라야..."

하면서 농담식으로 나오라고 유도를 하는 윤정이다.

" 야야.. 태웅이는 여기 없자나.. 장난식으로 하는거지.. 나올꺼야..안나올꺼야...?"

늘 내가 있는 자리라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얼굴 마주하기를 피했던 현욱이다. 이번에도 안나올줄

알았는데.. 단번에 나오겠다고 했다. 왠일이지...?

곧 광석이가 우리가 있는 호프집에 도착했고, 나는 친구들에게 광석이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다른 애들이 맥주를 한모금씩 들이키고 있을 즈음.. 현욱이도 호프집에 들어섰다.

나는 얼굴이 굳어져..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한채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윤정이가 일부러 내 옆자리를

비워놨건만.. 현욱이는 의자 하나를 옆 테이블에서 빼 오더니.. 그렇게 앉아버렸다.

" 어이~ 광석이도 왔네..?"

하면서.. 광석이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한다. 어차피 술을 못하는 나로서는 술을 마시러 온 자리는

아니었지만.. 현욱이가 오고 나서는 내 입은 자물쇠를 채워놓은 것처럼 굳게 다물고 말았다.

현욱이는 그런 나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지.. 그저 윤정이랑 선주랑 하는 얘기에 하하호호.. 즐거워

할 뿐이다. 굳어진 내 표정을 내 맞은편에 앉은 광석이가 제일 먼저 알아차렸다. 그러더니.. 내 앞에

놓인 컵에 사이다를 따라주면서..

" 안주 좀 먹어.. 너 감자튀김 좋아한다며..."

이렇게 챙겨주자 나는 순간적으로 현욱이 눈치를 보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욱이는 금새 웃고

있던 표정을 굳어버리곤.. 잠깐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며.. 밖을 나갔다. 나는 괜히 민망하고 뻘쭘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광석이가 집에 일찍

들어가봐야겠다면서 먼저 자리를 일어섰다. 그렇게 광석이가 가고 나자.. 나를 챙겨주는 사람은 ..

아무도 없다. 분위기 메이커인 현욱이랑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은 나 뿐이니.. 그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 분위기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다. 몇달 전만 해도 내 남자였던 현욱이가

이젠 내 친구들과 더 자주 어울리고.. 웃고 떠들고.. 농담하고..  그런 모습을 나는 묵묵히 지켜봐야만

하고.. 그래서 나도 자리를 일어섰다..

" 어..? 하은아 왜..?"

" 나.. 집에 가봐야겠어..."

" 왜..? 아직 막차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더 놀다가..."

" 아니야.. 엄마가 좀 빨리 들어오래.. 가볼께..."

하고.. 도망치듯 호프집을 나왔다. 왜 자꾸 이렇게 나만 피해야 하는지.. 정면으로 맞붙어 볼 자신이

도저히 없는 내 자신이 너무 나약하게만 느껴진다.

 

뒷날.. 나는 윤정이에게 현욱이를 잠깐만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벌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200일 때

주려고 만들었던 그 책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학생회관 벤치 앞에서 윤정이는 그렇게 내 부탁대로

현욱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현욱아..나 윤정이다.. 어.. 너 지금 어디냐..? 아.. 그래..? 그럼 수업 언제 끝나...? 아.. 그냥....

사실은.. 너 하은이.. 좀 만나봐라.. 마지막으로 꼭 만나게 해달라고 하는데.. 니 그렇게 매정하게 할 수

있냐..? 그래.. 그것 때문이야.. .. 정성이 담긴 건데.. 그냥 좀 받아주면 안되냐...? .... 흠... 알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알았어.. 끊어..."

윤정이의 표정을 보자.. 안됬겠다는 그런 표정이다. 그래도 설마.. 설마..하고 기대를 했었는데....

나는 몇번씩이나 내 진심을 꺽이게 되자.. 화가 났다. 그래.. 받든지 안 받든지 니 맘이야.. 하지만...

너 줄려고 너만을 위해서 만든 책이야.. 니가 안 받으면.. 누구에게도 무용지물인 그런 책이라고...

이 세상에 단 하나.. 너만을 위해서 만든 책인데.. 니가 그렇게 안받겠다고 하면.. 이 책은 뭐야..그럼?

책을 받아서 보지 않아도.. 펼쳐보기도 전에 버려도 괜찮아.. 갈기갈기 찢어도 괜찮아.. 그치만...

이 책은.. 꼭 니 두손에 받게 해주고 싶었단 말이야.. 왜 내 진심을 몰라줘.. 왜.....

 

나는 집으로 오는 길에 너무 화가 나고.. 몇번씩이나 이럴 줄 알면서 상처 받는 내 맘이 너무 가여워..

그 책을 순간적으로 갈기갈기 찢어서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하늘 대교.. 한가운데서.. 멀리멀리 날려

버렸다. 한장 한장 찢으면서.. 내 눈물도 흩어져 책장을 적셨다. 우리의 추억거리를 한편의 시처럼

몇밤을 고민하고 고민해서 고치고..또 고치고..해서 마음에 들 때까지 고쳤던 내 마음을 쌍그리 무시

하는 현욱이가 너무 미웠다.

힘들어..현욱아.. 자꾸 너 이렇게 나오면.. 나 너무 힘들어.. 그냥 적당히 벌 주고.. 나 그만 용서해줘...

나 충분히 힘들고..아파.. 견디기 힘들단 말야...

 

며칠이 지났다. 학생회관에 커피를 뽑으러 들어가려 하는데.. 민성이가 보였다. 그런데.. 내가 지난번

우리 100일날 현욱이에게 선물했던 그 가방을 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설마.. 나랑 헤어졌다고...

그 가방.. 민성이한테 줘버렸던거야...? 그런거야...? 내 시선이 민성이가 메고 있는 가방에 고정되어

있을 즈음.. 그 뒤로 성완이도 따라나오고 있었다. 그런데..성완이도 그 가방을 메고 있다. 뭐...지..?

" 어.. 하은아~ 오랜만!"

민성이가 먼저 인사를 하며 말을 걸었다...

" 그 ...가방...."

내가 손가락으로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 아.. 이 가방..? 왜 현욱이꺼랑 똑같아서 놀랬냐..? 현욱이 자식. 100일때 너한테 선물로 받았다고

자랑하길래.. 우리가 별로 안이쁘다고 핀잔 줬었는데.. 사실은 예뻐서 우리도 가서.. 나랑 성완이랑

같이 샀어.. "

그렇구나.. 난 나랑 헤어졌다고 가방까지 줘버린줄 알고 놀랬는데.. 사실은 나도 100일때 현욱이에게

받은 목걸이를 차고 있기가 뭣해서.. 지갑속에 넣어두었다. 목에 걸고 있기엔.. 현욱이가 볼까봐..좀

그렇고.. 지갑은 항상 가지고 다니니까.. 현욱이 맘도 늘 내 곁에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오후쯤.. 광석이에게 전화가 왔다..

" 하은아.. 오늘 오후에 약속 없으면 나랑 시내 나가서 놀래..?"

" 그래.. 그럼 이따 보자..."

나는 광석이랑 시내 나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는.. 커피숍을 들어가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리도 없고해서.. 광석이가 DVD를 보러 가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 하은아.. 너 두사부일체 봤어...?"

" 아니.. 나 영화 잘 안봐..."

" 그래..? 이거 진짜 재밌는데.. 추석때도 티비에서 해줬을텐데.."

" 그래..? 난 몰랐는데..."

" 이거 보자..그럼.."

" 너 봤다며.."

" 넌 안봤자나.. 난 또 봐도 되니까.. 그냥 이거 보자..."

그렇게해서 우린 두사부일체를 보게 되었다. 정준호 표정이며.. 말하는것이 너무 웃겨.. 웃음이 났다.

그런데 광석이는 2번이나 봤다는 녀석이 오바할 정도로 웃으면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웃고 있는 광석이가 더 웃겼다. 그런데.. 이 녀석.. 왠지 심상치가 않다. 오바하면서 웃는 것까진

좋은데.. 왠지.. 5센티씩 내 옆자리로 다가앉는 느낌이 든다. 나는 느낌이 별로 안좋아.. 살짝 옆으로

비켰다. 그러자.. 계속 조금씩 조금씩 내 곁으로 다가오는 광석이다.. 마침.. 영화도 웃긴 부분이

넘어가고.. 심각한 부분에 이르러서.. 내가 광석이게 한마디 했다..

" 너 자꾸 왜 내 쪽으로 붙어~"

그러자.. 여태껏 신나게 웃고 있는 표정을 확 바꾸더니..

" 하은아..."

하고 부른다..

" 응..왜...?"

" 나 너.. 좋아해...."

" 뭐...? 무슨 말이야..그게..."

" 나.. 너 좋아한다고.. 우리... 사귀자..."

" 뭐..? 장난하냐..너 지금..?"

" 장난 아니야.. 어떻게 하면 믿겠어..? 너한테 뽀뽀라도 하면 믿겠어..?"

하면서 나한테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뭐야..이자식.. 이렇게 할려고 일부러 DVD 보러 가자고 ...

그런거야...? 나는 낯빛을 확~ 바꾸고...

" 잠깐.. 이러지마.. 넌 나랑 현욱이랑 잘 되게 하려고 그래서 만나는 그냥 친구일 뿐이야..친구!"

" 알아.. 첨엔 그렇게 만났어.. 그런데 자꾸 니가 좋아져.. 웃는 모습이며.. 애교있는 니 모습이.."

" 광석아.. 우린 친구야.. 좋은 친구하자..그냥.."

" 시간을 줄께.. 내가 너무 성급하게 말해서 니가 놀랬을거란거 알아.. 시간 줄께..."

" 시...간...이라니..?"

" 오늘 곰곰히 생각해봐.. 내가 니 남자친구로 어떤지.. 현욱이는 아무래도 어려울 듯 해.. 나도 좀..

돌아봐줘..하은아..."

" 안되겠다.. 우리 여기 그만 나가자.."

하고 나는 가방을 들고 밖으로 휙~ 나와버렸다. 광석이는 그런 내 뒤로 졸졸..따라왔다. 나는 정류장

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 하은아.. 생각...해볼꺼지..?"

" 글쎄.. 모르겠다..나 너무  복잡해.. 갑자기.."

" 낼 오후 1시까지.. 니 생각을 말해줘.. 기다리고 있을께...."

"...................."

" 기다릴께...."

"........."

그때 버스가 와서 나는 황급히 버스를 탔다. 창 밖으로 나를 물끄러미 광석이가 바라보고 있었다..

아.. 뭐야~진짜! 광석이 쟤 갑자기 왜 저래... 아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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