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이 굉장히 깁니다. 조언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디테일한 부분까지 적으려다 보니 굉장히 길어졌습니다. 이 점 양해 바라고,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
저는 지금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나이 30살의 남자입니다. 일본에서는 프로그래밍 관련의 일을 하고 있고, 한국에서 4년정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아직까지 애인은 없습니다. 가볍게 만나던 친구들은 몇 명 있었습니다만...
2주일쯤 전에 어떤 모임에서 여자아이를 만나게 됐습니다. 한일 교류 모임 - 대략 50명쯤 모였습니다 - 같은 것인데, 처음에는 일본말이 유창해서 일본인이가 했습니다만, 재일교포 3세더군요. 23살입니다. 처음 봤을 때, 엄청난 미인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귀엽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특히,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을 눈을 계속 쳐다보는 스타일인데 그 눈이 참 귀엽습니다. 같은 감정으로 상대방을 쳐다본다고 해도 자신의 눈을 직시하는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고, 편안하면서도 기분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아이는 물론 후자입니다. 저는 원래 여자에게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괜찮으면 찍어보고, 안되면 가볍게 포기하는 스타일이지요. 하지만, 이 아이한테만은 첫눈에 홀딱... 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반했다는 느낌은 듭니다.
그 모임에는 제 친구도 같이 참석했습니다. 한국에서부터 알던 친구이고 어려울 때, 의지가 되는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여자친구를 한 번도 사귄 적이 없는 친구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중에 일본드라마 "전차남"을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외모나 키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과 많이 닮았습니다. 제 느낌에는 제 친구 쪽이 좀 더 깔끔하게 생겼습니다만.
이 친구, 여자 앞에서 말도 못하고 대쉬도 제대로 못하는 걸 보면 한숨이 다 나옵니다. '이러니 이제껏 여자친구 하나 없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여자보다는 에니메이션이나 피규어, 게임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러니 이제껏 여자친구 하나 없지...'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듭니다. 더군다나, 조금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겨도 그 여자한테 자기는 이제껏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맙니다. 동정표를 받자는 건지, 거짓말을 못하는 건지, 말 할 소재를 찾다가 결국 없어서 그 얘기마저 꺼내버리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점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그런 얘기 꺼내지 말라고 몇 번이고 말했습니다만,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친구는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기를 기원하고, 항상 응원했습니다.
이 친구도 함께 그 모임에 나갔었는데, 친구도 그 여자 아이에게 완전히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마지막에 헤어질 때, 그 여자아이에게 전화번호와 메일주소 - 일본 휴대폰은 메일주소가 따로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는 것이 아니고, 휴대폰 메일주소로 보내지요. 물론, 같은 통신사인 경우에 번호로 보낼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를 물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습니다. 연락 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헤어져서 가려고 하는데, 내 친구도 갑자기 그 여자아이한테 뛰어가더니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것 같더군요.
그 다음날인가, 내가 그 여자아이, 마음에 든다고 그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 친구가 나에게 말하더군요. 자기도 마음에 든다고, 장난 아니라고... 뭐라고 반응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뭐, 어차피 우리 둘이 이렇게 열내봐야 정작 그 쪽에서는 콧방귀 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 친구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저는 그 여자아이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만나서 저녁, 같이 하자고. - 제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합니다만, 저는 우정보다는 사랑을 택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랑을 택한다고 해도 우정이 깨지지는 않을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내가 그녀를 사귄다고 해서, 내 친구가 그녀와 사귄다고 해서 우정이 깨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친구에게 그녀와 사귄다는 사실을 숨기고 사귈 것입니다. 나중에 그의 상처가 아물고, 다른 여자친구가 생긴 후에 말한다면 우정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그리고, 그 여자아이는 저녁 정도라면 괜찮다며 승락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만나기로 한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때, 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이 어딜 좀 나가려고 하는데 같이 나가지 않겠냐고... 너무 피곤해서 거절한 후에, 어디를 나가려고 하냐고 물어봤더니 내일 그 여자아이와 만나기로 했다고, 좋은 가게 없나 찾아보러 나간다고 하더군요. 저와 만나기로 한 날, 그녀와 만난다는 것입니다. 저는 대충 전화를 끊고, 그 여자아이에게 확인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날짜를 착각했다고 하더군요. 다 같이 만나면 안되겠냐고... - 그러나, 저도 제 친구의 마음을 알고, 그 친구도 대충 제 마음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같이 만나봐야 서먹서먹할 뿐이지요.
그래서, 저와 만나기로 한 건 친구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재차 메일을 보냈습니다만, 이미 말해버린 후였습니다. 저는 곤란했습니다. 다른 친구라면 정정당당히 경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 친구는 여자친구가 없었던 것도 알고 있었고, 암묵적이기는 하지만, 이 친구가 마음에 들어하는 여자가 있으면 늘 은근슬쩍 응원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여자아이가 마음에 든다는 말은 제가 먼저 했지만, 웬지 여기서 나까지 뛰어들면 비겁하게 느껴져서 숨기고 싶더군요. 이런 마음은 느끼고 있었지만, 저 역시 약속을 미루었을 뿐 다시 그녀를 만나기 위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제 친구에게 저와 만나기로 했었다고 한 것에 대해 얼버무려 주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친구들과 단 둘이 아닌 여럿이서 같이 만나자고 제안했고, 그래서 그녀는 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거절했다고. 조금 앞뒤가 안맞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잘했다고,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 약속날짜를 기다리는 게, 꽤 힘들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저는 거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저를 만나기 전에 제 친구를 만났습니다만, 친구에게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물어볼 수 없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대충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친구가 고백을 해버린다면 채일 확률 90%. 고백하지 않고 편안하게 진행한다면 다음에 다시 데이트 할 수 있는 확률 60%정도. 이번의 처음 데이트에서 그녀와 애인이 되거나, 그 버금갈 정도로 가까워질 확률 5%.'...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계산이 제 머리 속에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런 글을 제 친구가 본다면 정말 화나고, 어이 없을 것입니다. - 어쩌면 저는 제 친구를 걱정한다기 보다는 동정하고 있겠지요. 그리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무시하는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제 자신을 과대평가 하는 경향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만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사실은 그 날, 그 아이에게 대쉬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저는 일단, 친구로서 천천히 다가서자는 작전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일단은, 그 아이가 최대한 편안해 할 수 있도록, 즐거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아이의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게 하는 것. 일단은 여기까지가 저의 작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제가 좋아한다는 걸 느꼈을지는 모르지만, 직접 그런 말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7살 차이인가...", "A형과 B형은 안 맞는다던데..." 라는 등의 말을 그 쪽에서 먼저 꺼냈습니다. - 말의 내용을 들어보면 부정적이지만, 그 얼굴표정이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 더군다나, 제가 그러한 내용의 말을 꺼낼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쪽에서 먼저 연애상대로 보고 있었다는 것에 제가 흥분해 버렸습니다. 참고 참았습니다만, 결국 그 분위기에 휩쓸려 사실은 마음에 든다고, 말을 해버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내 친구도 너를 좋아한다." 라고도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웬만하면, 그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하고는 만나지 않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솔직히 말하자면, 그 친구가 이렇게까지 마음에 들어하는 여자를 본 적도 없고, 조금 마음에 들어하더라도, 저에겐 그렇게까지 끌리지 않았던 여자였을 뿐입니다만.
그렇게 고백하자, 그 아이도 "나도..." 라고 대답하더군요. 자기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핸드폰 서비스를 통해 토닥토닥 거리더니, 저와 궁합이 좋다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이제껏 사귀어왔던 남자친구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봤더니 거의 동년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떠보는 마음에 "7살 차이는 너무 큰가..." 라고 말했더니, 그렇지 않다며 나이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나중에 영화 "외출"을 보러가자고 했더니 고민하더니, 다음 주 토요일날 시간 비워놓겠다고. - 사실은 그 날도 약속이 있는 듯이 보이더군요. - 그리고, 같이 일본어, 한국어 공부 하자는 제안에도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대화 내용 중에는 자신과 사귀게 되면, 저에게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아직 자신은 결혼은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저는 생각하고 있지 않냐며, 그렇게 되면 제가 그만큼의 시간을 손해보게 될 거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저는... 괜찮다는 식의 대답을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일단 그녀가 4년정도 후에 한국에 유학을 올거고, 결국엔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만, 4년정도라면 대충 제가 한국에 들어갈 시기와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그 점을 포인트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사귀게 되면 서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기 전에 헤어지게 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거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이외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술집을 나왔습니다. 물론, 계속 웃는 분위기, 제가 보기엔 성공적인 첫데이트였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고, 그 아이는 피우지 않는데... 제가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잠깐 들리려고 하자, 잠깐 기다리라면서 제 빈 담배값을 들고 혼자서 편의점에 들어가더니 2개를 사오더군요. - 물론, 그 날 음식값과 술값을 제가 다 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는 더치페이를 많이 하기 때문에...
그리고 저, 완전히 오버해 버렸습니다.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전혀, 싫어하는 기색은 없더군요. 그녀가 타고 갈 전철을 기다리며, 다음에 기회되면 온천에 놀러가자고 말했습니다. - 1박으로 가자는 말은 안꺼냈습니다만, 대충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고,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지요. - 그랬더니, "아직 사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라고 하더군요. 그냥, 뻘쭘해하며 "그럼 방을 따로 잡으면 돼지...." 라는 얼토당토 않는 말로 얼버무렸습니다. 완전히 오버해 버렸습니다.
전철에서 손 흔들고 헤어진 조금 후에 핸드폰으로 메일이 오더군요.
< 오늘 고맙고, 재밌었고, 맛있었다고... "외출" 보러갈 때 데려가 달라고... 그러면서, 끝에 한국에서는 손잡는게 보통이냐는 질문을 하더군요. >
저는, < 지금 집에 들어왔다고... 한국에서도 보통은 아무하고나 손을 잡지 않는다고, 보통은 좋아하는 사람과 손을 잡는다고, 아무하고나 손을 잡지는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실례가 됐다면 용서해달라고 적었습니다. > 제가 그녀를 가볍게 봐서 한 짓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메일에 대한 답장은 안왔습니다.
그 이후로 - 이후라고 해도 만난 날로부터 겨우 3일이 지났을 뿐입니다만... -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안오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저녁에 < 영화는 언제 보러 갈 수 있냐는 > 메일을 보내자, 20분쯤 후에 답장이 왔습니다만, - 어제... 그러니까, 제가 그녀를 만난 다음날 입니다 - < 제 친구에게서 같이 비빔밥 먹으러 가지 않겠냐는 메일이 왔다며, 그 친구와 저는 친한 친구 아니냐고... 전에 만났을 때, 저와도 제 친구와도 단 둘이서는 만나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다 같이 만나서 놀자고... > 그렇게 답장이 왔습니다.
그 메일을 받은 후에 한참 고민하다가 분위기를 바꾸는 의미로 가벼운 내용의 메일을 한통씩 주고 받았습니다. - 가벼운 메일을 주고받는 도중에도 그녀의 이름을 잘못 적어보내는 헤프닝도 벌어졌습니다. 만약 그녀의 이름이 "은영"이라고 가정한다면, 전 "영은"이라고 적어보냈습니다. 그 답장에는 "그런데, 영은이는 누구?" 냐는 식의 내용도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 그 때 내가 손을 잡아서... 혹시, 나, 조금 미움받고 있느냐는 >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만, 거기에 대한 답장을 결국 없었습니다. 필시 잠이 들만한 시간도 아니고, 그녀의 메일에 즉각 답장을 보낸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답장을 안 보내주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요.
요즘,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그 아이의 마음. 그리고, 내 친구의 마음. 사실 내 마음도 잘 모르겠구요... 그래서, 이렇게 긴 글로 도움을 청합니다.
그녀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건지, 어떻게 하는게 가장 현명할 지...
내 마음도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지금 현재... 그녀에게 대쉬해 볼 기회마저 놓치기는 싫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