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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이 좁은 건가요 - 2

하늘구름 |2005.09.29 11:31
조회 1,624 |추천 0

목구멍까지 차오른 그말... 하고 말란 말씀에 울컥... 눈물이 다 날라 그럽니다.

그래서 아무 한테도 못하고 쌓아 뒀던 이야기 넋두리 삼아 좀 풀어 놔야겠습니다.

여기에 익명으로라도 이야기 해놓고 나니... 왠지 모르게 카타르시스...같은게 느껴지더군요.

얼마나 길어 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생각 나는대로 함 써봅니다.

 

결혼한지 서너달째쯤 됐을때...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신랑하고 시모 전화로 싸우고 있더이다.

원래도 가끔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싸우는 사람들이라 그냥 그러려니 할려고 하는데

내용을 들으니 저때문이더이다.

느닷없는 상황에 어쩌지도 못하고 핸드백 든채로 멍하게 서있는데

시모... 먼저 전화를 끊으셨던지 신랑 끊어진 핸드폰 한참 쳐다보다 냅다 던져서 깨버렸습니다.

그렇게 소리 지르는 사람들도 처음봤고,

울엄마가 성질 좋다고... 칭찬칭찬던 신랑 그렇게 화내는것도 처음봤고,

그게 나때문인거에 더 충격 받고 있는데

대뜸 시모... 집으로 전화 와서 신랑이 와락 달려가서 먼저 받으니 또 고함 시작하더이다.

참다 참다 안되겠는지 '니가 엮은 오해 니가 풀어라.'며 저한테 전화기 넘기더이다.

그러자 시모 이제껏 참았다는듯 온갖 소리를 다 풀어 놓습니다.

 

그 이야기 조목조목 듣다 보니 내가 순간 순간 서운했던거...

다 시모랑 시누... 작정하고 한 일이었습니다.

 

바보같이 참기만 하고 늘 웃고 있으니 만만했던지...

아니면 며늘년 언제까지 참나... 두고 보자는 거였는지...

자기 엄마 성격 알면서 내가 별 뜻없이 한 행동까지 자기 엄마한테

미주알 고주알 다 일러준 시누...

가뜩이나 시모랑 둘이 만나면 자기 오빠가 결혼하더니 변했니,

예전에는 자기한테 안저랬는데

언니 오빠 어케 꼬셨어요? 뭘 어뜩게하면 남자가 자기 색시밖에 모르게 ... 저렇게 변해요?

이러고 묻습니다.

그래놓고 돌아서서는 자기 오빠 있는데서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표정으로

착한 시누처럼, 자긴 단지 오빠를 뺏긴 불쌍한 막둥이인냥 굴었던거 생각하니

그런것도 못받아치고 참기만 했던 제가 멍청하고 짜증이나 먹었던 밥알이 거꾸로 솟더이다.

 

시모 온갖 소리 다한 끝에

나한테 '우리가 너를 얼마나 이뻐했는데 배은망덕한년.은혜도 모르는 년'이라고 하시더이다.

악을 악을 쓰면서 독같은 말들을 쏟아 놓는데...

이러고 살으라고 하면 나는 어머니 돌아가실 날만 기다리는 나쁜년 되겠구나 싶으니...

내 신세와 내 영혼이 참담하고 가엽더이다.

 

눈물도 안나고 성도 안나고 일단은 이 고함부터 잠재우자... 싶어

덮어놓고 먼저 빌었습니다.

노여움 푸시라고 진정하시고 주말에 올라가서 뵙자고...

그랬더니 끝까지 잘못했다는 소리 안한다고 독한 년이라고...

식구들 앞에서 니년 그 가증스런 이중성격 내가 다 까발릴꺼라고...

이제 볼일 없는 사람처럼 전화 끊으시더니

또 분에 겨워 금새 전화 걸어 했던 소리 또하시고 2절 하시길래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 듣고 있으니 더 약이 오르셨는지

너같이 독한 년 처음 본다고... 내가 이 분한거 꼭 풀고 말겠다고

어디 너같은게 들어와서 그 사이 좋은 남매 갈라 놓냐고...

한차례 길길이 더하신 다음 전화 끊더니 더는 전화 안오더이다.

 

그러도 주말까지 갈것도 없이

이틀뒤 시아버지 치료 때문에  우리 사는 대구, 대학 병원에 외래 오셔야했는데

시모.. 저보고 오지도 말라고 하십니다.

60넘은데다 디스크 수술하셔서 계단도 겨우 오르시면서

뇌졸중으로 팔다리 저려 걷는거도 안편한 시부 모시고 낑낑댈꺼 생각하니

내가 또 참자 싶기도하고

나더러 가봐달라 말도 못하고 자기가 갈 시간도 없어 마음 졸일 신랑 생각하니

그냥 먼저가서 기달렸다 수속 밟아드리고 약타고 다름 진료 예약까지 하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다시는 저 안볼것 같이 하신거 잊으셨는지 시모,

저 회사 가버렸으니 안심하시고 우리집가서 한잠 주무시고 집으로 내려가셨더이다.

집에 와보니 뭐 평소에도 다녀가시면 그렇지만 서랍이며 화장대명 장롱까지...

여측없이 불심 검문하신 흔적들 남아있구요...

 

그러고 다다음주 시아버지 뇌 검사 몇날 받으셔야되서 병원 와 계신 내내

시모 낮에 병실 지키시고 저녁에 퇴근하면 제가 곧장가서 시모 우리집으로 모시고

신랑 씻고 밥먹고 올때까지 있다가 밤엔 신랑이 불침번 서고

새벽에 신랑 집으로 와 씻고 밥먹고 우리 출근하면 그제서야 시모 병원 가시는걸 닷새 정도 했는데

낮에 병원에 전화해보면 시아버지가 받으시면서 '너 엄마 찜질방 갔다. 허리가 영 안낫나보더라.'

하시고, 그래봐야 아홉시부터 나 퇴근해서 병원까지 가명 다섯시반인데...

그것도 60넘으신 분이 힘이야 드시겠지만 일인실 계시고 보호자 침대에서 계시면서

며느리 한테 속옷빨래까지 시키시더이다.

'손으로 해라. 뭐 삶는것 까지 못하겠지만 속옷 세탁기에 돌리면 성의없어.'하십니다.

그냥 힘드시니까...생각하면서 샤워 하면서 담궜다가 빨았습니다.

결혼하기 전... 엄마 속옷은 커녕 내속옷도 안빨아 입고 살았는데... 싶으니

서럽기도 하고... 때마침 터져준 코피에... 한참 샤워기 틀어 놓고 울기도 했습니다.

 

저희... 결혼하면서 전세도 하나 못받아 나오고

그냥 제가 다니는 회사 사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신랑이 벌어 놓은거 쥐뿔 없고 빚만 몇백 진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할꺼... 빨리 결혼해서 빚 더 안늘이는게 낫겠다 싶어서 결혼 서둘렸습니다.

 

시댁 형편 그렇게 어려운거 아니면서

뭣땜에 그러시는지 2-3천 전세를 하나 안주십니다.

그러면서 '결혼하고도 다 떨어진 차 타면 체면 안선다.'시며

시모... 2천 중에 천은 주는거고 천은 빌려주니 갚으라시며 차 바꾸라고 하시더군요.

 

전 그냥 타던 차 별 말썽도 없고 기름값 비싸 경유차로 바꾸면 되겠다고 하실때도

그냥 기름 비싸면 조금 덜타고 그돈, 천만원이라도 종잣돈으로 깔고 시작했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차계약하라고 사람 보내셨더군요.

그렇게 해서 차를 바꾸고 천만원은 갚아야하고, 또 우리 살 궁리도 해야겠다 싶어서

허리띠 졸라메고 옷하나 못사입고 적금이다 청약저축이다 넣고,

서른다섯 되도록 암보험 하나 없이 살고 있던 신랑 종신보험 넣고 나면

생활비 남기는 커녕 카드로 살고 보너스 나오면 갚아가며 사는 살림,

그래도 쪼들린다 소리 한번 안하고 친정에서 쌀 얻어다 먹어가며 살고 있는데

매번, '너희집 갈때마다 느끼는 건데 고기 좀 해먹고 살아라. 생선도 좀 굽고. 사람이 먹어야 힘을쓰지.'

그렇게 속 긁어 대는 시어머니 보면... 서운한것 보다 야속한게 앞섭니다.

그런 말씀 하실라믄 김치 냉장고 까지 냉장고만 3대! 꽉꽉 들어찬거 좀 꺼내주시면 좀 좋겠습니까.

이건 막둥이꺼, 이건 언제 손님 오시면 먹을꺼... 주머니 주머니 싸 놓으시면서

냉장고에 더는 두기 그럴 만큼 오래된건 꺼내서

'이거 너희 먹을래? 구워 먹긴 그래도 국은 끓여도 되. 좋은 고기였는데...'하시면서

좋은고기 제때 못먹고 오래둬  안타깝다는듯 내 주십니다.

그래도 한번 싫다 좋다 말 없이 감사하게 받아 들고 와서 국도 끓이고  볶아가면서

'어머니 아니면 우린 소고기 구경도 못했을텐데....'하며 잘 먹고

먹을때마다 그래도 우리가 그 고기 사다 드려야 되는 형편 아닌거에 감사하면서 살았습니다.

 

결혼하고 한달 걸러 한번씩 디스크 수술이다 관절 수술이다 아버지 쓰러지시고 하는 통에

주말마다 시댁 오르락 거리는 돈만해도 한달에 사오십 장난입니다.

병원 계시고 투병(?)중이신데 빈손으로 어케 갑니까.

내 나름대로 사가고 해가고 ... 그래도 시어머니 고맙다 잘먹을께...는 커녕

'니 시누...00이가 이태까지 온갖걸 다 사왔다. 어찌나 나 좋아하는것만 쏙쏙 잘도 사오는지 저런애 없다.' 그런 말씀만 되풀이 하셔도

하나 밖에 없는 아들... 키우시는 내내 기대에도 못미치고, 속만 썩여 드리고

못해드린거 결혼하고 안정 찾아서 갚아드려야지 하는 생각에 정말 한번도 서운하게 생각 한적 없습니다.

직장 생활 하면서 살림 살고, 주말마다 시댁 가고, 월차 연차 돈으로 안받고 그거 다 땡겨서

쌩~신혼에 신랑 떼놓고 몇날이고 몇일이고 시부모 병간호 하느라 병원 지키는것도

자식이니까, 당연하다. 생각 했습니다.

아직 입사한지 이년도 안되서 저처럼 연월차나 휴가 내는거 여의치 않아

늙으신 부모님 병치레에 잠도 못자고 벌떡벌떡 일어나 앉아서 한숨 쉬는 신랑 보기 안쓰러워

그냥 회사 생활 9년차... 회사에다 사정이야기 말하기 만만한 제가

오르락 내리락... 시외버스타고 차 네번씩 갈아타고 다니면서 다 했습니다.

그때마다 몇백씩 드는 병원비 우리가 안도와 드려도 되는거에 감사하면서

그것만해도 천만 다행이라고 정말 감사해하면서 다녔습니다.

 

그런 며느리 한테... 시어머니, 시누가 너한테 섭섭해하드라고... 좀 잘지내라고

니가 하는게 뭐 있냐고... 우리 아픈거 갖고 니가 인상쓸거 없다고

늙은이들 아프다고 병원비 달란 적도 없고

오르락 거리는것도 며느리면 당연한거다. 너 잘하는거 아니다. 착각하지 마라.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또, 눈물겨운 막둥이 신세타령 대신 읊어 주십니다.

 

저, 왜 서운할까... 나는 더 해주고 덜해주는것도 없는데...

내가 나도 모르게 시누를 미워하나? 싶어서 마음 고쳐먹고 잘해줄라도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속이 상하는건, 사촌들이랑 손위 형님이랑은 저, 사이 너무 너무 좋습니다.

다들 제가 뭐 떡을 준것도 아니고 특별히 잘한것도 없는데 모두들 다 친합니다.

오죽하면 결혼하고 두번째 보는 사촌 도련님도 '형수랑은 한 몇년 산것 같이 편하네요.'그러면서

명절 내내 저 뒤 따라 다니면서 먹을거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일도 쉬엄 쉬엄 하라고 걱정도 하고 그럽디다.

 

나도 없는집 큰딸로 크면서 평생 일만 하는 엄마 아빠 밑에서 남동생 하나 여동생 하나 있는데

월급 엄마한테 다 갖다드리고 용돈 받아 쓰면서도 그 용돈에서 학생인 동생들 얼마씩 집어주고,

친구들하고 차마실 돈 아껴서 집에 가는 길에 엄마 드실 빵 한봉지 사들고 가는게 기쁨이었습니다.

딸들... 다그러고 사는거 아닙니까?

우리 시누... 자기 엄마랑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객지로 나가서

한달에 한번 오면 많이 오는 집, 자기가 직장생활 하고 아르바이트 하면서도

생활비, 용돈 다 받았다는데 그정도야 당연 해야했던거 아닌가.... 그런생각도 요 근래에 들었습니다.

 

나는 시모한테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했는데...시모는 그냥 며늘일 뿐이었던가 봅니다.

자기 엄마가 그렇게 날 무시 하니, 시누도 별로 날 우대 해줘야 할 필요를 못느끼나... 생각 듭니다.

자기 아들보다 월급 많이 받는것도 질투 나고, 결혼하기 전에 돈 모아서 친정 집 사는데 도와주고 온것도 자기 딸이랑 비교되서 짜증나시나 보다...생각하니 그냥 좀 어이가 없습니다.

 

시누한테 들인 정성 생각하니 괜히 친정 동생들한테 못해준거 생각 나서 눈물 납니다.

결혼할때 군인이었던 남동생... 말년 휴가 나와서 열흘 가까이 막노동해서 모은돈 오십만원 주면서

뭐 사줄라 그랬는데 그냥 누나 비상금 갖고 있으라고 백만원 해줄라 그랬는데 미안하다고

지가 속 썩여서 미안하다고 엄마 아빠한테 잘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누나는 그냥 가서 하던대로 하면서 살면 된다 하던거 생각나서... 미칠것 같습니다.

 

아직 대학 3년 남은 남동생 자기가 학비 알아서 할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작년에 전문대 졸업하고 조그만한  중소기업 다니며 야간 대학 다니는  막내가

돈벌어 자기 오빠 졸업시킬테니 언니 할만큼 했으니 그만 걱정하라고 합니다.

큰아버지 부도 난거 떠안은 엄마 아빠...

저희들 걱정에 저 마음 불편하게 살까봐 안심 시키도 또 안심시키는 동생들...

그러지 말자...하면서도 시모한테 들었던...

다 잊었다 생각했던 말들... 자꾸만 곱씹어지니...

저, 자꾸만 억울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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