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그녀 1
“ 사랑해!”
(E) “쪽!”
데니스강은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수화기에 쪽 입을 맞추었다.
입을 맞추는 폼부터가 아주 근사하다. 수화기를 통해 입맞춤을 받는 여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그 근사한 폼을 상상만 해야 한다 것이 아쉬울 정도다.
---데니스강: 1977년 뜨거운 정열의 여름 생.
키 181센티 몸무게 75KG
전적 2전2승의 킥복서 출신 현대미술가
그가 킥복서일 때나 지금의 현대미술가일 때나 변함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커다란 재화를 획득하고 관리하는 능력 또한 남달리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의 아파트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 고르키 피카소 마티스가 그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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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르키의 고뇌를 위한 습작; 그림은 고르키가 자살하기 1년 전에 그린 그림이다. 그림을 그릴 당시 고르키는 고뇌란 테마의 작품을 위해 적어도 6개 이상의 습작을 하였다. 그림은 6개의 습작들 중의 하나로 완성작에 가까운 수작으로 그의 만년의 표현적이고 격렬한 회화양식을 잘 드러나 있다. 그림에서 밀폐된 실내에 마주하고 있는 좌측과 우측의 두 사람과 의자와 테이블 등의 사물들은 극도로 왜곡되고 불안한 선으로 묘사되어 있고, 군데군데 보이는 어두운 색의 터치들은 고통과 절망의 분위기를 배가한다. 그러나 캔버스에 스며든 듯한 파스텔조의 색채와 가늘고 자유로운 선묘 등은 이러한 분위기를 마치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삶과 같이 극도의 비극적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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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카소의 푸른 곡예사; 그림은 피카소 청색시대의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하늘로 날아갈 듯 뛰어오르는 괴물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그림을 좀 더 몰입해서 본다면 피카소의 큐비즘 핵심적 요소 면? 색 ? 형태의 분리가 극단적으로 강조되어 대립되 있음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그의 날카로운 지성과 비판 분석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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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티스의 자화상; 그림은 마티스가 데니스와 비슷한 나이 31세 때 그린 작품이다. 그림은 굉장히 정기가 넘치며 명쾌한 필치와 색채의 미묘한 뉘앙스, 명암의 적절한 배분 등이 그가 종래의 고전에서 배운 화법에서 차츰 탈피하여 마티스 특유의 단순하고 명쾌한 색면에 의하여 화면을 구성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마티스의 조형적 의지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납득할 수도 있다. 얼굴의 처리 또한 코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눠 명암의 표현 의도에서가 아니라, 색채 그 자체의 가치를 발현한 듯도 하다. 대부분의 자화상이 그렇듯 당시 그의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그림에 대한 생각들이 모두 들어가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상체의 하얀 셔츠 위에 여러 가지 색 터치를 한 색채 그 자체가 어떤 언어를 암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모두가 데니스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직접 사온 그림들인데, 아침마다 이 그림들을 보며 데니스는 수십 년 대가들의 가르침을 배우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것들을 보며 독특한 사유를 하기도 한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죽었고 그들이 남긴 그림들 또한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데니스는 하루에도 몇 번씩 뻥친다. 큐레이터, 에이젼트, 홍보계 여자들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키쓰를 남발하며. 항상 최고의 그림만을 그릴 수는 없다. 지금같이 번아웃된 상태에서도 돈은 필요하고 필요한 돈을 확보하기위해서는 TV광고, 매쓰미디어를 막론하고 홍보와 후원이 필요하다. 홍보와 후원을 위해서는 딜러들과 관계자들을 사로잡아야한다. 이미 킥복서 시절 터득한 방법들로. 여자들에겐 사랑이란 이름의 뻥, 남자들에겐 다른 적절한 방법으로 뻥.
어차피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하는 것이다. 싫은 예술을 한다면 그것은 막노동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하더라도 돈이라는 것에 주눅 들어 산다면 그것은 자기 인생을 배신을 하는 것이다. 죽고 난 다음에 불멸의 명예를 갖는다고 해도 그것은 예술가 당사자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벽에 걸린 그림의 마스터들처럼 유령이 된 그는 알지 못한다. 작품 또한 골돌품처럼 유물의 가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데니스가 아무리 그렇게 사유를 해도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 번아웃된 상태가 언제까지나 이대로 계속된다면?’
배가 고팠다.
항상 있는 일이다. 벽에 그린 그림들을 보며 사유를 하고 나면 미래에 대한 강박증이 엄습해오고, 강박증이 엄습 해오고 나면 배가 고프다.
(E) “띵동!”
아파트 벨이 울리고 배가 고픈 데니스는 게이트문을 통해 들어온 택배를 받았다.
---블랙 레인코트 FROM 리아---
택배 라벨에는 메시지와 함께 핸드폰 넘버도 적혀있었다.
‘얏호?’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 지 데니스는 택배와 함께 어렴풋이 생각나는 핸드폰 넘버의 그녀까지 맛있어 보였다.
' 어떡 해!
이걸 먹어?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