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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담원, 그들이 아름답습니다

기린 |2005.10.27 08:52
조회 814 |추천 0

직업상담원이란 직업이 자랑스럽습니다"
장애우 14명과 함께 한 5일
이명숙(lhmms) 기자


직업상담원이 된 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다양한 구직자들을 만났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나간 자취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 갈피마다 선연한 자국들이 남아 있습니다.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안타까움에, 뒤돌아서서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은 바로 구직자들이었습니다. 지난 주도 저는 다시 한번 구직자들로 인해 감동을 받았습니다.

장애인재활협회에서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성취프로그램 연계를 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흔쾌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작년부터 분기마다 한번씩 산재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진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힘들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취프로그램 첫날. 뇌성마비 1급을 비롯한 14분의 장애우들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언어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을 뿐더러, 앉아 있는 모습 또한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분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5일 동안 진행을 하지? 처음 시작은 어떻게 할지, 만 가지, 천 가지 생각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습니다.

그러던 중, 뇌성마비 1급인 스물세 살 장애우와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저를 보고 환하게 웃는 그 모습을 본 순간, 제 마음속에 엉켜있던 실타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천형과도 같은 장애를 안고 살아온 그녀의 웃음은 세상의 어떤 꽃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혼자서는 밥 먹는 것도, 신발 신는 것도, 옷 입는 것도 할 수 없지만, 그녀의 미소는 눈부시도록 밝았습니다.

그 웃음을 대한 순간, '그래 해 보는 거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었고,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저 분들이 하는 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라는 처음의 기우와는 달리,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온 근육이 뒤틀리면서도 어떻게든지 표현해 내려 애쓰시는 그 분들의 마음과 생각들이 그대로 전해져왔습니다.

마음이 열리니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들리기 시작하니, 그 분들의 작은 외침들이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비장애인들보다 더 정확하게 핵심을 집어내는 뇌성마비 1급 장애우를 보면서, 후천적인 장애로 인해 본인의 몸 또한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 심한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제 가슴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서푼어치도 되지 않은 편견들이 부서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원없이, 한없이,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그 분들에게 5일 동안 프로그램이 허락하는 한 기회를 드렸습니다.

남들은 쉽게 뱉을 수 있는 말도 한 마디, 마디,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삶 앞에 겸손해졌습니다.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살고 있었는데, 나누어 줄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동안 손아귀에 움켜쥐고 살았던 삶이, 한 평생 사는 길이 왜 이리 울퉁불퉁하냐며, 짐짓 세상의 고뇌를 혼자서만 감당하는 것처럼 했던, 제 삶이 얼마나 엄살이었는지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억압되지 않은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다는 장애우, 5일 동안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너무 감사하다는 장애우, 칭찬을 받음으로써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는 장애우들을 대하면서 그 분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제 생, 한 페이지에 깊게 깊게 들어앉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자그마한 나비 날개짓 하나가 미국 뉴욕에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제가 하는 작은 일이 쌓이고 쌓여 힘겨운 구직자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꿈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직업상담원이라는 이 직업이 자랑스럽습니다.



* 이명숙 기자는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서 직업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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