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3시, 문영은 여전히 모니터 화면을 뻔히 바라보고 있다.
심심해서 들어간 스카이러브에서 또 누군가가 이상한 쪽지를 보냈다.
'드라이브나 가자고, 미친 놈.'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5개월 째, 몰래 다른 여자와 양다리 걸치다 걸려서 보기 좋게 차버린 문영이였지만 속은 그리 편하지 못했다. 문영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고, 많이 믿어버린 상태여서 그 배신감은 더 컸다. 이 후 잘못을 비는 남자친구를 보고 측은한 맘에 다시 만나 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보았지만, 역시 한 번 배신하는 사람은 또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대학에 와서 2번째 맞는 방학이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어학연수를 가버리거나, 혹은 유럽여행을 갔다. 한국에 남아있는 친구들은 남자친구들이랑 항상 붙어다니는지 연락도 없었다.
덕분에 문영은 특별한 일 없이 지루하게 하루하루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집에서는 여행이라도 가라고 부추기지만, 문영은 왠지 모르게 돌아다니는 것이 귀찮아졌다. 그냥 더운 낮에는 혼자 영화도 보러 다니고 쇼핑을 하다가 저녁에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여름이 깊어감에 따라 한 밤이 되더라도 온도계의 눈금은 내려갈 줄 몰랐다.
더위에 약한 문영은 그래서인지 몰라도 며칠 전부터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기 시작했다. 기관지가 특히 약한 문영은 에어컨 바람을 쐬면 쉽게 목이 상한다. 에어컨도 틀지 못하고 더위에 지친 문영은 그래서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채팅따위를 하면서 더위가 식을 때까지 컴퓨터를 하면서 밤을 지샜다.
문영은 계속 날라오는 쪽지를 씹어버리면서 채팅방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방제들은 정말 가관이였다.
[키 184, 연대 의예, 깔끔 남, 스타일 좋은 걸만]
[화끈하게 놀 색녀만]
[알바 하실 화끈 걸]
[강남, 청담, 압구정만]
[폴로스탈 명품족 환영]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문영은 난감했다. 어째 사람들은 뭘 기대하고 저러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을 그렇게 쉽게 만나나하는 생각. 그러다가 우연히 눈에 띄인 파란글씨의 제목.
[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문영은 피식 웃었다. 동시에 혹시 이상한 생각하는 변태같은 사람이 있는 곳이 아닌가라는 의심도 들었다. 그래서 방개설자의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디: 파란천사 나이: 23 위치: 해외/기타]
첫줄을 읽어보니 위치가 해외라고 하니 이상한 짓은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자 문영은 그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문영: 안녕하세요.
파란천사: 어서오세요. 문영님. 당신을 오래전부터 기다린 파란천사입니다.
문영: ^^; 채팅많이 하시나봐요 능숙해요.
파란천사: 그래요? 처음해보는 것인데,
문영: --; 거짓말 같은데요. 아 파란천사님 소개 부탁드려요.
파란천사: 예, 아 잠시만요 주님께서 부르시네요.
문영: 네? @@~ 주님?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피곤한지 목이 결려왔다. 냉장고에서 문영은 시원한 맥주를 꺼내왔다. 전에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때문인지 자주 맥주를 입에 대기 시작했다. 답답할 때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 괜히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약간 기분좋게 취해 잠도 잘 왔다. 자리에 앉아 맥주 캔을 땄다.
모니터의 커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란천사: 죄송해요. 주님께서 문영님께 할 말이 있다고 하셔서요.
문영: 천사님 넘 웃겨요. 그거 언제 적 유머죠? 그런 식의 유머잖아요. 아, 너 쌀집에서 전화 왔어라고 말하고 나서, 왜라고 물으면 너 밥값하라고 하는데라고 말하는 식.
파란천사: 어 아닌데, 주님이 말씀하시길 문영님 요새 통 교회에도 안 나오고 기도도 안 한다고 섭섭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시는데요.
문영: 네? 그러고보니 신기하네요. 저 교회 다니는 것 어떻게 아세요.
파란천사: 주님께서 항상 말씀해 주셨거든요. 문영님에 대하여.
문영: 암튼 재밌는 분이시네요. 다행이에요.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파란천사: 문영님 방제 보셨죠. 특별 고객 사은 잔치로 저번 크리스마스에 행사했었는데 문영님이 당첨되셨어요.
문영: 당첨이요? ^^; 저 그런 것 응모한 적 없는데.
문영은 계속되는 상대방의 엉뚱한 말에 거부감보다는 이유 모를 친밀감을 느꼈다.
파란천사: 아 설명을 드려야 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없네요. 문영님이 계신 곳이랑 이 곳은 시간차이가 나거든요.
문영: 아 맞다. 접속위치가 보니까 해외지역이던데? 유학생이세요?
파란천사: 예. 저 연수받고 있거든요.
문영: 뭐 공부하시는데요?
파란천사: 인류행복학이라고 지금 석사 과정입니다.
문영: 예? 인류학이 아니라요?
파란천사: 네 인류행복학이요.
조금씩 방안의 공기가 시원해지고 있었다. 덕택에 문영의 기분은 조금씩 상쾌해지고 있었다.
문영: 혹시 개그는 아니에요? 말투가 딱이네 개그맨 하면 옛날에 신동엽 보는 것 같아요.
파란천사: 아, 신동엽이요? 그 친구 잘 알죠. 얼마 전에 여기 올 뻔했죠.
문영: 아 참 거기가 어딘데요?
파란천사: 그건 조금 있다 말씀드릴께요. 먼저 문영님의 확인이 필요하거든요.
문영: 네?
파란천사: 지금 화면에 소원성취확인증 보이시죠. 거기 서명란에 싸인 해주세요. 아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먼저 왼쪽 가슴에 살짝 문지른 다음에 이름을 써주시면 되요.
상대방은 아마도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 같았다. 갑자기 모니터에는 택배회사에서 발급하는 인수증 같은 확인증 같은 것이 보였다. 문영은 점점 흥미 진지해졌다. 상대방이 재밌게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에 문영은 자신도 그에 맞받아 쳐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긴 요새는 인터넷에서 별의별 신기한 기술이 선보이고 있으니 이상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언제인가 누군가가 지문인식 프로그램이라고 손가락 대라고 한 다음에 정작 손가락을 화면에 대면,
[바부녀석, 그걸 믿냐~~]
라는 화면이 떴었다.
문영은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썼다. 모니터에서 손을 떼는 순간
"자 반가워요. 파란천사입니다."
"에 뭐야, 이게 뭐지 여기가 어디에요?"
"네 여기는 제 3 우주 47은하계 17 행성입니다."
"뭐라구요? 장난하세요."
"흔히 문영님 계신 곳에서는 제 3우주를 천국이라고 부르더군요."
"예? 천국이요. 장난해요. 난 멀쩡하게 살아있는데요."
"아 물론이죠. 문영님은 살아계시죠. 그러니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제 여기서 문영님의 소원을 이룰 수 있거든요. 직접 문영님이 고르셔야 합니다."
"정신 없네, 이상해요. 무슨 말인지."
"자아 이해를 돕기 위해 이것을 받으세요. 가만히 손에 쥐고 계시면 이곳에 대한 정보와 앞으로 문영님이 하셔야 할 일에 대하여 아시게 될 것입니다."
파란천사라고 불러야 할 날개달린 사람은 문영에게 [나디아-만화영화]에서나 보던 블루워터 같은 팔면체의 파란색 물건을 건내 주었다.
그러면서
"이곳의 시간은 문영님이 계신 곳에 비하여 3배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아까 싸인하신 소원성취의 유효기간은 지금으로부터 하늘의 4번째 태양이 6번째 달의 위치에 갈 때까지입니다. 저는 써야할 논문이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요. 그 물건 잃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손에 서 떨어뜨리면 안 됩니다. 조금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날개를 펴더니 훨훨 하늘 높이 사라져 버렸다.
문영은 겁이 나기보다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어 보였다. 지루해서 재미없던 날들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만화같은 일을 겪게 된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문영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하늘에 태양과 달이 많이 보인다는 것 빼고는 한가로운 시골의 모습이였다. 호수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경치 좋은 한적한 휴양지처럼 느껴졌다. 일단 문영은 파란천사가 주었던 물건을 꼭 잡아 보았다.
환했던 주위는 사라지고 검은 바탕화면에 윈도우 창처럼 글씨상자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인류행복학 안내프로그램입니다. 박사과정을 마치셨다면 1번 석사과정이라면 2번을 눌러 주십시오. 그 외 학사과정 과 일반 천사는 3번을 눌러주십시오."
문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3번을 눌렀다.
"인류행복학은 지난 46억년 전 지구라는 행성이 생긴 뒤에 처음 생겨났습니다. 당시 최초의 지적생명체였던 공룡족이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한 멸종을 겪고 난 뒤 6500만년 전에 탄생한 인류의 원할한 존속을 위하여 우주연방국이 마련한 보조 프로그램입니다. 인류의 보호관리자고 선정된 우리 17행성인들은 인류를 이해하고 인류의 발전을 위한 특별 관리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하여 인류행복학을 마련했습니다."
문영은 공상 만화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였다.
"그러나 인류 역시 우리 행성인들에 비하여 문명의 수준을 떨어지지지만 독자적인 개별 지능체이기 였기 때문에 프로그램에는 많은 변수가 있었습니다. 인류를 돕기 위하여 우리가 마련한 종교 프로그램과 특정 인물에게 비범한 능력을 수여하는 우수자 선정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오류로 인하여 인류는 많은 전쟁을 겪었고 최근까지도 인류시스템전체가 다운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행성에서는 인류행복학의 실제적인 창시자이자 현 행성연수원의 관리자이신 주님이 직접 새로운 인류행복학 프로그램을 제작중이십니다. "
문영은 생각했다. 이건 꿈이다. 그러니까 즐기자고, 한가지 궁금한 것은 도대체 문영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였다.
"새로운 인류행복학의 파일럿프로그램은 현재 제3 프로젝트 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인류행복학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하여 매일 인류의 행복지수를 체크하고 이를 개인별로 정리하여 담당자들에 의하여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실시되는 파일럿 프로그램의 대상자는 차문영양입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문영은 조금 놀랬지만, 어차피 꿈이니까, 즐기기로 하였다.
"당신은 예전에 인류행복학 프로그램이 가졌던 오류를 수정한 패치가 깔린 새로운 프로그램을 인스톨하셔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설치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 설치(권장) : 절대적인 부+절대적인 미로+ 절대적인 권력 그리고 인기+영원한 사랑
선택 설치(고급) : 구체적인 행복 사항에 대한 실현
뭘 선택해야할까. 문영은 가만히 서서 고민했다. 고민은 점점 깊어져간다. 내가 바라는 행복이 뭘까. 문영의 환경은 남들이 보기에 상당히 좋았다. 자상하신 부모님에 중산층 이상의 생활. 또 문영의 전공은 약학이였다. 비교적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직업인이 되기가 어렵지 않았다. 외모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였다. 그렇다고 문영은 행복한가라는 명제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상황이 자신의 의지대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안정된 것이 좋다는 주위의 바램이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문영이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이 세상에 전부 인 줄 알았다. 변하지 않고 항상 자신을 위해서 누군가가 옆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그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위의 친구들로 이성친구를 사귈 때는 결코 변하지 않음을 맹세 하다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예전의 것을 쉽게 버리곤 하는 했다. 그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연 스스로 바라는 것을 모두 했었는가.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에서 상우라는 인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말에 대한 대답을 문영 나름대로 준비해본적 있다.
"사랑은 변하지 않지만, 그 대상이 바뀌는 거야"
"뭘 그렇게 중얼거리세요? 결정 했어요?"
파란 천사였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1번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럼 저는 아마도 그 나머지 사람이겠네요."
문영은 2번을 눌렀다.
"그럼 문영님, 무엇을 이루기를 바라십니까?"
"아직 결정 못 했는데, 바로 정해야 하나요?"
"그건 아니지만, 아까도 알려드렸듯이, 이곳의 시간은 문영님이 계신 곳보다 3배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리고 유효 기간도 있구요. 되도록 빨리 하지만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아 네, 참 논문 쓰신다고 했잖아요."
"예, 문영님의 선택이 제 논문의 마지막을 장식할 것 같거든요. 지금 문영님의 행동은 기록중입니다."
"치이, 그럼 제게 수고비 주셔야죠."
"문영님의 아마도 그런 순수함이 지금의 순간을 주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순수함이라, 잊혀졌던 단어 중에 하나같다.
"참 그러고보니 제가 크리스마스때 실시했던, 뭐 있잖아요. 아까 말씀하신 것."
"아 네, 매년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산타 클로스라고 불리는 감찰관을 세상에 보내죠. 그래서 가장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뽑아 이렇게 이벤트를 벌이구요."
"예? 제가 가장 순수한 마음이라구요? 설마요."
"안타깝게도, 요즘 세상에는 그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분이 없답니다. 주로 우리가 인류를 관찰하는 매체가 요새는 인터넷이거든요. 채팅만 하더라도. 끔찍하답니다. 덕택에 인류순화를 담당한 천사들은 죽을 맛이죠. 가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천사는 날개가 검게 변하고 신경질적이 되어서 제 18행성으로 옮겨져서 치료를 받곤하죠."
"아 그래요. 천사님 바라시는 것 있으세요?"
"예? 저요. 글쎄요. 일단은 제가 담당하는 대한민국의 발전이라고 할까. 이번에 제가 힘을 발휘했답니다. 새로 만들어본 레드솔루션이 멋지게 작용해서, 아시죠 월드컵때 엄청난 인파가 몰린 것, 그거 제 작품입니다."
"참 파란천사님은 재밌으세요."
"그건 문영님한테 돌릴 말인데요. 지금 문영님 현재의 일들 못 믿고 있죠?"
"그럼요. 이걸 누가 믿겠어요. 하지만 설사 꿈이라도 저도 알고 싶어요 제가 바라는 행복, 그리고 넘 재밌기도 하고요."
"믿음의 강요는 하지 않겠습니다. 신중하시길 바라고요. 저는 일단 논문의 완성을 위해 잠시 뒤에 서있겠습니다."
문영은 크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가 과연 문영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했다.
"결정했어요."
"네 잘 알았습니다. 소원은 바로 이루어졌습니다. 확인은 조금 뒤에 가능합니다. 좋은 결정 내리셨습니다. "
"그런가요? 그럼 이제 어떡하죠."
"네 일단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소원은 이미 이루어진 상태이고요, 혹시 모를 오류를 위해서 3일동안 감시와 패치프로그램이 개발됩니다."
"천사님은 그럼 논문 잘 쓰셨나요?"
"문영님의 선택으로 인하여 인류행복학의 발전에 대한 믿음을 얻었습니다. 아 저기 주님이 오시네요. 바로 제 논문에 대한 결과를 알려주실 것 같습니다. 같이 가셔서 만나보시겠습니까?"
휘향찬란한 광채, 똑바로 고개를 들 수 없는 공기의 무거움따위는 없었다.
그냥 인상 좋은 할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문영양 반갑습니다."
"네, 근데 이름이 주님이십니까? 마치 우리가 믿는."
"아 종교 폴더에 깔린 아니.. 인류가 믿는 종교의 절대자와 저는 같습니다."
"네?"
"무의식적으로 인류를 돕기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마땅한 이미지를 넣을 수가 없어서 제 이미지를 넣었죠. 그러다보니, 당신들이 믿는 절대자의 이미지가 저의 평소 패턴과 비슷해졌지요."
"외모는 아닌데요?"
주님이라 불리는 할아버지는 잠시 크게 웃으셨다.
"이거 한 방 먹었군요. 우리 역시 종교가 있답니다. 종교라기 보다는 이 세상 전체를 만드신 절대자에 대한 주체적인 믿음이지요. 우리를 만드신 그에 의지를 그대로가 아닌 우리 스스로의 의지로 받아들인답니다."
"말이 어렵네요."
"우리가 인류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종교의 의미도 그러하답니다."
"네?"
"어떤 기적적인 모습에서 신의 위대함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운명이라 불리는 것과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자립심과 성취감을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종교적 자세를 인류에게 알렸던 것입니다."
"결국에 우리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이네요."
주님은 파란천사에게 한 장의 종이를 건냈다.
"축하하네, 이제 박사가 되었군."
"네."
"역시 자네가 말한대로 아직 인류는 희망이 있어."
"이 녀석 또 밤 새 컴퓨터했구나. 어서 일어나 밥 먹어."
문영은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모니터 화면은 여전히 켜 있었고, 컴퓨터 옆에는 몇 개의 맥주 캔이 놓여져 있었다.
"어 역시 꿈이였네, 아깝다 마지막까지 가야 했는데, 참 재밌었어."
"문영아, 어서"
"컴끄고 갈께요. 이상하다. 맨날 밤에 잠 못자서 아침에는 못 일어나고 밥 맛도 없었는데 오늘은 밥 땡기네, 몸도 가볍고 살찌겠다. 밥 먹고 꺼야지."
침대에서 일어나 후다닥 나간 그녀의 방 한구석에 여전히 켜있는 모니터 화면
그곳에 한가지 확인 창이 떴다.
"방에서 나가시겠습니까? 방 개설일자: -46억년 "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온 귓말
"문영님, 당신이 바라던 소원이 있기에 인류는 아마도 우리 행성을 뛰어넘는 훌륭한 종족으로 남을 것입니다. 아 그리고 사랑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대상도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은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용기의 점점 작아지기 때문이지요."
문영의 소원은 다음과 같았다.
나 자신을 끝까지 믿어볼 수 있다면 아마 하루하루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겠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한다면 밤에도 푹 잘 수 있겠다. 근데 이게 소원일까.
파란천사의 p.s
꿈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꿈꾸지 않는 자에게는 이루어질 것은 없다.
위 말도 제가 만든 것인데, 대박이였죠. 다른나라 담당들이 부러워했답니다. 하하.
근데 너무 길어서 첫 문장만 사용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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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에 썼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