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가엾은 사람.....”
서영의 말끝이 한숨에 파묻혀 흐려진다.
나는 싱긋 웃는다. 한 손은 머리를 괴고 다른 손으로
서영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왜 그렇게 불러?”
서영은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응시한다.
이윽고 조용히 상체를 일으켰다.
내 시선이 서영을 따라 올라간다.
네글리제 사이의 눈처럼 흰 가슴에 작은 펜던트 목걸이가
반짝인다.
서영이 입을 연다.
“아까 말한 전구 이야기 말야......,,”
“그 얘기가 왜?”
“지현씨........ 켜진 전구는 실제로는 뜨거워. 그런데 지현 씨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서영이 갑자기 양 손으로 내 손을 마주 잡는다.
나는 의아하게 두 손을 내맡긴다.
서영이 말을 이었다.
목이 메인 어조다.
“지현 씨의 손이 너무나 차가워서 그런 거야.........”
서영의 눈이 물기를 머금는다.
갑작스레 양손으로 내 어깨를 끌어안는다.
“사랑이란 게 그래......마비되어 잘 모르고 있지만 너무 가까이 붙어서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반드시 상대를 찌르는 거야.”
서영이 울먹인다.
“여기서 우리가 서로에게 더 다가가면 결국 큰 상처를 입을 거야.”
가슴이 답답해졌다.
서영의 몸을 밀어낸다.
나도 모르게 서영의 양 어깨를 잡아 거칠게 흔든다.
“그런 게 두려워?”
서영은 눈을 감는다.
두 손으로 자기 눈 밑을 지긋이 눌렀다.
손가락 사이로 가느다랗게 눈물 줄기가 배어 내린다.
“나는 어떻게든 상관없어, 그렇지만.....”
나는 양 손으로 서영의 얼굴을 붙잡았다.
“서영아, 잠깐만 나를 좀 봐.”
서영은 아주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벌개진 눈자위가 가슴을 아프게 찌른다.
“나를 믿어. 너도 미래에게도 상처 주지 않지 않을 거야. 맹세할 수 있어.”
서영은 자신의 볼에서 조용히 내 손을 떼어낸다.
“그게 아니야. 지현 씨만 나를 상처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서영은 말을 잇는다.
“내 말 모르겠어? 나도 지현 씨를 망칠 수 있어. 아니, 오히려 내가 더 지현씨에게
해가 될지 몰라.”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나는 은연중에 동화되는 불안감을 인정하기 싫어 소리쳤다.
그러나 목소리가 자신감에 차 있지 못하다.
서영이 다시 나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뺨을 내 얼굴에 꼬옥 붙였다.
서영의 눈물 줄기가 내 입가를 적신다.
울먹임에 떨리는 속삭임이 내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나는 조용히 사그라져 버리고 싶어. 당신을 태우지 않게. 나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