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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요.....#4

어찌 살라... |2005.11.14 14:03
조회 150 |추천 0

 

소리 없이 어느새 희지 뒤에 서서 ‘제가 드디어 미쳤네.’란 표정을 짓는 정욱...


“뭐예요.”


“밥 한끼 못 먹으면 죽나?  당신만 그런 거요.  아니면 여자는 다 그런 거요.”


“그래, 난 죽어! 난 죽는단 말이야.  성질이 사나워져서 죽는단 말이야.  밥도 못 먹었는데, 왜 자꾸 악 쓰게 만드는 건데...”


“악 그만 쓰고 밥 먹으러 갑시다.”


“인사는 드리고 갑시다.”며 희지 어깨에 팔을 두르는 정욱...


“놓고 가죠.”


“예민하긴... 웃으며 인사나 잘해요.”  두른 팔은 걷지 않는다. 

.

..

...

대구에서 묵고 있는 정욱에 호텔 방....


“왜??  ....  여기로 와요.”


“엉큼한 생각 말아요.  나도 옷 갈아입어야 편하고 당신도 그 옷으로 제대로 식사 하겠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정욱을 따라 졸랑졸랑 들어가는 희지는 소파 옆에 레스토랑에서 본 테이블...  위엔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한 가득 차려 있었다.


“우아.... 우... 우우... ^^”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희지 모습에 정욱은 웃음이 나지만 참는다.

안쪽 방에서 옷을 들고 나와 희지에게 던지는 정욱! 

어느새 편해 보이는 캐주얼로 갈아입은 정욱...


“빨리 먹고 싶으면 갈아입어요. 저기 화장실...”


화장실로 들어간 희지는 이뿌게 모양을 낸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고...

그냥 벗으려니 아까운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거실에 차려진 먹을 것을 생각하니 지체할 수 없었다.

정욱이 준 옷.... 츄리닝이다.  편하긴... ‘츄리닝이 와따 입니다요.'

그런데 너무 컸다.  남자가 입는 츄리닝이라 클 수밖에 없다. 

소매를 3-4번... 접고 바지는 5-6번 접고...

저번에 정욱이 입었던 옷이다.  그땐 뽀대 나던데... 희지에겐 웃긴 옷이 됐다.

‘무슨 상관이람... 웃기든... 말든...’

그래도 조금은 신경이 쓰인 희지... 거실로 나왔다.


“앉아... 풋... 푸웃~”


쭈뻣.. 쭈뻣... 테이블 앞에 앉은 희지...


“하하.... 하하...”  이젠 대 놓고 웃는다.


“웃지 말아요.”


한 번 찡그리고선 머리 한번 들지 않고 먹는 것에 열중한다.

“오늘 같은 가족 모임은 괜찮지만 공적인 모임은 한달에 2-3번 있을 것이요.  많으면 5-6번도 되고 피곤도 하지만 제대로 입을 맞춰야 되겠지 그래도 안 맞을 수 있으니 살짝 윙크하면 서로 하던 얘기를 멈추도록 합시다.”


테이블에 차려진 뿌듯한 음식들을 멈추지 않고 먹으며...


“저 윙크 못 해요.”


“윙크 못 하는 사람이도 있어요.”


“어기...”(여기) 


“그만 먹고 윙크 한 번 해 봐요.”


“먹는 건 다 먹고 못하는 윙크 보여 줄게요.”


스테이크 몇 조각을 입안에 얼른 넣어 버리는 희지...

터질 것 같은 볼...

그런 그녀의 모습이 부담스럽지 않고 귀엽게 보인다.



“당신 29살 맞아?”


알 수 없는 물음에 먹는 걸 멈춘 희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죠?  호구조산 벌써 하지 않았나??  그래,..  지금까지 29년 살았죠!!  왜요?”


“29살이라고 하기엔 너무...”


“너무... 뭐요?  어려 보여요. ^^  후훗~”


“으응...  정신연령이 만 5세 같아 보여요.  겉모습은 마술 걸었죠.”


희지를 이쪽저쪽 열심히 살피는 척 한다.


“‘슈렉’ 에서 보면 피오나 공주처럼...!”


“치~~  당신은...  피오나 공주와 결혼하려는 ‘심뽀꽈당’ 악당 영주 있죠.  앉아서 날로 먹으려하고 명령만 하는 키 작고 머리통 큰 사람 같아요.  알죠. 알죠.  머리통 큰... 악당!”


“내가 어딜 봐서... 명령은 좀 하지만 날로 먹은 일 없는데...  그리고 난 키 크고 머리도 이만하면 보통이고...  뭐가??  어딜 봐서 악당으로 보여??”


“이미지가... 이미지가 그래요.”


말도 안 된다며 타박을 주는 정욱에게 막 우겨대고... 박수 치며 난리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오랜만에 가져보는 마음 편한 대화...

그녀가 편하게 느껴진다.

희지, 정욱... 서로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빨리 윙크 해봐요.”


“윙크 말고 다른 걸로 해요.  윙크 정말 안 된다니깐...”


“해 봐요 봐야 알지.”


(ㅇ.ㅇ...  -.-)  희지는 양쪽 눈을 모두 감는다.


“한 거요”


“네”


귀엽다.  정욱은 똑같이 흉내 내며 (ㅇ.ㅇ.. -.-... ㅇ.ㅇ) 놀린다.


“이게 뭐야... 이게... 한쪽만 이렇게(ㅇ.-)  감으려고 노력 해봐요.”


“참!!”... ....


시키는 대로 몇 번을 시도 해 보지만....


“안 되잖아... 안 된다니까.”


입은 실룩실룩... 미간엔 주름...  요상한 표정... 

표정!!!  표정이 압권이다.  웃기고.... 귀엽고...  즐겁다. 

...

..

.


예전과 변함없는 일상 속에서 3주가 지났다.

<점심 같이 하자.  희지씨...> 변호사 김섭의 문자 메시지!

<비싼 스테이끼로 쏘세요. ^^*> 희지의 답문!!

..

.

“살 빠져도 먹는 거 앞에선 여전히 약해?  희지씨~  약 먹고 빼지?  소문 안 낼게.  사실대로 말해봐.”


“무신... 소리!!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다시 찌워라.  난 통통하게 좋더라.”


“내가 왜??  어떻게 뺀 건데... 절대!!!  never~~~”


“저녁에 영화나 보러 가자.”


“따 당하는구나.  벌써 들켰어요.  싸가지가 바가지란 거...  어쩜 그래...  잘 좀 하지.  히히~~~”


“내 싸가지 희지씨 밖에 받아주는 사람 없더라.” ^^


“그러니... 잘 하라니깐요.  ‘같이 놀아 주세요.’해요. 하면 생각해 보죠. ^^”  


“내가.... 어... 변호산데.... 어.... 놀아주세요.”


표정까지.... 리얼하게 불쌍한 표정을 짓는 김섭 변호사...


그는 희지가 일하는 회사 고문변호사로 있으며, 희지 보다 3살 많은...

그를 알게 된지 이제 1년이 조금 넘는다. 

김섭은 변호사라며 으쓱대거나 거들먹거리며 있는 척! 잘 난 척!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희지는 그런 김섭 변호사가 좋았고,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또, 잘 따르며 존경한다.

김변이 보는 희지는 한사람 한사람을 아끼고 세심하게 배려 할 줄 아는 여자였고,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그녀를 좋아한다. 

김변과 희지 사이엔 서로 서로 신뢰하는 마음이 있다.

...

..

.


퀵 서비스를 통해 큰 봉투 하나가 희지 손에 쥐어 졌다.

열어보니 왕복 비행기 티켓과 쪽지...

쪽지엔... <정정욱이오.  그룹 주최 연회가 있소.  바빠서... 직접 모시러 갈 수 없소.  비행기 타고 공항에 도착하면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거요.  옷차림은 경박하지 않은 것으로... 그럼 연회장에서 봅시다.>

간단 명료!!!

‘경박하지 않는 옷이라니... 내가 참! 모범적이고 편하고... 심플한 옷들을 좋아라. 하지만 날 뭐로 보는 거야.  아이구... 에이.... 에... 경박하지 않는 옷으로 골라 봅죠.’ 회가나 입술을 삐쭉거리는 희지...


“언니... 왠? 비행기표??”


“응?.... 어...  친구가 서울로 놀러 오라고 보내주네.”


“우와~~  친구분! 대빵 좋다.”


“오늘 언니 조퇴할거야.  주말 잘 보내고, 마무리 잘 하고 가”


“넵!!... 한양 가서 선물 사다줘요. 기념품으로다가...”

...

..

.


(4시 30분) 공항에 도착한 희지... 주위를 둘러보는데...

여전히 이쁜 상우가 환하게 웃으면 희지를 맞는다. 

희지에 가방을 들어주는 상우....  뽀얀 피부는 못 본 사이 더 환해 보인다. 


“잘 지냈어요.”

희지가 먼저 말을 꺼낸다.


“네. ^^ 희지씬 더 예뻐 지셨어요.  연애하면 예뻐진다고 하던데... 혹시~”


“그럴리가요.  보다시피 이렇게 불려 다니잖아요.”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는 희지에게...

“배고플거예요. 7시에 연회가 시작이라...”며 따뜻한 우유를 건네는 상우...


“고마워요.” ^^  사려 깊은 마음에 희지는 감동한다.

...

..

.


평우그룹에서 주최하는 것이라 주인 격인 정욱이 많이 바쁘다며 상우가 귀띔해 준다.


“먼저 들어가 계세요.  주차하고 바로 따라갈게요.”


“네..”


연회장에 발을 들였지만... 정욱은 보이질 않는다.  많은 사람들 속에 혼자 외톨이가 된 기분이다.

주차만하고 온다던 상우... 20분이 지나도 오질 않고...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희지는 얼음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

언제 다가왔을까??  희지 어깨에 손을 언지는 정욱...


“왔으면 불러야지.  혼자 사람 구경하러 왔소.”


어렸을 때 <얼음찜> 놀이처럼 얼음이 되어 움직일 수 없었던 그녀를...  정욱이 알아줌으로 인해 자유로워진 것만 같아 기뻤다.

그가 있어 든든했던 그녀... 반가워 환하게 웃는 희지에게 정욱도 웃어준다.


“갑시다.  소개할 사람들이 많으니...”


많은 사람들 속으로 이끌어 주인 된 자리 그 곳에 희지를 내세운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황들이 희지 앞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어리둥절하다.  희지가 듣기론 전부 회장이나 사장 딸, 아들이란다.  그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아닌 척하며 경계하고,  호의적 척하며 그녀를 무신하는 사람들....  그들 무리에서 그녀는 다른 존재임을 은근히 말하는 사람들...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다.  희지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은 상우와 정욱뿐이다.

..

.


연회가 끝나고 호텔 특실을 잡아 희지를 잠시 쉬게 배려하는 정욱!


“잠시 여기서 쉬고 있어요.  정리 좀 하고 오겠소.”  나가 버린다.


종친 모임 보다 더욱 힘들었던 희지... 마음의 긴장이 풀려 연신 하품이 나고 잠이 몰려온다.  정말 딴 세상에 잠시 있었던 같다.  모르는 것도 쪽팔리고...  모르는 걸 안다고 하는 것도 맘 상하고... 우울해 진다.  지금껏 살면서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일들이 그들 무리들에겐 아주 중요하고 꼭 알아야 하는 필요 요건이었다.  29년 인생!  헛 산거 같은 생각이 들것 만 같다.  왜 이 일을 한다고 했던가?  자신이 한심스럽다.  ‘빨리 끝날 수 있게 해야 해.’  스르르 잠이 든다.

..

.


“형” 상우가 말한다.


“요즘 작은 아버지 쪽이 수상해.  뭔가 있어.  뭔가 분명 계획하고 있는데...”


“주식 보유상태는 변동 없는 거야.”


“응 그래서 더욱 이상해.  그리고 작은 아버지, 준우형 다음 달에 아주 들어온다는 얘기가 있어.  ”


“조금 더 두고 보자.”

...

..

.


소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는 정욱의 모습을 본 희지...


“뭐야... 여기서 잔거예요.” 얼굴을 찡그리며 이불을 끌어 몸에 둘둘 감는다.


어이없어하는 정욱...


“비위 상해서 난 아무하고나 못자요.  일어났으며 와서 아침식사나 해요.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요.”


테이블에 간단한 음식과 과일이 차려 있다.

희지는 이불을 감은 채 걸어가다 그만 엎어지고 만다. 

‘아으~~~ 쪽팔려.  왜 이러냐.’ 

철퍼덕 하는 소리에 보니 이불을 둘둘만 채 희지가 바닥에 엎어져 일어나려 버둥거린다.

‘저 여자! 자꾸만 날 웃게 한다.’

정욱은 다가가 안아 올린다.


“아~~~악~~~”


그리곤 짐짝인 냥 툭~~ 소파로 던져 버린다.

애써 태연한척 고쳐 앉으며 차려진 음식에 집중하는 희지...


“어제 수고 많았소.  당신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은데...  어떤 것이 좋은지 모르겠소.  직접 말해주지 않겠소.”


“내 조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하면요.”


“그러겠소.”


“음... 치즈케이크 사줘요.”


“그게 다요. 시시해”


“갑자기 그게 먹고 싶어서요.”


“권기사가 대기하고 있으니 식사 끝내고 천천히 준비해서 내려오시오.  공항까지 데려다 줄 거요.”

 

전할 말만 하고 나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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