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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le my guitar gently weeps (4)

온단테 |2005.11.22 11:19
조회 243 |추천 0

4. 천재 소년의 방

 

한강아파트에는 총 60여 채의 아파트가 있었다. 그들 아파트는 모두 동일한 평수는 아니었고 중형인 35평 아파트에서부터 대형인 80평 대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92년 당시 아파트가격이 한참 부동산투기가 기승을 부리던 때보다는 많이 하락하였고, 우리 집을 소개해준 공인중개사의 말로는 이 만한 가격이면 거저 먹는 거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강북의 2층 집을 팔고 가지고 있던 여유자금을 더 보태어서 겨우 가장 작은 35평을 구입 할 수 있었다. 우리 집은 한강 아파트 1단지 12동이었고 1단지 아파트는 중산층이 살고 있는 중형아파트 단지였다. 1단지 아파트는 35평에서 45평까지의 30채의 아파트가 있었으며 작은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2단지 아파트는 55평부터 80평까지의 아파트가 30채가 있었는데, 성현은 2단지 29동에 살고 있었다.

 

이러한 지식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좀더 나이가 들고 나서였고 그 당시 어린 나로서는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웠기 때문에 성현의 집안에 들어가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야, 너네 집 되게 크다!”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성현과 그의 친구들은 싱거운 녀석이군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냐? 너는 이사오기 전에 2층 집에 살았다면서.” 성현은 이렇게 말하며 집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내 등을 떠밀었다.

 

성현의 친구들은 모두 2단지에 살고 있었다. 김준의 아버지는 유명한 변호사였고, 이민우의 아버지는 대학병원 외과과장, 태영의 아버지는 대기업 이사였다. 중학교 때부터 서로의 집을 자주 들락거리던 그의 친구들은 자신의 집이라도 되는 양 집안에 들어가서 휘젖고 다녔다. 김준은 들어가자 마자 냉장고로 걸어가서 음료수와 음식을 꺼내가지고 나왔고, 민우는 거실에 있는 대형 TV의 전원을 켜고 위성방송을 보았다. 태영은 아예 거실의 긴 소파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려고 하였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곳에 있는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짓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가죽으로 만들어 진 고급스러운 소파와 탁자, 문에서 얼음을 꺼낼 수 있는 대형 냉장고, 우리 집의 TV의 3배 정도 크기의 TV, 거실에 커다랗게 걸려있는 대통령과 악수하는 성현의 아버지의 사진 등. 모든 것이 내게는 현실감이 없는 것이었다. 왠지 TV드라마 속의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야! 뭣들 하는 거야! 여기 온 목적을 잊은 거냐?”

 

성현은 졸고 있는 태영의 옆구리를 발로 차서 깨우고 민우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앗고, 포테이토 칩을 씹고 있는 김준의 팔을 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성현의 방에 들어서자 한쪽 벽에 붙어있는 아트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형형색색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는 그 그림은 보니 성현에게 가까이 가기 힘든 벽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그림에 대한, 또는 성현에 대한 호기심으로 포스터에 다가가서 그림의 제목과 작가의 이름을 읽어 보았다.

 

‘Beatrice Addressing Dante ? William Blake’

단테에게 이야기하는 베아트리체 ? 윌리엄 블레이크

 

“어때? 그 그림 마음에 들지?”

 

내가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자 성현은 반가워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그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였는데 ? 무슨 그림인지 통 모르겠다고 하면 무식한 사람 취급 당할 것 같고, 그렇다고 아는 척을 하면 생소한 질문을 할까 봐 걱정되었다. ? 나의 이런 모습을 보며 김준이 도와주었다.

 

“야! 너말고 저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또 있겠냐? 비키니 입은 여자 사진이나 부쳐놔야지 할 말이 있지.”

 

성현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기 시작하였고 나는 잠시 그의 방을 더 구경하였다. 그의 방안에는 컴퓨터용 책상과 공부용 책상이 붙어있었고, 커다란 책장이 2개, 미니오디오가 있었다. 잠자는 자리가 없어서 물어보니 이곳은 자신의 공부방이고 침실은 따로 있다고 하였다. 책장에는 수백 권의 책이 수북이 쌓여져 있었는데, 첫 번째 책장에는 교과서와 참고서 등의 학교공부와 관련된 책들이 있었고, 두 번째 책장에는 주로 문학 책이나 화보집 같은 취미와 관련된 책들이 있었다.

 

나는 첫 번째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보고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의 책장에는 이미 고등학교 3학년의 교과서와 참고서가 있었고, 몇 개의 과학관련 전문서적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두 번째 책장이었는데, 만약 성현을 모르는 사람이 이 책장을 봤다면 장식용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책장에는 수백 권의 고전들이 뺵뺵이 꽂혀있었는데 그 중 반 정도가 영어로 된 원서였다. 삼국지라고 써있는 책을 보고 반가운 기분이 들어서 뽑아서 펼쳐보았는데 그것은 한문으로 된 원어 삼국지였다. 난 흠칫 놀라며 서둘러 책을 다시 제자리에 꼽아놓았다.

 

소문에 듣던 대로 그의 방은 상장으로 가득 차있었다. 하지만 소문과 다른 것은 그는 귀찮은 듯이 그것을 내던져 놓았다는 것이다. 책장 한곳에 두꺼운 종이다발이 있어서 궁금해서 꺼내보니 모두 상장이었다. 눈으로 어림 계산해보니 200장은 되어 보였다. 나는 역시 깜짝 놀라며 그것을 다시 책장에 밀어 넣었다.

 

“야, 저걸 뭐 하러 가지고 있냐. 딱지나 접지.”

 

민우가 내가 허둥지둥 상장을 집어넣는 것을 보고 시큰둥한 말투로 말하자 성현은 “나도 그러고 싶은데 부모님이 가지고 있으라고 하니 어떡하냐.”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다. 그의 방은 어떤 위압감이 느껴졌다. 난 그 위압감에 눌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는 나를 놔주지 않았다.

 

“후후후 이제 게임 시작이다.”

 

성현은 이렇게 소리치며 아이들을 책상으로 끌고 왔고, 특히 나를 자신의 옆에 앉히고 같이 게임을 진행하게 하였다. 게임을 하면서 슬쩍 돌아본 성현의 옆모습은 순진한 모습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즐거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도 어차피 나와 같은 소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천재이긴 하지만, 그 역시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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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영님 답글 감사드립니다. 다른 곳에서는 연재를 해 보왔지만 이곳에서는 처음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님의 답글을 받고나니 용기가 생기는 군요. 앞으로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그런데 ^^; 공교롭게도 제 소설의 여주인공하고 이름이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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