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 가지 내 성격의 특징을 빼먹은 것 같다. 나는 사소한 데에 지나치게 경쟁심이 발동하는 면이 있다. 가볍게 한판 하자며 간 오락실에서 그 특징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사실 나는 이 나이에도 오락실에 자주 놀러가는 편이었고,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과격한 게임을 즐기는 편이었다. 특히 철권은 우리 동네 오락실에서 내가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맞수를 만날 줄이야! 지섭 오빠는 내가 함께 플레이 해본 그 어떤 상대보다 게임을 잘했던 것이다.
첫판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워낙 내가 잘하는 게임이니까, 너무 이기기만 하면 오빠가 재미없을 테니 슬슬 져주기도 하면서 해야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이없는 나의 패배! 너무 방심했다는 생각에 다음번은 바짝 긴장을 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패배! 이제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거울을 안 봐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드레날린의 상승으로 인하여 지금 이것이 ‘데이트’라는 것조차 잊었다. 그리고 상대가 호감을 얻고픈 남자라는 사실도……. 이제 그는 내가 꺾어야 할 상대일 뿐 이었다!
아마 그도 내가 열이 올랐다는 것을 눈치 챘나 보다. 세 번째 판은 내가 이겼지만, 어쩐지 기분이 떨떠름했다. 오빠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오빠, 지금 나 봐준 거죠?”
“아, 아냐. 아영이, 정말 게임 잘 하는구나.”
“지금 져줬잖아요. 나 무시하는 거예요?”
“아니야. 내가 왜 널 무시해? 져준 거 아니라니까.”
“거짓말하지 말아요.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왜 져주고 그래요? 내가 져 달랬어요?”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목소리. 누가 우리를 데이트 중인 커플로 볼까?(물론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언쟁이기는 하지만)
“다시 해요. 또 져주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
“그, 그래.”
우리는 이제 입을 굳게 다물고 게임에만 열중했다. 패드를 조작하는 소리와 게임의 효과음만 요란할 뿐, 서로 대화는 없었다. 한참동안이나 상기된 얼굴로 그렇게 게임을 했다.
다섯 번째 판까지 나의 몰패. 하지만 여섯 번째 판부터는 얘기가 달랐다. 이제 슬슬 그의 약점과 공격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고, 차츰 자신감이 살아났다. 결국 여섯 번째 판은 나에게 첫 승리를 안겨 주었고, 이후의 일곱 판을 연달아 이기고야 말았다! 그제 서야 만족스러운 승리의 기쁨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의기양양하게 미친 듯이 웃으며 고개를 돌려 패자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야, 그 패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의식하게 되었다.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지섭 오빠의 난감한 표정을 본 후에야……. 헉, 이게 아닌데!
“아, 오빠. 내가 너무 게임에 열중했죠?”
“우와, 아영이, 승부욕이 대단하구나.”
“미안해요. 가끔 게임에 빠지다보면 내가 좀 흥분할 때가 있어요. 정말 미안해요.”
“아냐, 재미있었는걸. 그나저나 완전히 내가 참패 했는데? 너처럼 철권 잘하는 여자는 처음 본다.”
이거, 칭찬 맞는 거지? 뭐든 잘한다는 얘기니까……칭찬으로 생각하는 게 속편할 것 같았다. 그리고 패배를 인정하는 그의 말에 기분이 으쓱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첫 데이트에 나의 이런 호전적인 모습만을 보여준다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멋진 모습을 보일만한 게 없을까?
“오빠, 우리 펌프해요.”
“응?”
나는 그를 펌프 앞으로 잡아끌었다. 내가 또 하나 오락실에서 잘 하는 것이 바로 펌프 아니겠는가! 지섭 오빠와 나란히 서서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이 정도 쯤이야. 그러나 하이힐을 신고 있다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하이힐 때문에 두 번이나 기우뚱 넘어질 뻔 했다. 결국 속 편하게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마음껏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의 지섭 오빠를 보니, 곧잘 따라 하고 있었다. 실력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워낙 허우대가 좋다 보니 제법 폼은 나 보였다. 그러나 지섭 오빠는 노래 다섯 곡쯤을 연달아 추고 나니 지쳤는지 발판에서 내려갔다.
‘음, 3살 많다고 아무래도 빨리 지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이미 완전히 도취된 상태였다. 그가 내려가자 나는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난이도를 최고로 올렸다. 그리고 속도를 4배속으로 설정한 후, 미친 듯이 퍼포먼스까지 하며 스텝을 밟았다. 열중해 있는 와중에도 오락실 안의 시선들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혼신을 다해 멋진 모습을 연출했다. 마침내 음악이 멈추자 몇몇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냈고, 나는 으쓱한 기분으로 내려왔다. 지섭 오빠 역시 감탄한 표정이었다. 그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와, 굉장하다. 정말 잘하는 걸? 매일 펌프만 하고 산 사람 같아.”
‘펌프만 하고 산 사람’ 같아 보이길 바라지는 않았지만, 칭찬에는 약해질 수밖에…….
“뭐 이정도야 보통이죠. 제가 전에 춤을 좀 배웠었거든요. 한 때 백댄서가 꿈이었던지라…….”
“백댄서? 잘할 수 있었겠는걸. 꿈이었다면서 왜 그만 둔거야?”
“춤 배우다가 플로어에서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진 뒤로……그냥 그만 뒀어요. 아무래도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닌 것 같아서.”
말하는 도중에 언뜻 오락실 안에 걸려 있는 거울에 시선이 갔다. 저 거울에 비친 정신 나간 여자는 누구지? 헉, 잠시 후 내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산발한 머리에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 거기다가 이런 하늘하늘한 스커트를 입고 그런 격렬한 춤을 췄단 말이지? 사람들의 눈길이 단지 내 실력 때문이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며, 기분이 축 가라앉았다. 난 왜 이렇게 종종 모든 것을 망각해 버리는 걸까? 나잇살 먹은 여자가 이런 옷차림으로 머리가 산발이 되도록 미친 듯이 펌프를 했으니……이게 과연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행동일까? 아무래도 다 망쳐 놓은 것 같다.
“저, 오빠……제 꼴이 지금 말이 아니죠?”
“응? 예쁘기만 한 걸?”
“에이, 예의상 멘트 말고……솔직히 말해 봐요. 아무래도 화장실에 가서 머리라도 만져야 되겠죠? 이대로 그냥 나가면 정신 나간 여자 같을 거예요.”
그러자 그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와 닿는 그의 손길이 부드럽기만 하다.
“정말 내가 보기에는 예쁘기만 한데 그러네. 자, 이 정도면 안심이 돼? 무엇이든 열중하는 모습이 정말 너무 예뻐 보였어. 주위의 그 무엇도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아영이의 속에는 강한 열정이 있는 것 같아. 남들은 갖고 싶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거니까, 그걸 창피해하지는 마.”
아아, 다정하게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 나의 몸이 또 다시 흐물흐물해진다. 정말 그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나를 정말 괜찮게 생각하는 걸까? 그의 손길을 그렇게 영원히 느끼며 서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민망하게도 나의 배는 그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꼬르륵 소리로 항의했다. 못 들었다면 좋을 텐데……부질없는 소망이다. 귀머거리가 아닌 다음에야 못들을 리가 있나! 그가 웃으며 말했다.
“오락을 너무 열심히 해서 다 소화가 되버렸나보다. 저녁 먹으러 갈까?”
‘네, 어디로든 따라 갈게요!’라는 대답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꾹 참아야 했다.
“정말 이걸로 되겠니? 오빠가 근사하게 쏜다니까…….”
“오빠도 참, 이게 얼마나 맛있다고요. 신림동 순대 촌, 유명한 거 몰라요? 자, 먹어 봐요. 신림동에 와서 이걸 안 먹고 가면 곤란하죠.”
우리는 시끌벅적한 순대 가게에서 철판 순대 볶음을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지글지글 익고 있는 순대 냄새에 입안에 침이 가득 고여 떨어질까 봐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넌 신림동 사니까 자주 먹을 거 아냐. 별로 안 먹어 본 음식을 사주고 싶은데…….”
“몇 번을 먹어도 맛있는 걸요. 오빤 신림동 순대 안 먹어 봤어요?”
“응, 신림동 순대는 별다른가?”
“괜히 유명하겠어요? 자, 아~해봐요.”
나는 손수 그의 입에 순대를 넣어 주었다. 혹시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모에 어울리게 순대 같은 음식은 사절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그는 넙죽 잘 받아먹었다.
“어때요? 맛있죠?”
“음, 정말 맛있네. 야채랑 함께 볶아서 그런가? 느끼하지 않고 아주 맛있어.”
“내가 맛있다고 했잖아요. 아줌마, 여기 곱창이랑 허파 추가요! 오빠, 소주도 한 잔 할까요?”
“운전해야 하니까 한잔씩만 하자.”
그의 동의에 우리는 순대 볶음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운전 때문에 딱 한 잔만 받아 마시는 그 덕분에, 나머지 술은 모두 내 차지가 됐다. 몸속에 약한 알코올 기운이 퍼지기 시작하자……어쩌면 나 혼자만의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끄러운 순대 가게에서 단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오붓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빠, 오늘 실망스럽지 않았어요? 소개팅이라고 기대하고 나왔는데, 나같이 황당한 애를 만나서…….”
“네가 어때서? 내가 은혜한테 졸라서 한 소개팅이라니까. 실망은커녕 기대이상이었는걸.”
“정말?”
“응, 정말. 하긴, 첫 데이트에 미친 듯이 주먹질을 했으니, 좀 황당하긴 한가? 비록 게임 캐릭터끼리의 주먹질이었다고는 해도 말이야. 첫 데이트에 순대를 먹는 것도 처음이고…….”
그가 웃었다. 웃을 때 눈 꼬리에 살짝 주름이 잡히는 게 매력적이었다. 어쩌면 주름살까지도 매력적일 수 있는 거지? 나, 남자에 많이 굶주려 있었던 건가?
“아영이는 어땠어? 즐거웠어?”
“나야 재미있었죠. 하지만 어째 생각해 보니 내 맘대로 오빠를 끌고 다닌 것 같아서 미안한 걸요.”
“정말 색다르고 즐거웠어. 아무래도 난 리드 받는 걸 즐기는 남잔가 봐?”
장난스럽게 말하며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웃음이 잦아들자, 그가 다시 말했다.
“아영이만 괜찮다면……우리 계속 만나지 않을래?”
살짝 오르려던 술기운이 확 달아났다.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그가 나에게 사귀자고 말하고 있는 건가?
“정말요? 오빠, 고마워요!”
난데없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온 감사 인사. 잠시 후에야 얼마나 적절하지 못한 말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적절하지 못할 뿐 아니라, 비굴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사귀자는 말에 고맙다는 대답이라니…….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섭 오빠는 비웃거나 황당해하지 않고 진지한 표정이었다.
“고맙다……그건 허락의 의미로 생각해도 되는 거야?”
“그건……그렇죠, 뭐.”
어쩐지 쑥스러웠다. 나의 대답에 웃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도. 그래서 서둘러 말을 꺼냈다.
“근데 오빠는 잘생기고 능력도 있어서 얼마든지 멋진 여자 사귈 수 있을 텐데, 왜 나랑 사귀려고 그래요?”
“아영이야말로 예쁘고, 착하고, 재미있고, 매력 있고……너무 멋진 여자잖아? 오히려 네가 밑지는 거 아냐?”
“아, 그런가?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러네. 나, 밑지는 장사 시작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확 물러야 할까봐.”
“제발 봐줘. 밑지는 장사 안 되도록 잘할게.”
“정말 잘 할 거죠? 앞으로 지켜 볼 거예요.”
농담 같은 진담, 진담 같은 농담을 하며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 너무 즐겁고 행복한 기분! 불길한 예감으로 시작된 오늘 하루가 이렇게 멋지게 풀릴 줄이야!
5
드디어 꿈결 같은 첫 데이트를 끝마칠 시간이 되었다. 내 집 앞에서, 우리는 다소 쑥스러운 작별 인사를 했다.
“조심해서 들어가.”
“오빠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내 명함 챙겼지? 하긴, 아영이가 전화하기 전에 내가 먼저 전화할 텐데 뭐. 내일 전화해서 데이트 신청할 테니, 받아 줘야 한다?”
“음, 하는 거 봐서.”
그가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영이, 벌써부터 보고 싶어지는데 어쩌지?”
“아, 나의 매력이 또 한 사람 망가뜨리는구나. 이거 너무 미안해지는걸.”
“아영이도 오빠 보고 싶어 할 거지?”
“오빠 꿈꿀게요. 철권 캐릭터가 되서 신나게 두들겨 패는 꿈. 이제 가 봐요. 운전 조심하고요.”
그가 잠시 말없이 나를 응시했다. 너무나 그윽한 눈빛. 그리고 그 눈빛이 점차 나에게 다가왔다. 앗, 설마 오늘 아침 꿈에서 할 뻔 한 그것을 하려는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강동원은 아니지만, 나쁘지는 않지. 하지만……이, 이건 너무 빠른 거 아닌가? 헉, 그리고 좀 전까지 맛있게 먹었던 순대와 소주……. 분명 두 가지의 결합이 향기롭지 않으리라는 것만큼은 자명했다. 그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첫 키스의 기억이 순대, 소주 냄새와 함께 하는 것만은……!
갑자기 눈앞이 번쩍했다. 허둥거리던 나는 그의 입술에 박치기를 해버렸던 것이다. 부딪히기 직전의 짧은 순간, 그의 목표가 내 입술이 아닌 이마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물론 일부러 박치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머지 일어난 사고였을 뿐……. 하지만 타격은 컸다. 그의 치아에 부딪힌 내 이마는 얼얼했고, 나의 이마와 부딪힌 그의 입술은 더욱 처참했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앗, 피 나요. 많이 아프겠다.”
“아영이, 오빠가 미운 거지 ?”
피를 흘리며 어울리지 않게 귀염을 떠는 지섭 오빠. 까짓 입맞춤, 두려워하지 말걸 그랬다. 어차피 그도 첫 데이트부터 입술을 노렸던 건 아닌데, 내가 오버한 게 되 버렸네.
“여기, 피 닦아요. 많이 아파요?”
“괜찮아. 넌 괜찮니? 꽤 세게 부딪혔는데…….”
“난 머리가 딱딱하니까 염려 말아요.”
“하긴, 딱딱하긴 하더라.”
“정말 미안해요.”
“괜찮다니까. 덕분에 정말 기억에 남는 데이트가 되 버렸잖아? 첫 데이트의 마지막을 입술이 터질 정도로 격렬한 접촉으로 끝냈으니 말이야.”
끝까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지섭 오빠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럼, 잘 자라. 내 꿈꾸기로 약속했다?”
“알았어요. 잘 가요, 오빠.”
그가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본 후에야, 나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어쩐지 어리벙벙한 기분이었다. 오늘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졌고, 그러면서도 꿈을 꾼 것처럼 몽롱했다. 멍하니 있는 나에게 무언가 몸을 비벼 오자, 그제 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멍멍아!”
어쩐지 멍멍이는 애처로운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밥을 안주고 나왔던 것이 떠올랐다. 내가 하루 종일 즐겁게 노는 동안, 멍멍이는 밥도 못 먹고 굶고 있었다니……. 갑작스런 죄책감이 나를 덮쳤다. 그래서 멍멍이를 부둥켜안으며 부르짖었다.
“미안해, 멍멍아!”
하지만 멍멍이는 나의 손길 따위는 귀찮은 듯, 야옹거리며 밥을 달라고 애원했다. 좋아, 오늘은 아침밥을 굶겼으니 화끈하게 쏜다. 원래 오늘 저녁 반찬으로 먹으려던 꽁치 한 마리를 꺼내 통째로 멍멍이의 밥그릇에 넣어 주었다.
게걸스럽게 먹는 녀석을 바라보며, 나는 또 다시 멍해졌다. 정말 믿기지 않는 하루였다. 시작은 그토록 불길했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던가? 내가 그런 킹카와 사귀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경숙이한테 이 말을 하면 믿지 못하겠지? 나는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지섭 오빠를 만난 것은 최근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 중 가장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했던가? 그래, 드디어 나의 쥐구멍에도 볕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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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롱헤롱한 하루를 보내고, 또 다시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네요.
어제 잠을 많이 자서 잠이라면 이제 지겨울만도 한데...또 잠은 오는군요~ㅋㅋ
이러다가 겨울잠 자겠다고 땅굴 파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적당히 주무시며 좋은 컨디션 유지하시길 바랄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