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의회 의원이 소방차 진입로 불법 주차단속을 벌이던 소방관들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시의원은 특히 지위를 이용, ‘출동시간 체크'를 명목으로 저녁 식사자리에서 구급차까지 출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24일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한모(61·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3일 오후 7시30분쯤 송파1동 주택가에서 소방통로 확보를 위해 관내 불법주차를 단속하던 송파소방서 잠실파출소 직원들에게 “소방관이 불이나 끄지 웬 주차단속이야”라며 “빨리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이에 직원들은 한 의원한테 정당한 공무집행 중임을 설명하고 “상부의 별도 지시 없이는 안 된다”며 단속을 계속했다. 소방공무원은 2001년 6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주택가 이면도로의 소방진입로 확보를 위한 불법주차 단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 의원은 송파소방서로 전화해 “본부장이나 서장한테 (내게) 당장 전화하라고 해라. 그렇지 않으면 시정 질의 때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하며 끊었다. 한 소방 관계자는 “이후 일행과 함께 인근 음식점(D식당)으로 옮긴 한 의원이 상황실 담당자에게 ‘소방관 ×들, 하는 게 아무것도 없고 신고하면 30∼40분씩 걸리면서 ××한다'는 등 모욕적인 폭언과 함께 소방차를 출동시키라고 한 뒤 ‘출동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시정 질의 때 가만 안 놔두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방서 측이 난색을 표시하자 한 의원은 다시 ‘시정 질의 자료로 활용' 운운하며 구급차라도 출동시킬 것을 요구했다. 소방서 측은 별수 없이 구급차를 출동시켜, 실제 상황처럼 사이렌을 울리며 도심을 질주해 3분 만에 D식당 앞에 도착했다. 퇴근한 소방서 감찰 직원은 상황을 파악하러 저녁 늦게 D식당을 찾아가기도 했다. 한 소방관은 “(한 의원이) 소방관의 자존심과 명예를 모조리 짓밟았지만 상대적 약자여서 꾹 참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큰 차(소방차)를 좁은 길에 세워놓고 단속을 하기에 ‘그러면 안 된다'고 했을 뿐”이라며 “다른 것은 묻지 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