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청연의 진실 혹은 거짓 [세계일보 2005-12-26 16:48]
친일파 박경원 영화 곳곳서 면죄부
친일 행적이 분명한 조선 최초 ‘민간인’ 여류비행사 박경원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아직 ‘위험한 시도’다. 반일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데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미묘한 정치적 갈등도 큰 부담이다. 이 때문인지 영화 ‘청연’은 박경원을 ‘탈식민주의적 시각’으로 재조명하길 거부했다. 다시 말하면 ‘인간 박경원’에 확대경을 들이대지 않았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한지혁(김주혁 분)에게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서였는지, 사실 전달보다 ‘사실 가공’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는지, 아니면 경원의 삶이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는지 속사정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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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다른 각색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장 먼저 한지혁과 박경원(장진영 분)의 로맨스는 모두 각색된 부분이다. 지혁이라는 허구적 캐릭터는 그러나 경원의 비행이 주는 감동을 방해한다. 마지막 비행에서 지혁의 유골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설정 역시 비행의 꿈을 갈구하는 경원의 동기를 애매하게 만든다. 이 대목은 경원이 지혁을 따라 죽는다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지혁이 ‘조선적색단’으로 몰려 사형에 처해진다는 것도 허구다. 영화는 지혁의 친구로 나온 동아일보 기자를 애꿎게도 ‘조선적색단’이라는 정체불명의 테러단체 일원으로 만들며 드라마틱한 요소를 가미한다.
이밖에 학교가 주최한 비행에서 경원은 1등이 아니라 3등을 했고, 경원의 마지막 비행을 후원한 곳도 외무성이 아니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조부가 장관으로 있던 체신부였다.
경원의 삶을 그대로 보여줬더라도 ‘친일파 영화화 논란’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굳이 박경원에게 ‘면죄부’를 주는 시나리오를 택했다. 사실을 재료로 영화적 감동을 살릴 순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스포츠월드 우한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