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월드컵의 열기와 함께 입사한지도 일년이 다되어가는군요.
지금까지 제가 일하면서 가장 피부에 와닿으면서도 중요한 것이 있었다면은..
전공지식도 아니었고, 영어실력도 아니었고 조직적응력도 아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컴퓨터 실력"이었습니다.
입사 당시만 해도 저는 컴퓨터에 대해 아는것 하나 없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대학시절 레포트 쓰기 위해 워드 몇번 깔짝였던것 빼고는 컴퓨터 게임마저도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남들 다 컴퓨터 사길레 저도 집에 최신형 컴퓨터를 사고 인터넷을 깔았지만.. 거의 전시용, 접대용일 뿐..
컴퓨터는 주인인 제 손길보다도 간혹 집에 놀러오는 사촌 동생녀석들의 손길에 더 적응되어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회사의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제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전공도, 영어도, 운전도, 적응력도, 그 어느 것도 아닌 바로 컴퓨터 실력이었습니다.
면접때 컴퓨터 활용능력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았고 이력서에 또한 그런것 쓰지도 않았는데..
회사에서는 요즘시대에 어련히 컴퓨터 잘 쓰지 않을까 생각했나봅니다.
입사후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나...? 그 날의 공포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몇가지 자료를 주고 엑셀에 표만들어 정리하고 무슨 그래프 어떻게 만들어 몇시까지 어디로 보내라는 주문..
일단 엑셀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긴 봤는데 어떻게 쓰는진 도무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걸 켜놓고 한참 만지작거리다보니 칸칸이 뭔가 쓰면 될것 같아서 칸칸을 채웠습니다..
그리고나서 속수무책..
결국엔 선배들에게 물어물어가면서 눈치는 있는대로 받고 보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해내지 못하고..
결국엔 선배가 짜증부리며 다 작성해서 보내고 나선 컴퓨터 공부좀 하는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구요..
컴퓨터공부 하긴 해야겠는데 회사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있지도 않고.. 눈치보이고 해서..
엑셀 책을 한권 사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워드, 파워포인트 등등도 그렇게 더듬더듬 공부를 했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컴퓨터만 두들기다 보니..
사람의 학습 능력은 정말 대단한가봅니다.
군대다녀와서 바보된줄로만 알았던 나의 머리와 몸...
어느덧 일년전만 해도 컴맹이었던 저의 타자수는 500을 돌파했으며..
이미 워드 1급 자격증과 MOS 마스터를 취득할 정도로 숙련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조금 배우고 워드랑 MOS 시험을 보니 그리 어렵지도 않더군요..
회사에서 비용 지원해주신다고 해서 한번 봤는데 운좋게 다 붙었습니다. ^^
얼마전 또 신입사원들이 들어와서 컴퓨터 모르는 사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저는 제가 반년전에 그랬기 때문에 차마 말 못하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회사생활 하면서 영어를 쓰는게 그렇게 많지 않은데 취업시장에서의 영어 비중은 매우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사장이라면 차라리 컴퓨터 잘하는 사람들 뽑겠습니다..
뭐 제가 인사팀에 있는것도 아니고 뭐라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리고 뭐 그덕에 저같은 컴맹도 이 회사에 들어올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실무에 곧바로 투입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능력이 선행되어야 할텐데 기업에선 그걸 모르나봅니다~
암튼 오늘도 옆에서 엑셀 몰라서 버벅이는 신입사원 봐주고나니 문득 옛 생각에 끄적여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