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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8막 : 복수자 #27~#28

J.B.G |2006.01.09 13:37
조회 72 |추천 0

#27

날은 점점 다시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비가 수랑의 거처에 들어 묻고 있었다.

 

“이제 어쩌실 거죠?”

“무엇을 말이냐?”

“사태를 이리 만드셨으니 말입니다.”

“변란을 막지 못하는 것이 내 탓이란 말이냐?”

“변란의 단초를 제공하지 않았습니까?”

“상처가 곪게 만들어 주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하지 않으냐?”

“곪은 상처가 섞어서 제국을 망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용의 문제이다. 나의 문제가 아니다.”

“나서지 않으시겠다면 지혜라도 빌려 주시지요.”

“내가 어째서…”

“그러려고 삼촌이 탈옥하도록 부추긴 것이 아닙니까?”

“이제부터는 그가 할 일이다. 더 이상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삼촌은 지금 발이 묶여 있습니다. 온 도성을 금위군 병사들이 이 잡듯 쑤시고 있습니다.”

“너는 지금 무영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마… 등잔 밑에 있겠죠.”

“훗…”

“제게라도 지혜를 빌려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

 

수랑이 계속 아무 말이 없자 곧 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절을 올리며 간곡히 청했다.

 

“어머니!”

“…”

 

그렇게 두 사람이 때 아닌 논쟁을 하는 사이에 밖은 점점 어둠이 깊게 깔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는 방을 나와 집을 나서려 하고 있었다.

 

“어디를 가려는 것입니까? 도련님!”

 

그때, 금위군 장수가 집을 나서려는 비를 막아 섰다.

 

“저 같은 어린아이도 출입이 금지 된 것입니까?”

“그것은 아니지만…”

“곧 돌아올 것입니다.”

 

이리 말하며 비는 말을 달려 도성을 빠져 나갔다. 황급히 도성을 빠져 나완 비는 곧 외성 밖의 적포청 주력부대가 있는 주둔지를 찾았다. 그러나 비는 곧 부대의 입구를 지키던 초병이 비를 제지하고 나섰다.

 

“멈춰라!”

“…!”

“응? 꼬마야! 이곳은 군부대가 있는 곳이다.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단다. 그러니 어서 돌아가거라.”

 

그러자 비는 대담하게 그에게 말했다.

 

“지휘장수가 누구냐?”

“뭐?”

“어서 안내하지 못하겠느냐?”

“…”

 

천산.

반군은 마침내 출정 준비를 모두 마쳤으며, 당장이라도 출정할 기세였다. 그리고 그러한 발군은 창원군의 아들이 지휘하고 있었다.

 

“부대를 둘로 나눌 것입니다. 제 1대는 변란의 사실이 알려지면 제일 먼저 황도로 달려올 적포청의 본대를 습격해서 무력화 시킵니다. 그리고 제 2대는 북문을 열고 들어가 내성의 궁을 접수할 것입니다.”

“하지만, 북문은 어찌 열 것입니까?”

“이미 적포청 내에 우리의 사람들이 많이 숨어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수년을 계획한 일입니다. 아버님과 저만 믿으시지요.”

“당연히 믿어야지요.”

 

창원군의 집.

때가 무르익자 창원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관을 정제했다.

 

‘용서하십쇼. 형님…’

 

단 한 순간 망설임을 뒤로하고 차비를 한 창원군은 조카인 황제를 만나기 위해 방을 나섰다. 그러자 그러한 그를 장수들이 막으려 했다.

 

“나리! 지금은 매우 위험한 시국 입니다.”

“폐하를 위로하러 갈 것이네.”

“하지만…”

“걱정 마시게. 밤이 깊어지기 전에 돌아올 것이네. 그 자객은 자정이 넘은 시각에만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는가? 나의 호위무사가 대부분 동행할 것이네. 그리고 궁에 한번 들면 자객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지 않나?”

 

그렇게 창원군은 일대의 호위무사와 함께 궁을 향했다.

 

천산.

반란군은 두 개의 부대로 나누어서 이미 출정을 개시했다. 그렇게 마침내 큰 변란이 발발되고 말았다.

 

어전.

지금 창원군은 적룡과 마주 앉아 한가롭게 바둑을 두고 있었다.

 

“숙부와 이렇게 바둑을 둔 것은 정말 오래 전 일이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폐하께 바둑을 가르쳐 드렸지요.”

“그때는 숙부를 당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어떠신지요.”

“역시, 지금도 안되겠군요. 벌써 다섯 번째 제 패배니…”

 

그렇게 자정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창원군의 저택.

지금 맹장들은 한 자리에 모여 창원군을 걱정하고 있었다.

 

“창원군 나리께서 늦으시는 군요.”

“어찌 보면 잘된 일 입니다.”

“네?”

“어차피 이곳보다는 궁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창원군 나리가 없다면 우리도 행동이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야 하겠지만… 그 자가 창원군 나리가 집을 비웠음을 안다면…”

“그렇다면, 오늘은 오지 않겠지요. 어차피 매 한가지 입니다.”

“…”

 

그들이 그러한 논의를 하고 있던 바로 그때 밖에서 한 장수가 그들을 불렀다.

 

“장군님!”

“무슨 일이냐?”

”어떤 여인이 찾아와 뵙기를 청합니다”

“누구라고 하더냐?”

“수랑이라는 여인입니다.”

“수랑이 어째서…?”

 

무비를 비롯한 제장들이 있는 창원군의 저택에 수랑이 찾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방문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다소 놀라게 하고 있었다.

 

“그대가 여기는 어인 일로…”

“제상의 전갈을 가지고 왔습니다.”

“무린의?”

“그렇습니다.”

“무엇이요?”

“…”

“어서 고하시게.”

“이제… 곧 용이 멸망할 것이라 했습니다.”

“뭐요?”

“수랑!”

“말을 삼가시오!”

“그것이 정녕 제상의 전갈이냐?”

 

수랑의 이 너무나 충격적인 참담한 말에 장수들은 일순간에 모두 큰 노기를 드러냈다.

 

“그대가 비록 제상의 며느리가 될 사람이긴 하나 그런 참담한 말을 입에 올리다니. 정녕 죽고 싶은 것인가?”

 

그러나 장수들의 서슬 퍼런 호령에 수랑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있었다.

 

“제상께서는 지금 당장 천산의 역적을 토벌하라 하셨습니다.”

“뭣이라?”

“단, 역적을 토벌하는데 각지의 군대를 동원하는 일을 삼가라 하셨습니다. 그 속에도 역모의 무리가 있을 것이니 그들을 부르는 것은 반군을 황도로 부르는 격이라 하셨습니다. 그러니 황도에 있는 장군님들의 사병을 동원하는 것이 상책이라 했습니다.”

 

그녀의 계속되는 이 참담한 말을 듣고 있던 무비가 화를 참지 못하고 곧 칼을 뽑아 들었다.

 

“닥치거라! 계속 헛소리를 한다면 여기서 네 목을 칠 것이다.”

 

그러나 수랑은 도리어 무비를 책망했다.

 

“장군! 칼날의 방향이 틀렸습니다.”

“이…”

 

무비는 대노 해서 금방이라도 수랑의 목을 칠 것 같았다. 그러나 바로 그때 도성의 혼란스러운 소음이 그곳까지 전해져 왔다.

 

“와~”

“챙!”

“아악!”

 

이 갑작스러운 소란에 장수들은 모두 놀라 저택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들이 본 광경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황도가 불타고 있었다.

 

“이… 이럴수가…”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이미 칼을 뽑아 든 창원군의 사병과 적포청 병사들이 있었다.

 

“이 이것은…”

“아무래도 적포청 내에도 반란군이 있는 듯 합니다.”

“이… 이놈들!”

 

무비는 이를 갈며 노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이리하여 맹장들을 죽이려고 겹겹이 둘러친 창원군의 사병과 적포청의 배반한 병사들 그리고 암살자를 잡기 위해 모여든 적포청 병사들간의 큰 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싸움에는 필연적으로 금위군도 개입되고 있었다.

 

“어서 자리를 피하시지요.”

 

금위군장이 수랑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자 수랑이 그에게 대꾸했다.

 

“금위군장은 여기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네?”

“어서 금위군을 정비해 황궁으로 가지 않고 무엇 하십니까?”

“이… 이런?”

 

금위군장은 그제서야 이 변괴의 실체를 깨닫고 말았다.

 

도성의 북문.

적포청 내부의 첩자에 의해 너무나 쉽게 북문이 열리면서 반란군이 이미 일제히 궁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와~”

“변란이다!”

“역도들을 막아라!”

 

도성 밖.

황도에서 불길이 일기 전에 적포청의 대군은 이미 말을 달려 황도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길목을 반란군이 이미 지키고 있었으며, 반란군의 포위공격에 적포청의 주력군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었다.

 

“진격하라!”

 

반란군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계획한 대로 황도로 향하는 길목의 양쪽에서 적포청의 주력군을 포위하며 진격해 들어갔다. 그러나…

 

“이… 이게 뭐지?”

“허수아비?”

 

그때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적포청 대군의 함성…

 

‘역 함정?’

 

어전.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적룡은 바둑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나 점점 가까워지는 함성에 적룡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내관! 이게 무슨 소란인가?”

 

그의 신경질적인 이 소리에 밖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게 아무도 없느냐?”

 

밖에서 아무 대답이 없자 창원군이 답을 대신했다.

 

“있어도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

 

창원군의 이 말에 적룡은 크게 놀랐다.

 

“아마, 이미 모두 죽었을 것이다.”

 

창원군의 이 선언으로 두 사람 이제 서로 교차되지 않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었다. 그리고 긴 침묵이 이어졌다.

 

“숙부…”

 

창원군은 바둑판에 마지막 돌을 올려 놓으며 말했다.

 

“이번에도 내가 이긴 것 같구나. 조카…”

“… 결국…”

“미안하다.”

 

적룡은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는 아직 제국의 황제였다.

 

“제가 가족으로 인해 눈물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입니다.”

“피차 그런 것 같구나.”

 

적룡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검을 향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무사들이 칼을 뽑아 들고 적룡과 창원군이 있는 집무실에 들이닥쳤다. 그러면서 밖은 더욱 소란스러워 지고 있었다.

 

“지금, 내성 주변에서 잠복해 있던 나의 병사들과 금위군이 전투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위군이 황궁 내에 없으니 내성은 곧 제압될 것이다. 그리고, 도성 내에 있는 적포청 군사들도 이미 나의 동지들과 전투 중일 것이다.”

“…”

“무엇보다, 너의 수족과 같은 맹장들은 아마 지금쯤 시체가 되었을지도…”

 

창원군의 저택.

그곳에 이미 수랑은 없었다. 그리고 치열한 전투 중에 미처 이 사실을 아는 장수는 없었다. 그들은 지금 수백의 반란군에 둘러싸여 몸부림 치고 있었다.

 

도성 밖.

적포청의 대군에 반란군은 이미 혼비백산 흩어지고 있었다.

 

“이럴수가… 이들은 이미 우리의 전략을 알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그리 길지 않은 전투로 적포청의 주력을 궤멸하려 했던 반군은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도성.

성벽을 사이에 두고 여전히 적포청의 군사와 반군의 전투는 이어지고 있었다.

 

“역적을 막아라!”

 

북문을 제외한 3개의 성문에서 아비규환이 연출되고 이었다. 허나 북문으로 들어선 반군에 의해 도성은 이미 유린되고 있었으며, 그렇게 북문을 통해 들어선 반군에 의해 사면으로 모든 것이 반군에 의해 장악되고 말았다.

 

“이놈들!”

 

바로 그러한 위태한 때에 전국시대의 맹장들은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에워싸던 병사들을 이미 물리치고, 저택 주변에 있던 적포청 소속의 반군을 이미 제압하고 있던 것이었다.

 

“장군들!”

“네!”

 

무비의 명은 간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명에는 강한 믿음이 담겨져 있었다.

 

“남은 적포청의 병사와 각자의 사병을 중심으로 부대를 넷으로 나눕니다. 반군은 성을 완전히 장악하면 그와 동시에 성문을 굳게 잠그고 황도 주변의 원군을 막으면서 전국의 반란세력이 봉기하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부대를 넷으로 나누어 성문을 다시 열도록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적포청의 주력군을 반드시 성 내로 들여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북문은 선경장군이, 동문은 자현룡 장군이, 그리고 서문은 적포청의 부장 그대가 맡으시오. 남문은 내가 맡겠소.”

“그럼 궁은…”

“그곳은 금위군에 맡기는 수 밖에…”

“하지만, 궁 내에는 이미 창원군 무리가…”

“그것은 무영에게 맡길 것이오.”

“네?”

“도성 내를 샅샅이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면, 무영장군이 있을 곳은 한 곳 뿐이오.”

“…”

“자. 어서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창원군의 저택에 모여 있던 살아남은 5백 여의 적포청 군대는 장수들의 사병과 합세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이미 도성의 4개 성문에서는 적포청의 5만 대군과 이미 성을 장악한  반란군이 성문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어지고 있었다.

 

 

#28

궁.

이윽고, 창원군의 사병들이 서서히 황제의 앞으로 나아왔다. 그리고 이제 적룡도 어검을 뽑아 들었다.

 

“네 검 솜씨는 알고 있다만… 십 년이 넘도록 뽑지 않은 너의 검이 과연 내 무사들을 당해낼지…”

“숙부는 큰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실수라?”

“전국시대를 헤쳐온 그들을 너무 가볍게 본 것입니다.”

“나는 충분히 그들을 두려워 한다. 그래서 이리 거사가 늦은 것이 아니더냐?”

“그렇다면, 그들이 모두 죽을 때까지 기다렸어야지…”

 

적룡의 이 말에 창원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러면서 그는 곧 사병들에게 명을 내렸다.

 

“쳐라!”

 

마침내 벌어지고 마는 참담한 칼 바람. 그리고…

 

“너는?”

 

창원군의 사병들이 적룡과 칼을 썩을 때 그곳에 갑작스럽게 무영이 나타난 것이었다. 이 사태에 창원군과 그 무사들이 놀랄 틈도 없이 무영은 황제와 더불어 창원군의 사병들을 무참하게 쓰러뜨렸다.

 

“무영! 네놈이 어떻게…”

 

창원군은 너무나 크게 놀랐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침착했다.

 

“그래 봤자 소용 없다. 이미 내성은 나의 사병들이 장악했다.”

 

이렇게 말하면서 창원군은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집어 들었다.

 

“무영! 물러서라!”

“폐하!”

“어명이다!”

 

적룡의 명에 무영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그리하여 마침내 창원군과 적룡의 진검 승부가 벌어졌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사병들이 달려들었고, 그들과 무영이 검을 섞기에 이르렀다.

 

“황제를 쳐라!”

 

창원군의 사병들은 이렇게 외치며 달려 들었으나, 그들은 무영을 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창원군의 사병들이 무영의 칼에 무참히 쓰러져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적룡과 창원군의 대치는 계속되고 있었다.

 

‘젠장!’

 

뜻 밖의 사태에 당황하기 시작한 창원군은 이제 녹슨 적룡의 검조차 받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다시 일대의 무사들이 나타나 다시 적룡과 무영에게 달려 들었다. 그리고 밖에서는 전투의 소음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그러자 무영이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이제는 피하셔야 합니다.”

“아니다. 이곳에서 결말을 짓겠다.”

“폐하!”

 

적룡은 무영의 말을 듣지 않고 노기를 발하며 창원군에게 달려 들었으며 무영도 어쩔 수 없이 창원군의 무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이리하여 마침내 무영이 창원군의 사병을 모두 주살할 즈음. 적령도 마침내 아버지의 단 하나 남은 형제인 창원군의 심장을 갈랐다..

 

“컥!”

“…숙부…”

“이렇게  허무하게…”

“…”

 

이리하여, 창원군은 너무나 허무하게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이 스스로 벤 숙부를 보며 적룡이 그만 또 다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게 다 무슨 짓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렇게 넋을 잃고 앉아있을 틈이 없었다. 그래서 무영이 급히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우선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반란의 무리들이 또다시 몰려들 것입니다.”

“우선, 태자와 황후의 안정이 먼저이다.”

“이미 소신이 피신 시켰습니다.”

“무영…”

“네. 폐하.”

“날 용서해라.”

“황도를 수비하는 것은 적포청의 일. 이러한 사태는 소신이 미연에 막지 못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되었다. 우선 이 사태를 수습해야겠다.”

“일단은 피하시지요. 비록 창원군의 죽었으나. 이 난의 또 하나의 축은 그의 아들입니다. 그를 주살하지 않는 이상 이 난은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밖은 더욱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리로 무영은 전세가 역전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건…”

“어쩌면 피신할 필요까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내 금위군이 온 모양입니다.”

“벌써… 대응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들은 전란의 영웅들입니다.”

“그랬었지… 내겐 아직 그들이 있었지…”

 

도성은 계속 불을 품고 있었으며, 도성의 4대문의 안과 밖에서 때 아닌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참담한 사태에 도성의 모든 백성이 두려워 떨고 있었다.

 

“이게 무슨 난리야? 전쟁이 또 터진 거야?”

“말도 안돼?”

“이젠 전쟁은 정말 지긋지긋해.”

“군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설마, 소문이 사실인 거야?”

 

한편, 동문에서는 큰 변괴가 일어나고 말았다. 창원군의 아들이 지휘하는 동문의 부대와의 전투 중에 자현룡이 갑자기 날아든 화살에 맞아 낙마를 한 것이었다.

 

“장군!”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앞으로 나아가라! 어서 성 문을 열지 않으면 큰일이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혈투… 동문은 이미 큰 전장이 되어 있었다. 병사들이 서로 엉켜서 피를 쏟고 있었으며, 백성들이 이 광경을 공포에 떨며 바라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바로 그때 자현룡의 앞에 창원군의 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님을 떨게 했다는 맹장이 겨우 화살을 맞고 낙마해 시름하고 있다니… 쯧…”

“그래도 네놈 상대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그래?”

 

창원군의 아들이 먼저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에 자현룡이 대항했다. 그러는 와중에 창원군의 아들의 지키는 호위무사에 의해 자현룡은 온 몸에 칼을 맞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도 자현룡은 자신을 막는 적의 목을 베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돌진해 오는 그를 보며 창원군의 아들은 그만 새파랗게 질려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이… 이놈!”

“이제야 나의 두려움을 알겠느냐!”

“저리 가!”

 

자현룡은 서슴지 않고 적장 창원군 아들의 목을 베었다

 

“쓰레기 같은 놈…”

 

그리고 곧 또 다른 병사들의 날카로운 칼날이 그를 덮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자현룡에게 달려들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아악!”

“응?”

 

놀랍게도 그곳에 나타난 것은 바로 두건을 두른 적령이었다. 그러자 자현룡을 죽이려던 병사들이 갑자가 주춤하며 물러났다.

 

“너… 넌 누구냐?”

“이자의 목숨은 내 것이다. 꺼져라!”

“뭣이? 이자를 죽여라!”

 

일대의 병사들이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감히 그녀의 근처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모두 목이 달아났다.

 

“이제야 좀 조용해 졌군…”

“…”

 

자현룡은 온 몸에서 피를 쏟으며 복면을 한 적령을 바라보았다.

 

“얼굴을 보여다오.”

“…”

 

그의 이 말에 적령은 순순히 신분을 가렸던 복면을 벗었다.

 

“당신은? 수랑… 무영장군이 이 사실을 알면 슬퍼하겠군…”

“…”

“뭐…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당신의 진짜 모습은 수랑이 아니겠지…”

 

아비규환의 전장 속에서 지금 두 사람이 마주한 그곳은 격리된 듯 침묵 속에 잠겨 들었다. 그리고 그 끝날 것 같지 않은 깊은 침묵 속에서 자현룡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제야 만나게 되는군요… 부인…”

“…!”

“날… 죽이러 왔나요?”

“그렇다.”

“죄송… 합니다.”

“무엇이 말이냐?”

“글쎄요… 무엇이 죄송하다는 것인지…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

“그래도… 사죄밖에는… 할 말이 없군요…”

“…”

“그리고 또 하나…”

“…”

“이미 당신과 싸울 힘이… 남아있질 않아서… 죄송합니다…”

 

그의 이 말과 함께 또 다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자현룡은 서서히 그 명을 다해가고 있었다.

 

“알고는… 있겠죠…? 부인께서 지금까지 한 일로 지게 되는… 그 업보의 무게를… 그것이 얼마나 크고 거대한… 운명의 무게인가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부디… 용을… 지켜주세요. 부디…”

“…!”

 

자현룡은 그 말과 함께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적령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목석처럼 서 있었다.

 

“저기다! 장군님이 저기 계시다!”

“…!”

“어서 장군님을 구해라!”

 

그곳에 다시 병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적령은 그곳을 황급히 벗어났다.

 

“장군님! 장군님! 장군님~”

 

그녀의 뒤에서 자현룡을 부르는 병사들의 통곡의 메아리가 계속 들리는 듯 했다.

 

‘젠장…’

 

새벽이 밝아오면서 도성의 문이 모두 열리고 곧 적포청의 대병이 도성 안으로 밀려 들었다. 그리하여 반군은 곧 제압 되었으며, 그날의 참담한 사태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또 다시 벌어지고 만 변란은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그 여파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감히 그 문제를 입에 담는 자는 없었다. 다만, 황제의 명에 따라 모든 것이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적룡은 무비의 보고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선경과 무린, 무영이 있었다.

 

“이것이 정녕 이번 사건의 전모인가?”

 

무비가 황제에게 올린 것은 암살사건과 변란의 전모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아 맹장들을 주살한 암살자는 변란을 꾀한 자의 하수인이며, 또 그 변란의 수괴는 창원군임이 자명한 것으로 판단 됩니다.”

“그래…”

“…”

“큰 사건을 잠재우기는 했으나 이제부터가 문제구나.”

“폐하…”

“이제 미란을 비롯한 용의 맹장들이 죽은 것이 만 천하에 드러나고 말았지 않는가…?”

 

하나의 문제를 해결했으나, 이제부터는 더 큰 난관이 용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황제는 어쩔 수 없이 얼굴에서 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용이 이리도 유약한 제국이었단 말인가… 이리도…”

 

그리고 그러한 황제를 보며 지금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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