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무는 단순히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 중림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는 산을 내려와 첫 마을을 대하는 순간에 이미 알 수 있었다. 모두 불안함에 떨며 안정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이건…’
사람들은 대부분 여럿이 짝을 지어서는 무엇인가를 수근 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신분을 숨기고자 하는 그로서는 그 내용이 무엇인지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변괴라니…? 틀림없이 그리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러나 무는 곧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들어선 식당에서 사람들이 더욱 크게 수근 거리는 소리를…
“창원군이 끝내 역모를 꾀했다는 소문이야.”
“그게 정말인가?”
“한때 그 일로 황도가 난리도 아니었다는군.”
“뭐라는데?”
“아 글세 전쟁이 났대?”
“전쟁?”
“그래. 제국이 통일된 이후로 아마 처음 있는 일이라지? 지금의 용국을 적대하는 군대가 천산에 발을 들어놓은 것이…”
“그것만이 아니냐? 내가 들은 소문으로는 황도에 암살자가 출몰한다던데?”
“암살자?”
“그렇다니까?”
“그럼, 북방의 암살자일까?”
“한간에는 그 암살자가 창원군과 손을 잡았다는 소문도 있어.”
“하지만, 이미 창원군은 참수 되었다던데? 그럼, 그 암살자도 죽었겠지?”
“그야 모르지?”
“내가 듣기로는 그 암살자와 창원군은 연관이 없다던데?”
“도대체, 뭐가 진실인 거야?”
“그야 누가 아나? 나라님이 저리 쉬쉬 하시니…”
“그러니 더욱 불안한 것이 아닌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세상이야? 이거 불안해서 원…”
그렇게 한 무리가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또 다른 무리는 다른 화제로 소란스러웠다.
“자네들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요즘 하도 흉융한 소문이 많아서…”
“그거 말이야? 그거?”
“아 글쎄 그 소문이 뭐냐니까? 이 사람아?”
“미란 군사가 죽었다는 소문 말이야?”
“에끼 이 사람아! 원 말 같지 않은 소문을 어디서 듣고?”
“이건 신빈성 있는 소문이야?”
“에이 설마? 그분이 어떤 분인데 그리 쉽게 죽겠는가?”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까? 황도에서도 최근 몇 달 동안 그분을 본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까?”
“그래도 그분이 죽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말게.”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뭔가 큰 사단이 난 게 분명하다니까?”
“설마…”
“그뿐만이 아니야. 얼마 전에 수군의 물품보급을 위해 무해진에 갔는데 말이야. 수군 사령관인 유란 장군님을 볼 수 없었다고. 그래서 병사들에게 물었더니 그 사람들도 몇 달 동안 보지를 못했대?”
“이 보시게. 자네가 감히 수군 사령관을 만나볼 수나 있는 지위이기나 한가?”
“아무리 그래도 이리 소문이 흉융해서야 원… 불안해서 어디 살겠나?”
“황도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이야기를 한참 듣고만 있던 무는 굳은 얼굴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황급히 빠져 나왔다.
운원의 한 정자.
무는 지금 중림 운원의 강가에 자리잡은 한 정자에서 여인을 만나고 있었다.
“검은 장수님이 저를 찾는다는 말에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사정이 있어 세상에 나아오지 않고 있었네.”
“그랬었군요.”
“…”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처연은 지금 무가 왜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변괴로 다시 세상에 나아오신 것입니까?”
“실은… 그 변괴에 대해 묻고자 하네.”
“아직… 자세한 것은 모르시는 군요.”
“자네는 알고 있나?”
“남편을 통해 들은 것들이 있습니다.”
“나에게 사실대로 말해줄 수 있겠나?”
그 순간, 처연은 잠시 망설이는 빛을 보였지만, 곧 입을 열었다.
“실은… 감히 이 변괴를 막을만한 사람이 없어 저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변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창원군의 일은 들으셨는지요?”
“그는 이미 참수 되어다 들었네. 헌데, 변괴에 관한 소문은 끊이질 않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변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해보게.”
“마음의 준비는 되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
“어서 말해보게.”
“저도 자세한 속 사정은 사실 잘 모릅니다. 황도에서 정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변괴를 일으킨 것이 지난날 목진의 장수였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
적령과 철기주의 관계를 모르는 처연은 이 순간 그만 적령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이미 그녀와 약조를 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녀는 적령의 폭주를 철기주가 막아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것은… 저도 모릅니다.”
“그래…”
“…”
“전란의 시대의 앙금을 이러한 평화로운 시대에 풀려 하다니… 소인배인 게로군. 그러한 자를 미란이나 용의 맹장들이 아직 잡아들이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잡지 못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응?”
순간, 무는 심경이 매우 복잡해 졌다.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들었던 소문 때문이었다.
‘설마…’
그리고 낯빛이 어두워진 그에게 처연이 말했다.
“이미 군사 미란을 비롯하여 자현룡, 정찬우, 요적란, 이서기, 함덕, 유란 장군 등이 그자에 의해 암살 되었습니다.”
무로서는 너무나 충격적인 처연의 이 참담한 말에 그는 그만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무엇이라 하였는가?”
“또한, 그자는 제상 무린을 시해하려 하다 실패했으며, 곧 황궁으로 황제의 목을 취하러 간다 호언했다 합니다.”
“…!”
처연이 말이 끝나자 무는 깊게 침묵했다. 그는 지금 끌어 오르는 피를 억누르기 위해 숨조차 내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진실인가? 아니면… 소문인가?”
처연은 그러한 물음을 하는 그를 대하며 갑자기 두려워졌다. 지금의 그는 적령을 멈추려는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주살할만한 거대한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군님…’
처연이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자 무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되었네. 그 말이 소문인지 진실인지는 내가 직접 확인하겠네.”
무는 더 이상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재촉했으며, 처연은 그렇게 떠나는 무를 보며 애타게 애원했다.
‘부디 그분을 멈춰 주세요… 제발…’
#34
무는 그 길로 좌중원에서 상선을 타고 강을 건너 곧바로 천산을 향해 말을 달렸다. 그렇게 말을 달려 그가 황도의 외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음날의 해가 진 후였다.
“멈추시오!”
황도의 남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무를 막아 섰다.
“신분증을 보이시오!”
변괴가 있는 도성의 경계가 삼엄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무는 이미 소문이 진실일 수 있음에 가슴이 점점 달아올라 진정되지 못하고 있었다.
“신분증을 보이란 말을 못 들은 것이오!”
“남문을 지키는 수장을 불러주게.”
“뭐요?”
“내 명을 못 들은 것이냐?”
“헉!”
갑작스러운 무의 이 살기 가득한 호령에 그만 병사들은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어서… 수장을 부러 오너라!”
“네…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놀라 창을 세워 무를 경계했고 그 중 한 병사가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병사와 함께 남문을 지키는 수장이 일대의 군사를 동행해 나타났다.
“도대체 어떤 자이길래 소란을 피운다는 것이냐?”
남문의 수장은 잔뜩 독기가 올라 있었다. 그는 변괴로 인해 매우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음이 분명했다. 마침내 무의 앞에 선 남문의 수장은 칼을 뽑아 들고는 그에게 호통을 쳤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그러나 독기를 품은 남문의 수장에게 무가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말했다.
“날세.”
“…”
무의 이 말에 잠시 멈짓해 물러선 그는 무를 자세히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해 예를 올렸다.
“자… 장군님? 모…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들어가도 되겠는가?”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장군님!”
이미 신분 숨기기를 포기한 무는 그렇게 도성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길로 그는 제국의 통일을 위해 죽어간 충신들이 묻힌 묘지를 찾았다. 무가 도착했을 때는 그곳 역시 삼엄하게 병사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묘지를 지키던 수장 역시 무를 알아보고는 황급히 예를 올렸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는가?”
“네… 네! 장군님!”
그렇게 해서 마침내 무가 들어선 묘지에는 틀림없이 미란을 비롯한 그와 함께 제국을 통일한 맹장들의 묘비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 이럴 수가…’
한편, 적포청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그것은 남문을 지키던 수장이 급히 말을 달려 그곳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무영장군! 장군은 어디 계신가?”
그 장수는 너무나 화급해서 마치 숨이 넘어갈 것처럼 무영을 불러댔다.
“무영장군!”
무영은 마침 관청에 있었지만, 지난날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무표정하게 그를 맞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인가?”
“장군! 엄청난 사건 입니다.”
“엄청난 사건… 이라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보다도 더 큰 사건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뭐?”
“주… 죽었던 대장군이 도성에 나타났습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철기주 대장군이 나타났습니다.”
“뭣이?”
무영은 너무나 크게 놀라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이 사건이 겉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되어 번지게 될 것을 직감했다.
‘이럴수가… 결국 폐하께서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마는 것인가?’
무영은 몽롱했던 정신을 가다듬을 겨를도 없이 급히 병사에게 명해 이 사실을 제상과 무비, 선경에게 알리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도 즉시 말을 달려 적포청을 나왔다.
묘지.
무는 지금 늘어선 묘비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고 있었다.
“정녕… 모두 이곳에 잠들이 있단 말인가? 모두…”
피 끓는 무의 곡은 끊이질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어서… 어서 일어서지 못하겠느냐? 제국을 반석 위에 세워야 할 것이 아니냐! 어서! 일어나라 명하지 않았느냐! 어서 일어나! 당장!”
무가 한없이 통곡을 하고 있는 그 자리에 마침내 무영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무영은 묘지에 엎드려 통곡하는 그를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소식을 전해들은 무연과 비가 왔으며, 무비, 선경도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군님…’
무의 슬픔은 그칠 줄 몰았으며, 그의 슬픔을 달래주려는지 세우가 구슬프게 내리기 시작했다.
“여보…”
무연이 떨며 곡하고 있는 무를 안아 주었다. 그러나 이미 무의 떨림은 진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무는 날이 밝도록 슬피 울며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가 스스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아무도 감히 그를 말리지 못했다.
황궁.
이른 아침 무는 묘지를 나와 궁에 들어섰다. 그리고 황제의 침소를 지키던 내관은 그만 자신의 앞에 나타난 무를 보고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헉!”
“무엇하고 있는가? 어서 고해주게.”
“…”
“어서!”
“…폐하!”
“잠시만 기다리게 곧 차비를 하고 나갈 것이네…”
적룡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의관을 정제하고 있었다. 그러한 그에게 내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 철기주가 뵙기를 청하옵니다.”
“…!”
내관의 이 말에 그만 적룡은 가슴이 내려앉는 큰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형님…’
그는 한편으로 안도하고 있었다. 그가 세상에 다시 나옴으로 인해…
‘나는 어찌 이리 유약하단 말인가? 어찌이리…’
힘겹게 의관을 정제한 그는 곧 굳은 얼굴로 명했다.
“들라 하라!”
적룡이 이리 명하자 곧 문을 열고 무가 들어섰다. 무는 적룡에게 예를 갖추었고, 곧 두 사람은 바라지 않았지만 운명처럼 다시 마주앉게 되었다.
“세상을 등진 형님께서 이곳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변괴가 있기에 다시 나아온 것입니다.”
그러자 적룡은 갑자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형님도 참 너무 하는군요. 이 아우가 그렇게 미덥지 못한 것입니까? 이 정도 일은 저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만 돌아가시지요.”
“…”
“저는 이 나라의 황제입니다. 형님의 도움이 없어도 이 제국은 굳건합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형님이 없으면 이 제국이 위태하다 생각하고 계셨던 것입니까?”
“…”
“이 나라의 황제는 나 적룡 입니다. 철기주가 아닙니다.”
적룡의 노기 섞인 이 말과 함께 긴 침묵이 이어졌다.
“적룡…”
“…”
“내 앞에서 까지 연극을 할 필요는 없다.”
“…”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이미 꿰뜷고 있는 무의 이 말에 적룡은 그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암살자가 예고한 그 날에 저는 틀림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용의 백성으로서 그자를 참할 것입니다.”
“형님…”
“그럼 윤허한 줄 알고 물러가겠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제의 황도.
어전에서 문, 무 대신들이 회합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 곧 제는 출정을 할 것입니다. 이번 출정에서 우리는 조상 때부터 이어져 온 남방복속의 기나긴 한을 풀 것입니다.”
황후 전.
황제가 공식적으로 출정을 선포한 그날 밤 황제 영윤기와 황후 운란이 가벼운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황후가 어찌 친히 원정길에 나서려는 것이오. 태자가 아직 어리니 황후는 태자와 함께 이곳에 남아 있으시오.”
“태자에게는 궁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가야만 합니다.”
“황후!”
“이날을 위해 저를 얻은 것이 아니었습니까?”
“…”
“폐하!”
“군사는 이날을 위해 황후를 얻은 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오.”
“저도 한이 있습니다. 남방에… 그러니 제 뜻을 따라 주셔야 합니다.”
황제 영윤기는 깊이 고심했지만, 황후 운란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 원정에 그녀를 군사로서 등용하기로 약조하고 황후전을 물러갔다. 그리고 그가 물러가자 궁인이 걱정스럽게 운란에게 물었다.
“마마!”
“왜 그러느냐?”
“그 몸으로 정말 원정을 가시려는 것입니까?”
“행여 폐하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가서는 아니 된다. 명심하거라.”
”자칫하면 저희들에게 큰 죄를 묻게 됩니다.”
“내가 있지 않으냐? 너희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되느니라.”
그리하여 마침내 북방의 대군이 원정길에 오르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