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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거

뻐니 |2006.01.25 18:15
조회 1,378 |추천 0

어제 저는 부엌 페인트 칠했어요.

인테리어 싸이트 구경하구 있다가 갑자기 필 받아서 신랑에게 전화..

뻐니  -나 부엌 흰색으루 칠한다~

신랑  -엥? 할 수 있어?

뻐니  -뭐.. 함 되겠지..

신랑  -크리스(그 폴란드 빌더)한테 가르쳐달라 그래..

뻐니  -응.. 못해두 혼내지 마~~

 

그러구 내려갔죠.

부엌에선 크리스가 열쉼히 일하고 있더만요.

뻐니  -(벽을 가르키며) 페인트.. 화이트..

크리스 -??

뻐니  -(또 한번 벽을 탕탕 치며) 화이트, 화이트...

크리스 -오케이.. ( 멀 알았다는 건지.. )

뻐니  -(두 손 모아 쭉 내밀며) 페인트 플리즈..

그랬드니 페인트를 가져다 주더군요. 롤러랑 브러쉬도 함께..

생각보다 페인트 칠하는거 힘들진 않았어요.

근데.. 사다리 올라가서 위쪽 벽을 칠하는데 갑자기 사다리가 흔들흔들,, 갸우뚱~

사다리 다리 하나가 꺾인거죠.

-으아아아아아아아악~!

하며 사다리 위에 대자로 뻗었네요.

옆에서 일하던 크리스.. 깜짝 놀래갖구 '오케이? 오케이?'만 연발하구..

너무 창피한 맘에 벌떡 일어나 '오케이...' 하며 다시 붓을 들구 막 페인트 질을 했는데..

나중에 살짝 보니 팔꿈찌가 까지구 멍이 들었네요.

눈물이 찔끔 나는데 울 수도 없구..

그래두 다 해놓구 나니 뿌듯~

정말 생각두 못했답니다. 제가 이렇게 집꾸미기에 관심을 갖게 될줄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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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 적과의 동거..

우리 신랑을 말하냐구요? 아니죠~ 절대 아님.

제가 동거하구 있는 이 적들은.. 우리집 세입자들입니다.

집 한채를 저희가 감당할 수가 없어서 방 3개를 세주고 있거든요.

어쩌다 보니 다 남자들만 들어오게 됐네요. 다 한국사람..

처음엔 같이 고기도 궈먹구.. 장보러두 같이 가구.. 좋~았습니다.

다들 어리지만 착한 유학생들인데..

아~ 이놈들.. 요즘은 완전 왠수덩이들입니다.

 

첫번째로는 화장실과 욕실 사용.. 완전 드럽습니다. -_-;

화장실 들어가면 여기저기 머 뭍여놓구 튀어놓구.. (죄송~)

완전 공중 화장실 같이 해놓습니다..

욕실.. 들어가보면 머리털, 무슨털.. 잔뜩 욕조랑 샤워부쓰에 붙어 있습니다.

이궁.. 내가 무슨 청소부냐구요~~

이 지저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현관 앞은 항상 흙투성이... 신발을 어뜨케 터는 건지 항상 흙, 먼지, 심지어는 돌까지 발견되네요. -__-

그 다음.. 부엌.

가스렌지랑 전자렌지 보면.. 그 왠수덩이들이 멀 먹었나.. 다 알 수 있답니다.

여기저기 튀어있는 국물에다.. 건더기들.. -_____-;;

절대 안닦습니다.

청소 당번을 정해봐도.. 잘 지켜지지가 않구..

자기들 눈에는 너무너무 깨끗하다고 하니.. 할 말이 없죠.

 

그리구 저희.. 그릇을 따로 쓰거든요.

세입자들 쓰는 그릇은 깨져도 아깝지 않을.. 싼 그릇으루 사다 놨구요.

저희 그릇은 친정엄마가 혼수로 해주셔서 로얄 알버트 황실장미 그릇이랑 포트메리언 그릇을 쓰구 있어요.

여기는 한국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지만..

어쨌든 제가 정말 아끼는 것들이죠.

근데 이 왠수덩이들도 이쁜게 좋은가 봅니다.

자꾸만 우리 그릇을 쓰는거죠.

쓰지 말라, 쓰지 말라.. 아무리 해도 몰래몰래 갖다 씁니다.

그러다 결국.. 포트메리언 그릇 두개가 분실된거죠. (얼마나 아꼈음 그릇 수까지 다 외워놨슴다~ )

다 추궁해두 다 모른다구 하구.. 저두 요즘은 부엌 공사땜에 밥 한 적이 없어..쓴 일이 없는데..

아~~~ 내 사랑, 포트메리언.. 대체 어디갔단 말입니까..

 

게다가 이 왠수덩이들..

쓰레기두 절대 안 내다버립니다.

부엌에 큰 쓰레기통이 하나 있어서 그게 꽉 차면 밖에 내다버려야 하거든요.

항상 제 몫입니다. -_-

어제는 쓰레기 봉지를 묶어 버리려고 하는데.. 머가 들었나 넘 무거워서 안 들리드라구요.

그래서.. 남자들 중 누가 버리겠지 싶어서 그냥 뒀어요.

그리구 오늘 아침 나가보니..

묶어놓은 쓰레기 봉투 위에 바나나 껍질, 콜라 캔, 라면봉지.. 등등.. 을 막 버려놨네요

그래서 우리 신랑이 아침부터 고무장갑 끼구 쓰레기 다 버렸네요.

 

밤마다 머가 그리 재밌는지.. 모여 앉아 낄낄, 깔깔, 껄껄...

샤워하러 한 번 들어가면 매번 떼를 미는지.. 물탱크에 있는 물 다 떨어질때까지 안나오구..

(10인용 물탱크인데 두명 씻으면 세명째는 찬물이 나온다는...)

밖에 나갈때도 방 불, 티비, 노트북, 스탠드까지 다 켜놓는..

이 왠수덩이들..

 

정말 적과의 동거.. 맞죠?

빨리 돈 마~~~~~니 벌어서 이 왠수덩이들 없이 신랑이랑 나랑.. 둘이만 살구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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