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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인 여친으로서

이긍 |2006.01.26 19:24
조회 3,244 |추천 0

오늘의 톡에 올라온 성폭행 피해를 받은 여친을 이해할수 없다는 제목을 보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제가 올해 20살인데 졸업을 안해서 그런지 뭔지 -_- 만 19세가 안된다고 글을 못봐서 내용은 잘 모르

지만.. 그냥 제목만 봐도 뭔가 삘이 오네요.

 

저도 성폭행 피해자고, 남친도 있거든요.

전 친아버지에게 초등학교때 성폭행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릴때고, 트라우마 때문에 단기기억상실 같은게 있어서 얼마동안 그런건지, 자세한 상황 기억은 안나고 단편적으로 충격적이였던 장면들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보편적으로 어릴때 성폭행당한 피해자들이 그렇듯이, 저도 한창 그랬을 초등학교때 중학교때는 견딜만하다가 고등학교때 갑자기 가슴속 저 밑에 꾹꾹 눌러뒀던 감정들이 쏟아져나왔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남자친구가 생겼고, 사귀게 됐죠.

 

하여간 참 서로 많이 고생했습니다.

가끔 악몽을 꾸거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치한을 만나서 그때 느낌이 되살아나거나, 아님 그냥 PMS 증후군(생리전에 우울해지는거요) 때문에 우울해져서 그 때 생각 하거나 하면.. 좀 가끔 우울증 같은거 빠지기도 하고.. 어휴 이건 아직도 계속 그래서 병원을 가볼까 생각중이라죠. (헌데 돈이 없어서 그것도 쉽지 않네요;;) 사실 저런 모습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나, 그냥 아는 사람이면 받아주기 힘들껍니다.

저도 저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도 참 힘들어 하더군요. 솔직히 처음엔 '그래봤자 나보다 더힘들까' 이런런 생각에 가소로웠습니다,;; 근데 그런게 아니더군요. 다른사람들 보니 남친이 단지 여친이 성폭력 피해자란 이유만으로 부담스럽다고 헤어지고 그러기도 하더라구요. (뭐 몇몇 삐리리한 분들은 더럽다고 -_-... 허허 아주 그냥 상처투성이에 소금 뿌리는 행위!!)

그래서 참 제 남친이 고맙더라구요. 물론 남친도 어리고, 저같은 여자를 처음보고.. 뭐 워낙 성격이 남 신경안쓰는 타입이라 가끔 아쉽기도 하지만, 남친이 옆에서 보듬어주고 힘준 덕에 그래도 좋았다죠. 제가 아직도 잘 이겨내고 있진 못하지만, 평생 짊어지고 갈 상처긴 하지만 옆에서 따뜻하게 지켜주는 것 만으로도 정말 힘이 되더라구요.

 

뭐 제가 말하고 싶은건..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의 남친분들, 그분들도 힘드실거 압니다. 사실 뭐 그렇잖아요. 보통 그것이알고싶다같은 프로에서 그런 얘기 나와도 '세상 말세야. 저런놈들은 거세시켜야돼.' 이러는 정도지 그런거 보고 일주일내내 우울하고 그러진 않자나요. (저같은 경우에는 그런 내용의 프로보면 몇일간 우울해집니다. 공감도 되고 옛날일도 생각나고 그래서요.) 그렇게 성폭행이 나쁘다는 생각만 했지 자기랑은 거리가 먼 일이라 생각하다, 자기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 만났는데 성폭행 피해자다... 아마 하늘이 노랄겁니다. 제 남친 경우도 보니까 아주 그냥 처음엔 아빠를 죽일라 그러더라구요;;

헌데 문제는 처음엔 그렇게 열정(?)적이다가도, 여친이 너무 짜증내고 우울해 하거나, 남자를 극도로 꺼린다거나, 스킨쉽같은걸 피한다거나 등등등 자신은 그런일이 없기에 알수없는 행동을 여친이 하면 많이 질려하고 못이겨하더군요... 제입장에선 이런것도 사실 성폭행 피해자들이 두번 아픈거죠 뭐 ㅠ

피의자는 발벗고 편하게 잠자는데 남친까지 악몽꾸고 이러면 피해자들은 참 맘 아프답니다. 꼭 무슨 내가 죄지은듯 한 느낌. 차라리 말하지 말껄 하는 생각... 복잡하죠..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 그 아픔까지 사랑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잘 보듬어주세요.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들 말고 이렇게 여자를 이쁘게 사랑해줄줄 아는 남자도 있다고 보여주세요. 많이 힘드실땐 여친하고 얘기도 하면서 서로 힘든 부분 이해해가면서요. 

 

죄인취급받고 피의자 처벌도 제대로 못하는 이 더러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나가는 수많은 성폭행 피해자분들과 가족, 애인, 주변인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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