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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밝힘증> 1. 키가 엄청큰 여자를 만나다

핑키핑크 |2006.01.28 22:25
조회 1,681 |추천 0

"지금 시간이 몇시지?"


얼마전 넷 고도리를 하다가 우연하게 알게된 남자. 자상하고
인상좋구 한마디로 킹카인것 같은 그 남자랑 오늘 드뎌 약속이다.
도데체 이게 얼마만의 이성과 만남인지... 몇번인가 한참 생각을
더듬어야 할 정도로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난거 같다

그를 만난다는 설램에 몇시간 전부터 수선스럽게 준비했던 나지만
역시 난 약속시간에 늦어버릴것 같다


"왜 난 늘 이모양이지?"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고, 우연히 쳐다본 승차객중 유난히 눈에 띄는 한사람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후~ 정말 특이하네"


난 아주 작고 들릴듯 말듯하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결이 흡사 비단결 같다. 그리고 가느다란 허리...긴 다리
이런것들만 생각하면 상당이 아름다운 미인이 떠올려질 것이다
하지만 저 사람. 여자라고 하기엔 너무나 등치가 크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괜히 나는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불쌍해... 저사람도 나와 같을까?

나와같이 콤플렉스에 돌돌뭉쳐져 이쁜것들이 싫을까?
그런 생각을 가만히 하자니 그런생각에 휩싸여 있는 내 자신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상하게 이쁜것들만 보면 피가 거꾸로 도는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가 노처녀로 다가가는 길목에 있어서 그런지 그런 마음은 나이가 들수록
남자를 못만날 수록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저러나 저 사람...
저렇게 이쁜데 등치가 저렇게 크다니..... 정말 아깝다.
난 두어번 더 약점이 많은 그녀를 위해 동변상련의 감정으로
제기랄을 속으로 그녀 대신 크게 외쳐줬다. 물론 그녀가 원할진 모르지만.
못난이의 비애.
휴~~! 생각말자 생각하면 머리아프고 속쓰린걸.
나는 그쪽에서 신경을 끄고 다시 나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뭔가 잘 해보려 할때마다 나는 머피의 법칙과도 같은 그런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오늘도 그 딜레마랑 얼마나 씨름을 했는지.
하지만 기어이 오늘의 결투에서 또 진건 나 이다.
하필이면 렌즈가 찢어질게 뭐있을까?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이 뽀얗게 보였다.
그 뽀얀 풍경들이 얼마나 이쁘고 아름다운지........
지금 이 상태에서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모든 사람들도 선남 선녀로 보인다.
예쁜것만 보고 싶을때 난 가끔 렌즈를 끼고 있다가도 뺀다.


"솔직히 잘 안보이니까 답답하긴 하다"


난 눈이 아주 나쁘다.
렌즈없이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잘 안보이는데 렌즈없이 다니는건 참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 외출은 할수없지 않은가?

그동안 그 와의 만남을 생각하며 얼마나 공든 화장이고
어렵게 빌린 옷인데. 그깟 눈이 안보인다고 오늘 약속을 포기할순 없다.

그렇다면 급하게 렌즈를 사는건 어떻냐구?
그것또한 나에겐 쉽지 않은 이야기다. 바로 나의 성격 때문에.
소심하고 따지길 좋아하고 고집불통에 화 봇다리.
그러므로 그 짧은 시간에 내가 안경점에 가서 렌즈를 사는일은 아주 확률이 적은
얘기란 말씀. 까탈스런 내 성격때문에 단 몇시간 만에 물건을 산다는건
정말 생각할수도 없는 일이다.

꼭 그렇게 급하게 구입을 하고나면 언제나 후회하기 마련
난 적어도 이것 저것 비교해보고 3시간 이상 생각해 보고 나서 결정하는
약간 고집스런 정신병이 있다.

내 나이 28살
많다고 하면 많은 나이고 적다고 하면 그런데로 괜찮은 그런 나이.
직업은? 거의 백수에 가깝다. 아니 백순가?
맨날 돈에 쪼들리고 방세에 쪼들리고.. 오직 한가지 나의 유일한 돈벌인 번역
그것이 다이다. 그러므로 난 백수다.

내가 이 날 이때껏 무엇을 하고 살았나?
그리고 지금껏 지독히도 일복과 남자운이 없는 나.


"집에서 끼는 안경이라도 가져올껄 그랬나?"


그 안경의 모양이 머릿속에 떠올려졌다.
아주 오래된 검은 뿔테에다가 핑핑돌듯 두꺼운 안경알.
그 생각을 하자니 너털웃음이 났다. 어떻게 그걸 들고 다녀?

하지만 지금와서 너무 앞이 안보이다 보니까
답답한 마음에 솔직히 그 안경이라도 아쉽다

난 안경을 쓰면 머리가 너무나 아프다
모든 신경이 귀 뒷쪽으로 몰려서 쓰는 동시에 안경이 내 머리에서 벗겨질때 까지
지독히도 심한 두통을 느껴야 했다. 그래서 절대 돈주고 안경 맞춘일 없고
앞으로도 안경은 맞추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안경.
중고등 학교 다닐때 엄마가 맞추어 주셨다. 후~~

집에서만 착용하는 그 안경은 내가 다리를 하도 늘려 좀 심하게 움직일땐
앞으로 뛰쳐나오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젠 너무 헐렁해져
그 마저 고정하기 위해서 내가 테에다 흰색 테잎을 둘둘 말아 놨다

난 거울을 거의 멀리하고 살지만 가끔 화장실에서 우연히 그 안경을 쓴 나를
마주할때마다 내가 졸라 아니게 생긴걸 실감하곤 한다
그리고 약간 중성스런 외모, 하지만 뭐 상관없다 나도 그 안경 까지도. 뭐 좋다.

이젠 그 안경은 나에겐 너무나 익숙하다. 왜냐면 두통이 절대 없다는것. 그 이유 때문에
그리고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기 때문에

오늘따라 요상하게도 차는 더더욱 막히는것 같고 약속시간은 다 되어
오는데 맘만 조급할뿐이다


<할수없다 전화를 거는 수 밖엔>


"저~~ 오늘 만나기로 한 조연환데요"


첫 말 부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해버렸다 이런~ 이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원래 나의 소심한 모습에서 벗어난 매력적인 모습을 그에게 보이고 싶었는데......
얼마전에 잠시 화상체팅에서본 그의 모습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언제나 즐거운 표정만 짓는 걸로 보였다
한마디로 자신감에 넘쳐있는.........


"죄송해요 약간 늦을거 같아서... 아무 카페나 들어가 전화 주실래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언제나 처럼 그가 그만의 특유한 웃음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대답해 왔다


"예~~그러죠
근데 역시 연화씬 약속시간을 잘 못지키는 구나?"

"네?"

"하! 나쁜뜻 아니에요"


그가 다시한번 크게 웃더니 조심히 천천히 잘 오라는 말을 끝마무리로 붙이며
전화를 끊었다. 자상하기도 하지.


"휴~~~~~~"


그래도 늦는단 전화를 하고 나니 이제 조금은 맘이 놓인다.
잘된일이지 뭐야 멋진 킹카한테 첨부터 찍힐 일을 만들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었다

맘이 갑자기 놓여지니 창밖에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졌다
살포시 눈을 감고 한참동안 있는데 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하더니
뭔가 차가운 것이 내 얼굴을 갈기며 목쪽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악~~!!!"


나는 아주 큰~~~! 소리로 외마디 비명을 지르지 않을수 없었다.


"도데체 뭐야?"

 

차갑고 끈적 끈적한 그것을 손으로 짚어냈다. 그리곤 그것을 들여다 봤다.
어? 아이스크림 이였다
보통때 나를 황홀하게 만들던 그 아이스크림. 바로 그것 이었다.


"뭐야 이게?"


난 매섭고 단호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이 던져졌던 그 쪽을 돌아 보았다
엇?! 아까 그 덩치 커다랗고 이쁘장한 여자?

 

 

 

 

 

 


<어라? 근데 저게 무슨표정인가>


너무 미안해서 파랗게 질려버린 표정도 아니고
죄송해서 어쩔줄 모르던 표정 또한 아니고
눈하나 입술하나 흐트러짐 없는 그런 무표정 으로 그녀가 날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난 그쪽에서 먼저 미안하다 말해줄것을 바라며 조금의 미동도 동요도 없이
그녀를 아주 무섭고 매섭게 째려봤다
그러자 나와 마주한 그 얼굴에 불쾌한 빛이 조금씩 스며 들었다.
어쭈 누가 불쾌한지 알아? 내가 계속해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자 나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한참후나 되어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이스크림 안닦아요? 윗도리서 바지까지 떨어지내요 "


뭐야? 니가 나한테 할말은 그게 아니잖아? 믿어지지 않았다. 이 상황.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여전히 싸가지 없이 날 내려보는 그녀.
뭐 저딴게 다 있어?

또 언제 입에 물고 있었는지 갑자기 껌을 씹기 시작하며
조그맣게 풍선까지 부는 그 모습. 정말 난 어이가 없어서 말이다 안나왔다.

'뭐? 아이스크림 안닦아요? 윗도리서 바지까지 떨어지내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사과를 기다린 나에게 뭐? 뭐?
어떻게 지각이 있는 사람이 이런태도를 보일수가 있을까?
 

"왠일이니 뭐니?"

"심하다"


읏! 지금 우릴 바라보며 속닥거리는 사람들. 지금 이상황 창피했다
너무나 창피해 미칠지경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금 나에게로 향하고 있는거 같은
그런 무시무시한 착각이 들었다. 미쳤냐 저걸 가만히 둬? 이런 표정으로.
어쩔까 어쩔까 소심한 나는 화는 무척이나 나고 돌아버릴 지경이었지만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할지 난감했다.

갑자기 눈에 크게 클로즈업되는 그녀의 손
저 덩치의 손에 맞으면 무지 아프겠지? 참을까? 하지만 주위의 시선.
여기서 참아버린다면 난 더욱더 쪽팔려 지는 것이다.

에~라? 난 갑자기 벌떡 일어섯다
그리고는 그녀 아니 열받게 했는데 머 얼어죽을 그녀
그년의 뺨따귀를 있는 힘껏 내리치고 말했다


짜~악!!!


"허억~~!!!"

 

이번엔 주위에서 외마디 비명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날라온 나의 손에 그녀의 입술은 엄청나게 벌어졌다.

그 순간 난 솔직히 움찔한 감정도 느끼긴 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티를 낼수 없었다.


"야 싸가지야 넌 사과할줄도 모르냐? 이 원시인 마누라 같은 년아"


윽! 겨우 비꼬는 소리로 놀려준다는게  원시인 마누라?.......
언어를  잘못골랐어. 순간 더 더욱 창피해진 나


"너 지금 나한테 뭐했어?"


여기 저기서 터지는 비명. 나의 심장은 덜컹 소릴내며 떨어졌다
이게 무슨 앞으로 구겨질 깡통같은 신세냐?
날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그러졌다

솔직히 뿌옇다고 해야 정확히 맞는 말이지만 내가 보기엔 그런거 같았다.
'쯧쯔 젊은게 불쌍해' 이런
하지만 무엇보다 한 싸가지 할것같은 그 년의 얼굴이 더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어...어떻게 하지? 정말 미칠지경이다.


푸악~!!

<엇!>


정류장 이다.
버스에 문이 열리면서 갑자기 나의 시선이 들어온 곳은 바로 내가 내릴 정류장 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더니...


<이때닷!>


난 순식간에 발사되는 총에 총알처럼 후다닥 뛰어 내렸다 그리고 인정사정 볼것없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뛰어라! 뛰어 조연화 뛰라고~~ 그래야 니가 산다.>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나는 있는 힘껏 뛰었다
100미터 달리기에 25초인내가 옆으로 지나쳐 가는 사람들이, 가로수가 안보인다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알수있을 거다.
'뛰어 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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