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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에 걸쳐 한 여자에게서 세번 차이기...

Annapruna |2006.02.11 17:57
조회 464 |추천 0

벌써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네요...

 

Episode 1

중학교 1학년, 같은 반에 배정된 그 아이는 처음부터 저의 시선을 끌었죠. 내가 반장 그 아이는 부반장.

속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던 중, 그녀가 먼저 편지를 보냈더군요. 날 많이 좋아한다나... 옳거니~~ 저도 좋다했습니다. 편지를 몇번 주고 받던 중(순수한 시절이죠.. 편지만으로 연애가 가능하다니..), 여름방학이 되고 그녀에게서 답장이 늦더군요. 나중에서야 도착한 편지엔 '아직 공부해야할때다.. 나중에 대학가면 만나자..' 뭐 그런 내용이었죠. 두달만에 차였습니다. 알고보니 3학년의 키크고 공부잘한다는 오빠랑 사귄다는... 그렇게 저의 첫사랑은 허무하게 가더군요. 2학년이 3학년이 되어도 그 아이가 계속 신경쓰이고, 누구누구랑 사귄다더라 하는 소문만이 절 괴롭혔지요.

그녀는 그때부터 전형적인 '금사빠'로 대성할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남자가 자길 더 많이 좋아하면 금새 싫증내거나... 마음이 변해버리는... 그때 당시 그녀를 보는 제 시선은 그랬습니다.

 

Episode 2

시간은 흘러 고등학생이 되었고 우린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사이였습니다. 근데 참 이상한건 꾸준한 교류가 아닌... 소나기 같은 만남이었죠. 한달사이에 몇번을 만나다가도 수개월간 연락이 없고, 다시 자주 만나기 시작하고... 뚝 끊기고... 말 그대로 소나기같았어요.

그 아인 남자친구가 끊이질 않는 편입니다. 남자친구가 바뀌는 시기, 잠시 공백기가 바로 제겐 소나기가 내리는 우기가 되는거였네요. 그저 좋다고 연락오면 밤이든 낮이든 나갑니다. 비맞고... 비가 멎으면... 감기에 걸려 아프듯... 늘 바라만 봅니다. '인형의 꿈'이 제 18번 노래였죠 ㅎㅎㅎ

고3이 되고, 쭈욱 놀던 그녀가 공부를 하겠답니다. 전 꽤 공부를 하는 편이었고... 모의수능성적 상위 3%내였죠. 같이 독서실에 다녔습니다.. 공부보단 놀이에 치중했죠. 그 아인 노래방에 가자, 당구를 치자, 집에 데려다달라, 놀잔 얘기를 많이하더군요. 때론 제 여자친구인냥 행동했습니다. 저도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는 중,고딩 시절 변변한 여자친구도 없었죠. 그 아이 때문에 안사귄 것 같습니다.

술먹고 그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너 때문에 힘들다고... 여자로 보인다고... 사실 중1때부터 그녀는 제게 여자였습니다. 그녀, 부담스럽답니다.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러면 불편하고 곤란하답니다.

괴롭더군요. 어린 마음에... 술을 잔뜩 먹고 사고를 쳤습니다. 부모님이 독서실을 보내주지 않으셨습니다. 더욱 괴로워지더군요. 들리는 바에 의하면 나 말고 다른 남자 아이(얘도 중학교 동창이죠)가 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더군요. 같이 놀아주고, 투정 받아주고, 집에 데려다 주고... 그녀는 주변의 친한 남자친구들에겐 모두 그렇게 대하는가 봅니다. 제가 당시 느낀건 그녀의 행동이 내가 충분히 착각하게 만들만큼이었다는 겁니다. 알수없는 말들을 늘어놓고, 저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늘 제게 기대고,

가을이 되자, 그녀가 독서실집 아들(당시 삼수생..)과 사귄다더군요. 더더욱 괴롭더군요.

수능이 끝나고 저는 재수를 하고, 그녀는 서울 소재 하위권 대학에 갔습니다. 저 대신 독서실에서 그녀와 놀아주던 친구는 저와 같은 재수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 친구도 그녀를 많이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다른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그럽디다.

재수를 하여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소나기는 가끔 내렸구요. 다른 여자를 만나도 쉽게 마음을 줄 수가 없더군요. 그러다가 입대 얼마전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많이 좋아했는데... 그 여친은 첫휴가도 나오기 전에 고무신 거꾸로 신고 상병 때 시집가버렸습니다. 제가 아는 선배가 남편이구요. 첫휴가 나와서 제일 먼저 만난 친구는 나의 첫사랑 그녀였습니다. 남자친구 만나러 가야해서 바쁜지 잠깐 길에서 만나 얘기 몇마디 나누고는 끝이더군요. 무지 서운하고 외로웠습니다.

 

Episode 3

제대를 하고, 어학연수를 떠났습니다. 1년의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날. 가족 이외에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역시 그녀였습니다. 그녀는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었죠. 8학기를 마치고도 졸업이 안되는... 불성실의 표본... 진로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더라구요. 또다시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곧 다가온 그녀의 생일엔 장미꽃 한다발과 외국에서 사온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자주 만남을 갖던 중, 귀국한지 3주만에 그녀가 저를 불러내어 술을 마시고는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남자로 보인다고... 마냥 좋았죠. 그 말 너무 오랬동안 기다려 왔다고...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제대로 연애 한번 해봤습니다. 저는 복학 후 고시를 준비하기로 마음 먹은 때였습니다. 공부를 못해도 좋았고, 돈이 수중에 없어도 마냥 행복했습니다. 중간고사 전날 잃어버린 그녀의 강아지를 찾아 동네를 새벽까지 헤매고 다녀도, F학점이 나와도 그녀를 위해서라면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듯 했습니다. 여름방학이 시작할무렵 둘만의 여행을 가기도 했죠. 유스호스텔같은 산장에서 잠을 자고... 스케줄 때문에 숙박업소에서 자기도 했지만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꼭 안고 자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떨리고 기분좋은 일이던지...

물론 제가 숯총각이고 경험이 없었던 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굳이 관계를 갖지 않아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도 행복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여름방학중 신림동의 고시학원에 다닐 때, 술자리에서 제가 화장실에 간 사이 제 친구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했답니다. 'OO이가 공부도 해야하고, 너도 만나야하고 부담이 많은 것 같다' 고 말이죠. 그 후 그녀는 제게 미안하다면서 자기가 방해가 되는것 같다고 그러네요. 1주일 후 그녀는 일 때문에 한달간 외국으로 떠났습니다. 한달 동안 열공하면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매일매일 일기쓰듯이 그녀에게 편지를 썼죠. 군대간 남자친구에게 훈련소에 한달치의 폭탄편지를 주듯이... 드디어 돌아온 그녀... 이별을 통보하더군요. 밖에 있는 동안 내가 별로 보고싶지 않았다고.. 생각 많이 해봤는데 우린 아닌것 같다고... 잡지 않았습니다. 이때!! 여자들은 잡아주길 바라는 심리가 있다고 하더군요. 개소리... 잡아봤자 마음 떠난사람 돌려놔봤자 다시 갈거 같았습니다. 술먹고 울고 생각하고 추억하고... 그러면서도 절대 그녀에게 먼저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도 대단한 자제심이라 평가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두달이 채 되지 않아 먼저 전화가 오더군요. 잘 지내냐고.. 잘 지낸다고... 제가 메일을 보냈습니다. 나 아직 아무렇지 않은거 아니니까 그런식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얼마 후 한달이 안되었을 때 그녀 남친이 생기더군요. 제가 그럴줄 알았습니다. 이런걸 알게 해주는 싸이월드는 참으로 나쁩니다.

 

그 후,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을에 하늘이 눈부시도록 파랗던 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추억이 밀려옵니다. 울컥... 그 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이 흐릅니다. 흐느껴 우는거 행여나 옆사람으 알아챌까봐  소리없이 눈물을 삼키는데... 정말 서럽습니다. 술먹고 서럽게 우는 사람들.. 그거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문득 떠오르는 슬픔은 참으로 참아내기 힘들더군요. 열심히 공부에 집중한다고는 했는데...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그녀 생각이 났습니다. 한동네에 살았거든요. 저 골목을 돌아가면 그녀의 방 창문이 보일텐데... 애써 그 골목을 외면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 힘들더군요. 동네 근처에서 '나와 헤어진 후 두번째로 만난 남친'과 뽀뽀하는 모습 목격했습니다. 젠장 내겐 왜 이런 드라마속에서나 나올법한 일들이 벌어지는걸까...

학교가 1시간거리. 멀다는 핑계로 학교앞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녀를 잊기위한 노력이라 생각했죠. 그래도 끊임없이 생각이 나는 그녀... 5개월 후 집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제가 다가오는 다른 여자가 생기더군요. 한참 힘들어할 때... 그냥 동생으로 만났는데... 그 아는 동생은 저를 남자로 좋아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에게 술먹고 옛여자친구 이름으로 불렀죠. 저는 기억못합니다. 그래도... 제가 불쌍했던지... 절 좋아해줬습니다. 어느날 술에 취에 그 아이와 잠자리를 갖게 됐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했지만... 관계도중 첫사랑 그녀가 머리속에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 아는 동생과도 오래가지 못했죠. 제가 상처준 꼴이 되버렸습니다. 지나고보니 그 아이도 참 괜찮은 아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사랑은 타이밍이 좋지 않아 놓치는 것 같습니다. 그 후로도 제게 다가오는 여자들이 몇몇 있었으나... 쉽지않더군요. 물론 객관적으로 가정환경이나, 학벌이나, 외모로봐서 첫사랑 그녀에 비해 나은 아이들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다시 첫사랑 그녀와 친구로의 관계로 돌아가고... 지금 2년이 안되었는데 그녀는 남자친구를 두번을 더 바꾸더군요. 물론 그 남자들도 저 못지않은 상처를 입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랑 헤어진 후 세번째 남자... 그녀의 싸이가 그녀의 행복지수를 말해주더군요. 화가납니다. 짜증납니다. 솔직히 그녀가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수많은 남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또 다 잊고 마냥 행복하답니다.

엠씨더맥스 '행복하지마요~' 이게 정말 솔직한 심정입니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빠진 사람들... 날 떠나도제발 행복하라고 남자다운척 하는 사람들... 결국은 그들 가슴이 곪아있는거 다 압니다.

이제 애증이라고 말해야될듯합니다.

친구로 지내기로 한 그녀는 또 다시 소나기 같습니다. 남친 바뀌는 시기에 저를 만났더군요.

새로 시작해서 한참좋을 때에는 결코 연락오지 않습니다. 이번 남친의 존재를 저에게 숨기더군요.

남친사진은 일촌중 선별해서 '곧죽어도 자기편인 사람들'에게만 공개하더군요. 금방 드러날 숨김들...

제가 추궁했죠... 저를 생각해서 그랬답니다. 왜? 왜? 알 수없는 말들... 자기딴에는 생각 많이 했겠죠.

저를 그저 친구로... 자길 좋아하는... 부르면 늘 나와주는 친구로 일정거리를 둔채 두려고 했을까요?

그런 여자들 있습니다. 이젠 정말 치가 떨립니다. 애증이 맞습니다. 이제 친구로도 싫다고 했습니다. 연을 끊자고 했죠.

그녀도 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믿습니다. 다만 그녀의 사랑은 늘 소나기처럼 짧습니다.

이젠 아무렇지 않다고 외쳐봐도... 너무 깊이 박혔나봅니다.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특정 장소, 특정 음악, 특정 사건들이 저를 아직도 괴롭히니까요. 지금도 가끔 그녀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치지는 않을까 기대도 합니다... 남자의 첫사랑은 이런건가 봅니다.

 

열심히 살다보면 더 좋은 여자... 첫사랑보다 더 사랑할 여자 만날거라는 희망을 갖고 오늘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합니다. 물론 제 선택이긴 했지만... 그녀를 만나던 복학 후 첫학기엔 학점이 1점대가 나왔죠. 지난 학기엔 4.0을 넘었습니다. 그래도 빵구난 학점 때우려면 아직 멀었네요. 그녀가 떠나준 것이 이런 면에선 정말 다행입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나봅니다.

첫사랑 잊지 못하는 남자분들~ 기운내세요. 다른 것들을 얻으세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나름대로 14년을 압축압축한 엑기스입니다.

그녀의 입장은 다를 수도있으리라 생각해요. 전적으로 제 입장에서 쓴 글이니까요.

그리고 그녀는 착한 사람입니다. 함부로 몸을 굴리는 사람도 아니고요. (줄듯말듯하는게 그녀의 강한 무기!!) 다만 어린아이처럼 쉽게 끌리고 쉽게 싫증을 내는 타입이라... 남자들에게 상처를 줄 뿐이죠.

제발 그녀가 성숙된 사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상처주고 다니지 말고... 빨리 시집이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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