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가 보낸 돈이 부족했나?"
남자의 무미건조한 눈빛이 여자에게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지겹다고….
"……."
그런 남자의 눈빛을 차마 마주 바라보지 못한 여자가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아! 잊고있었군. 너는 돈을 원했던게 아니지?"
남자의 조롱섞인 말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여자의 가슴에 아프게 내리 꽂히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후두둑 떨어져 내릴것 같은 여자의 시린 눈물을 바라보는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듯 했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고 있었다.
"……."
끝없이 이어지는 여자의 침묵에 이번에도 먼저 입을 연것은 남자였다.
"그럼 말해. 내 집으로 밀고 들어와 내 아내에게 당당하게 말해봐! 날 너무도 사랑해 절대로 떠날수 없으니 첩으로라도 살겠다고. 그러니 받아들여 달라고 얘기해. 만약 내 아내가 널 인정 한다면 나또한 널 받아들이지."
박재된 짐승처럼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남자의 눈빛이 여자에게 말하고 있었다. 절대 그럴일은 없을테니 더이상 자신의 주변에서 질척거리지 말라고…. 그런 남자의 속내를 너무도 잘 알고있는 여자는 남자의 잔인한 말에 너무한다 원망의 말조차 하지 못한채 가슴으로 피흘리고 있었다.
"어떻게… 당신이 어떻게 내게 그런 말을…."
피곯음을 토해내는듯한 애처로운 여자의 음성에도 딱딱하게 굳은 남자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너를 떨궈낼수 있다면 더한말도 할수있어. 가난한 너희집 형편에 네 잘난 남동생…"
"성민씨, 제발…."
더이상은 견뎌낼수 없다는듯 힘겹게 남자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에 아픈 눈물이 베어있었다.
"입다물고 들어! 가난한 너희집 형편에 네 잘난 남동생이 누구때문에 유학까지 갈수 있었는지 잊고 있는건 아니겠지? 그뿐아니라 병든어머니 병수발에 장례식까지 내가 나서서 다 처리했어.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적지 않은 금액의 통장까지 안겨줬잖아. 그정도면 삼년동안 내게 아낌없이 내어줬던 네 몸뚱이의 가격으론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남자는 자신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여자를 향한 경멸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다.
"난 당신에게 내 몸을 판게 아니에요! 그건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을어떻게… 어떻게 이런식으로 얘기할수 있어요!"
얼음송곳 처럼 날카롭고 잔인한 남자의 말에 여자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하! 죽어도 그건 아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이 내 말을 믿어 줄까요? 가르쳐 줘요…."
남자의 대답을 기다리는 여자의 눈동자엔 어쩌면 자신의 진심을 보여줄수도 있을 것이라는 간절함이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녀의 모든 바램을 산산히 부숴뜨리고 있었다.
"송. 찬. 미.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줘. 완벽하게! 더이상 살아 숨쉬지 않는 너를 보여준다면 날 사랑한다는 네 말을 믿어주지."
여자의 귓속으로 사정없이 내리꽃히는 잔인한 남자의 말 앞에 여자의 얼굴은 하얗게 핏기가 사라져 가고 있었지만 그런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여유로워 보였다.
여자는 점점 아득해져만 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며 더이상 할말이 남아있지 않다는듯 미련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 남자를 향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정말 내가 당신 앞에서 죽어 없어지길 원하나요?"
마지막 한모금의 숨처럼 절실함이 묻어있는 여자의 물음에 남자는 자신의 입가에 비릿한 냉소를 머금고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자는 여자에게 영원한 이별을 통보했다. 지독히도 잔인하고 견뎌낼수 없을만큼 냉정하게….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한번의 주저함도 없이 카페의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남자가 떠나버린 자리에 홀로 남겨진 여자는 자신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질때까지 바라보고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가슴 저리도록 아프게… 혹은 미련하도록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