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 어쩌면,,> - 3
얼마만에 정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우는 조용히 눈을떴다.
병실인듯 했다. 병실안은 환하게 불이 켜져있었고,, 그리고 미우가 누워있는 침대 옆 빈 침대에는 미우의 등산가방과 눈에 익은 등산 가방이 놓여있었다. 태봉의 것이였다.
‘아! 맞다.. 아까 산에서...’
미우는 산에서 길을 잃고 다친데다가 혼자 캄캄한 어둠속에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너무나 반갑고 마음을 놓고.. 태봉을 끌어안고 운것도...
‘내가.. 무슨 짓을... 아씨, 족팔려.. 거기다. 그 사람을 안다니...’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했던 행동이 생각이 나면서, 너무나 맨정신인 지금 미우는 후회하고 있었다.
왜? 생각도 없이 처음부터, 그 길에 들어섰으며, 아무리 반가워도, 태봉을 끌어안았는지...
미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발목에서 전해져 오는 통증에 잠깐 멈칫했다.
그제서야, 넘어져, 발목을 삔것도 기억이 났다.
“전미우! 너 오늘 가지가지 했구나. 길 잃고 다치고...태봉씨한테 안기고.. ”
태봉은 별 이상 없을거란 의사의 말에 안심을 하고는, 하다에게 연락을 했다.
이미 다른 일행들은 다 돌아간 뒤였고, 하다에게도 연락을 해서, 깨어나면, 데려가겠다고 예기했지만, 하다는 펄쩍 뛰면서, 당장 오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긴장이 풀렸는지, 배가 고파진 태봉은, 깨어나면, 배고파할 미우생각에 매점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고는 병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생각이.. 미우를 찾는동안, 자신이 필요이상으로 흥분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자꾸만, 미우에게 전화 걸려오는 남자에 대한 적개심까지.. 그 심통은 미우에게 다 퍼붓긴 했지만... 자꾸만. 필요이상으로 신경이 쓰이는게 괜히 찝찝했다.
태봉은 미우의 병실에 들어가려다가, 복도에 있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얼마간, 곰곰이 자신의 뒤죽박죽인 머릿속을 정리하며 앉아있을 때, 요란한 구두굽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꽤나 급하게 왔는지, 하다가, 복도 끝에서부터 질주해 달려오고 있었다.
“태봉씨! 어떻게 된거에요?”
“아... 산에서 길을 잃어서요.. 큰 이상은 없습니다. 발목 살짝 삐끗한거하고, 많이 떨었는지, 근육이 좀 뭉친것 하구요.. 지금 잠들었어요..”
“어쨋든,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다는 말을 마치자 마자 미우가 누워있는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태봉도, 이것저것 산 것들을...주섬주섬 챙겨들고 하다를 따라 병실로 들어갔다.
“야! 전미우! 너 어떻게 된거야?”
“넌.. 어떻게 왔어?”
“나야, 태봉씨 연락받고 왔지..”
미우는 그제서야, 하다 뒤에 따라들어온, 태봉을 쳐다보았다.
미안하고, 쪽팔리고...
태봉은 미우의 시선은 외면하고 사온것들은 침대옆에 두고있었지만, 왠지 심각한 표정이였다. 미우는 그 표정이. 자신이 끌어안은 것 때문이라고 막연한 추측을했다.
“..어... 고마워요... 찾아줘서요... 안그럼..큰일날뻔 했는데. 정말. 아까는 죽는줄 알았어요...”
그제서야, 굳은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고있던 태봉이 미우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성난 목소리였다.
“알긴알어? 대체, 그길로는 왜? 간거야?”
“........”
“내가 미우씨 때문에 얼마나...”
약간 톤이 높아진 목소리에, 미우도, 하다도 흠칫 놀랐다.
미우는 미안하고 고마운건 사실이지만, 왜? 화를내는건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하다는.. 태봉의 화난 표정의 의미를 주의깊에 바라보았다. 정말 화가나서 화를낸다기 보다는,, 뭔가...
“미안해요.. 그치만.. 이게다 태봉씨 때문이에요.. 누가 그렇게 먼저 가래요? 그쪽길이 더 빠른것 같아서 그랬어요!”
미우는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되려 쏘아붙였지만, 처음보는 태봉의 분위기에 눌려, 자연스럽게 존댓말이 나왔다. 분명.. 태봉이 뭐라고 한번 더 받아치면,, 그러면, 이 어색한 공기는 어느정도 무마되겠지...
하지만, 미우의 생각처럼 상황은 풀리지 않았다. 미우의 말이 끝나자 마자. 태봉은 갑자기 굳어버린 동상같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미안해...”
그리고는, 병실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모습을 본 미우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죽을뻔한건 자신인데, 저 사람이 뭐라고, 저렇게 화를내고,
공포에 질렸던 사람이 울면서 매달릴수도 있는거지, 그걸 가지고, 저렇게까지....
아무리 그렇더라도, 너무한다 싶었다.
“아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성질이야? 성질은? 이제 보니까. 저자식도 성질 개판인가보네!!”
“시끄러워, 너 잘한거 하나없어, 니 엉뚱한 생각 때문에, 너 찾느라 고생한 사람한테, 뒤집어 씌우냐? 말이되?”
하다의 핀잔에 미우는 입을 삐쭉거렸지만. 하다는 의미있는 표정으로 생각에 빠졌다.
미우가 태봉 앞에서 만큼은, 유치해진다 싶었다. 둘이 툭탁거리는것이. 사랑싸움 같아보이더니...
뭔지 모르지겠지만. 좀전에 본 태봉의 표정은 마치...
태봉은 차가운 바람이 불고있는 병원 뜰로 나와, 앉아있었다.
미우의말... 자신때문이라는말.... 우습게도, 그 말에. 뭔가를 알아버린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다른 남자에게 전화가 오는것이 신경이 거슬렸는지...
또, 그 거슬림에 기분이 나빴는지... 처음엔.. 까칠하기만했고.. 말그대로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어느순간부터, 그녀의 까칠하고 가시를 세운듯한 모습에 익숙해졌고, 또, 어느순간부터, 애처럼 유치하고, 황당한짓만 골라서 하더니.. 그 모습에 익숙해지더니....
태봉은 이제야 느낀 사실에.. 자신의 마음을 한숨과 함께, 허공에 내뱉었다.
“전미우.. 어쩌면,,내가... 널..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미우는 맞고있던 링거를 다 맞고는 하다의 부축을 받고 택시에 올라탔다.
그런데, 아까전부터, 굳은 얼굴로 한마디 말도 없는 태봉에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대체 왜? 저러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투정처럼 투덜거리면, 피식웃음이라도 대답을 해주었는데, 오늘따라, 저 분위기가 무척이나 낯설었다.
“저기, 태봉씨.. 배고픈데.. 밥 먹으러 갈래요?”
“늦었어... 그냥 가지?”
하다는 태봉의 표정을 살피며 미우의 편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저기, 태봉씨도,, 저녁 전이시잖아요.. 늦어도, 드시고 가시죠? 미우, 약도 먹어야 하는데...”
“....그럼. 그렇게 하시죠... 아저씨. 근처에 식당있으면, 그리로 가주세요..”
미우는 자신의 말에 차갑게 대꾸해 놓고는 하다의 말에 즉각 찬성하는 태봉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뭐야? 왜? 내 말을 씹어? 씨...“
하지만, 태봉은 미동도 없이 앞만 보고있었다.
택시는 곧, 근처의 국밥집 앞에 그들을 내려놓았다. 발목을 삐끗한 탓에. 미우는 또, 하다의 부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거의 외발뛰기를 하다싶이 식당에 들어가 앉아 주문을 하자, 몇분 안되서, 푸짐한 국밥이 그들의 앞에 놓여졌다.
"얼른 먹어요... “
음식이 나오자, 태봉은 짧은 한마디를 하고, 자신도 곧 수저를 들었다.
미우와 하다도 식사를 하기 시작했지만, 미우는 영, 이 음식이 넘어가질 않았다.
이 분위기 자체를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건 태봉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열심히 수저를 움직이긴 하지만, 휘적거림이 많았고, 거의 먹지를 않고 있었다. 대체 무슨생각을 하는건지. 내내 심각한 표정이였다.
‘그럴수도 있지.. 진짜, 너무하네! 누군 뭐. 안고싶어서 안았나!“
미우는 태봉의 딱딱한 분위기가 자신이 몇시간 전에 보인 행동 때문에 그럴거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아무리 좋아하지 않는... 앙숙같은 사람이라지만, 사람이 반가우면 그럴수도 있는 사실인데, 저렇게 굳어있는걸 보니. 만약이라도, 미우가 태봉에게 흑심이라도 품은 날에는 난리라도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미우의 착각이였지만... 미우의 이런 생각을 알리 없는 태봉의 상황은 달랐다.
어떻게, 얼떨결에... 자신이 미우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지금 상황이 딱이 반갑지 만은 않았다. 저 미우라는 여자는.. 최근에 선을 봤던 본사 상무라는 사람과 잘되가는 걸로 알고있는데. 이제와서, 자신이 좋아한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 상무라는 사람이 매일 꼬박꼬박, 아침점심저녁 시간맞춰 전화할정도로 미우를 좋아하고, 미우 역시, 그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는다고 하더라도, 한번도 받지 않거나. 피하지를 않았다..
다른 사람과 잘되고 있을 여자를 좋아게 되다니.. 자신의 감정을 왜? 진작 몰랐는지 자신니 원망스러웠다. 거기다, 자신의 마음을 알리없는 저 여자는 태봉 자신의 심통 덕에 엉뚱한 고집 피우다, 자칫 큰일날 뻔도 했으니.. 물론 그게 전적으로 태봉의 잘못은 아니더라도, 괜한 죄책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래저래 괴로운 마음이라.. 미우와 마주보고 앉아있는 것이. 달갑지 많은 않았다.
그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이였다.
하다는 다친 미우를 대신해서 등산가방등을 정리해주고는 따뜻한 우유를 한잔 가지고, 거실 테이블에 앉아있는 미우에게 다가왔다. 대체, 뭘 생각하는 건지.. 아까부터 꽤, 심각한 얼굴이다..
“뭘 그렇게 생각해?”
“응? 아냐,. 아무것도.. 그런데, 왠? 우유?”
“어.. 혹시 너 잠 안올까봐.. 한자 마시고 자라구..”
“고마워.. 헤헤.. 다친김에 호강이네?”
“으그~ 다신 그러지마! 오늘같은 일. 회장님 아시면, 난리나!”
“너! 혹시 할머니한테 말한거 아니지?”
“어.. 그랬으면, 너 내일당장,집으로 끌려올라갈걸? 그렇게 되면, 내가 니 그 성질을 어떻게 이겨내냐?”
“헤헤,, 고마워..”
“그나저나.. 너, 태봉씨하고는 무슨일이야? 다른 일 있었어? 아까부터, 분위기가... 평소하고는 너무 달라서..”
“그러니까 그게...”
미우는 지금 자신의 생각을 하다에게 다 말해주었다. 태봉이 자신을 찾으러 왔던 그때부터, 최근들어 퉁퉁거리던 태봉의 성격이, 오늘은 아주 굳어버린 것까지...
“너무 반가워서 그랬는데.. 아무래도 실수했나봐.. 하긴. 그쪽 입장에서 오해할 수도 있을거 아냐?”
미우의 말을 다 들은 하다는 미우를 떠보듯이 얘기했다.
“넌, 어때?”
“뭐가?”
“혹시.. 너.. 태봉씨한테 다른 감정이 있다거나.”
“뭐? 그걸 말이라고 하냐? 내가 어떤지는 니가 제일 잘 알잖아.. 난, 니가 말하는 그 다른 감정이란거.. 더 이상 없다고 말했잖아...”
“그래도, 니 심장이 뭐, 돌로만든 것도 아닐테고,,, 태봉씨정도면 꽤 준수하고 성격도 좋은데다가.. 혹시라도, 니가..”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나.. 다시는 그런 감정으로 상처받기 싫어... 이제까지 받은 상처도.. 아직 감당하기 힘들 정도니까....”
“그래?,,,,,”
“어쨋든.. 오늘 나 때문에 놀라고, 고생했지? 그만 들어가서 잘게...”
미우는 하다가 준 따뜻한 우유를 쭈욱 들이키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다는 심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미우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사실이 정말인지 아닌지도 아직 확실히 모르는데다가. 태봉의 분위기가 오늘 확실이 이상한건 사실이였다. 미우가 생각하는 의미에서가 아닌, 뭔가... 아직 뭔가 확실하지 않은 느낌에.. 하다는 미간을 찌푸렸다.
윤호쪽에서는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 같았고, 확실하고 다부진걸 좋아하는 권여사 역시, 그런 윤호를 자꾸만 미우 쪽으로 밀고있는 상황인데... 혹시라도, 미우와 태봉 사이에 다른 감정이 생겨난다면, 그럼 두말 안고, 하다는 태봉을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한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하다의 눈에도, 윤호가 순수한 마음만 가진 사람이 아닌건 알수있었다.
더군다나, 미우의 배경이 어떤지를 훤히 알고있는 사람이라니. 이제까지 미우의 가슴에 상처를 내준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일테니.. 거기에 비하면, 태봉은 그야말로, 정말,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사람일지 모르니 말이다..
권여사의 특별명을 받고 미우의 보호자 노릇을 하고 있다지만, 그 이전에, 미우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아닌가. 그런 친구가 혹시라도 또, 상처받을 일은 애초부터 정리를 해야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아니니 대체 알수가 없었다. 확실하게, 태봉의 마음만이라도 알게 된다면, 풀어나가기가 쉬울텐데..
하다는 밤이 늦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다의 말이 걸렸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세상 모르고 잠든 미우와는 달리, 태봉은 밤새 뒤척였다.
마치 서서히 물들어버린 단풍을 어느순간 발견하게 되는 늦가을의 오후처럼. 태봉은 자신의 감정을 알게된 지금.. 미우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알수 없었다.
마음이란것이 늘 새로 시작할때마다. 이렇게 사람의 용기를 쪼그라들게 만드니...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도 모르면서, 괜히 다른사람에게 걸려오는 전화에 심통이나 부리고 있었다니, 어의가 없었다. 그리고, 그간 미우와의 일들이 사진처럼, 머리에 한컷한컷씩 떠올랐다.
그러다,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싸우다 정든다더니... 그말이 딱! 맞네..’
아무리 뒤척여도 쉽게 잠들수 없었던 태봉은 하는수 없이 거실로 나와, 와인한잔을 마셔야 했다.
옛 사랑과의 이별에도, 술로서 잠을 청한적이 없었던 태봉이였지만, 이번 감정만큼은 왠지 태봉에게 너무나 생소했다. 누군가를 처음으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나이가 어린것도 아니면서.
와인잔을 들고있는 자신의 모습마져도 생소할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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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체증인지... 지난주부터, 계속 체해대는 통에. 정신이 없었답니다.
엄지손가락 끝은 수차례 찔러댄 바늘자국들이.. 시꺼먼 피가 나더라구요..
변명같지만.. 그래서 게으름좀.. ^^;
내일이 또, 휴일이더라구요.. 내일 으샤으샤 해서 빨리 빨리 써야겠어요..
그니까. 몇일 게으름 핀건.. 이해해주실꼬죵?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마녀본색~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