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28화> 사냥

바다의기억 |2006.03.01 00:18
조회 9,640 |추천 0

어제 오늘 통 잠을 못잔 탓에

 

종일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말하다 말고 조는 바람에 잠꼬대를 해서

 

사람들한테 헛소리도 많이 했다는....

 

아무튼 충분한 수면이 중요합니다.

 

========================== 과도한 수면이 아닙니다 =============================

 

연출 - 김군아~ 안주 떨어졌다! 고기 좀 더 구워봐!


김군 - 예이~. 어라?


연출 - 응? 왜 그래?


김군 - 고기 다 떨어졌는데요.



이틀 째 밤.


준비한 고기가 다 떨어졌다.


처음 세운 생존 계획에 따르면


남은 고기는 눈 속에 상하지 않게 보관해 뒀다가


조금씩 먹을 계획이었지만


회계와 연출 모두 술김에 잊어버렸던 듯.



연출 - 우리 이제 뭐 먹고 사냐?


회계 - ...... 라면하고 통조림.



여기서 나온 라면과 통조림은


오전에 식량탐사대원들이 창고에서 찾아낸 것으로


상표도 들어본 적 없는 희귀한 것들이 많았으나


유통기한이 아직 남아있어서


고립기간 동안의 비상식량으로 쓰기로 했다.


통조림의 내용물은 스위트콘, 황도 등 제법 다양한 편이다.



연출 - 넌 라면에 스위트콘 넣어 먹냐?


회계 - 뭐 나야 자취를 하니까.... 보통 그 정도는...


연출 - 난 그렇게는 못 살아.


회계

- 고립 되어있는 이상은 어쩔 수 없잖아.


서로 의지하면서 적응해가는 수밖엔....



뒤늦게 다시 진지 모드로 돌아온 회계는


차분한 말투로 연출을 설득했지만


이미 입구를 잘못 들어선 마당에


그런 표리부동한 주장이 먹힐 리가 없었다.



연출 - 시끄러! 내일 날이 밝으면 사냥을 떠난다!



이건 또 무슨 빈대떡 굽다가 외양간 터지는 소린가?


사람들은 휘둥그런 눈으로 연출을 돌아봤지만


그의 확고한 신념은 변할 줄 몰랐다.



박군 - ..... 재밌겠는데?


회계 - 자급자족, 수렵생활! 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오히려 그의 추종자들만 늘어났을 뿐....


내일 일정은 이미 결정 난 듯 하다.




다음날 아침.



연출 - 제군들! 준비되었나!



연출을 선두로 한 사냥꾼 부대가 결성되었다.


참가자는 나, 김씨, 허씨, 어깨, 덩치, 회계, 김군...


박군은 아직 매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연출 - 산이 이정도면 노루나 꿩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회계 - 그런 거 잡으면 불법 아냐?


연출

- 뭐 그렇다고 해도,


뼈까지 싹 발라먹으면 누가 어떻게 알 거야?



이 사람들은 지금 맨 손으로


노루나 꿩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폭설로 가뜩이나 먹이가 부족한 산 속에서


멧돼지나 늑대한테 걸리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산을 오르기를 한 시간여.


우리의 우선적인 목표는 토끼 포획 이었다.



아무 성과 없이 험난하기만 한 원정길에


‘과연 다람쥐 한 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까’


라는 회의감마저 들 무렵


김군이 뭔가 발견한 듯 소리쳤다.



김군 - 저깄다!!


‘타타탓!’


회계 - 븅신아!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냐?!


연출 - 닥치고 달려!



한 시간 반 만에 드디어 목표 발견.


김군의 목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토끼를


우린 필사적으로 쫓아 달렸다.



김씨 - 우하하하! 저 토끼는 내가 잡는다!


허씨 - 누구 마음대로!



‘파파파파파팟!’


벌써부터 멀찌감치 앞서가는 김씨와 허씨.


대체 어떻게 하면 이 눈 속에서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 걸까?



여기 저기 뻗어 나온 잔가지를 헤치고


눈길에 미끄러져가며 토끼를 쫓아 달리던 중


우연찮게 토끼의 바로 앞까지 접근한 김군.



김군 - 우오오오! 커헉?!



‘퍼억, 털썩.....’


다시 오지 않을 듯한 럭키 찬스에


앞 뒤 안 보고 속도를 내던 김군은


딱 목 높이 정도에 가로질러 있는 나뭇가지에 걸려


벌러덩 쓰러져 버렸다.



회계 - 저런 븅딱!



그렇게 김군의 시체(?)를 버려둔 채


추격을 계속해가는 사람들.



김씨 - 몰아 몰아!!


허씨 - 그쪽으로 간다!



어느새 사방을 에워싼 사람들로 인해


토끼는 좁은 공간을 맴돌며


아슬아슬하게 포획의 손길을 피해 다녔다.



덩치 - 으랏차!!



하늘을 나는 한 마리 돼지처럼


토끼를 압사시킬 기세로 육중한 몸을 날리는 덩치.


하지만 그는 바로 앞에 있던 나무 둥치에 머리를 받고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꿍....푸스스스스....’


나무 위에 쌓여있던 눈이 쏟아지면서


덩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눈 속으로 사라졌다.



덩치 - 푸하학.... 헥....헥....



한참 후에야 눈 밖으로 고개를 내민 덩치는


체력의 한계에 다다른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허씨 - 내리막길로 몰아! 토끼는 내리막길에서 느려!


김씨 - 왼쪽으로 가! 오른쪽은 내가 맡는다!



나름대로 과학적인 상식을 바탕으로


토끼를 내리막으로 몰아 세우자


과연 녀석의 움직임은 한 결 둔화되었다.



어깨 - 으라차차!!



입고 있던 잠바를 넓게 펼쳐 들고


날렵하게 몸을 던진 어깨.


하지만 토끼는 반대편으로 뛰어 그의 공격을 피했고


그는 그 기세 그대로


잠바를 썰매 삼아 내리막길 아래로 사라졌다.



어깨 - 으아아아아아아~!!!



좌좌좌좌좌좌좌좌좌....



왠지...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왤까.



김군, 덩치, 어깨가 무리에서 이탈되고


이제 몇 남지 않은 사냥꾼 집단.


하지만 셋이 떨어져나간 뒤에도


전력에 별 변동은 없는 듯 하다.



김씨 - 기억아! 그쪽으로 간다!


허씨 - 오리알 까면 죽는다!!



잠깐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어느새 내리막길로 모는 포위망 에서 벗어나


위를 향해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토끼.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달려오는 토끼를 보는 순간


내 뇌리엔 방금 전 눈에 묻혔던 덩치의 모습이 스쳤고


난 앞에 있는 나무 기둥을 발로 힘껏 내질렀다.



‘부스스스.... 쿠르르르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눈.


베개 같은 물건으로 끊임없이 두드려 맞는 것 같은 충격에


일순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난 순식간에 눈 속에 매몰되어 버렸다.



덩치... 네가 봤던 광경은 이런 거였냐?!



기억 - 푸하!!



잠시 후 눈 밖으로 힘들게 고개를 내밀었을 때


난 바로 앞 눈 밑에서 달싹거리고 있는


토끼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기억 - 캐치!!


연출 - 오오오오!!



곧 눈을 뚫고 나온 토끼의 귀를 낚아채면서


20여분의 사투는 끝이 났다.


어느새 다시 언덕길을 올라온 어깨와


기운을 차린 덩치를 부축하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계속해서 흩날리는 눈발로 인해


거의 지워져 버린 발자취를 힘들게 더듬어 가던 중


설원 한가운데 있는 봉긋한 눈무덤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회계 - .... 저건 뭐냐?


연출 - 그냥 바위에 눈 덮인 거 아냐?


회계 - 올 때도 저런 게 있었나?


연출 - 글쎄... 아무튼 모양 묘하게 생겼네.


회계 - 언뜻 보면 사람 같지 않아?



그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우린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던 중


뭔가 찜찜한 기분을 느낀 회계가


사람들을 한 번 돌아보며 물었다.



회계 - ... 그런데 김군은?



그의 물음에 우린 아무 말 없이


방금 전 지나온 사람 모양의 눈무덤을 돌아보았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산장.



박군 - 으으으...


김군 - 으득득득드드득득득드득.....


김양 - ..... 짜증나.



눈 속에 장시간 방치되었다가 잊혀져


봄철에 변사체로 발굴될 뻔한 김군은


박군, 김양과 함께 벽난로 앞에 앉아


차디차게 식은 몸을 녹이고 있다.



연출 - .... 이제 이걸 어쩐다?


기억 - 먹으려면 죽여야죠.


연출 - 누가?



오늘 포획한 토끼를 놓고


거실에 앉아 논의를 벌이고 있는 다른 사람들.


큼직한 플라스틱 버켓 속에 앉아


똘망똘망한 눈으로 우릴 올려다보는 녀석을


우린 차마 죽일 수 없었다.



솔직히 지금 이곳에 혼자 있었고


몹시 배가 고팠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토끼가 불쌍하다.’


‘어떻게 이런 아이를 죽일 수 있냐.’


라는 여론이 팽배하고 있는 지금


단지 반찬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녀석을 죽인다면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것도 한 순간이다.


처음부터 멧돼지 같은 걸 잡았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겠지만...



연출 - 흐음... 그렇다고 놓아주기엔 김군의 희생이...



정확히 말하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됐으니


희생이라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뭐... 우선은 그렇다고 해두자.



그리하여 결국....



민아 - 어머 어머, 먹는다.


한나 - 배고팠나 보네... 겨울이라.


민아 - 어쩜 너무 귀엽다~~.



저녁시간 현재


녀석은 우리가 싸온 상추나 오이를 받아먹으며


호화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오히려 잡히기 전보다 더 잘 먹고 있는 지도....



한편, 오전 내내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설산 다운힐을 감행했던 우리의 저녁 메뉴는


예고되었던 데로 스위트 콘에 라면이었다.



연출 - ....


회계 - 뭐해? 안 먹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하나 둘 거실에 모여들었다.



연출 - 벌써 4일 짼가?


회계 - 하아... 이거 안 좋은 걸....



아침부터 마주 앉아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연출과 회계.


아마 어제 밤에 떨어져버린 술이 원인인 것 같다.


그 때 막 머리를 감고 나온 듯


젖은 머리에 목에 수건을 걸친 김양이


회계의 등을 발로 툭 걷어차며 말했다.



김양 - 야, 담배 좀 줘.


회계 - ..... 이거 돛댄데.


김양 - 구라치지 말고, 물어볼 때마다 돛대냐?


회계 - 진짜야.... 확인해보든가.


김양 - ...... 이게 다야? 더 없어?


회계 - .... 응.



회계로부터 담뱃갑을 받아든 김양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잠시 한 개비 남은 담배를 들고 갈등하던 김양은


마지못해 회계에게 담뱃갑을 돌려주었다.



회계 - 아냐, 너 피워.


김양 - ..... 진심이야?


회계 - 난 아까 아침땡 했어.


김양 - 식후땡은 어쩌려고?


회계 - ..... 그야 뭐... 어쩔 수 없지.



바로 어제 고기 고갈에 이어,


흡연자들에겐 몇 배나 더 무서운 악몽이 찾아왔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