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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로맨스 >> - 35

마녀본색 |2006.03.07 12:37
조회 1,195 |추천 0

 

#10장. < 도망 가지마.. > - 1


무슨 일을 겪어도 잘만 자던, 미우가 밤잠을 설치기는 그녀의 인생 28년을 통틀어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일이다. 스스로가 모든 가능성을 배제시키고 일부러 온몸의 가시를 세우고, 경계를 했고, 심장을 드라이아이스로 꽝꽝 얼려버렸는데... 미우는 다시금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자신의 감성을 저주하느라 거의 밤을 꼬박 세웠다.


“정리 좀 하자... 내가.. 차태봉을? 아니야.. 내가 잠깐 착각한거야.. 정신차리자. 전미우! 니가 그럴때니? 그렇게 당하고도? 그래.. 내가 착각한거야.. 착각.. 착각이야.. 전미우! 착각...”


하지만, 자꾸만. 그동안의 일들이 떠오르는 것만은 막을 수가 없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도..



“미우야~ 아침먹어..”


하다의 재촉에 미우는 무거운 머리를 받치는 손을 짚고는 식탁앞에 앉았다.

솜씨좋은 하다답게, 식탁위는 깔끔하면서도, 속이 든든할수 있는 아침식사가 잘 차려져 있었다.


“.. 잘먹겠습니다~”


미우는 거의 기계적으로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홀짝거렸다.

어제저녁 용수철 튀기듯 집에 들어와서는 무슨 일인지. 밤새 자학하는 것 같은 미우를 하다는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푸석한 얼굴에. 살짝 충혈된 눈.. 눈밑에 희미한 다크써클까지..

하다는 은근히 짐작가는 구석이 생기자. 입가에 엷은 미소라 떠올랐다.


“너 얼굴이 왜그래?”


“응?... 내 얼굴이 뭐?”


“너.. 밤새 잠 설쳤니?”


“그냥.. 불면증인가?”


“왜? 고민있어?”


“...별루...”


“너... 누구 좋아하지?”


“풋..”


하다의 직접적인 질문에 미우는 입에서 삼켜야할 국물이 역류해 식탁위로 흩어졌다.

그리고는..


“무슨 소리야! 너..너..아침부터, 뭐 잘못 먹었니?”


“아~ 드러.. 아니면, 아니지. 소리는 왜 지르냐?”


“...니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미우는 갑자기 입맛을 잃었는지.. 숟갈을 놓고 일어났다.


“왜? 그만먹게? 아침 먹어야 든든하지.. ”


“별루... 입맛이 없네...”


미우는 힘없이. 욕실을 향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하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아셨나보군... 어떡하냐? 전미우! 좋아하는걸...”



태봉은 쉼호흡을 크게 하고는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어제밤의 사건도 사건이고.. 제발.. 미우가 술김에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랬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미우와 하다의 모습이 보였다.

태봉은 어제일은 모른척. 짐짓 밝은 목소리로 경쾌하게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미우씨. 하다씨”


그 말에 하다는 뒤를 돌아보며 태봉의 인사에 답해주었다.


“네, 태봉씨.. 좋은 아침입니다.”


그러나... 미우는 태봉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화들짝 놀라며, 굳은채. 엘리베이터의 전광판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착각이라고 치부하던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착각이 아니란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는 중이였다.

그런 미우를 알리없는 태봉은 대답없이 쳐다도 보지 않는 미우에게 한번더 확인하는 것처럼, 물었다.


“전미우씨! 좋은아침...”


그 말에 미우는 할수없이 모기만한 목소리로..


“네...”


그게 다였다. 태봉은 미우의 반응에. 어제 저녁의 일을 아무래도 껄끄러워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안고 있어버렸는데.. 저 여자는 참.. 당황했었나 보다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마당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미우의 시선은 정면, 혹은 자신의 구두 끝에 머물러있었고, 그런 모습을 흘깃 거리던 태봉은 자꾸만 씁쓸해졌다.

그리고, 그들이 마당에 다다랗을 때.. 클락션소리가 울려왔다. 윤호였다.


윤호는 아침 일찍부터, 미우의 아파트에 와서 미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 있으면, 이젠. 이런 노력까지도 필요할테니...


“미우씨! 어제는 잘 들어갔어요?”


윤호의 갑작스런 출현에.. 셋의 분위기는 좀 전보다, 더 이상해졌다.

미우는 윤호가 아침부터, 여기 와 있는 사실이 짜증이 나면서도, 테봉을 피할수 있다는 사실에. 은근히 안도하고 있었고, 태봉은 일순간.. 감정이 묘해지면서. 질투가 났다. 그리고, 하다는 그런 두사람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다.


“아침부터.. 어쩐일...”


“미우씨하고 같이 출근하려구요.. 괜찮죠?”


윤호는 미소지은 얼굴로 미우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태봉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미우가 ‘NO'라고 말하기를 중얼거렸지만.. 미우의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 미우는 잠깐 생각하는듯 하더니, ‘그러죠’라고, 짧게 답하고는 누가 뭐랄새도 없이  윤호의 차 보조석에 냉큼 올라타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럼...”


윤호는 태봉과 하다에게 짧게 목례를 하고는 얼른 자신의 차에 올라타 차를 출발시켰다.

태봉의 미간은 찌푸러져 있었고, 하다는 미우의 행동을 이해하면서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마.. 답답하기도 할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릴적.. 그 사랑이란 것에 그렇게 환상을 가졌던 누구보다도 순박했던 미우가. 그 사랑이란 것에 상처를 받으면서, 마음을 닫아버렸는데.. 그런데, 누가 그 마음을 열고 있으니.. 다시금 상처받는 것이 두려울테니. 아예 보고싶지 않겠지... 그래서, 일부러 저러는 거겠지... 하지만.. 저런다고.. 마음이 닫아지는것도 아닐텐데...



윤호는 회사로 향하는 차안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미우의 흔쾌한 수락에 의아해 하고있었다.

말없이 가던 윤호는 음악소리를 은근히 낮추고는 말없이 창밖만 내다보고있는 미우에게 말을 걸었다.


“어제는 잘 들어갔어요? 미우씨?”


“........”


“으흠... 미우씨? 자요?”


대답이 없는 미우에게 헛기침까지 해가며, 다시 물었지만, 미우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분명.. 눈을 뜨고 있는데... 무슨 생각을 저렇게 골똘히 하는건지는 몰라도.. 꽤나 심각해 보이는 얼굴에. 윤호는 잠시 시간을 주겠다고 생각을 하며, 입을 다물고는 다시, 음악의 볼륨을 올렸다.


미우는 자신의 심장소리 때문에 시끄러울 지경이였다. 자꾸만 머리를 떠나지 않는 태봉의 생각과.. 태봉이 생각나면,, 미친듯이 시끄럽게도 뛰고있는 자신의 심장 때문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가 않았다.



[쿵쾅쿵쾅 쿵쿵쿵 쾅쾅쾅 쿵쿵쾅 쾅쾅쿵 쿵쿠르쿵쿵 쿵쿵 쾅콰라쾅쾅 쾅쾅]


윤호의 주관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기획팀의 회의시간. 미우는 회의고 뭐고 안중에도 없이 스스로와의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바로 앞자리에 앉은 태봉 때문에 시선은 서류에 못박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서류를 보는 것도 아니였다. 오로지 미우가 하는 일은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것이였다.

회의중 목이 마를 때 마시라고 앞에 둔 음료는 이미 바닥난지 오래고, 계속해서 볼펜을 꽉 쥐었다 놨다했지만. 도무지 나아지지가 않았다.


태봉도 회의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같으면, 날카로운 지적과 질문, 다른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의견을 내놓으며 활기를 쳐야할 미우가 오늘따라 너무나 조용했기 때문이였다.

열이라도 나는건지 얼굴을 빨개져있었고, 연신 음료수를 다 들이키고 나서도 안절 부절이였다.

그런 미우앞에 앉아있으니, 당연히 회의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윤호는 윤호대로, 의외로 회의시간에 잠잠한 미우가 의아했다. 분명, 허술한 몇군데가 나왔는데도,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서류만 노려보고 있다니.. 어딘가 이상해 보였지만. 내색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회의가 한창 진행중일때였다.


“아! 정말.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 쫌!!!”


미우였다.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는 자신에게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소리를 쳤고, 일순간 회의실의 모든 사람들 시선은 미우에게로 향했다. 미우는 자신이 지금 어떤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한지가 파악되자, 순식간에 머리가 멍해져왔다. 쥐구멍이라도 찾고싶은 심정으로...


“저기.. 제 말은 그게 아니라..”


“내 의견이 그렇게 말도 안되요?”


한참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던 태봉역시 놀라서 미우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미우에게 물었다.

윤호역시 눈을 잠시 놀란 표정으로 미우에게 말했다.


“미우씨... 다른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그게..아니라...저...”


미우는 정말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우물거렸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다 치고, 태봉의 시선까지 자신에게 집중되자 미우는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마땅한 핑계거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모른척 앉을 수도 없고... 정확히 말해 미우스타일은 아니지만. 이 상황에선 미친척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결정을 하고는 언젠가 만화책에서 읽은 대사를 어정쩡하게 뱉어냈다.


“그게... 저.. 자꾸만.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가 들려서요..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얼른 자리에 앉았다.

몇초간의 침묵... 그리고,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엉뚱해도 어떻게 저런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하는지..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하지만, 단 두사람만은 예외였다. 태봉과 윤호

태봉은 아침부터 자신을 의식해서 피하려는 듯한 미우의 행동들 때문에.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윤호는 차가운 표정을 하고는. 단, 한마디로 회의실 내의 키득거림을 잠재웠다.


“전미우씨! 회의시간엔 회의에 집중해 주세요.. 여긴 미우씨 놀이터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미우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어떻게든 회의에 집중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좀처럼, 그럴 수 없었다


지겨운 회의가 끝이나고, 윤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미우에게 말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그리고, 전미우씨? 잠시 제 방에 들려주세요.”


“네....”


태봉은. 윤호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 걱정스레 미우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미우는 고개한번 들지 않고. 자신의 서류를 챙겨들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미우는 차가운 생수를 연거푸 몇잔 들이키고는 윤호의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윤호가 재수없을 정도로 차갑게 말하긴 했지만, 자신이 지은죄가 있으니 별수 없는 일이였다.

발령받아서 처음 여는 회의시간에 초를 쳐놨으니.. 안봐도 뻔한 완벽주의자일 윤호의 심기를 건드릴 일일테니 말이다.. “공은 공! 사는 사!” 그 원칙을 지켜야 하니 말이다.


[똑똑!]


“들어오세요.”


미우는 윤호의 방으로 들어서서, 올곧은 자세로 앞에 손을 모아 쥐고는 윤호의 책상옆에 멈춰섰다.


“회의시간에 일은 죄송합니다.”


“.........”


“........”


“미우씨. 무슨 문제 있어요?”


“네? 무슨..”


“오늘 아침부터 이상해서요.. 미우씨 평소하고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그냥.. 몸이 좀 안좋아서..”


“어디가 많이 않좋아요? 환청이 들릴만큼?”


“죄송합니다.”


이 상황에서 미우가 할말은 ‘죄송합니다’이 말뿐이였다.

윤호는 정확히 공적인 일에 미안하다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우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내 차가운 표정을 거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요, 집에 데려다 줄게요.. 몸이 안좋으면, 집에서 쉬었어야지.. 걱정했잖아요.”


미우는 일순간 표정부터 확 변해서 말하는 윤호를 보고 금세 다시 경계 태새를 취하고는 한걸음 물러섰다.


“괜찮습니다. 참지 못할 정도가 되면, 그때 조퇴하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미우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윤호의 방을 빠져나갔다.

윤호는 그런 미우를 잡지는 않았지만,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별 다른 그 어떤 짐작도 없었지만, 막연히.. 미우의 태도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자신에게 방해가 될것 같은..





“미우씨는.. 오늘도에요?”


“네... 한시간전에 나갔어요..”


벌써 몇일째.. 태봉의 한숨을 쉬며.. 표정은 좀처럼 펴지지가 않았다.

아침마다 미우는 평소 출근시간보다 한시간씩 일찍 출근하고 있었고, 퇴근에는 윤호가 찰싹 달라붙어서 함께 퇴근하고 있었다. 이젠 태봉과 업무적으로의 말을 빼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미우의 태도에 가슴이 시린것 같았다. 자신의 눈앞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사라지는 모습이 좀처럼 익숙해 지지가 않았다.

거기다, 자신을 피하고있는 모습이 역력하니.. 이래서.. 자신이 미우를 좋아하게 된걸 안 순간부터 그 마음을 다잡을려고 했는데.. 그날 미우를 안아버린 날 이후.. 미우는 자신에게 보란 듯이 자신을 피하고 있었다.


태봉은 회사로비에 들어서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들었다.

늘 아침엔 그 주위에 진을 치고있는 삼삼오오의 직원들.. 그들곁을 지날때였다.


“야! 얘기 들었어? 새로온 기획상무..”


“그 잰틀 럭셔리 맨?”


“어~ 그 사람이 기획팀 전미운가 하는 여자랑 사귀는 분위기더라?”


“정말이야? 전미우면.. 그 안생겨서 성격까지 까칠한 걔?”


“어~ 왜? 서울본사 있다가 좌천 됬다던 소문있던 그 애말이야.... 그 상무란 사람하고는 본사에서부터 아는사이라나?”


“에이~ 그럼 아닐수도 있겠네!”


“매일 저녁에 같이 퇴근한다니까.”


“그래? 어머! 재주도 좋다?”


태봉은 여직원들이 떠들어대고 있는 말에 씁쓸하게 웃으며 그 곁을 지나쳤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미우의 뒷모습이 보였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있는 건지. 옆에는 서류를 잔뜩 쌓아놓고, 누가 말이라도 시키면 무슨일이라도 날것같은 표정으로 일만하고 있었다...

태봉은 말없이 그 곁을 지나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일부러 곁눈으로도 미우가 보이지 않도록 의자를 틀어서...


미우는 방금 자신의 옆으로 태봉이 지나간걸 느끼고는 흠칫했지만,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잊으려면, 다른 어떤것에 열중하는 일밖에 없으니, 없는일까지 만들어서 들이파고 있는중이였다. 맘에 들진 않지만, 태봉과 어색하게 집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잠깐 참는것이 나을거라 생각해서 퇴근 할때도 윤호의 차에 올라탔었다.

하지만, 하루종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인데, 단 한마디도 하지 않 을수는 없는 이유로, 미우는 아직까지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거라 했었다. 다시는.. 상처같은거 받고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다시는.. 이제까지의 상처로도 충분하니,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우는 자신을 좋아하지도 않을 태봉을 좋아하면서, 다시 상처받기 싫었다.

최선의 방법은 감정이 더 깊어지기 전에, 될 수있는한 피하면서 마음을 접는 방법밖에 없었다.

필사적으로 일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태봉과 부딪히지 않는것... 필요하다면.. 필요하다면..윤호와 친한척하는거라도.. 그러면,, 태봉이 절대로 눈치챌수 없을테니말이다.


그렇게 태봉과 미우는 서로의 마음도 모른채 애써 자신의 감정에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래.. 알았네... 그럼. 이번주에 함께 올라오게나.. 내 생일도 있고하니..”


권여사는 흐믓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윤호의 전화였다. 미우가 그 전만큼 까칠하지는 않다는것.. 권여사의 기준에서 보면, 데이트라고 말할수 있을.. 저녁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것이 그들 사이에 진전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중이였다.

손녀의 성격으로 봐서, 싫은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진 않을테니까...

모처럼만에 기분이 좋아진 권여사는 흐믓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잘~하면.. 올해 우리 미우 좋은 짝 만나겠구나..”




점심시간이 되자, 윤호는 미우의 자리곁으로 다가왔다. 윤호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의 눈은 윤호와 윤호의 발길이 머문곳으로 모였다. 윤호는 그런 시선을 느꼈지만, 모른척 열심히 일하고있는 미우의 어깨를 툭쳤다.


“전미우씨?”


“...네..상무님..”


미우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윤호를 올려다보았다.

몇일 같이 퇴근했다고, 이작식이 아주 노골적으로 친하게 다가오는것.. 더군다나, 방금 자신의 어깨를 터치한것에 기분이 상하고있는 중이였다.

미우의 굳은 표정을 보았지만, 윤호는 대수롭지않게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점심.. 같이하죠? 예약해뒀는데..”


미우는 사양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윤호의 뒤로 태봉이 보일줄이야...


“그러세요....”


미우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외투를 챙겨들었다.

윤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우의 앞에서 에스코트하듯 둘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둘이 사무실에서 모습을 감추자 여직원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머. 별꼴이야... 여기가 지들 연애장소야 뭐야? 공과사를 몰라요, 공과 사를..”


“그러게.. 웃긴다.. 미우씨도... 못마땅척한 표정을 하고는 냉큼 잘 따라다니네?”


“누가 아니라니...”


태봉은 그런 소리를 들으며 방금전 미우가 나간 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점심때 잠깐 얘기할려고 했는데..



미우는 앞에 펼쳐진 코스요리에 손을 대는둥 마는둥하고 있었다.

아무리 태봉을 피하기 위해서라지만, 이 가증스런 자식과 마주앉아있는 자신이 한심해 죽을 지경이였다.

사람 이용하는거 죽기보다 싫어하면서... 지금 자신도 자신의 그 어떤 안정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있다니..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요? 왜? 음식이 입에 안맞아요?”


“...그냥.. 입맛이 좀 없어서요..”


“그래요? 뭐.. 다른거 시킬까요?”


“아뇨,,, 그리고 그만하시죠?”


“네?”


“당신... 이렇게 다른 사람한테 사려 깊은 사람은 아닐것 같아서요! 번번히 내 비위 맞추느라 힘들텐데.. 그만 하라구요,..”


“번번히 미우씨 비위 맞추느라 힘든건 알아요?”


“아마도... ”


미우는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다가 문득, 갑자기 궁금해졌다. 대체 이 남자는 미우 자신에게서 어떤 이득을 얻기위해서 이렇게 자신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지가,,,,


“...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솔직하게 말해주면 안되요? 나한테 왜 이러는지? 뭐.. 내 기분이 상하는 일이더라도, 할머니한테 안 이를게요.. 뭐.. 지금 나도 그쪽 이용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니까..”


“.....”


윤호는 잠시 생각했다. 심사도 많이 꼬여있는 이 여자... 그 동안, 자신의 그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큰둥하기만 했던 여자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물어오고 있는 것이다. 꿍꿍이가 뭐냐고..

그렇더라도, 자신의 가면을 벗으면 안되지만.. 윤호는 자신도 모르게 잠시 자신 본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얼음같이 차가운.. 미우의 표현대로 얼음 조각같은 표정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물어보죠.. 미우씨는 어째서 그렇게 모든 걸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요! 대답하면.. 나도 대답해줄게요..”


“좋습니다.. 솔질하게 말씀드리죠... 미우씨라면 내 최적의 신부감에 적합하니까요!”


미우는 별 반응 없이.. 이미 그 비슷한 대답을 예상한것 처럼, 별로 놀라지 않은 듯, 한쪽 눈썹을 의아한 듯 까딱 올리고는, 이유를 물었다.


“어째서요?”


“그 이유는 미우씨가 더 잘알텐데요?”


“음... 부자에.. 귀한 고명딸에.. 출중한 두뇌의 소유자라서요?”


“생각해 보니.. 그것도 좋은 이유이긴 하네요..”


윤호는 어느새 다시 가면을 쓴 얼굴에 미소로 미우의 꼬인 대답에 말해주고 있었다.

미우는 잘 받아 넘기는 윤호를 보며 한쪽입술이 말려올라가며, 다시 물었다.


“그럼 다른 이유가 있어요?”


“네.. 그 다른 이유도 미우씨가 잘 알텐데요?”


“다른이유... 바람필 것 같지않은 출중하지 않은 외모?  어디가서 지지 않을 만큼 별난 성격.. 뭐.. 그런거요?”


“음.. 그 이유도 괜찮긴 하네요.. 앞으론 그 이유도 추가하도록 하죠!”


“그것도 아니다... 그럼요?”


“...미우씨는...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서요..”


미우는 뜻밖의 말에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전혀 예상밖의 대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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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월의 둘째주에 접어들었네요. ^^

주말동안 여행다녀오느라. 잠깐 게을렀답니다.

봄바람이 제 허파에 불어닥치니 가만히 있을수가 없더라구요

바람충전 해왔으니. 다시, 이번주에도 열심히!!!

지난번글에 추천횟수가 10건이 넘어 메달이 달렸더라구요~

어쩜 너무나 기쁘더라구요 설레이기도 하고,^^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마녀본색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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