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참으로 편한 잠을 청한듯 눈을 뜨는 미선은 몸이 가벼워진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큰눈을 깜박거리고 나서야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자신의 작은 방이 아님을 알고 미선은 급하게 일어섰다.
복도에서 흘러들어온 빛으로 병실안은 그렇게 어둡지가 않아서 왠만한 사물은 모두 구별할수가 있었다.
놀란 가슴을 한손으로 잡고 둘러보다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살결에 미선은 시선을 돌렸다.
두손으로 자신의 손을 잡고 잠들어있는 남자...조심스럽게 옆으로 머리를 돌리고 잠들어있는 남자에 머릿카락을 살짝 올리자...순간 미선은 하마터면 목소리를 낼뻔했다...민강혁...
자신이 왜 병실에 누워있고 또 이 남자가 왜 여기서 자신의 손을 잡고 누워있는지...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다...단지 쓰라린 입술에 느껴지는 통증에 어제 자신이 밤새 손등으로 입술을 닦았던 기억과 잠이 들무렵부터 열이 올랐던 기억뿐이었다...그리고 출근이 힘들겠다고 전화를 하고..그 이후로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높은 열때문에...정신이 희미해졌던...
미선은 왠지 자꾸만 엮이려 하는 이 남자와에 인연이 있다면 피하고만 싶었다.
왠지 엄마에 길을 그대로 가는 딸의 인생처럼...그게 부이든 사랑이든...결국엔 나락으로 떨어져 치유되지 못하는 상처로만 남고 마는 얼룩진 인생...두려웠다....
미선은 조심스럽게 남자에 손가락 하나하나를 자신에 손에서 떼었다.
마치 자신의 심장소리마저 정지한듯한...자신의 손등을 감싸는 오른손을 겨우 분리한채 자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빼려는 순간 미선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남자에 오른손이 자신의 팔목을 다시 잡으면서...고개를 들었다...마치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해하며 지켜보고 있었다는듯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채...미선을 바라보았다.
" 당신...몰래 도망가려는거야?"
" 아니...에요..."
" 그럼 뭐야? 난 도망가는줄 알았지...여긴 병원비도 비싼데..."
" 아...병원비...그렇네요....미처 생각을 못했어요!"
" 그리고 검사도 많이 해서 도망못가~ 그러니까 누워있어...내일 아침 해뜨고 결과 나올때까지...
그리고 나도 피곤해서 좀더 자야될것 같거든...근데 앉아서 자니까 너무 불편해...옆으로 조금만 가봐...병원침대라도 침대가 앉아 자는것보단 편할거 아냐..."
강혁은 능청스럽게 여자가 누워있는 침대옆으로 몸을 뉘었다.
그냥 왠지 그러고 싶었다.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원래 그렇게 여자를 밝히고 또 그런 남자는 아니라는걸 알기 때문에 조금은 자신의 행동이 당황스럽고 놀라기는 놀란눈을 하고 자신을 보는 여자와 마찬가지일것이다.
" 안 누울거야? 괜찮아...밤에는 회진 안돌아...이따 새벽에 돌거니까 아무도 안들어온다구..."
" 그게 아니고...잠이 안와요..."
" 그래? 하긴 하루종일 잤으니까...그럼 내가 잘테니까 그냥 옆에서 구경하던가..나 그럼 잔다...아..그리고 내가 한살 많으니까 그냥 반말하니까 꼬우면 너도 하고...근데 난 반말 싫어한다...알아서 생각해~"
미선은 정말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하고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침대로 들어와 능청스럽게 잠을 자는 이 남자를...
시계를 보니 새벽 1시였다. 얼마를 잔걸까? 그동안 계속 여기 있었던걸까? 미선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봤다.
시원한 이마아래 적당히 짙은 눈썹과 긴 속눈썹...남자도 이렇게 속눈썹이 길수도 있나 싶었다.
참 잘생긴 코와.....조각처럼 잘 다듬어진 인중...입술...그리고 야무지게 그려진 턱선...
" 그만봐! 비싼 얼굴이야...심심하면 내 손이나 잡고 자던가..."
" 네?...저기"
" 뭘 또 발뺌하실까...이렇게 잘생긴 얼굴 처음보지? 하긴...나도 가끔 놀래거든..."
농담도 할줄 아는구나 싶었다. 미선은 눈을 감고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면서 말을 하는 남자에 입술이 자꾸만 눈에서 아른거렸다.
" 왜 ....입이라도 맞추고 싶은거 아냐? 아...그거만은 참아줘..."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듯 미선에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번지고 있었다. 강혁은 이 어색한 상황을 그나마 풀어보려는듯 애써 태연한 농담을 건네고 있지만 여자옆에 아무렇지 않게 누워있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장이 자꾸만 자신의 궤도에서 벗어나려는듯 박동치고 있었다.
살며시 눈을 뜨고 쳐다본 여자에 얼굴이 붉어지자 자신의 농담이 지나친듯 멋쩍어진 강혁은 은근슬쩍 아무렇지 않은듯 했지만 대단한 용기를 내서 여자에 손을 잡고 잠이 몸을 옆으로 돌려 잠이 든척 했다.
오늘은 많이 올리고 싶었는데....일이 밀려서...일부터 할께요...너무너무 고맙구여...저는 이 둘을 힘들지만 예쁘게 사랑하게 해주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