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올라온 운하 관련된 글을 읽고 댓글들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이명박은 우리보다 많이 배운
똑똑한 사람이고 서울시장까지 해먹은 사람이니 옳다고 믿어주자...는 취지의 글과 거기 달린 많은 동감들...
이명박이 들여다보면 엉망이지만 겉만은 확실히 번지르르하게 청계천을 바꿔놓은게 바로 시민들 마음속에 그런
인식을 심기 위해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저는 엔지니어로 7년째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2003년에 청계천 설계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었죠... 3공구 (동대문쪽) 교량설계에 참여했었습니다.
문화사회연구소가 학계, 언론계, 문화계, 시민단체 각분
야의 문화정책 관련전문가 100분을 상대로 서울시의 문화정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시장이 가장 잘한 문화정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26명이 “청계천 복원사업”이
라고 대답했는데 이에 반해 “이시장이 잘한 문화정책이 없다”라는 대답이 47명이었습니다.
“청계천사업은 역사문화복원인가?”라는 질문에 64명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아닌 이유”에 대해서 “용적률확대를 골자로 한 청계천주변부개발”이라는 답이 38%,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이기 때문”이 38%, “문화유산파괴”가 13%였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
를 한 사람들 중에도 “도시환경개선”이 48%, “도심문화공간조성”이 26%, “도시 이미지개
선”이 17%이어서 “광교, 수표교 등 유적복원”을 평가한 9%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이 사업을 말하면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중요하게 이야기 되어야 할 점은 이 사업이 “청
계천 복원사업”이 아니라, 한마디로 “청계천 주변 재개발사업”이며, 나아가 수도 서울을 개
조하려는 엄청난 개발계획이며 전국토를 전면 개편하려는 엄청난 국토계획의 첫 단계 포석
이라는 점입니다.
그냥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강북투자가 아니라 강북을 투기장으로 유도하는 강남북균형파
괴이고, “역사문화의 복원”이 아니라 600년 역사도시의 총체적 “문화파괴계획”이며 국토
전체의 “환경파괴 계획”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속마음을 감추고 다른 말을 하는 한 정치가의 장기적 음모이며 우리가 결코 속아 넘
어가서는 안 될 감언이설에 가까운 술수입니다.
환경문제는 우리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입니다.
이미 환경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데올로기입니다.
그래서 한 정치인이 선거를 통해 이 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은 아주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바로 이와 같은 중요한 이데올로기를 화두로 삼으면
서 앞에 내 세운 구호와는 다른 속내를 감추고 있는 이중성입니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자, 진보를 가장한 수구주의, 환경을 부르짖는 개발론자, 이런 사람
들을 우리는 잘 가려내기가 어렵습니다.
워낙 환경을 해치는 단체나 기업이 많다보니 그들 나름대로 친환경을 가장하기도 잘 하고
환경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반환경적 사태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그것을 우리는 그린 워시(Green Wash)라고 말하지요. 세뇌(洗腦- Brain Wash), 돈세탁
(Money Wash)처럼 나쁜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그 상반되는 이데올로기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벌이는 곡예에 관해
서는 그 방면의 연구자나 전문가들조차도 분간이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새만금사업을 보십시다.
아직도 지루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갯벌을 막는 일은 분명히 반환경적인 일임에도 그것
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환경파괴를 감안하고도 사업타당성이 있는 일이라고 주장들을 합니
다.
그러다가 논리적으로 수세에 몰리면 그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하겠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속기가 쉽지만 그것은 엄청난 거짓말입니다.
환경파괴를 친환경적으로 하겠다는 말이니 거짓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월 동강에 2차선 도로를 내면서 사람하나 지나갈 길도 못 만들 가파른 경사 때문에 그
자연이 그토록 보전되었음을 아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산을 깎고 강을 메워 완벽하게 그
강을 훼손 하였는데 거기에 항의를 하였더니 비탈면을 조경석으로 장식해 놓고 “친환경적으
로” 했노라고 우기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 바람에 이미 쉬리와 어름치와 동강할미꽃들은 모두 죽어 없어진 다음이고 이제는 그것들
을 보호하기 위해 땜을 만들면 안 된다는 명분조차 사라졌습니다.
그건 마치 “고문”을 하되 “인간적으로”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선 청계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물을 보십시다.
여러 지하철역에서 그냥 버리던 물을 펌프로 퍼올려 여기 한데 모아 흘리는 것이 지금 청계
천의 물입니다.
거기에다 하류에서 또 한강물을 펌프로 퍼올려 시발점인 광교에서 흘려보냅니다.
건교부와 물값 시비가 있었던 그 물입니다. 값으로 따지면 연간 17억 1500만원어치입니다.
이 물이 벽천을 만들며 흘러 내려가는 것을 보면 일견 깨끗하고 시원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물은 강제로 끌어 올려진 인공의(pseudo - natural) 물입니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 같은 물로 보이지만 거기에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것은 물처럼 보이는 가짜의 물인 것입니다. 눈속임인 것이지요.
어쩔 수 없이 지금 만들어진 청계천 자체가 개천이 아니라 하나의 인공연못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생태계를 운운하는 일 자체가 안 어울리는 이야기이겠습니다.
잘들 아시다시피 청계천 바닥에는 아스팔트 방수층이 겹겹이 투수를 막고 있으니 엄밀히 말
하자면 이건 흐르는 개천물이기보다는 가두어진, 그리고 계속 전기동력으로 강제순환되는
인공의 연못이지요. 연못이나 개천이나 그게 그거다라고 말하기에는 여기에는 너무나도 중
차대한 발상과 개념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걸 정치라고 말하면 그게 그거일 수도 있을런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것이 환경과, 문화
에 관련하여 이야기 될 때에는 그 말의 정의에 엄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유수불부(流水不
腐)”라는 말처럼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즉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고인 물
을 강제 순환시킨다고 흐르는 물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흐르는 물을 사람들이 보고 시원하게 느끼는 것은 그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면서 모든 것을
씻어 내린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물은 억지로 끌어 올려 강제로 순환시키는 물이어서 전기가 나가면 즉시 없어지
는, 즉 생명이 없는 물입니다.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면 즉각 숨이 끊어지는 식물인간이나 임
종직전의 환자와 같은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하루에 12만 톤씩 물이 필요한데 150마력짜
리 대형 모터펌프와 변압기등 주변기기가 24시간 연중 쉴새없이 가동되어야 하고 이를 위
해 하루에 238만원의 전기료가 듭니다. 게다가 정수와 소독에도 다른 돈이 필요하니 정말
이것은 값비싼 수돗물이나 마찬가지지요.
이 인공의 물은 한마디로 “돈으로 흘리는 물”입니다. 전체 유지관리비도 한해 70억 원이 든
다는 계산인데 27개의 한강 교량들을 유지하는 비용이 연간 24억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공시설물 유지비용입니다.
시장은 이 돈의 59배에 달하는 파급효과가 있을 거라고 빈말을 합니다.
우리는 물을 아껴야 한다고 배워왔고 환경문재를 생각해서 앞으로는 물수급정책도 공급위주
가 아니라 절약위주로 바뀌어 가는 추세이므로 이런 발상은 복원이라는 정신에 걸맞지 않은
것입니다 . 이 물은 정말로 시민들에게 생명의 물, 생활 속의 물로 복원되어야 했고 자기 임기
중에 속전속결로 모든것을 결판지으려는 이시장만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그럴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이 물에는 인체에 해로운 라돈이 섞여 있음이 발견되었습니다.
11개의 서울 지하철역에서 퍼올려 매일 청계천에 합류시키는 지하수를 한국원자력안전기술
원(KINS)이 검사한 결과, 경복궁역, 광화문역, 종로3가역, 을지로 4가역 등 네 군데에서
WHO 기준치 100Bq/l를 초과하는 양의 라돈이 검출되었는데 특히 광화문역의 라돈농도는
기준치의 2배에 이르는 195Bq/l로서 조사대상 역들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라돈은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음용수로 섭취할 경우 위암을 일으키며, 대기 중에서 흡입할
경우 폐암을 유발하는 위험물질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라며 그 라돈이 음용수 권고치를 초과한 것
은 사실이나, 하천유지용수로서는 위해성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대기 중에 방출
되어 실내공기의 라돈농도를 약 1-7% 높일 수 있으나 실외 방출 때는 문제점이 거의 없다
는 것입니다.
문제점이 없다해도 하여튼 서울시는 공기가 깨끗해졌고 온도가 내려갔다고만 선전하지 서울
의 오염된 공기에 이 물이 일조를 더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감추고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양이라도 흡입할 경우 폐암을 유발한다는 라돈깨스가 방출되는 물 근처에서는
우리 시민과 어린이들이 그 공기를 들이쉬는 조차가 께림직하지 않겠습니까?
한국전쟁 직후 부산에 유엔군 묘지를 만들 때 그 일을 맡았던 현대건설의 정모회장이 한겨
울에 잔디를 심을 수가 없어서 보리싹을 심어 잔디처럼 파랗게 보이게 하여 일을 끝내고 돈
도 벌고 칭찬도 받았다는 유명한 成功神話가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멀리서 파랗게 보였으면 된 것이 아니냐고 말을 할 테지만 똑바로 얘기하자면
그것은 눈속임입니다. 한마디로 사기인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어떤 일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같은 일이라도 그 결과가 전혀 달라지듯이, 이 시장은 애초에 개발론자였기 때문에 아무튼
물같이만 보이도록, 어떤 수를 써서라도 물같이만 보이도록 하는 직설적이고 손쉬운 방법을
찾았던 것인데, 만일 이시장이 환경론자였더라면 그 방법은 전혀 달라졌겠지요.
예컨대 어떻게든 청계천 전체 수계(水系)를 고려하여 청계천의 원류인 백운동천, 중학천, 정
릉천 등 10개가 넘는 지천들도 함께 복원하여 작으나마 그 물을 함께 확보하면서 장기적으
로는 시내 모든 건물에 우수저류장(雨水貯留場)을 만들어 홍수에 대비하면서도 유수량을 조
절할 수 있게 하거나 시내도로의 포장재료를 바꿈으로써 우수 지표수(地表水)의 투수율(透
水率)을 높인다거나 하는 등, 덜 인공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시작이 이러하기 때문에 지금 청계천에는 약속과는 달리 생태건 환경이건 문화건 “복원”이
라는 단어가 무색하도록 “개발”을 해 놓았습니다.
문화재와 생태복원은 어디로인가 실종상태이고 온통 인공구조물의 투성이가 되어 원래의 청
계천은 어디에 있는지 어리둥절하도록 여러 가지 장치물들의 쇼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리들은 모두가 그 시민의 눈을 현혹시키는 쇼의 무대장치들이고 눈부신 인공조명은 무슨
미국식 뮤지컬 쇼의 무대를 보는 듯합니다.
형형색색 과잉의장 된 다리들과 인공조형물, 조각물, 각기 다른 호안처리, 외래식 조경과 조
경수들... 이 모든 것들은 마치 어떤 건설회사의 건축토목재료전시장이거나 대학초년생들의
설익은 작품전을 닮았습니다. 품위가 없는 것은 취향의 탓이라 하더라도 이 모든 요란함은
한마디로 환경의 복원이라는 취지에 맞지를 않습니다.
중요한 이야기 하나는 이 사업완공 후 서울 도심의 온도가 내려가고 열섬현상이 줄어들었다
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정도의 온도하강 효과는 청계천 물을 돌리는 전
기사용으로 상쇄될 뿐이라는 계산이 있습니다. 온도하강도 별로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이것이 환경을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
의 의미입니다.
생태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분들께서 또 말씀을 해 주시겠지만 지금 청계천의 수생식물과 물
고기들은 또한 이와 똑같이 사람이 잡아다 가두어둔 일시적이고 가시적인 설정에 불과합니
다. 물고기들은 한강하류에서 펌프로 퍼 올려져 상류에 쏟아놓은 놈들로서 역시 인공의 동
력으로 순환되고 있을 뿐 거기 터잡아 살고 있지도 않고 살수도 없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수초들 사이에 숨을 곳도 없고 산란장도 없는데다 유속이 빠르기 때문에 편히 쉴 곳도 없
는, 한마디로 살 곳이 아니라 끌려다니는 통로이지요. 이것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삶의
터전이 아니라는 점에서 역시 또한 하나의 의자연(擬自然- pseudo natural)에 불과한 것
을 자연으로 보이게 하는 마술을 부린 것입니다.
환경복원을 부르짖으며 시작한 이 사업에서 또 만일 이 일을 벌인 사람들이 정말로 환경을
생각해서 이 사업을 시작했었다면 무엇이 더 달라졌겠는가 하면 아주 중요한 일 하나를 꼭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원래 청계고가도로를 이루고 있던 상판(床板)과 교각(橋脚)을 헐어 낸 콩크리트 덩어리들은
재활용을 조건으로 골재재생공장으로 보내어져 90%이상 재활용하겠다던 사업 초기의 약속
에 우리는 내심 반가웠습니다.
왜냐하면 건축 폐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콩크리트 덩어리에서 폐자재로 골재를 재생산해
내는 일은 아주 중요한 우리나라 전체의 숙원사업임에도 그나마 실현이 안 되고 있던 터에
청계천 같은 중요시책사업에서 “폐기물의 배출자가 재사용까지 책임을 지는 순환체계”가 시
범적으로 실천된다면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서울시의 발표는 이러했습니다.
“60년대 건설당시 질이 좋은 한강골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중간처리업체에서 파쇄한 후 재
생골재를 생산해서 전량 재활용 예정이다. 상당히 양질의 폐기물이기 때문에 한 95%이상
재활용할 목표로 있다. 발생량 55만톤 중 95.3%를 재활용한다.”
고가도로 철거물 55만톤 가운데는 20여만톤의 질 좋은 골재용 강자갈이 나올 수 있었습니
다. 아시다시피 요즘은 자갈이 없어서 산을 깎을 때 나오는 쇄석(碎石;깬 돌)을 골재로 쓰거
나 모래가 없어서 바닷모래, 중국모래, 심지어 북한모래 수입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쓰이는 쇄석 골재는 화재시 열을 받아 파괴되므로 강자갈을 쓰는 경우에 비해 유
사시 콩크리트의 강도를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의 그 화려한 거짓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보통크기의 아파트 170동을 부수
었을 때 나올 분량인 114만톤의 전체 철거자재는 극히 일부만 보조기층재 정도로 쓰였고
대부분 아무도 모르는 곳에 매립용으로 버려지거나 확인된 일부는 한 석산에 채석장의 원상
복구용으로 90미터 깊이의 구덩이에 던져졌습니다.
일반폐기물과 섞여서 성토재로 사용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때에는 이물질 함유량 1%이상
으로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아야하는 것입니다.
특히 유해물질로 분류된 폐아스콘은 전체 폐기물의 13%에 달하며 95.8%를 재활용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재활용했다고 허위보고만 한 채 공사발주와 분리 위탁하지 않고 일괄발주하
여 폐기물관리법을 무시하고 처리업체에 쌓여있습니다.
환경복원을 부르짖으며 시작된 청계천 복원은 그 첫 단추인 철거작업에서부터 거짓말과 폐
기물공해와 실정법 위반으로 잘못 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시장은 2002년 7월1일 취임사에서 “청계천 복원사업은 개발의 시대가 가고 역사와 문화,
환경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대역사(大役事)”임을 공언했습니다. 정말 조금이라도 역사적
인 배려를 바탕에 깔고 김정호의 수선전도(首善全圖)라도 보아가며 이 일에 임했다면 당연
히 장교, 수표교, 광통교, 효경교, 태평교, 하랑교, 오간수문 등 원래 있던 수많은 다리들을
복원하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나 이시장은 스스로 그 약속을 깨었습니다.
아마도 원래부터 다리들을 복원할 생각도 없었거나 또 실제로 복원이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
도 빈말을 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리는 광통교 만이 그나마도 원래 위치에서 150
미터나 물러난 곳에 억지로 옮겨지다시피 했으며 다른 다리들에 대한 논쟁은 이제 흘러간
물이 되었습니다.
원래 청계천은 하천의 폭이 위치에 따라 자연스럽게 넓었다 좁았다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도로 폭에 따라 일정하게 같은 폭으로 만든 청계천은 사실상 복원이라 할 수가 없습니다.
복원이라기보다는 높이 평가하자면 아날로그의 청계천이 디지털 청계천으로 리메이크 되었
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길이가 각각 달랐던 다리들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위치에 따라 하천 폭이 달랐던 것을 무시하고 직선화하고 같은 폭으로 만
든 일 그 자체가 “복원”에 생각이 없었기 대문이며 바로 그 때문에 다리들을 복원하는데 실
질적인 어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여러 번 반복하여 재론되고 있는 수표교의 복원에도 그 길이가 청계천 폭에 맞지를 않아서
25미터 정도로 다리 길이를 줄여야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실은 수표교를 복원하려면 현재의 하천 폭 22미터보다도 수표교의 길이가 5.5미터
더 길어 다리의 남쪽 끝에 있는 915평가량의 땅과 건물을 수용해야하고 그 보상비로 500
억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추산해본 수표교 복원비용이 800억이었으니 이는 청계천 전체공사비 3천 9백억원의 20%
에 이르는 큰 액수이고 보상비를 더하자면 결국은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석재훼손이라는
핑계를 생각해 낸 것입니다. 수표교의 원래 유물은 지금 장충단공원에 있는데 서울시 문화
재 위원회는 “수표교를 이전하면 석재의 3-40%가 훼손된다”며 복원에 반대하였습니다. 이
것은 시장자신이 약속을 했고 국가문화재위원회가 결정을 내려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사업을
지금 와서 뒤집는 것이고 “청계천복원”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일입니다.
만일 시장이 약속을 지키고 복원을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직권으로 지시할 수 있음에도
이를 안하기 때문에 서울시문화재위원회가 시장의 손발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습니
다.
실제로 수표교는 장충단에 이전할 때 잘못 옮겨져서 지금도 돌다리의 부재들이 흔들리는 등
지금 자리에 그냥 방치되는 쪽이 더 훼손이 가속화되며 현재도 해체수리공사가 시급한 상태
이므로 이번에 원위치에 옮기는 쪽이 옳았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 문제를 공개토론에 부쳐서 결론을 바꾸어야 합니다.
또한 복개된 청계천의 콘크리트 바닥을 들어내었을 때 동아일보사와 광교 주변에서 모두
500여 미터나 출토되었는데 광통교 하류 쪽으로 250미터나 길게 뻗어 청계천의 “원래 모
습”을 보여주던 호안석축은 문화재 위원들과의 줄다리기 끝에 “발굴된 호안석축을 들어내고
콩크리트공사를 완성한 후 석축을 옛 모습대로 다시 쌓는 -그 자체가 문화재 파괴행위인”
선까지 양해가 되었으나 이때 1000개가 넘게 출토된 석축 돌들은 200개 정도만 광통교 복
원 현장에 쓰였고 나머지는 버려졌습니다. 오간수교 기초석도 훼손되었으며 이 일로 이 시
장과 양부시장이 고발되기도 했습니다.
<귀중한 문화재>와 조선조 토목술을 연구할 <중요한 기술교재>로 대접받아야 할 그 옛 돌
들은 지금 어디에 버려져있는지조차 불확실합니다.
언제 누군가가 이것들을 다시 찾아낸다 해도 이미 한번 훼손되고 위치가 옮겨진 유물들은
전혀 가치가 없어진지 오래인 것입니다.
또 그가 조금만 문화적인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청계천 복원사업의 기준 시점을 언제
로 할 것인가에도 신경을 쓰고 정의를 했어야 합니다.
복원의 기준시점은 조선 초기인가, 중기나 말기인가, 아니면 일부 한국전쟁 중, 또는 수복직
후, 또는 한참 장사가 잘되던 60년대의 막걸리 주루(酒樓)시절이나,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던 골동상가, 공구상가, 전자상가, 고서상가들의 <가난했지만 낭만적이던> 시절들을 일부씩
이나마 곁들여 남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광교에서 청계천 9가까지를 걸으면서 앞에 말한 청계천 역사의 흐름을 돌이켜 보도록 <복
원계획>을 세웠더라면 서울의 역사를 일별하며 돌아보는 역사교실이나 살아있는 서울시의
역사박물관을 만들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지난 11월 7일에 서울시가 청계천 일대 종각에서 숭인동 로터리까지 14만
6,700평을 “종로-청계 관광특구”로 지정하여 연말까지 청계천 삼일교 앞에 관광안내소와
영문안내판을 설치하고 지역축제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사업에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을 보고 더욱 심각하게 느끼는 일입니다.
동대문, 남대문(명동, 북창동 포함), 이태원 세 곳이 이미 지정된 “관광특구”들인데 지금까
지 “주차단속을 심하게 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무늬만 특구”라는 게 일
반의 평가입니다. 그 세 곳에 이어 서울에서 네 번째로 청계천이 “관광특구”로 지정되려면
외국인 방문실적이 연간 50만명 이상이고 쇼핑, 상가, 오락, 숙박시설과 관광안내시설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일대는 조건에 맞는다고 시 당국자가 밝혔다는 것입니다. 이런 탁상공론
들 보다는 지금 지적되고 있는 부분들을 차근차근 고쳐나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청계천이 관광자원이 되려면 시장이 말했던 그대로 “역사와 문화와 환경이 살아 숨쉬는” 곳
이어야 할 텐데 이 현란한 조명과 어설픈 인공구조물들에서 무슨 역사와 문화와 자연을 볼
런지 걱정입니다.
아마도 11월 말까지 구경꾼이 천만명을 넘으리라는 보고에 시 당국자들이 너무 흥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청계고가를 없애고 청계천을 덮었던 콩크리트를 걷어낸 일 자체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하천을 덮어 그 밑에 썩은 물이 흐르는 것을 감추겠다던 3공박통의 발상이 너무도 엄
청난 부끄러움이어서 그에 대해 환호하는 것이지 지금 이 상태로는 청계천은 결코 자랑스러
운 관광자원이 못되기 때문입니다.
한 신문의 다음과 같은 기사가 청계천 문화의 부재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청계천의 ‘하류(下流) 구간’에 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인들이 청계천 상류
에 몰려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연생태 구간으로 복원된 청계천 하류의 가치를 외국인들
이 먼저 알아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청계천 하류
구간에 외국인을 위한 안내판을 더 많이 설치하는 등 보완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상류구간’에 문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혹시라도 이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해득실의 계산을 떠나 현대도시의 병폐가 무엇이고 거
기 사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마음으로부터 심사숙고하는 마음의 여
유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기 보다는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환경에서 걷고, 앉아서 책 읽고, 생각하고, 누구를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하여 물소리를 죽이고, 조명을 낮추고, 걷기 편하게, 앉아 쉬기 좋게, 다시
말해 분주한 도시의 한 복판에서 정말로 별천지가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프로그람을 했
을 것입니다. 그것은 대본에 따른 연출계획이라기 보다는 분주한 도심에 사는 사람들의 심
성에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으로 충분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여기 노는 물고기와 오리와 왜가리와 황새들은 그 자신들조차도 안정을 되찾지
못한 채 흥분된 환경 속에 놓아져 있습니다.
또 만일 이것을 만든 이들이 정말로 문화환경을 눈꼽만큼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서울시가 그
토록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수행해 온 소위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을 조금은 염두에 두고 새
로 된 청계천의 양측에 보행자를 위주로 하는 “걷고 싶은 거리”를 기존거리에 연결하여 만
들었으리라고 확신을 합니다.
만일 청계천 4.8킬로미터를 따라 광화문에서 9가까지 쾌적한 보행로를 만들었더라면 나아
가 이 이야기는 4대문안 차 없는 보행자 전용도시의 꿈까지도 진전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가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보행도로 폭은 1.5미터에 그나마 가로수까지
심어 놓아 장애자용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꼴불견의 보행도로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큰돈을 들여 서울의 모든 지하철역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
할 때와는 전혀 상관도 관심도 없다는 태도로 말입니다.
그러니 결국 이것은 청계천 주변이 초고층 초고밀도로 개발될 때를 대비한 대규모 자동차도
로의 전주곡인 것입니다.
노약자와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턱없이 모자랍니다. 노인, 유모차, 임산부, 병약자를 배려할
여유가 있을 때 그곳은 성숙한 문화도시입니다.
청계천 주변 인도의 폭이 불과 40 내지 50cm밖에 안되어서 그 사이로 휠체어가 다닐 수
없다는 장애인 단체의 불만에 서울시는 70cm는 된다고 맞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큰 사업을 하면서 20cm 차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서울시가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모양새도 나쁠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배려가 부족했다는 이야기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건축에서도 휠체어 규정은 출입문 안폭 90㎝이상, 복도폭 120~180㎝이상입니다.
또 청계천도로 5.8km구간에는 시민들이 개천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는 진입계단이 총 31개
있으나 그중에 노약자와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경사로는 여덟군데에만 있습니다.
남북에 네개씩이면 평균해서 1.5km를 가야 오르내릴 수가 있으며 그나마도 경사도가 휠체
어를 위한 규정 1/12에 크게 못 미쳐서 위험하기도 합니다. 어린이들의 자전거나 인라인 스
케이트까지를 생각하면 이것으로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개천을 바닥레벨에서 남북으로 건널 수 있는 돌 징검다리는 여러 곳이 있지만 휠체
어가 건널 수 있는 평평한 형태의 “세월교”는 네군데 뿐입니다.
평균하면 휠체어로는 1.5km를 가야 물을 건넌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숫자를 가지고도 배치하기에 따라서 덜 걷게 할 수 있었고 “세월교” 형태의 쉬운 것들
을 여러 개 더 했어도 어려운 상황이 개선될 수 있었습니다.
만일 이들이 청계천을 도심공원으로 생각했다면 화장실을 한군데도 안 만드는 실수를 범하
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누구나 볼일이 급할 때는 약자가 되기 마련입니다. 11월 24일에야
코인 화장실 8곳을 신설한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그 무계획성과 태만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시내 지하철역에 최근 큰 돈을 들여 추가로 설치된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보면 이것은 한
마디로 사회적 소외계층인 노약자와 장애인을 계획단계에서부터 배려하는 기본 발상에 문제
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안내신호등이나 유도불럭 등은 전혀 고려조차 되어있지 않으니, 9
월 28일에 “서울 장애인 차별철폐연대”의 20여명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며 “청계천은 차별
천”이라며 “장애인도 청계천에 가고 싶다”라고 주장한 것이나 “장애인 하천 즐기기” 행사에
서 “시각장애인도 청계천을 보고 싶다”라고 부르짖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에 대해 배려를 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므로 장애인
도 청계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를 한 것도 당연합니다.
다만 우리는 이런 지적들에 대한 서울시 공무원들의 반응이 걱정입니다.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아랑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보도 폭은 70cm이므로 힘들지
만 휠체어가 지나갈 수는 있다. 경사로를 늘릴 경우 홍수의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시설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교는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단과 북단을 따라
가며 이동하라고 동선을 만들어 놓은 것뿐이다(무슨 말인지?). 장애인들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수는 없지만 향후 <재개발시> 보도를 넓힐 것이다.”라고 말을 합니다.
10월 한달동안 215개의 크고 작은 행사를 개최하며 성과를 자찬한 서울시는 단 한 차례도
장애인을 위한 별도행사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행사가 없었음은 물론 10월 31일 기준으로 6백27만명이 다녀갔다는 통계에서도 지방관람
객 80만명, 외국인 15만명을 따로 발표하면서도 장애인 이용자 수나 이에 관련한 통계는
전무했습니다. 시설관리공단관계자는 “미쳐 장애인에 대한 통계를 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라고 합니다. 이런 정도의 자세로는 꼭지가 덜 떨어진 공무원이라는 욕을 먹어도 응당하다
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