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씀드리지만 좀 길어요... ㅡㅡ;
제목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전 무척이나 겁많고 소심한 20대 중반의 처자예요.
나이도 이만큼 먹었으니, 또 많이는 아니지만 사회생활도 얼마만큼은 해봤으니
' 대범해지리라~~ 대범해지리라~~'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게 안돼요.
오늘 일만도 그랬답니다.
버스를 탔답니다. 병원에 가는 길이었죠.
누구나 그렇듯이 버스에 타자 마자 비어있는 좌석이 있는지 쭉 훑어보았지요.
노약자석은 비어있어도 잘 앉지 않는 습관 때문에 뒷쪽만 쭉 훑어보던 찰나~
저보다 앞서 버스를 탔던 한 여자 분이 한 할아버지 옆에 빈 좌석이 있는 걸 보고서도
앉지 않더니만 그 좌석 앞에 서서 이내 버스 손잡이를 잡더군요.
순간 저는 '서서 가려나보다' 하고 더 뒷 좌석으로 가려하던 발걸음을 돌려세워
할아버지 옆 좌석에 앉았어요. 물론 그 자리는 노약자석과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구요.
하지만 그때 발걸음을 돌려세우지 말았어야 했던 거예요~
자리에 앉는 순간 느껴지는 강렬하고도, 저를 뚫어버릴 듯한, 그 찌릿찌릿한 눈빛!!
그 할아버지가 절 째려보고 있었더랬죠.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는 나.
이윽고 그 할아버지, 방금 전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여자분을 가리키며 제게 하는 말..
" 저 쪽이 더 연장자니까 자리 바꿔!! "
" 예? "
순간 어리버리해진 저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할아버지를 쳐다보았죠.
" 자리 바꾸라고!! 저쪽이 먼저 앉을려고 했어. 어서 교체해!! "
그 할아버지의 목소리, 우렁차기도 하거니와 쩌렁쩌렁하기까지 하여
버스 안의 모든 이목은 저에게로 집중되었죠. ㅡㅡ;
저는 갑작스러운 일인지라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었죠.
전 분명 자리를 가로챈 것도 아니었고 또 제 앞에 서있던 여자분은 서른 초반쯤의
그것도 아주 튼튼한 젊은 분이었다고요~
순간 30대의 '지긋하신 연장자'가 되버린 그 여자분과
그 '연장자'의 자리를 빼앗은 '몹쓸 젊은이'이가 되버린 저는
' 당최 이 할아버지가 뭔소리를 하는 것이여? ' 하는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았죠.
이내 서로에게 어색한 웃음을 날린 뒤 그 여자분이 할아버지에게 말을 했드랬죠.
" 그게 아니예요~ 할아버지. 저 그리고 곧 내리거든요."
하지만 이 할아버지, 당최 고집을 꺽지 않고 하는 말.
" 어서 앉어!! "
순간 난감해하며 얼굴이 굳어가는 그 여자분...
" 할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이분이 앉지 않으시길래 제가 앉은 거였는데요.~"
....라고 한마디만 남겼어도 좋았을텐데 전 그냥 일어섰어요. ㅡㅡ;
왜 가끔 그런 노인분들 계시잖아요. 상황판단력이 흐려져서 괜한 고집을 부리곤 하는...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는 생각에 진실이야 어찌됐든 그냥 일어섰지요.
사실 그 할아버지 옆에 계속 앉아 있고 싶지도 않았구요.
하지만 할아버지의 앉으라는 강압적인 명령(?)에도 서있을 수도 또 앉을 수도 없었던 그 여자분...
그냥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버리더군요.
순간 황량한 벌판에 홀로 버려진 것 마냥 뻘쭘해져 버린 나...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뒷좌석의 아주머니는 " 아가씨, 그냥 다시 앉아~ " 이러시더군요.
하지만 이미 일어선 상황에서 다시 앉을 수가 있나요.
더욱이 다시 그 할아버지 옆에 앉는 건 죽어도 싫었어요.
난처한 상황에서 절 구해주시려는 아주머니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 아니예요~ 괜찮아요. " 라고 말하며 창밖으로 눈을 돌린 채
제게 집중된 버스 안의 이목들을 애써 외면, 또 외면했지요. ㅡㅡ;
이윽고 그 할아버지.... 그 우렁차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제게 이러더군요.
" 앉아!!! "
순간 속에서 울컥하더라고요.
" 할아버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시면서 이래라, 저래라, 그것도 명령조로 말씀하시면 안되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소심한 저는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애써 억누르며
" 아... 니예요. " 라고 말했더랬죠... 그리고 또 애써 외면.. 외면... (등신... 등신... ㅡㅡ;)
이윽고 그 할아버지가 내리자 별꼴 다보겠다고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던 저에게 들리는
노약자석의 두 아저씨의 대화....
“ 요새 젊은이들은 자리 양보를 잘 안한다니까 ”
“ 그러니까 ”
순간 이건 또 뭔소리인지... 눈에 보이는 상황만으로 대충 판단을 하고선 하는 말들이었죠.
아, 진짜 억울했어요. 저는 평소에 노약자석에는 잘 앉지도 않을 뿐더러
몸이 안좋아 앉게 되더라도(병원 가는 길에도) 연장자가 타면 곧바로 일어서는
나름대로 양심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지라...
아직 목적지까지는 한 정거장이 남아있었더랬죠.
전 당장 그 아저씨들 앞으로 다가가 손사래를 치며
“ 아니예요~ 그런 게 아니란 말이예요~~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아무 말 않고 목적지에서 내리고 말았드랬죠. ㅡㅡ;
아, 진짜... 왕소심쟁이... 억울하고 분한 감정은 둘째치고
사람들에게 오해도 풀지 못한 채 그렇게 내려버린 소심한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
결국엔 눈물이 날 것 같은 지경에 있자니 마침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답니다.
이런저런일이 있었다하며 하소연(?)을 했더니
" 바보야~ 그럴 때는 딱딱 말을 해야지, 버스 떠난 뒤에 훌쩍 거리고 있는 거야? "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더없이 소심한 제 자신이 원망스러워지더군요.
그리고 굳게 다짐했어요!!
" 강해지리라 !! "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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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격려의 말씀 해주신 분들 감사해요.
리플만 보아도, 나름대로의 잣대가 있어 하시는 말씀이 다 다르듯이
세상에는 너무 많고, 또 너무 다른 사람들이 한데 섞여있어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는 거겠죠.
별 일 아닌 것 같고 글 올렸다고 말씀 하신 분도 계시지만
저는 이 별 일도 아닌 것 땜에 느낀 바가 많습니다. ^^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밑거름 삼아 곤란한 상황에도 잘 대처하고
좀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포용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바로 그게 제가 그렇게도 되고 싶은 대범한 사람이 아닐까 해요.
저도, 여러분도 부디 그런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노력 많이 할게요~ 모두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