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나온다더니?”
그럴 줄 알았단는 듯 혜린은 웃었다. 7시 10분. 이미 녀석들은 라페스타에 모여 있을꺼다.
“늦었네..택시 타자.”
“됐어, 좀 기다리라지!!”
단호한 말투에 혜린이 돌아본다. 그래.. 나답지 않은 말투였다^^ …좀 멋적어진다.
“그냥 걸어가. 금방이자너~ 저희들끼리 놀고 있겠지-.”
아무렇지 않게 먼저 방향을 바꿔 걷는다. 혜린인 금새 뒤쫒아 와 팔짱을 낀다.
“지후 한텐 연락 없었어?”
또 지후 얘기다. 이젠 대답조차 귀찮다.
“없었다구~”
“민지후 답다, 다워~ 아니 술 취한 앨 집에까지 데려다 줬으면 담날 안부 정도는 물어야 하는거 아냐? 잘 들어갔냐, 술은깼냐…”
“글쎄 없었다자너~ 넌 어캐 만나면 걔 얘기냐?”
“궁금하니깐 그렇지… 졸업한 선배들까지 걜보러 학교에 찾아온다는데… 그 진귀한 물건이 내친구를 집에 데려다 준다고… … 단둘이 나갔자나~ 그날.”
그래… 그랬었다…
“글쎄 눈떠보니 집이더라구. 집앞에 내버리고 갔는지 어쨌는지 암튼 눈떠보니 집이었다구. 그후론 연락 없었구…”
“글쎄, 그러니까 이상하지… 벨을 눌렀으면 누군가 느이 식구가 그앨 봤을꺼구…”
거짓말.
혼자 흥분해 재잘대는 혜린을 보며… 형주는 각본대로 거짓말을 잘도 해내고 있다.
그날의 일. 그 어처구니 없던 표정.
“오늘은 이쯤하자. 식구들도 수능파티 해준다고 기다리고 있어.”
의외로 먼저 파하자고 제의한건 지후녀석 이었단다. 술자리에선 항상 끝까지 남아있던 녀석인데… 난 못먹는 술을 어찌나 먹어댔던지 거의 필름이 끊긴 상태였다. 지후가 어떻게 날 데리고 나갔는지도 담날 혜린이가 얘기 해 줘서 알았다.
“이자식 너무 많이 취했는데…? 형주는 내가 가는길에 떨궈주고 갈게. 먼저간다~”
평소답지 않게 그날 지후는 날 바래다 준다고 했단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뭔가 흑심이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날 어떻게 해보려는… 그치만 왜 날…? 평소 내 존재는… ‘혜린이가 데리고 나가는 여자애’에 불과했다. 그날도 지후는 그저 ‘형주’란 이름이 자기가 아는 남자애랑 똑같다며 놀려 댔었다. 이름이 남자 같은 애… 그래서 모임이 끝나갈 때 쯤엔 이름대신 ‘형주자식’, ‘이자식’ 하며 날 남자대하듯 했었다. 그런날 왜…
“이자식아, 눈좀 제대루 떠봐라~”
한참을 걷던 녀석이 인적드문 골목에 날 세워두곤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안그래도 무거운 내가 술이 취했으니… 창피한 맘에 정신이 든걸까? 거기부턴 필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형주. 너 수능 그렇게 잘 봤냐?”
숨을 고르며 담배를 꺼내 물고는 녀석은 쌩뚱맞게 수능 얘기를꺼냈었다.
“ … 뭐?”
난 최대한 눈을 똑바로 뜨려 애쓰며 묻는 의미가 뭔지 물었던 것 같다.
“’수능 열라 잘봤으니까 나랑 사귀자.’ 니가 그랬잖아.”
그의 목소리엔 장난이랄까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뭐??!!!”
순간 조금이나마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런 망발을 했다고…???
“생각안나? 아까 화장실 앞에서. 화장실 문에 기대서 낑낑대고 있길래 괜찮아? 하고 물었더니 대뜸… 나 오늘 수능 욜라 잘봤거든? 그러니까 너. 나랑 사겨…”
“내가, 어, 언제? 사람 취했다고 놀리지 마. 나 필름 안끊겼으니까.”
내 리액션은 발악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참나… 그럼, 내가 거짓말 한다구? 내가? 뭐땜에? ”
“……”
“설마.. 내가 너랑 사귀고 싶어서 그런 거짓말을 한다-?”
그앤 내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놀리 듯 말했다. 담배연기에 약간의 알코올냄새가 섞인채 내 코를 자극했다.
“누, 누가 그렇데?”
“후후후…”
그앤 대답대신 그렇게 웃었다. 후후후~ 하고…
“너 나랑 사귀고 싶냐?”
“뭐?”
“계속 못들은척 하지말고 말을 해봐. 나랑 사귀고 싶어?”
“……”
“……”
서로간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웃기네~ 너 같은 애랑 왜사귀냐? 술 좋아하지, 담배 많이피지, 여자 관계 복잡하지. 됐다, 야.”
당황을 했던건지… 난 심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뻔한 논리조차 잊고있었다…![]()
“… 그래? 그럼 됐구. 난 또 그런줄 알구... 가자.”
그앤 담배를 비벼끄더니 먼저 골목을 걸어간다. 씨-.뭔가 허전했다.
“야!!”
그녀석은 왜 부르냐는 듯 휙 뒤돌아 보더니…
“왜? 아직도 덜깼어? 부축해줘?”
난 왠지 놀림을 당한 것 같아 신경질이 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대뜸…
“그래서? 만약에 내가 사귀자면…?”
그말에 그앤 의외라는 듯 잠시 보더니 다가왔다. 그리곤 내 코앞까지 와서는
“사귀자면?? … 그게 무슨말인데?”
“……”
“너 나 떠보는거냐, 지금?”
“떠보는거 아냐.”
난 계속 놀리는 듯 한 말투가 싫어 단호히 말해버렸다.
“떠보는 거 아냐. 너만 좋다면 난…”
끝까지 단호했어야 하는데 그만 용기가 없어졌다. 갑자기 모든게 창피했다.
“미안해. 내가 많이 취했나부다.”
취기로 모든걸 얼버무리고는 뛰어가려는데 그녀석이 손목을 잡았다.
얼굴을 돌리자 그애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버티고 있었다. 설마…?
내가 민지후와 키스를 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앤 피식 웃고는 손목을 놓았다. 대신 남자친구처럼 어깨를 두른다.
“우리끼리 한잔 더할까?”
기습 키스를 기대했던나……
쪽팔렸으나 엉결에 따라나선다.
하지만 그날은 수능을 마친날이라 술집마다 자리가 없었다. 세군데를 돌아다니다 우린 결국 맥주를 한캔씩 들고 거리를 걸었다.
“괜찮어?”
취기에 밤공기가 더 차게 느껴졌다. 아래턱까지 덜덜거리는 날 그앤 신기하게 봤다.
“괜찮어.”
그래도 그애와 있는게 좋았다. 난 괜찮다고 재차 심하게^^ 끄덕였다.
“어디라도 들어가면 좋겠는데…”
그앤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더니…
“조금만 걸으면 누나 작업실이 있어. 글쓰는 오피스텔인데 호수공원 쪽이야. 걸을 수 있겠어?”
“응.”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전혀 계산하지 못했다. 그저 춥지 않은 곳에 그애와 함께 있을 수 있다니 좋았던 거다^^
오피스텔엔 비밀 번호 키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그녀석은 능숙하게 눌러 그걸 열었다. 불을켜니 아늑한 실내가 기분을 좋게했다.
“와~ 무지좋다!! 아담하고!! 너네 누나 멋지다. 작가야?”
난 소파에 앉아 방 주인의 책이며 종이 나부랭이들을 들춰보고 신이났다.
“자기말론 그렇데. 내생각엔 집을 탈출하기 위한 수단 같지만…”
그앤 미리 사온 소주며 안주들을 주섬주섬 꺼내 놓는다.
“지금은 어디 가셨어?”
“친구들이랑 스키장 갔어 낼 올꺼야.”
“응~”
그제야 어렴풋이 둘이만 한공간에 있단걸 깨달았던 것 같다. 하지만… 설마…
난 그녀석을 믿었고 날 믿었던 거다…ㅠㅠ
추운데 있다가 따뜻해지니 스르륵 잠이왔다. 괜히 센척해보려고 주는 술을 고스란히 홀짝홀짝 마신탓도 있고…
“야, 민지후… 난 졸리다~”
그 즈음엔 다시금 필름이 왔다갔다 한다.
“졸리면 거기서 좀 자. 한숨자고 술 깨면 데려다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녀석도 꽤 취해보였다.
“응… 아라써…”
난 소파에서 그대로 스르륵 눈을 감아버렸었다. 그리고…
새벽녘이었던것 같다. 밖이 뿌옇게 밝았으니… 어떤 기척에 정신을 차려보니 난 침대다.
그리고… 옆엔 민 지 후…?
영화에나 나올법한 광경이다. 난 그 주인공들이 그렇듯 여미고 있던 이불을 들춰본다.
헉
!!
사고다!! 난 알몸 이었고 그녀석도 아마 그럴 것 이다. 그리고…!!
내기척에 일어난 지후녀석… 좀 놀란 눈치다.
“그러니까, …니가 갑자기 토를 했어, 그래서 내가… 옷을…”
가물한 기억의 끝자락이라도 잡으려 녀석은 애쓰고 있었다.
“야, 민지후…”
난 이불로 몸을 감싼채 넋이 나가있었다.
“젠장, 너무 마셨어…”
그앤 급히 옷을 입으려 이불을 들추다가… 그만…
이불에는 첫밤의 흔적이…![]()
“……??”
“……!!”
“…처음이었어, 이형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그 얼굴. 난 뭐라 말도 못하고 토사물이 묻은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나와버렸었다.
그날의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 된다.
“그래, 안그래, 이기지배야~!!”
혜린인 아직도 재잘중이시다^^
“응, 그래…”
일단 긍정의 대답으로 딴생각하고 있던걸 감춘다.
“그치? 걘 해도 넘 한다니까~ 내가 듣기론 같이 잔 여자가 한둘이 아니래.”
아마도 그녀석 얘기겠지. 같이 잔 여자… 이젠 그중에 내 이름이 포함되는 건가? 우스웠다. 혜린이 말대로 그후로 연락한번 안한걸 보면 그녀석은 확실히 나랑의 하룻밤따위 대수롭지 않은거다. 슬픔과함께 미움이 솟구쳤다. 나쁜놈. 보란 듯 낳아버릴까? ![]()
미쳤나부다^^
“어~!! 형주자식도 왔네?? 못올꺼 같다더니??”
역시 ‘자식’으로 시작되는 인사^^
그나마 우리반이라 젤 친한 명재에게 쥐어박는 식의 인사를 해보이며… 눈으로 그녀석을 찾는다.
…없다. 젠장…
“수능 이후 첨이네? 낼이면 성적표 줄텐데… 마지막 밤을 즐기자고~~!!”
아참… 낼이 성적표 배송되는 날이구나…!!
온통 뒤죽박죽이던터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했다…^^
“성적표 나오면 세상 끝나냐? 오늘 이세상 술이 다 바닥나는것도 아니구…”
어… 이 목소린…
“야, 민지후,, 너야 임마, 공부로 안됨 얼굴로도 먹구살 수 있겠으나… 우린 쫌… 대략 난감 하다…”
“미친놈…”
명재의 농담에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화장실 갖다왔나??
“어, 왔어?”
나에게인지 혜린이에겐지 모를 시원찮은 인사는 모냔말이다…![]()
“안녕^^ 오랜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고 넙죽 인사하는 내친구…
혜린인 어느덧 아까와는 다른 애교짱인 목소리로 돌변해 있다… 여시 같은 뇬…![]()
“형주 넌 좋겠다~?”
대뜸 내 이름이 튀어나왔다. 혁재다.
“뭐가?”
“수능 잘봤다며~”
“……”
왜 이 상황에서 그녀석 눈치를 봐야하는 걸까…
“…내가?”
“설마!! 기억 안나는 거야??!!”
저렇게 오버 액션할건 뭐란 말이냐… 설마 내가 필름이 끊긴 채 애들 앞에서…
‘나 오늘 수능 욜라 잘봤거덩~? 그러니까 나랑 사겨…ㅋㅋ’
그녀석의 킬킬대던 목소리가 골목 가득 울려퍼져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 하다…
설마… 여러 사람 앞에서 그런거야, 나…?
“하긴… 그날 니 상태로 봐선 필름이 끊길 만도 해. ㅋㅋ”
혁재는 그날 기억에 킬킬댄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그럼, 설마… 지후랑 일도 생각 안나는 거야?”
![]()
허…ㄱ ㅓ ㄱ!!!
“무슨…?”
아무렇지 않은 척 노력하며 슬쩍 그녀석을 본다. 설마… 말한거…야?
그녀석은 전혀 관심 없는 듯 옆자리의 명재와 딴소리 중이다.
“허, 정말 기억 못하나 보네~”
“무슨일인데? 뭐가 있었어??”
너도 친구냐…![]()
혜린이 몸까지 바싹 당겨 앉으며 혁재에게 말똥말똥…
“지후가 데려다 준다고 데리구 갔었잖아~ 너두 기억안나냐?”
“거야 나두 알지~ㅇ”
“둘이서만 2차 갔었다던데… 생각안나?”
……![]()
혜린이 눈이 튀어 나올 듯 커졌다. 젠장…
“그, 글쎄… 난…”
얼버무리면서 저절로 눈은 그녀석을 쫒는다. 그녀석… 지 얘기 하는줄 알고 그제야 이쪽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듯 하다.
“정말이야, 너? 둘이 2차 갔었어? 어디루?? 너… 그냥 집에 갔다며???”
……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냥 집에 갔다고는 안했지… 눈떠보니 집이었다고 했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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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해도 궁색한 변명이다^^
“그러니까 뭐야… …둘이???”
ㅎㅎ 쫌만 더 놀리믄 저놈 지지배 기절하겠다^^
“뭘 상상하는거냐? ㅎㅎㅎ ”
명재가 혜린일 보고 히죽인다. 혜린인… 자기가 생각해도 좀 주책 맞았는지 그제야 뻘쭘한듯 헤~하고 웃는다.
“글쎄, 난 기억이 별로… 그냥 눈떠보니까 집에 있던데…”
궁색해 보이지만 달리 할 말이 없다. 뭐라해야 좋단 말야… 아예 철판깔고 거짓말을 하자니 혹 그녀석이 남자애들과 벌써 뭔가 말한게 아닐까 불안했다.
“야~ 형주 이자식은 주사도 남자같데~ 어디, 가쓰나가 겁도없이 몸을 맡겨?”
뭐?? 몸을 맡겨…??
이자식을 정말… !!!!!!
“지후니까 다행인줄 알어~ 나였음 딴맘 먹었다~?!! ㅎㅎ”
??
명재가 하는 소릴 봐서는…?
“뭐야~? 뭔데~??”
혜린이 혼자 안달이다^^
“걸어가는 중에 술도 좀 깬것같길래… 둘이 맥주나 더할까 했는데… 수능 날이라 자리가 없어서… 걍 맥주한캔씩 들고 집까지 걸어갔데~”
말하면서도 계속 키득대는게 혁재녀석… 수상하다.
아니, 혁재가 수상하다기 보단… 혹시 이녀석들 알고 있는데 모르는척 하는게 아닐까 나혼자 내심 조바심이 났다… 지후녀석… 설마…
“그나저나 낼부턴 어디루 도망가있지? 성적보면 울 엄마 거의 기절 하실텐데…”
다행히 이야기는 딴데루 튀고 있었다. 난 흘끔… 그러나 의도적으로…^^ 그녀석을 본다. 이번엔 정확하게 눈이 마주친다. 순간 불에라도 데인 듯 뜨겁다… 다른 날이었다면 금새 눈을 돌렸을 나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빤히 보지도 못했겠지… 우연히라도 눈이 마주치면 딴청하듯 금새 눈을 돌려버리곤 했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틀리다. 여자는 약하되 어머니는 강하다……^^;;
금새 얼굴까지 화끈거린다. 보기에도 쪽팔리게 빨게졌겠지만… 난 눈을 돌리지 않는다.
녀석은… 그저 무표정으로… 역시 잠시동안 쳐다보더니 곧 시선을 돌린다.
“암튼간…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자, 받어~!!”
명재가 술을 권해온다.
“아니, 난…”
받으려다 흠짓, 술을 마시면 안된단 생각이 들었다…![]()
“왜? 또 필름 끊길까봐? 괜찮어, 자식~ 소심하긴… 지후가 잘 데려다 줄텐데…”
농담을하며 명재가 피식 웃는다. 이녀석들 뭔가 알고있는걸까?? 씨……
어느새 내 잔엔 가득 맥주가 채워진다.
‘하긴… 위장약을 연짱 3일이나 먹었는걸… ’
물끄러미 거품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위안이다. 그리고 뭐… 낳진 않을 테니까…ㅠㅠ
“자~ 우리의 온전한 목숨을 위하여~!!”
다들 첫잔을 높이 들었다. 두모금 세모금… 꿀떡 맥주를 들이켜니 메스껍던 속이 한결 좋은 듯 하다^^ 음… 괜찮은데…? 안주는 뭐가있나…? 내가 좋아하는 골뱅이소면^^ 아싸~
“우ㅡㄱ!!”
순간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나도모르게 … 언제부터 골뱅이가 이다지도 비렸던가…!!!
“왜그래?”
혁재가 냅킨을 집어준다. 난 또 울컥하는 속을 애써 다잡는다.
“그날… 술을 넘 많이 먹었나봐. 그 이후론 잘 이래^^”
“위가 놀랬나부다, 야. 너 수능 전에도 겔포스 달고 살았었자너~”
다행이다. 기지배… 쓸만한 구석이 있다^^
“ㅋㅋ 야, 조심해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이… ㅎㅎㅎ”
혁재가 킬킬대자 다들 웃는다. 젠장 나도 이 농담에 웃어줄 수 있담 얼마나 좋냐구…![]()
애써 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나도 따라 웃어보는데…
“어머,,, 민.지.후.??
등뒤에서 청량한 음성이 들려온다. 반사적으로 고갤 돌려 쳐다본 곳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한 여자가 서있다. 쟨 또 모야?? 다시 고갤 돌려 앞자리의 그녀석을 살핀다. 그런데…
그녀석… 잔뜩 굳은 얼굴이다.
방금 전 까지 웃고 떠들던 녀석들도 한순간 찬물을 뒤집어쓴 듯 조용하다.
뭐야?? 이 묘한 분위기…??
“이런데서 만나게 되네~…”
그녀는 약간 겸연쩍은 듯 우릴 둘러본다. 나와도… 짧은 시간 눈이 마주친다..
잠깐… 저 얼굴… 낯이 익은데…
“그러게요. 이런데서 만나게 되네요.”
ㅎ ㅓ ㄱ !!
처음보는 표정과 말투다. 저녀석… 뭐에 화가 난거야??
…이런 곳이 어떻다는 거야, 둘다??
“(피식) 말에 가시가 있네~ … 난 과 동기들과 함께야.”
물어보지 않은 말에 친절하시기도 하셔라… 그러니까 대딩이시고, 호프집 출입쯤은 당연하시다? 갑자기 우리 일행을 비행 청소년 쯤으로 만드시는군…
‘아~ 그러세요? 그럼 어서 기다리는 동기들에게 가 보시죠~ 보다시피 우린 수능 뒤풀이 중이시라구요~’
소심한 나대신 누구라도 한마디 해 주면 좋으련만… 어떻게 된건지 다들 꿀먹은 벙어리 마냥 주눅 들어서는 그녀석 눈치만 보고있다.
“암튼… 반가웠어. 친구들 인가본데… 재밌게들 놀아요~”
그녀는 정적을 깨고 역시 청량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돌아선다. 그러다…
“참,, 수능은 잘 본거야??”
다시 돌아서 ‘우리 그녀석’에게 온화하게 묻는다.
그녀의 저 온화함과 녀석의 저 독기… 뭔가 이상하다…
“… 덕분에요.”
눈을 외면한 채 짧은 한마디. 그녀는 더 뭔가 말하려다 그냥 돌아서간다. 그 뒷모습을 그녀석은 잠시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둬버린다.
“누구..야?”
한참의 정적을 깬건 나다^^ 이 뭔 상황이란 말인가.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이 뱃 속에 니삐리리가 들어있단말이다!!!
“자., 마시자!!!”
내 물음엔 아무도 대꾸를 해주지 않는다. 대신 혁재가 잔을 들어 분위기를 만회하려한다.
그러나…
“……”
녀석이 말없이 담배와 라이타를 챙겨 일어선다. 그리곤… 나가버린다.
어이가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