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야, 무슨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거든...좀 차근차근 얘기해주렴...내가 도와줄게..."
"선생님, 다른 애들은 다 죽었어요. 이제 나만 남았어요...너무 무서워요..."
미친애처럼 떠드는 은미에게 슬슬 짜증마저 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공중전화 뒤에서 줄 서있는 사람들의 눈빛에서도 짜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은미야, 나 지금 공중전화거든...나중에 내가 집에 들어가서 전화할테니 그때 얘기해주겠니? 내가 무슨 얘기인 줄 알아야 도울 것 아니니..."
"안돼요! 선생님...언제 당할지 몰라요.. 부탁이예요. 선생님..당장 우리집에 좀 와주세요..전화로는 말 못해요. 보여드릴 것도 있어요...죽을지도 몰라요..선생님 제발......"
은미의 절규같은 부탁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지금 당장 가겠노라고 대답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심각한 일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은미가 미쳤던가 아니면 정말 무서운 일이 발생했던가...자리로 돌아와 가방을 싸는데,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이 그냥 피곤해서 들어간다고 얘기했다. 가방을 들고 도서관을 나가자니 한심한 생각마저 들기시작했다. 지금 일분일초가 급한데, 말도 안되는 얘기를 듣고 시간을 낭비해야 하다니...그래도 좋은 일 한다는 셈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