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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86/66630] 살아가는 이야기
게시자 : sionner(차재권)
본문크기 : 6Kb
게시일 : 2002/05/16 03:50
조회/추천 : 334/14
라고..내가 저렇게 퍽..... 제목을 붙여놓고 바라보면
웬지.."살아가는 이야기를 오늘부로 폐쇄합니다"라거나..하는 따위의 공지를 써야 할것만 같은.. 묘한
성실함같은게 내안에서 꿈틀거린다..
그래서는 안될것이다.(아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이람)
인천으로 내려간지 햇수로 3년만에
다시 서울로 이사를 왔다.
그것은 어느날 잠못들고 방천장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래 이사 가자"
라는 식으로 퍼득 떠올라서 결정된 일은 아니다.
그렇게 치자면 하와이 풍경이 그려진 달력사진이나 텔레비젼을 보다가도
맘만 먹으면하와이에 갈 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난 그럴 수 있는 사정은 아니였던거다
이건 또 무슨 말이람.
2001년초에 계획한 이사를 이제서야 온것이다.
할머니와 나..둘이 살기에는 매우 넉넉한 정도의 집이다.
덕분에 일시적으로 늘어났던 예금잔고는 그야말로 제로가 되어버렸다. 나름대로 아끼며 꼼꼼히 착실하게 살아왔다고
믿어온 나로선 이런 제로도 정말 오랜만일만큼 제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곳으로 이사를 옴으로써 내가 얻은 지리적,경제적,심리적....모든 부분의 긍정적인 효과를
따지자면 그다지 아까울 것이 없다.
아니..제대로 말하자면 심리적인 부분은 물론 긍정적이지만(홈그라운드로 복귀한 듯한..?)
나머지는 아까울것이 없도록 이제부터 만들어가야겠지.
도로에서 불과 2-3분을 안으로 들어오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이 집의 느낌은...
뭐랄까 마치 요양을 온 듯 하다.
종일 앉아있어도 들리는 소리는 새소리,바람소리외에는 그다지 없다. 산을 끼고 있는 집이 아닌데도 주위집들에서
큼직큼직한 나무들을 많이 키우는 탓에..아침에 창문을 열면 아래에서부터 나무 내음이 올라온다.
전면에서 보면 3층, 골목을 살짝 돌아서 들어오면 2층인 집이다. 꽤나 오래된 낡은 집인데다가
전에 살던 사람이 화장실 휴지걸이, 현관의 현관등까지 모조리 떼간탓에..손볼곳도 많고 못질부터 시작해서
정리보수가 꽤나 필요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나쁘지않다.
아니..나쁘지않다는것은 내가..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둘이서 만일
이곳에 산다면...이라는 가정하에서 나오는 생각이다.
내가 혼자가 아닌 두사람이 된다면,그 두사람이..세사람이나 네사람이 될 일은 없을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상 욕심낼 필요가 없는..그런 집이라는거다. 낡아빠진 문, 그만큼 바랜 스위치..등을 고쳐가며
(싱크대도 손을 봐야겠지만)둘이서 똑딱똑딱 고쳐가며 조용하게 사는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그걸로 이곳에서 둘이서 늙어가도 될만큼, 약간의 불완전함이 오히려 정서적인 안정을 제공할만큼의 여건을 가진 집이라는 거다.
약간 불완전함으로써 살짝 완벽에 가까워진다.... 좋군
근데 정작 이곳에서 나랑 같이 살 사람은 없다.
이걸로 저울은 한쪽으로 뚜웅..내려가는걸까.
그렇게 현실적인 관점으로 돌아와서 지켜보자면 낡은 문이니 싱크대니 스위치니..뭐 그냥 다 귀찮고
그대로 내버려 둔채로 바람소리나 들으며 거실에 식탁도 놓지않고 커다란 상에 그냥 방석을 깔고 앉아
커피나 마시며 살면 되겠지.....어느새 적당히 편안해진 나를 발견한다.
안쪽에서부터 창문이 열려있는 내 방문과 바깥 보일러실로 통하는 베란다 문을 열고
그 가운데에 위치한, 내겐 약간 넓은 거실에, 커다랗고 두꺼운 나무상을 놓고 폭신한 방석을 깔고앉아 커피를 마신다
나와 커피잔을 감싸돌며 바람이 쉥쉥..
이건 마치 시원한 들판에 누워, 앨튼존의 다니엘을 처음 듣던 18살때 같다고나 할까
어느새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전에 살던 집이 너무나 좁았던 탓에 꺼내놓고 살지못했던 것들을 죄다 꺼내놓았다.
8년 자취를 하면서 내게 남은건 유리잔과 머그컵뿐이였다. 나머진 죄다 홍수에 사라졌다
그걸 모두 꺼내놓았다. 별별 잔이 다있다. 어디서 주워왔는지 기억도 안나는 이 많은 컵과 용도를 알 수 없는 잔들
그렇게 꺼내놓은 것중에는 전자렌지와 토스터, 진공청소기가 있다.
그래 토스터...
이 동네에는 가까운 곳에 빵집 두개가 약 20미터 거리를 두고 붙어있다.
한집은 언제나 손님이 있고, 한집은 언제나 조용하다.
손님이 있는 집은 낮엔 아저씨가 빵을 팔고, 밤엔 그 아저씨의 딸로 추정되는 여자애가 빵을 판다.
손님이 없는 집은 종일..빵집보다는 부동산에 어울릴 듯한, 뿔테안경을 쓴 아저씨가 텔레비젼을 들여다보고 있다.
손님이 있는 집은 가짓수는 별로 안많은데 올망졸망 예쁘게 만들어놓은 소품같은 빵이나 케익들이 있고
손님이 없는 집은....역시 가짓수는 별로 안많은데 그 몇가지가 대량으로...놓여져있다.
손님이 있는 집의 빵은 이사온 우리집에 이미 다녀간 손님이 말하길 "그 집은 정말 휼륭한 빵집입니다.." 라고 말할 정도로
제법 맛이 있는 빵을 팔며, 좀 비싸다. 그녀가 먹은건 치즈가 들어간 눈꼽보다 조금 더 큰 크라상이다.
손님이 없는 집의 빵은 싸고, 몇시에 가든 길다란 식빵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글을 쓰면서 그 집에서 사온 식빵을 토스터에 넣고 구웠다.
빵이 절반으로 줄었다.
문제 있다. 이건 이스트와 밀가루의 함량을 꺼꾸로 계산해서 집어넣은게 아닐까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다신 그 집가서 빵 안산다..(적어도 빵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때는 그 집에 대한 우호적인 내용들이 머리속 가득이였던 것이다.. )
여하튼 요점은 서울로 이사왔으며 덕분에 꽤 바빴다는 것입니드아...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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