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도 안쓰고 홍보도 나몰라라
이 드라마, ‘인디’ 냄새가 난다. MBC TV 수목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극본 인정옥ㆍ연출 박성수)의 여주인공 전경(이나영)은 인디 밴드 키보디스트이다. 그 때문에 실제 인디 밴드(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이 자주 배경에 깔리고 있긴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이상으로 인디적인 특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대중문화계에서 ‘인디인지 아닌 지’는 돈보다 자기 생각이 더 중요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
상업 영화, 음악, 드라마의 틀 속에서 일반인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창작자의 생각이 무시되고 수정되는 상황을 용납 못하는 이들이 거대 제작사의 자본과 배급망으로부터 독립(independent)해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벌이는 것을 인디라고 부른다. 따라서 공중파 방송사의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태생적으로 ‘인디’일 수 없다. 그런 현실에서 <네 멋대로 해라>가 인디적 속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눈에 띈다.
■‘꽃미남’안 쓰고 홍보도 안 한다
현재 <네 멋대로 해라>의 시청률은 15%~20%(AC닐슨리서치)를 오가고 있다. 방송사를 드나드는 기획사 직원이나 매니저들은 입을 모아 “잘 나가는 청춘 스타들을 썼으면 시청률 30%는 거뜬히 넘겼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이 드라마가 얼마나 빼어난 지를 증명해준다. 드라마에 인간 냄새를 나게 할 줄 아는 박성수 PD의 연출력, 시청자 뇌리에 깊게 남는 인정옥 작가의 대사,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할 줄 아는 출연자들의 연기 등은 젊은 층을 겨냥한 드라마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것들이다.
하지만 박 PD는 이미 드라마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꽃미남 배우는 생리상 싫어한다”, “홍보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오직 작품으로 승부한다”고 선언했다. 구매자 모으기(시청률 올리기)에 장애가 있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 열혈 팬들이 드라마를 지킨다
인디 밴드나 독립 영화 감독의 경우 소수이지만 열렬한, 컬트적인 지지자들에 의해 생명력이 유지된다. <네 멋대로 해라>의 팬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다른 드라마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드라마나 출연자에 대한 비판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열광적인 지지자들로 똘똘 뭉쳐 있다.팬들 스스로 매회를 마치면 명장면, 명대사를 선정하는 등 능동적으로 드라마를 즐기는 움직임도 강하다. 이들에 의해 시청률은 일정 수준이 유지되고 드라마는 힘을 얻는다.
■ 배우들의 제 자리를 찾아 준다
인디 영화의 주요 흐름 중 하나가 연기파 배우는 연기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 스타로 만들고, 얼굴로 뜬 스타들은 연기력을 끄집어내 균형 잡힌 배우로 자리매김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미국 영화계에서 두드러지는데 니콜라스 케이지, 덴젤 워싱턴, 새뮤얼 잭슨 등이 전자라면 톰 크루즈, 샤론 스톤 등은 뜨고 나서 인디 영화를 찾은 후자에 속한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는 양동근과 공효진이 이미 “20대 초반 배우들 중 최고의 연기파”라는 찬사를 들으며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예쁜이’ 모델이었던 이나영은 자연스럽고 털털한 연기로 ‘인형’ 이미지를 깨끗이 지워버렸다.
물론 방송사에서 충분한 제작비를 받으며 찍는 이 드라마를 ‘인디’라고 부르기에는 근본적으로 무리가 있다.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해야 하는 일반적인 드라마 제작 풍토를 벗어나는 시도를 하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네 멋대로 해라>는 ‘작가 정신’을 찾으려 애쓰는 드라마라는 의미에서 ‘인디’라는 칭호를 붙여줘도 무방할 듯 싶다.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