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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백승권 |2006.04.03 02:01
조회 1,217 |추천 0

 


 

우린 종종 사회가 금기시한 것들에게서 더 많은 진리를 얻곤한다. 달리 말하면 사회가 지키라고 만들어준 법이나 질서따위에서는 그리 이득이 될만한게 없다는 소리다. 기득권층이 만든 법들은 모두가 아닌 그들의 밥그릇을 위한 울타리일뿐이다. 어려워도 긍정적으로 살자고 아무리 다부지게 마음먹어도 삽으로 찍어내리는 압박으로 인해 불가항력의 분노가 삐져나올 때가 있다. 어쩔때보면 범죄를 일으킬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 채 그 덫어 걸려 자신들이 정의로워질 구실을 찾을 희생양을 찾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빛나는 계급장을 달고 있는 그들은 약자만 걸려드는 범죄자들에게 환경과 교육의 문제라고 나무라고 것이다. 아직도 지강혁의 나지막한 소리가 귀에 남는다.   "잘못된 거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있어야지.. 그정도 자유는 있어야 되는 거잖아.."   홀리데이     올림픽개최국 사상 최고의 평점을 얻었던 88서울올림픽. 전모씨의 바통을 이어받은 노모씨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둥 사회척결에 힘쓰고 있었다. 그로 인해 피해보는 이들은 대형범죄자들이 아닌 경미한 범죄자들. 요즘 같으면 파출소 몇시간 앉아 있으면서 합의와 악수로 끝날 수 있었을 것을. 당시 동생학원비를 보태주려고 30만원을 훔친 어린 학생이 17년형을 받는 법이 버젓히 존재하고 있었음이다. 당시 80억원을 횡령한 어떤 높으신 분은 3년이나 받으셨던데. 물론 지금도 1조에 달하는 국민돈을 해처먹은 전모양반은 통잔잔액 29만원으로 떳떳하게 연명하고 계시다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얘기도 있고.   화려한 폭죽과 세계시민들의 환호의 반대편에선 지저분하고 가난해 보인다는 단순히 말하면 외국인들의 눈에 거슬려보인다는 이유하나로 수백여명의 살 곳을 밀어버리려는 또하나의 '국가적'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국가는 범죄와 맞서는게 아니라 범죄와 손을 잡고 약자를 밀어내는 중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시민운동과 참여운동이 거세진다 해도 인구의 절반이상을 웃도는 서민들의 목소리에는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은 수없이 두들겨 맞고 정당화라는 이름아래 피범벅이 되어 죽거나 불구가 될뿐이다. 먼나라 해외토픽도 아니고 영화에서나 볼 듯한 이야기면 좋겠지만 산천초목 아름답고 정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몇년전 있었던 일이다. 하하, 우리나라 좋은나라.    시위현장에서 동생을 잃고 감옥에 갇히고 개인의 사욕을 위함이 아닌 부르짖음을 위해 그는 자신의 몸에 채워진 족쇄를 끊었다. 언론과 경찰은 지강혁과 그의 무리들을 죽어마땅한 놈으로 국민들을 세뇌시키는데 합의했겠지만 그들이 중형을 받은 배경을 알고 난 후에도 대중들은 손가락질을 할 수 있었을까.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아시아프로젝트 '쓰리,몬스터' 의 세번째 에피소드인 '컷cut' 의 대사가 생각났다. "솔직히 말해 감독님 같이 완벽한 분이 죄지을 일이 뭐가 있슈. 돈 많지 잘 생겼지 이쁜 마누라 있지 대궐 같은 집있지. 뚜렷한 직업있지. 게다가 착하기까지 하지... 세상천지 모자람없이 살아온 당신같은 분이 죄질 일이 뭐가 있냔 말이에유 내말은 시방.." 바꿔 말하자면 죄는 그러니까 남들이 죄라고 알만한 일들은 다들 '없는' 자들의 몫이 된단 말이다. 영화 로망스에서도 정의로움을 무기로 삼아 범죄를 소탕하던 형사가 권력가를 건드린 후 좌천되어 이후 몰골이 비참하게 바뀌게 되자 그에게 잡힌 어느 소년은 말한다. "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고요? 형처럼요?"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다. 그가 추구하던 정의가 그를 나락으로 밀어넣었기에.   지강혁이 억지로 인질을 잡는 시늉까지 해가며 높은 자리에 앉아 계신 놈들과 그 밑에서 알랑대는 것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돈을 준비해라. 헬기를 띄워라. 우리편을 석방해라. 생존을 보장해라. 이런 자신의 목숨부지를 위한 비겁함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는 아주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하고 싶었던 거다. 나하나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뭔가 뒤집히는 것도 아니겠지만 적어도 잘못된 것들 잘못됬다고 말할 권리쯤은 있어야하지 않겠냐며. 그 권리를 찾으려다 죽은 동생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대한민국 사람들의 이말에 대한 태도는 두가지로 나뉠 것이다. 알면서도 어떻게 할 힘이 없는 사람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사람. 거의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의 효력은 변함이 없다. 더 당연한 것이 되고 욕하는 자들과 욕을 먹으면서도 가만히 있는 이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지강혁은 영웅이 될 수는 없었지만 애초부터 그는 범죄자도 아니었다. 범죄자들이 만든 법 안에서 죄를 저지르는 것을 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결국 여타 다른 무수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희생자중 하나였고 언론과 권력의 플레이 아래 소모된 약자였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어찌된 일인지 뛰어난 연기와 퀄리티를 겸비했음에도 초반부터 극장에 아얘 걸리지도 못하는 수난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본 사람들보다 앞으로 볼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뛰어난 언변보다는 절제된 움직임과 눈빛으로 일관했던 그가 마지막에 이르러 애절하게 외치던 몇마디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그가 원했던 자유가 아직 이르지 못했기에 못내 안타까할뿐. 실행으로 옮겨지길 바랬으나 끝내 피어나지 못했던 혁명가의 마지막 전언을 남겨본다. 그를 다시 기억하며.      " 나, 할 말 있어서 나왔다! 당신들한테! 이 빌어먹을 사회에! 어디부터 꼬여서 죄인이 됐는지 모르겠지만...당신들처럼 살 수 있었는데 죄인이 된 건 아니다. 당신들처럼...그냥, 사람들처럼 살 수 있는 돈이 있었으면...(갑자기 버럭 고함치며) 나한테 당신들처럼 돈이 있었으면 내가 저지른 죄 정도는 아예 죄가 되지도 않았을 거다! 당신들이 사는 세상에, 당신들이랑 똑같은 사람들이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있는 세상! 이 나라, 큰소리치는 당신들이 망쳐 놓은 사회! 돈으로 검사도, 판사도 살 수 있는 세상! 죄 지어도 돈 있으면 무죄! 죄 없어도 돈 없으면 유죄인 세상!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게 우리 대한민국의 성기같은 법이다! "     양윤호 감독 이성재 최민수 이얼 주연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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