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드라마 '라이벌'은 골퍼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다룬 면에서 참신하다. 하지만 그 줄거리 전개는 전혀 참신하지 못하다. 전작인 '유리구두'와 마찬가지로 착한 콩쥐가 못된 팥쥐에게 당하는 선악대결구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물론, 권선징악에 의한 해피엔드는 오랜 고전의 주제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극 중 캐릭터의 성격이 보다 더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는 개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벌'에 등장하는 팥쥐역의 정채연(김민정 분)은 잘나가는 프로골퍼다. 한 회사를 대표할 만큼의 프로골퍼가 되기위해선 많은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극 중 정채연은 프로골퍼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유치한 인물이다.
자신이 상대역인 윤다인(소유진 분)에 비하면 월등한 조건을 갖추고 있고, 이미 검증 받은 골퍼임에도 불구하고 윤다인에게 집착적일 만큼의 피해의식을 보인다. 그녀에겐 건전한 양심도 없다. 너무도 비이성적이고 치사한 모략꾼적인 모습이다.
정채연의 모습을 통해 여자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해도 그 사회적 지위와는 무관하게 비이성적이고 감정싸움에 앙탈이나 부리는 유치한 족속으로 오해될까 두렵다. 게다가 정채연의 똘마니같은 친구나 스포츠신문 여기자도 사회화가 덜 된 미성숙자의 모습으로 나와 이런 오해를 심화시킨다.
착한 주인공인 윤다인(소유진 분)도 여자에 대한 오해를 하게 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녀는 대책없이 늘 정채연의 함정에 빠지고 또 빠지는 반복성을 보인다. 착한 건 멍청하게 당하는 거라는 말도 안되는 공식을 만들어낼까봐 겁난다.
게다가 그녀는 프로골퍼로 성공하겠다는 말만하고 확고한 근성을 보여주진 못한다. 정채연과의 대결 라운딩에서도 정채연의 반칙을 모르고 잘도 속아 넘어간다. 여러번 기회가 찾아 오지만 제 밥그릇도 못 챙겨 먹고, 결국엔 강우혁(김재원 분)에게 기댄다.
혹, 정채연에 대한 역전극도 백마탄 왕자인 골프회사 이사의 낙점으로 이뤄지는 건 아닌지, 그래서 자신의 정당한 노력과 실력으로 평가받기 보단 신데렐라적 성공이 더 부각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명색이 '라이벌'인데, 식상한 콩쥐팥쥐식 쥐어 뜯기 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서로가 성숙한 모습을 찾아가는 진정한 라이벌의 모습으로 여자 주인공들이 그려지길 바란다.
중앙일보